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227화 (227/237)

[외전] 7화

온플러스 사옥 5층.

그곳에 위치한 드라마국 국장실.

고PD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국장실 문을 노크했다.

똑똑.

“국장님. 저 고석기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 들어와.”

국장실에 자리한 고급스런 책상.

그 위 명패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온플러스 드라마국 국장 정승복>

정승복이 누구인가?

바로 유진이 데뷔하던 시절, 일명 ‘정CP’라 불렸던 사람.

과거 <유별난 친구들> 당시 CP였던 그가.

이제는 온플러스 드라마국 국장을 맡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정국장이라 불리고 있지만.

청국장이 떠오르는 명칭인 탓에, 본인은 그리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캐스팅은 잘 되어가고?”

“순조롭습니다. 현재 재오와 한권주가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래, 좋아. 나머지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급할 건 없어. 이번에는 정말 크게 공을 들여야 하니까.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해서 날림으로 진행하지 마. 급에 맞은 배우들만 세팅해.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국장님.”

드라마 하나 만드는데 꼬박꼬박 국장실에서 대면보고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야말로 온플러스의 명운이 달려있다.

고석태 말마따나 ‘원기옥’이나 다름없는 셈.

때문에.

정승복 국장은 특별히 고PD에게

<유별난 친구들>로 고PD와 제법 막역한 사이가 되었기도 하고 말이다.

회사 밖을 나가면 두 사람은 호형호제할 정도.

“스탭들이야 세팅 완료되었고. 특이사항이나 내 결단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해. 최대한 지원해줄 테니까.”

고PD에게 이번 <판데모니움>을 맡긴 것도.

드라마국 국장인 정승복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실력 있는 고PD에게, 피카레스크 장르인 <판데모니움>을 맡김으로서.

제대로 날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것.

“그러니 반드시 성공해야 해. 나야 이제 곧 은퇴하겠지만, 네가 국장 자리 이어받으려면 확실한 성과가 있어야겠지. 안 그래?”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고PD.

잠시 후.

“저, 국장님. 실은 작품 관련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박유진이 저희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구두로는 출연 계약을 맺은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뜻밖의 소식에.

“뭐?”

정승복의 눈동자가 커졌다.

“박유진? 얼마 전에 전역한 그 박유진 맞아?”

“맞습니다.”

박유진!

그가 누군가.

박유진 출연=초대박이라는 공식을 가진 배우 아닌가.

그러나.

“그걸 덥석 문 거야?”

유진의 출연 소식에도 정승복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우리 지금 박유진 출연료 절대 못 맞춰주는데.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러자 고PD가 곧장 대꾸했다.

“네. 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

“그런데?”

“박유진 쪽에서 출연에 강한 욕심을 보이더군요. 출연료를 낮춰서라도 꼭 참여하고 싶답니다.”

그 말에 정국장이 콧방귀를 뀌었다.

“대체 얼마까지 낮췄다는데? 아무리 낮춰도 회당 5억 이상은 줘야 할 거 같은데.”

아무리 온플러스가 명운을 걸었다지만.

배우 한 명에게 수십, 수백억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

작품 전체에 들어가는 예산과 맞먹는 수준 아닌가.

정CP와 고PD가 박유진과 인연이 있다지만.

지금 박유진이 그때의 박유진인가?

도무지 넘사벽이라 욕심조차 내지 않았던 것.

총알 자체가 부족한데 어떻게 총을 구할 욕심을 내겠는가?

“그게. 얼마냐 하면은.”

속닥속닥.

고PD가 유진과 구두협의한 출연료를 말해주자.

“진짜?!”

정국장의 목소리가 볼품없이 커졌다.

“정말이야? 박유진이 그 금액에 오케이 했다고?”

“맞습니다.”

그러자 아까와는 달리.

정국장의 얼굴이 확 폈다.

물론 여전히 큰 액수이긴 했지만.

박유진의 출연료라고 생각한다면 거저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박유진 측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이 있었습니다.”

“제안? 뭔데?”

“저희 주역이 총 다섯 명이지 않습니까? 재오와 한권주는 픽스됐고, 박유진까지 들어오면 두 명이 남습니다. 이 남은 두 명에 대해 캐스팅을 추천하고 싶다고 합니다.”

“뭐지? 자기 사람을 꽂아 넣겠다는 건가?”

“박유진이랑 특별히 친하다고 알려진 재오와 한권주는 이미 캐스팅 완료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남은 두 캐릭터는 한 명은 여성에, 한 명은 노인 캐릭터인데.”

“상관없어. 그게 누구든. 설령 연기 경력이 없는 일반인을 데려와도 말이야.”

박유진이 거의 백의종군 수준의 출연료를 받고 드라마에 참여해준다.

그것도 군대 전역 후 첫 복귀작으로 말이다.

“이거 진짜 제대로 이슈가 되겠는데?”

정국장의 머릿속엔 이미 그림이 그려졌다.

스윗터 등 SNS를 점령하는 박유진, 그리고 <판데모니움>이라는 키워드가 말이다.

“그래서. 박유진 측에 내건 조건은 그게 끝이야?”

“실은······.”

“실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사실.

박유진이 요구한 조건은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고PD는 그 사실을 비밀로 삼켰다.

구태여 정승복에게 얘기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

‘고PD님. 시간 되시면 저한테 연출 과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연출 과외?’

‘네. 작품 연출이요.’

‘그 뜻은 설마 너, 제작에도 관심이 있는 거냐?’

고PD가 그리 질문했을 때.

유진은 씨익 웃을 뿐 답을 해주진 않았다.

‘녀석의 속내는 모르겠지만, 정말 연출에 도전하는 거라면······.’

그 작품 역시,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으리라.

“그럼 진행해. 이제 예산 걱정은 하지 말고, 모조리 쏟아부어.”

정국장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이미 우리 작품은 성공한 거나 다름 없으니까.”

*

한편, 유진의 집.

그곳엔 오랜만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이야. 집 진짜 좋다.”

“유진아, 우리 왔어.”

바로 넥스트 멤버들.

결성한 이후로 수년이 지났으나.

그들은 유진이 공언했던 대로 여태까지 끈끈한 친구 사이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냐아.”

그들을 현관에서 맞이해주는 존재.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털에.

발끝과 턱의 흰색 털이 포인트인 턱시도 고양이.

“이게 누구야?”

“설마, 백룡이?”

“뭐야, 김선미. 너 백룡이 넙튜브 구독 안 하냐? 뭘 그리 오랜만에 보는 것처럼.”

“실제로 보는 건 오랜만이란 말이야. 야, 실물로 보니까 진짜 달라졌다.”

바로 유진이의 반려묘, 백룡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진 외에는 아웃 오브 안중.

누가 오든 털을 곤두세우며 하악질을 해던 백룡이지만.

“웅냐아앙.”

이젠 스스럼없이 다가와 발목에 얼굴을 부벼댔다.

그만큼 사람 손을 많이 탔다는 증거.

“와, 그 까칠하고 박유진 밖에 모르던 길냥이 맞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우리 아빠의 공이 컸지.”

그때, 유진이 현관으로 나왔다.

“아빠가 백룡이의 마음을 사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갖다바친 츄르만 해도 몇 박스는 될 거 같아.”

유진 외의 사람에겐 하악질을 해대는 백룡이었으나.

박태종은 포기하지 않고 백룡이에게 계속 치댔고.

덕분에 백룡이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 이후론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꽤 관대해진 것.

“근데 못 본 새에 엄청 거대해졌구나?”

“이 정도면 거의 삵 아니야?”

반가운 마음에 정기열이 백룡이를 안아보려던 순간.

“샤아아아악!”

“히익!”

무서운 하악질이 돌아왔다.

아무에게나 제 품을 허락하진 않는다.

“이해해. 백룡이는 누가 안아주는 걸 안 좋아하거든.”

유진은 그리 말하며 백룡이를 안아들었다.

그러자 마치 아기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얌전히 자신을 맡기는 백룡이.

그를 보며 정기열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안아주는 거 안 좋아한다며?”

“그래. 나 빼고. 이 덩치로 안겨 오니 장난 아니야. 안아들 때마다 무슨 헬스하는 기분이라니까?”

“그래, 너 잘났다.”

시간이 아무리 흘렀어도.

백룡이가 유진 껌딱지인 건 변함이 없다.

아기일 때나, 성묘일 때나 말이다.

“왜 유진이한테 시비야?”

“누가 시비 걸었대? 넌 나한테 왜 시비야?”

언제나처럼 투닥대는 정기열 김선미 커플.

이제 유진과 유신애는 말리지도 않는다.

저러다 또 지들끼리 화해할 걸 알거든.

그리고 잠시 후.

“자, 마셔.”

유진이 보리차 세 잔을 내왔다.

“이런 좋은 집이라면 와인이나 샴페인을 내올 줄 알았는데.”

“우리 집엔 그런 거 없어. 대신 옥수수 수염차, 마테차, 녹차, 콤부차 이런 거 있는데. 줄까?”

“······됐다.”

조금 당황하는 정기열, 김선미와는 달리.

“여전히 보리차구나.”

그걸 보고 유신애가 기분 좋게 웃었다.

과거, 유진이 단칸방에 살던 시절.

유진의 집에 들렸던 유신애에게 유진이 보리차를 대접하지 않았나.

사는 곳은 변했지만.

유진이라는 사람은 여전하다는 증거였다.

“그러고보니 아버지께선?”

“지금 일하고 계셔. 최근 다른 곳 영상 외주도 받아서 진행하고 계시거든.”

물론 본업은 유진의 영상팀 소속이지만.

박태종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주역 매니지먼트 소속은 아니었다.

프리랜서인데, 일감만 주역 매니지먼트에게 받는 식.

박태종이 유진을 위해 만들어주었던 작품, <기록>.

이게 또 주승아 감독 눈에 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박태종을 소개해준 모양이다.

아들을 위해 영상을 만들었을 뿐인 박태종이.

그 덕분에 스스로의 커리어도 쌓아가고 있는 것.

“대단하시다.”

“대단하지. 누구 아빠인데.”

유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서, 기열아. 넌 요즘 어때? 전속생활은 할만 해?”

정기열은 MBS 전속성우로 뽑혀 생활 중이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정식 성우가 된 셈.

“일이 너무 많아. 게다가 눈치도 보이고, 죽겠다.”

말은 저렇게 해도.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성우가 되어서인지, 정기열의 텐션은 높았다.

곧 유진은 유신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 맞다. 신애야. <장난스런 연애> 잘 봤어. 군대에서 네 드라마 보는 낙으로 살았던 거 같아.”

그러자 유신애가 수줍게 웃었다.

“진짜? 그러면 다행이야.”

“우리 중대 최고 인기 드라마였거든. 그리고 선미 인기 장난 아니었어. 선임들이 나한테 다 네 얘기만 하더라니까?”

“오, 진짜?”

그 말에 김선미가 킥킥 웃었다.

그리곤 정기열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어때. 이렇게 잘난 여친 두고 있는 게?”

“뭐래. 내가 너보다 더 잘남.”

유신애게 집필한 <장난스런 연애>는 퓨전 사극 로맨스.

주연을 맡은 건 김선미였다.

<열다섯, 서른다섯> 이후로 두 사람이 힘을 합친 두 번째 작품.

유신애도, 김선미도.

각자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보폭을 넓혀가는 중.

유진이 사회에서 자리를 비웠던 근 2년의 시간 동안.

넥스트 멤버들은 자신들만의 힘으로 더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이다.

바로 유진이 그려왔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진짜 우리가 문화계를 씹어먹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은데?”

유진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세 사람은 동시에 유진을 바라보았다.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뭐래. 지 혼자서 이미 씹어먹고 있으면서.’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제 넌 뭐할 건데?”

정기열이 물었다.

“전역하고서 기자회견에서 국밥 먹고, 백룡이랑 놀고 싶다며? 그건 다 이뤘을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

“앞으로 활동 계획은? 네가 계속 놀고 먹을 리는 없고.”

“음, 실은 군대 있을 때부터 줄곧 생각해둔 게 있어.”

“뭔데?”

세 사람의 귀가 쫑긋거렸다.

박유진의 전역 후 복귀 계획.

그걸 누구보다 빨리 들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

그를 알고 있는 듯.

유진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이름하여, ‘판테온’이야.”

“그게 뭔 이상한 소리야?”

“판테온이 뭔데?”

갸웃거리는 두 사람.

그때 유신애가 입을 열었다.

“만신전이라고도 해. 모든 신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의미지.”

“그 말 그대로야.”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올스타를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자웅을 겨루는 모습을 보게 될 거야.”

*

얼마 뒤.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게이트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람 속.

한 여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명품을 줄줄 두른 그 모습에선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가 흘러넘쳤다.

그를 힐끔거리던 사람들.

저들끼리 쑥덕대기 시작했다.

“어? 저거 강사랑 아니야?”

“에이. 강사랑이 여기 왜 있어?”

“맞아. 그 사람 방송에도 안 나오고, 영화도 안 나오잖아.”

“리얼 뜬금없이 사라졌지? 넷플러스 작품으로 떡상하고선 왜 그랬대?”

그러거나 말거나.

그 여자는 도도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우웅, 우웅-

휴대폰이 울렸고, 여자는 전화를 받았다.

“야, 강사랑. 왜 전화기 꺼놔?”

“아, 언니. 오랜만?”

“태연하게 그런 소리가 나와?”

“나 방금까지 비행기였어.”

“비행기? 이번엔 또 어디 다녀왔는데?”

“맨체스터.”

“거긴 왜?”

“축구가 보고 싶었는데, 내가 아는 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밖에 없었거든.”

그녀의 정체는 진짜 강사랑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의 매니저였던 구은경이고.

“사랑아. 진짜 계속 이럴 거야?”

“내가 뭐?”

“그만 놀고 돌아와. 너 이러다 진짜 잊혀져. 아직 시간 있어. 뭐든 작품 들어가자. 네가 원하는 거면 뭐든 좋아.”

거의 읍소하다시피 하는 구은경.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10년 전쯤엔 여배우 중 원톱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강사랑이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는가?

“언니가 보내준 대본들 다 봤어. 근데 끌리는 건 하나도 없었어. 그럴 바엔 안 해.”

“강사랑.”

“그냥 이대로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귀찮은 일도 없고.”

<열다섯, 서른다섯> 시즌2에 출연한 강사랑.

해당 드라마는 강사랑에게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안겨주었다.

시즌1의 명성에 가려져서 그렇지.

시즌2 역시 후반부로 갈수록 평가가 점점 반등했고, 훌륭한 엔딩을 맞이했으니까.

“그래. 난 이미 다 이룬 거야. 연예계에서 더는 재밌는 일은 없고, 이후에 내게 남은 것들은 다 귀찮은 일 뿐이었지. 매일 쏟아지는 인터뷰, 재미없는 것들 투성이.”

필요 이상으로 쏟아지는 시선.

<열다섯, 서른다섯> 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탓에.

그녀의 소식은 이제 국제적인 가십거리로 도약했다.

원래 그런 관심을 즐겼던 강사랑이지만.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자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뭐 하나만 해도 논란이니, 사고를 쳤다느니 난리들이었으니.

“넌 책임감도 없니?”

“나 원래 책임감 없는 사람인 거 알잖아? 난 순전히 재미 때문에 그 업계에 있던 사람이야. 돈도 벌만큼 벌었고. 근데 내가 왜 그래야 해? 소송 안 당하려고 소속사랑 계약도 끝내고 왔잖아.”

“그래도.”

“내가 이런 전화를 받는 건, 순전히 언니와 함께한 시간 때문이야. 착각하지 마. 그럼 끊는다. 당분간은 전화하지 마.”

뚝.

전화를 끊은 강사랑은 공항 밖으로 나왔다.

“한국은 여전하네. 오자마자 갑갑하네.”

그렇게 기지개를 켜는 순간.

한 봉고차가 제 앞에 서서 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이모.”

그리고.

거기서 흘러나온 한 목소리가 강사랑을 사로잡았다.

“우리 차 안 타실래요?”

강사랑과 <열다섯, 서른다섯>에서 만났던 아역배우.

박유진, 그가 어른이 되어 강사랑을 찾아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