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235화 (235/237)

[외전] 15화

넷플러스 한국지사.

최근 넷플러스는 신작을 발표했다.

<범죄전쟁>이라는 이름의 작품.

[넷플릭스 신작 오리지널 드라마 <범죄전쟁>, 관전 포인트는?]

[지금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범죄물 전성시대? <범죄전쟁>과 <판데모니움>에 쏠리는 대중들의 관심!]

피카레스크까지는 아니지만.

꽤 자극적인 범죄 수사물이다.

라인업도 나름 꽤 힘을 줬다.

빌런으로는 <리플레이>에 출연했던 배우 하진무.

그리고 주인공으로는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로 아시아권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정성진을 캐스팅했으니.

“<범죄전쟁>의 흥행 성적이 어떻지?”

“비영어권에선 10위권, 영어권에서도 비슷합니다.”

“나쁘지 않군.”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정도론 안 돼.”

넷플러스가 노린 것.

그건 바로 <판데모니움>의 화제성을 일정 부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미 <판데모니움>은 캐스트 티저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낳았다.

그 때문에 데니스 윤은 드라마끼리 정면대결을 하는 대신.

<판데모니움>이 공개되기 전, 최대한 반사이익을 보려고 했다.

그래서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 <범죄전쟁>을 바로 런칭한 것.

<판데모니움>의 화제성을 억제하는 전술이다.

실제로 그 전략은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판데모니움>이 공개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고.

그를 달래기 위해, 관심이 어느 정도 <범죄전쟁>에 쏠렸으니까.

“<판데모니움>에 쏠린 관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야.”

벌써 <판데모니움> 캐스트 티저 조회수는 천만을 넘어섰다.

고작 배우들 이름만 나오는 그 짧은 영상이 말이다.

반면 넙튜브에 업로드 된 <범죄전쟁>의 예고편은 300만을 조금 넘긴 수준.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대박도 아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판데모니움>을 너무 경계하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경계했던 건 작품이 아니야. 한 명의 배우지.”

데니스 윤이 경계했던 것.

그건 바로 박유진이라는 이름 하나뿐이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정보는 틀림없었지.”

“맞습니다. 처음 재오와 한권주가 픽스된 것까진 확인됐습니다. 그 이후론 추가 캐스팅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설마, 불과 며칠 사이에 박유진, 강사랑, 거기에 이순철까지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알겠어. 박유진이 작품의 체급을 키운 거겠지.”

“박유진이, 말입니까?”

“그래. 두문불출하던 강사랑, 대학로에서 연극 중이던 이순철. 그 둘을 데리고 올 수 있는 사람이 박유진 말고 누가 있겠나?”

박유진은 판을, 그리고 작품의 체급 자체를 훨씬 키워버렸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갑니다. 온플러스는 박유진의 출연료를 맞춰줄 만한 상황이 아닐 텐데요. 거기에 다른 네 명의 배우 몸값도 어마어마합니다. 아무리 이 작품에 명운을 걸었다지만, 그 정도의 예산은 없을 겁니다.”

“말했잖아. 박유진이 짠 판이라고. 그렇다면 자기 몸값을 확 낮춘 거겠지.”

<판데모니움>이라는 작품에 박유진‘만’ 있는 게 아니라.

박유진‘도’ 있는 판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연예계만큼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곳이 없다.

그렇기에 박유진의 행동이 더욱 쇼킹한 것.

“독립영화판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OTT 경쟁의 시대에 자진해서 몸값을 낮춘다니.”

“이제 대중들에게 박유진이 출연료를 얼마나 받았느냐는 뉴스가 되지 않아. 그가 영화 한 편에 수십, 수백억을 챙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하지만 박유진이 저 네 사람과 함께, 피카레스크 작품에 나온다는 건 아주 쇼킹한 뉴스가 되지. 그것도 전역 이후 복귀작으로 말이야.”

즉.

박유진은 당장 받을 돈보다.

복귀했을 때의 임팩트를 더욱 중요시한 것.

“그로 얻을 이득이 훨씬 클 테니까.”

업계 전체에 미칠 파장.

화제성.

이미지 변신 등등.

그리고 박유진의 노림수는 먹혀든 모양이다.

이미 캐스티 티저 조회수가 그를 증명하고 있지 않나.

“정말 한 명의 배우가, 그 정도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겁니까?”

아무리 잘난 배우라도.

결국 배우는 선택받는 존재다.

작품을 이루는 구성원 중 하나일 뿐.

그런데.

박유진은 그 한계마저 넘어버리는 모양새.

“······후우.”

한숨을 내쉰 데니스 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 다른 배우, 다른 작품 얘기는 그만하자고. 우리는 우리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임해야지.”

“아, 네. 지사장님.”

데니스 윤은 덤덤히 말했다.

그러나.

입안에 씁쓸한 맛이 감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다음 작품에선······어떻게든 그를 잡아야만 해.’

이제 넷플러스는.

박유진에게 돈 말고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터였다.

*

한편.

<보이후드>의 촬영장.

손준영은 덜덜 떨며 휴식 장소에 있었다.

“괜찮아? 뭐 마실 거라도 가져다줄까?”

한 스태프가 다정히 물었다.

그러자 손준영은 손사래를 쳤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조금 긴장돼서요.”

“하하. 걱정하지 마. 그럼 좀 쉬고 있어.”

스태프가 떠나간 이후에도.

“후, 하, 후.”

손준영은 심호흡을 했다.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질 않았으니까.

<보이후드> 오디션에서 후회 없이 연기를 펼쳤고.

떨어져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설마 그 오디션에 자신이 뽑히게 됐을 줄이야!

합격 연락을 받고.

정식 대본을 받고, 리딩을 하고.

감독 겸 배우인 유진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도무지 현실처럼 믿겨지지 않았다.

“헉.”

그러나.

오늘에서야 실감할 수 있었는데.

“네. 조명 감독님. 이 부분에선 로우키로 해서 대비가 확실히 담겼으면 좋겠어요. 네, 네. 아, 카감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아하하! 군대가 다 그렇죠 뭐.”

바로.

영화감독 박유진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

스태프들과 모두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인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는 유진.

손준영은 몰랐지만.

이 스태프들은 <유별난 친구들> 때의 스태프들이 몇 섞여있었다.

고PD의 도움 덕택에, 훌륭한 자원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

“아. 준영이 왔구나?”

곧 손준영을 발견하곤 유진이 다가왔다.

“뽀, 뽀,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독님!”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손준영.

그러자 유진이 빵 터졌는지 깔깔 웃었다.

“이야. 너한테서 그런 말 들으니 되게 신기하네. 그냥 편안하게 해. 너무 예의차릴 필요 없어.”

“하, 하지만. 감독님이신데.”

“원래 편안한 분위기에서 연기가 나오는 거거든.”

확실히.

촬영장의 모두가 손준영을 신경 써주고 있었고.

지방에서 지내고 있는 손준영을 픽업하기 위해 차량도 준비해주었고.

도착한 이후에도 휴식 공간을 마련해주고.

모든 스태프들이 친근하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다.

‘이걸 다 유진 형이 바꿔놨다고 들었어.’

연기학원에 들어갔을 때.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예전에는 잘못 걸리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해야했고.

아역배우가 밤을 새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일도 있었다지.

그러나.

박유진 등장 이후, 아역배우를 대하는 촬영현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그리고.

손준영은 지금 그를 체감하는 중이다.

“자, 그럼 오늘 찍을 장면 좀 볼까? 먼저 연서준이 집을 나와서 정처 없이 길을 걷는 장면이야.”

유진이 스토리보드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학교에서의 따돌림,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의 과도한 간섭에 지쳐 잠시 밖을 나오지. 감정이 폭발하기보단, 연서준이 억누르고 있는 감정을 은연 중에 드러내는 게 중요해. 어렵겠지만 열심히 해줘.”

“네, 감독님!”

“자, 준비됐어? 촬영 들어갈까?”

“넵! 준비 됐습니다!”

“아하하! 편하게 하라니까.”

기합이 잔뜩 들어간 손준영.

그에 유진을 비롯한 스태프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자, 그럼 준영이의 기세를 이어받아서. 들어갑니다. 하이, 슛!”

그러나.

“준영아, 릴렉스 하고. 다시 한번 가볼까?”

촬영은 그리 순탄치 않았는데.

“다시 한번 가보자.”

손준영이 과도한 긴장 탓에, 몸이 잔뜩 굳어있었던 것.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가야할 연서준의 걸음걸이가 로봇처럼 딱딱했다.

“죄, 죄송합니다!”

손준영은 이게 배우로서 첫 촬영이다.

실수하지 않는 게 이상한 수준.

게다가 오히려 배우 입장에선 무척 어려운 장면이기도 했다.

대사 하나 없이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까.

“음,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지금 연서준의 심리를 생각해. 그리고 네가 연습한대로 자연스럽게 한다고 생각해봐. 자, 다시 처음부터 해보자.”

“네, 넵!”

유진은 화내지 않고, 조곤조곤 디렉팅을 내렸다.

유진은 어떻게 하라고 딱딱 지시하기보단.

배우의 해석과 그에 따른 존중하는 스타일.

“으, 으. 다시, 다시 해볼게요!”

그러나.

손준영은 계속 실수를 연발했다.

나중 가선 아예 발걸음이 꼬이기까지.

초보자들이 흔히 겪는 실수 중 하나.

실수할 때마다 오히려 더 부담감을 느끼고.

테이크마다 개선되긴커녕, 점점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으음.”

그에 잠시 고민하던 유진.

곧 AD, FD 등 다른 디렉터들과 잠시 회의를 가졌다.

“이번 씬은 접고, ‘형’ 캐릭터랑 붙는 씬부터 먼저 찍읍시다.”

감독인 유진의 결정에.

스태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러나.

손준영은 자리에 굳어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자신이 망친 것만 같았거든.

“자책하지 마. 영화 찍을 때 흔한 일이야.”

곧 유진이 다가와 위로해주었으나.

손준영의 귓가에 그게 들어올 리 만무했다.

‘유진이 형 덕분에 이렇게 편안한 환경인데. 정작 나는 연기도 못하고. 잘해야만 하는데.’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꾹 다문 손준영.

유진은 그를 빤히 바라보다, 곧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배우로서 처음은 모두 그런 법이야. 나도 그랬어.”

마치 손준영의 심리를 읽은 듯한 말이었다.

“혀, 형도?”

“그래. 아주 오래 전이지만 말이야.”

거짓말은 아니었다.

회귀 전 데뷔작에선, 대사 한마디 하는 단역인데 정말 벌벌 떨었거든.

“예전부터 꿈꿔왔던 게 현실로 이뤄져서 벅차지만, 또 잘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가지. 그래서 연습한 것도 까먹고, 머리는 새하얘지고. 나 때문에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답답하지. 내 말 맞지?”

흔히 하는 위로였다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주고, 유진이 공감해주니.

자연스레 손준영은 유진의 얘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어려울 거 없어. 리딩 때도 잘 했으니까. 네가 관찰했다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연습한 대로 풀어나가면 잘 될 거야. 네가 상상하고 그렸던 연서준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거지.”

유진이 손준영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이젠 나랑 호흡하는 장면이니까, 걱정하지 마. 슛이 들어가면, 넌 내 눈빛에만 집중해.”

“눈빛?”

“그래. 그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잠시 후.

슛에 들어갔을 때.

손준영은 유진이 했던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안녕?”

촬영에 들어간 순간.

그 다정함은 평소 박유진이 보여주는 것과 결이 달랐다.

몸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하고.

목소리에도 숨소리를 섞어 여운을 남겼다.

덕분에 훨씬 신비롭고, 알 수 없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누, 누구세요?”

“난 이름이 없어. 하지만 다들 나를 ‘형’이라고 부르더라.”

그건 매우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박유진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손준영은 마치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은 착각을 받았다.

완전히 배역에 이입해 연기하는 박유진을 보니.

자연스레 손준영도 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덕분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같이 호흡을 맞추는 배우로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그리고 동시에 작품의 연출로서 역할도 같이 하는 것.

“난 너를 찾아다녔어. 우리 세계에는 네가 필요해.”

“우리 세계? 어떤 세계를 말하는 거야?”

“이곳이 아닌 곳. 너를 필요로 하는 곳.”

유진이 손준영에게 손을 뻗었다.

“네가 필요해. 함께 떠나자.”

손준영은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유진은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느낀다.

자신과 박유진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그러나.

계속 쫓아갈 것이다.

마치 열심히 쫓아오라는 듯.

자신에게 모든 걸 맞춰주는 박유진이 있으니.

“······꿀꺽.”

손준영, 아니 연서준은 조심스레 그 손을 붙잡았다.

*

한편.

“미쳤네요.”

현장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민용석이 입을 떡 벌렸다.

“박유진 배우님이, 아니. 감독님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지금은 배우로 촬영 중이신 거니까, 음. 뭐라고 불러야 하지?”

“뭐든 상관없잖아.”

송미연이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자 민용석이 말소리를 줄였다.

“죄, 죄송합니다. 아무튼 박유진 배우님이 들어가니까 손준영 배우의 연기도 확 살아나네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디렉팅을 하는 셈이야. 연기 호흡, 티키타카를 통해 디렉팅을 하는 거지. 저게 배우 겸 감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인 거야.”

아역배우들에겐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네.”

그런 의미에서.

박유진이 첫 연출작을 <보이후드>로 정한 건, 여러모로 적절했다.

아역배우들의 심리와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유진 아닌가.

저렇게 아역배우와 호흡하며, 자연스레 원하는 대로 연기 방향을 이끌어갈 수도 있다.

“마치 천재 의사를 보는 거 같아. 아역배우가 겪고 있을 심리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거지.”

그를 증명하듯.

이제 손준영은 긴장이 풀려,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다.

일상적이면서 날 것의 느낌이 나는 연기가 캐릭터를 살아숨쉬게 만든다.

하지만.

송미연의 눈을 더 사로잡는 건.

그런 손준영을 이끌고, 빌드업을 해주는 유진의 솜씨.

“진짜. 그 자그맣던 아이가, 이젠 감독까지 하다니.”

16년이다.

송미연이 박유진과 첫 작업을 하고서 흐른 시간.

그 사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보니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아역배우는 아역배우를 이끄는 감독이 되었다.

그 성장을 지켜보는 게 이리도 즐거울 줄이야.

“작가님들!”

송미연이 답지 않게 추억에 젖어있는 차에.

연기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선언한 유진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오늘 첫 촬영인데, 어때요?”

“그, 전 일단 완전 마음에 듭니다! 손준영 배우도 긴장이 풀리니 연기가 훨씬 좋아졌네요. 박유진 감독님? 배우님? 으으, 아무튼 역시 명불허전이셨습니다!”

쌍따봉을 날리는 민용석.

그리고.

“네, 뭐. 그럭저럭 좋았어요.”

대놓고 좋다는 말은 못하는 송미연.

그녀는 줄곧 유진이 주인공이 아닌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던 사람이니까.

“아무튼 두 분 다 좋다는 거겠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출해볼게요.”

헤헤 웃으며 말하는 유진.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맞다. 작가님들한테 드릴 말씀 있는데.”

“뭔데요?”

“이게 좋은 뉴스인지, 나쁜 뉴스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저희가 올해 가을 개봉이 목표잖아요.”

“그렇죠.”

유진이 잠시 으음, 하고 뜸을 들였다.

“그렇게 되면 <판데모니움> 공개일과 겹칠 거 같아요.”

그 말에 송미연과 민용석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유진의 복귀작이자.

유진의 감독 데뷔작.

두 개가 동시에 세상에 공개되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보이후드>의 연출이 유진이라는 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 두 작품의 시너지는.

“이거, 명백히 굿 뉴스인데요?”

분명 엄청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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