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2화 (2/195)

2화

2015년 1월 1일, 손바닥을 뒤집듯 세상도 갑작스런 변화를 맞이했다. 대(大)판타지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작은 한 독일 남자에게서였다. 남자의 이름은 만프레드.

만프레드는 38세의 노총각이었다. 10대 후반부터 시작된 탈모와 독일인치고는 매우 작은 편에 속하는 168cm의 키에 근육이라곤 없는 80kg였다. 뚱뚱하고 대머리에 성격도 썩 좋은 편은 아닌지라 애인 한 번 사귀어보지 못했다. 만프레드의 낙이라곤 배관공 일을 마친 뒤, 마트에서 파는 빵에 소시지를 곁들여 맥주를 마시는 것 그리고 홍등가를 들락거리는 것이었다.

만프레드는 여느 날처럼 소시지에 맥주를 잔뜩 마시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했다.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홍등가가 펼쳐져있었다. 만프레드가 자주 드나드는 곳은 커다란 건물 하나가 통째로 창녀촌이었다. 만프레드는 이 건물에 대해 꿈이 하나 있었다.

‘여기서 일하는 년들을 하나씩 모두 맛보겠어.’

만프레드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복도를 둘러보았다. 복도에는 수많은 여자들이 반쯤 헐벗은 채 자신의 방 앞에 나와 호객행위를 했다. 금발, 흑발, 백인, 히스패닉, 흑인, 동양인까지 다양한 여자들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었다. 방문이 닫혀있는 곳은 부재중이거나, 이미 다른 손님을 받아 섹스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만프레드를 알아본 여자들은 몸을 붙이고, 가벼운 터치를 하며 호객행위를 했다. 하지만 만프레드는 아랑곳 않고 인사만을 주고받으며 지나쳤다.

‘저 년은 서비스가 별로였어. 쟤는 오랄을 너무 못 했고… 쟤는 내 물건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허벌이었지. 어디 뉴 페이스 없나?’

간혹 만프레드를 거치지 않은 여자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만프레드의 취향은 아니었다.

‘쟨 무슨 자신감으로 여기서 일하는 거지? 손님이 있긴 한가?’

만프레드는 뚱뚱한 여자를 보면 몇 번이나 속으로 욕을 해댔다.

‘맙소사, 저게 사람이야 하마야? 여성상위 체위로 했다간 저 엉덩이에 깔려 죽겠군. 살이 접힌 부위마다 암내가 풍길 거야.’

두 층을 더 내려가서였다. 만프레드가 처음 보는 여자였다. 하이힐을 빼도 175cm쯤 돼 보이는 키에 늘씬한 몸매, 태닝을 해 잘 익은 듯 쫄깃해 보이는 피부, 성형이 아닌 자연산 큰 가슴과 엉덩이까지. 만프레드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만프레드는 당장 여자에게 다가가 히죽거리며 말을 건넸다.

“얼마야?”

여자는 화색을 띠며 말했다.

“30유로요.”

만프레드는 여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이 정도라면… 한 번으로 끝내기는 아쉽지.’

만프레드는 여자의 가슴을 쳐다보다가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여자는 하이힐을 신고 있어 180cm이 넘었고, 168cm인 만프레드는 여자를 올려다봐야 했다.

“60유로에 한 시간 동안 두 번 어때? 오랄과 애널 그리고 노 콘돔까지 포함해서 말이야.”

“70유로에 두 번, 오랄까진 해드릴게요.”

“65유로에 두 번, 노 콘돔에 오랄 어때?”

여자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콘돔 없이는 안 돼요.”

“그럼 70유로에 콘돔 끼고, 한 시간 동안 두 번에 오랄이랑 애널까지. 어때?”

“안 돼요. 40분 동안 두 번에 오랄까지만.”

만프레드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안 되는 게 왜 이렇게 많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됐어, 그럼 너랑 안 해. 창녀주제에 비싼 척은….”

만프레드는 여자를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만프레드가 세 걸음을 채 옮기기도 전에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곳에 오지 않으면 평생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볼 새끼가… 새해부터 재수 없게 루저 새끼가 꼬이고 지랄이야.”

만프레드는 머리가 띵하며 화가 치솟는 것이 느껴졌다. 만프레드는 몸을 돌려 여자에게로 다가가 눈을 부라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뭐라고 했어?”

여자는 만프레드를 같잖다는 듯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가?”

“지금 내 뒤에다 대고 씨부렸잖아!”

“뭐라는 거야? 어디 *콰지모도 같은 게 와서 지랄이야….”

“뭐? 지금 뭐라…….”

만프레드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뚝 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만프레드의 전신이 노란색으로 발광(發光)하기 시작했다. 피부 아래서부터 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본 여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만프레드는 빛이 뿜어져 나오는 자신의 몸을 훑어본 뒤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만프레드 역시 겁에 질려있었다.

“몰라… 나도 몰라! 이게 뭐야! 도와줘! 도와줘!”

만프레드는 여자에게 양손을 뻗었다. 여자는 “꺄아아아악! 괴물이야!”라고 소리치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만프레드를 본 모든 사람들 역시 도망을 쳤다. 남자와 여자 모두 방으로 들어가거나, 뛰기 시작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만프레드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양손을 들여다봤다. 만프레드의 손바닥에선 노란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이따금씩 빛이 세질 때면 혈관들과 뼈가 들여다보였다.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누군가 건물의 비상벨을 울렸다. 따르르르르르르르르릉! 비상벨 소리와 만프레드를 비롯한 사람들의 비명이 하모니를 이루며 울려 퍼졌다.

비상벨 소리에 만프레드와 실랑이를 벌였던 여자도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던 만프레드가 고개를 들었다. 여자와 만프레드의 눈이 마주쳤다. 만프레드의 두 눈에서도 노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여자는 기겁을 하며 뛰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 내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빠져나갔다. 한창 섹스를 하던 중 빠져나온 사람들은 옷을 입지 않은 남녀들이 가득했다. 개중에는 밖으로 대피해서야 성기에서 콘돔을 빼 바닥에 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한 여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불이 난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대피를 한 거야?”

팬티에 양말, 구두만 신고 있는 남자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봤어! 어떤 남자가 몸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었어. 아마 테러범일 거야.”

그때 왜애애애애애애앵!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소방차들이 도착했다. 소방관 하나가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불은 보이지 않는데….”

소방관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한 여자가 말했다.

“괴물이에요! 괴물! 그건 괴물이었어!”

만프레드와 실랑이를 벌이던 여자였다. 여자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공포가 가득 묻어났다. 소방관은 여자를 다독이며 말했다.

“자자, 진정하시고 차근차근 말해봐요.”

한 남자가 건물의 입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누가 나와요!”

모두의 이목이 남자가 가리킨 곳으로 집중됐다. 건물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만프레드였다. 만프레드와 실랑이를 벌이던 여자가 소리쳤다.

“저 남자야! 저게 괴물이라고!”

소방관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무슨 소립니까?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소방관은 만프레드를 향해 소리쳤다.

“거기, 괜찮습니까? 혹시 모르니까 빠르게 건물에서 멀리 이동해주세요!”

“아, 네! 그럴게요!”

만프레드는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만프레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은 사라져있었다. 30대 후반에 뚱뚱하고, 키 작고, 머리가 벗겨진 남자. 그 외 특별할 것은 없었다.

소방대원 여럿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처음에 대화를 나눴던 소방관이 말했다.

“아무런 이상도 발견할 수 없네요. 뭔가 잘못보고 생겨난 일 같으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앞으론 비상벨을 울리거나, 신고를 하기 전에 확실히 확인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순간에도 다른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거니까요.”

다른 소방대원들은 모두 차에 탑승한 상태였다. 소방관이 말을 마치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소방관의 몸에서 초록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방관은 자신의 몸을 보며 소리쳤다.

“이게 뭐야? 으아아아! 뭐야?”

소방관을 본 만프레드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당신도 선택 받은 사람이군.”

소방관은 만프레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당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

알 수 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 프랑크푸르트 홍등가에 초록색 빛을 내뿜는 소방관의 비명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대(大)판타지 시대가 열리는 것에 대한 알람이었다.

시작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 홍등가, 만프레드에게서였다. 그 다음은 소방관, 그 다음은 한 창녀…….

정체불명의 빛이 몸에서 뿜어지는 현상. 그것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다. 약 10,000명 중 1명, 약 1/10000의 꼴로 나타났다. 아주 희귀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흔치도 않았다.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언어의 통합이었다.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머릿속에 자동 통역기라도 생성된 것처럼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도 모국어로 대화를 하는 양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빛을 뿜어낸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모두 20세 이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특별한 힘을 갖게 됐다는 것이었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빛을 뿜어낸 사람들에게는 강인한 힘이, 파란색 남색, 보라색 빛을 뿜어낸 사람들은 마법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초록색 빛을 뿜어낸 사람들에겐 치유를 하는 능력이 생겼다.

이는 세계적인 사건이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해당하는 사건이었으니까. 이례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모여 정상회담을 가졌다. 때는 벌써 2015년 4월에 다다르고 있었고, 전 세계를 통틀어 힘을 갖게 된 추산인구는 약 650,000명이었다.

이 현상에 대한 시각은 다양했고,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라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빛을 뿜어낸 사람들 모두를 알아낼 방법은 없다. 어떻게 구분해 관리할 것인가?”

“맞다. 스스로 힘을 내보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격리해야 한다.”

“통제해야 한다.”

“군대로 사용해야 한다.”

“이미 힘을 이용해 범죄를 일으키는 사건들도 적지 않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것도 없다. 큰 문제가 아니다.”

“연구해야 한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힘을 갖게 될 수 있을 거다.”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 힘을 가지게 된 경찰이나 군인들도 생겨나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논의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특별한 힘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장점보다는 단점들과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눈에 띄는 장점이라곤 언어의 어느 나라의 사람들이든,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통역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을 때 대(大)판타지 시대를 알리는 두 번째 알람이 울렸다. 그 알람은 미국에서 매우 크고, 요란하게 울렸다.

몬스터의 출현이었다. 세계 최초의 몬스터가 발견된 순간이었고, 장소는 뉴욕 맨하탄이었다. 처음 등장한 몬스터의 이름은 ‘바시’였다.

바시는 180~220cm정도의 키에 130~150kg정도의 체중, 흑록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두 눈동자는 주황색이었고, 커다란 턱과 삐죽 솟은 두 개의 아랫니는 입 밖으로 삐져나와있었다. 두꺼운 피부는 보통 칼로 생채기조차 입힐 수 없었고, 총알도 완전히 관통할 수는 없었다. 체지방은 10% 미만으로 스테로이드에 절어 사는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지능이 높은 편으로 약간의 언어구사능력도 갖추고 있었고, 도구도 사용했다.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커다란 칼, 도끼, 철퇴, 방패 등이었다.

뉴욕 맨하탄에 처음 등장한 바시는 맨손으로 나타났다. 하반신에는 타잔처럼 갈색 거적때기를 두르고 있었다. 처음 바시를 본 사람들은 두려움이나 공포 따위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사내가 바시를 보며 밝게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영화촬영 중인가? 새로 나올 영화 홍보?”

한 여자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바시의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오, 대박. 진짜 리얼해.”

사람들은 바시를 향해 몰려들었고, 사진을 찍어대며 즐거워했다. 바시는 제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이리저리 훑어봤다.

한 19세의 소년이 바시에게 다가섰다. 소년은 바시의 코앞에 섰다. 소년은 바시를 올려다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씨발, 존나 멋있어.”

소년은 바시의 몸에 손을 대보며 말했다.

“와… 이런 분장하려면 대체 얼마나…….”

퍼억!

바시가 소년의 안면에 손을 휘둘렀다. 바시가 휘두른 손에 맞은 소년은 솜이 빠진 봉제인형처럼 픽 쓰러졌다. 소년은 목뼈가 부러져 그대로 즉사했다. 목의 옆 부분이 툭 튀어나온 채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 쓰러진 소년은 눈도 감지 못하고 있었다. 몬스터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됐다. 뭉쳐있던 바퀴벌레가 퍼지듯 사람들은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바시는 도망가는 사람들을 쫓지는 않았다. 바시가 시선을 돌린 곳은 관광객들을 위한 투어용 2층 버스였다. 바시는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버스기사는 핸들을 꺾어 바시를 피했다.

부아아아아앙! 키기긱, 키긱.

바시가 자신의 옆을 지나치는 버스의 옆구리에 양손을 찔러 넣어 가지 못하게 멈추고 있었다. 바시는 “죽인다.”라고 중얼거리며 버스 옆구리를 찌른 양손을 모았다. 바시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 구멍이 생겨있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혼비백산이었다. 버스기사는 문을 열고 “얼른 내려요! 얼른!”이라고 소리쳤다. 버스에서 겨우 몇 명이 빠져나갔을 때였다.

우직, 우지지직.

버스가 스펀지처럼 가운데부터 찌그러지며 꺾였고, 앞범퍼와 뒷범퍼가 위로 들렸다. 버스 안에서는 균형을 잃은 사람들이 가운데로 쏠리며 넘어지고, 몇몇은 의자나 기둥, 손잡이를 잡고 버텼다.

한 여자는 안전벨트를 하고, 양손을 모아 앞좌석에 이마를 댄 채 기도했다. 꼭 감은 두 눈의 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제발… 제발….”

기도를 하던 여자는 눈을 뜨며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바시가 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자는 양손을 얼굴 근처로 가져가며 “아아아아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어디선가 파란색 빛이 바시의 얼굴에 드리웠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바시는 “크아아악!”거리며 양손을 버스에서 떼고, 뒷걸음질을 쳤다. 바시는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양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바시의 얼굴 살갗 일부분이 터져 피가 뚝뚝 흘렀다.

바시는 분노에 찬 두 눈을 번뜩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한 흑인 청년이 바시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바시는 흑인 청년을 향해 “죽인다!”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흑인 청년은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감고, 오른손을 쫙 폈다. 흑인 청년의 손에서 푸른 번개가 뻗어나가 바시를 감전시켰다. 바시는

“크억, 억, 억, 억!” 비명을 지르며 발걸음을 멈춘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죽어라!”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다. 소리친 것은 5층짜리 건물 위에 서있는 30대 중반의 덩치 큰 백인 남자였다. 백인 남자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바시를 향했다. 백인 남자는 공중에서 한 바퀴 돈 다음 발뒤꿈치로 바시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콰앙!

굉음이 울리며 바시의 주변 지면이 움푹 들어갔다. 바시는 비틀거리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내가 마무리할게!”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다. 20대 후반의 히스패닉 남자는 양손에 알루미늄 배트를 꽉 쥐고 있었다. 히스패닉 남자는 알루미늄 배트를 바시의 안면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바시가 뒤로 날아갔다. 날아간 바시는 머리부터 한 건물의 벽에 처박혔다. 알루미늄 배트에 맞은 부위는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움푹 들어가 있었다. 바시는 그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처음으로 인간이 몬스터를 사냥한 순간이었다.

몬스터는 그 후로도 나타났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은 경찰도, 군인도 아니었다. 힘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었다. 정상회담의 종결은 힘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체계화된 조직을 이뤘다. 조직의 이름은 ‘예거(Jager) 파티(Party)’였다. 그리고 몬스터를 사냥하는 힘을 가진 사람들을 *예거(Jager)라고 불렀다.

예거(Jager)는 독일에서 만프레드가 최초였기에 독일어 명칭을 붙였고, 파티(Party)는 미국에서 최초의 몬스터가 등장해 영어 명칭을 붙였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했던가. 몬스터라는 공통된 적이 생기고, 나라들은 힘을 합쳤다. 언어 또한 통합돼 모든 과정이 더욱 수월했다. 전 세계는 몬스터 박멸에 힘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는 끊임없이 나타났지만.

예거 파티에 소속되지 않아도 몬스터를 사냥하는 예거들은 많았다. 몬스터는 연구대상부터 시작해 돈, 약재, 식품, 옷, 등 다양한 활용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예거들이 있는가하면, 자신들만의 집단을 이뤄 클랜을 만드는 예거들도 있었다.

몬스터 사냥이 꼭 물질적인 이득만을 위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전에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으니까.

몬스터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25년이 흐른 뒤에도 알아내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생긴 힘 역시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대(大)판타지 시대의 시작은 그렇게 알 수 없는 원인에서 시작해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대(大)판타지 시대는 그렇게 자리를 잡아갔다. 2040년은 2015년과 비교해 분명 발전한 것이 많기는 했다. 하지만 25년이란 세월을 생각한다면, 이전의 성장속도에 비해 과학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과학으론 수백 년이 지나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다양한 힘과 마법으로 해낼 수 있었으니까. 과학의 발전은 대부분 그 힘과 마법을 위한 보조용으로 발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콰지모도 : 노틀담의 꼽추

*예거(Jager) : 1. 쫓는[추구하는] 사람 2. 사냥꾼, 수렵가 3. [군사] 저격병;사냥꾼을 징집하여 편성한 군대;헌병의 일종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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