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일요일 오후 5시, 강우는 온라인으로 채팅으로 알게 된 김민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우는 거울 앞에서 앞머리 끝을 만지며 손질을 마무리했다.
“머리도 됐고, 옷도 너무 꾸민 느낌 나지 않게.”
강우는 흰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단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강우가 향한 곳은 잠실역 근처에 위치한 서울월드였다. 서울월드는 2030년에 완공된 아시아 최대의 쇼핑센터로 가장 높고 컸고, 앞에는 커다란 광장이 있었다.
집에서 나온 강우는 주변의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한 뒤, 한 건물의 벽을 향해 뛰었다.
타타탁.
강우는 지면을 걷듯 벽면으로 뛰어올라갔다. 옥상 난간에서 발에 힘을 줘 내딛었고, 강우의 몸이 20m가량 공중에 붕 떴다. 강우는 건물의 옥상에 착지한 뒤,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강우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너무 빨리 나왔나? 버스를 타고 가도 20분이면 갈 거리인데 40분이나 남았네.”
강우는 잠실대교 북단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강우의 이동경로는 건물의 옥상이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다. 강우는 건물의 옥상과 옥상 사이를 뛰어넘어 다녔다. 강우는 금세 잠실대교 북단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의 옥상에 착지해있었다.
“여기부턴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강우는 건물의 옥상에서 벽을 타고 뛰어 바닥에 내려왔다. 강우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잠실대교 북단 초입길로 향했다. 한국의 모든 다리들은 구조가 바뀌었다. 자동차들이 다니는 8차선으로 이뤄진 도로, 그 옆으로는 사람들과 자전거들이 다닐 수 있는 도로, 그 위로는 태양열을 이용해 바퀴가 없고, 마그네틱 시스템을 이용해 공중부양 방식으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의 길이 있었다. 그리고 다리의 바깥쪽으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반투명터널로 이뤄진 일자형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이용요금은 500겔드였고, 휴대폰을 지닌 채 터널을 지나면 하이패스 형식으로 요금이 차감됐다.
강우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며 반투명 벽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아차! 이런….”
강우는 양손을 머리로 가져가 이리저리 손질을 했다.
“신나서 너무 뛰었네. 이래서야 머리를 만진 이유가 없잖아.”
대충 머리 정리를 끝내갈 무렵, 잠실대교 남단에 도착했다. 강우는 서울월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서울월드 앞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6시가 되려면 25분이나 남아있었다.
‘역시 너무 빨리 도착했네.’
강우는 광장에 늘어진 벤치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강우는 김민지에게 ‘언제쯤 도착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김민지는 30초도 되지 않아 ‘벌서 도착했어? 나도 곧 도착할 것 같아.’라고 답장했다.
강우는 휴대폰으로 눈앞에 홀로그램 화면으로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운 뒤 웹서핑을 하며 김민지를 기다렸다. 시간이 한참 지난 것 같은데도 김민지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강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6시 23분.
‘5시 35분에 연락했을 때 곧 도착한다더니… 씨팔년이 장난하나… 더워 죽겠는데.’
강우는 띄워놓았던 인터넷 창을 모두 끄고, 김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 내가 좀 늦었지?”
멀리서 김민지가 천천히 걸어왔다. 김민지는 민소매 원피스에 살이 비칠 정도로 얇은 검은색 가디건을 걸치고 나왔다. 뽕이 아니라면 꽉 찬 B컵은 될 것 같은 가슴에 골반이 넓은 것은 아니지만, 고관절이 벌어져있어 엉덩이도 제법 있어 보였다. 강우는 걸던 전화를 끊고,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개 같은 년이… 늦은 걸 알면 뛰어야 되는 거 아닌가? 걷네? 그래도… 몸매는 생각보다 괜찮은데?’
김민지는 배시시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오래 기다렸어?”
강우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야, 괜찮아.”
강우는 김민지를 위아래로 훑었다. 김민지는 긴 생머리에 앞머리는 눈썹에 살짝 닿을 정도였다. 키는 160cm 초반 정도였고, 피부는 하얀 편이었다. 이목구비가 딱히 튀는 부분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로워 나쁘지 않은 인상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눈꼬리가 쳐진 귀여운 강아지 상이었다.
‘웃어? 뭐, 사진보다 괜찮아서 봐준다.’
김민지는 강우의 옆으로 다가와 다짜고짜 팔짱을 꼈다. 김민지의 몽실몽실한 가슴이 강우의 팔에 닿았다.
‘이 년 봐라? 시작부터 끼부리네?’
강우는 김민지의 가슴을 보다가 얼굴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배고프지? 밥부터 먹을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 술 먹고 싶어.”
“술?”
강우는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속으로는 활짝 웃었다.
‘아주 대놓고 날 좀 잡수라고 하는구만?’
강우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도 술 좀 땡겼는데 잘 됐다. 여기서 좀만 가면 안주 잘 나오는 술집 있어. 거기서 저녁 겸 술 마시자.”
강우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늘 뭔가 좀 되려나본데? 저번에 그렇게 내상을 입더니 오늘 다 회복하려나보다. 그 씹돼지 같은 년한테 돈만 꼴아박고… 어휴.’
강우는 김민지를 슬쩍 쳐다봤다. 눈을 마주치자 김민지는 생긋 웃으며 강우의 팔에 가슴을 더욱 밀착시켰다.
‘그래, 오늘을 위해서였던 거야. 느낌이 좋아. 아주 좋아. 간만에 물 좀 쫙 빼야지.’
강우는 김민지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강우의 신경은 팔로 느껴지는 김민지의 가슴과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드러나는 허리라인과 사타구니 쪽에 집중돼있었다.
‘내일 해장국까지 먹이고 보내야겠네.’
강우는 김민지의 몸을 훑던 중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김민지는 강우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김민지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물었다.
“술집 여기서 멀어?”
“어? 아니, 금방이야. 이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돼.”
강우가 가리킨 방향에서 사람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강우는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지? 왜 사람들이…….”
김민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그러게… 무슨 일 있나?”
가장 앞선 사람들이 강우와 김민지의 옆을 지나쳐갔다.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공포에 질려있었다.
강우와 김민지는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쿵, 쿵, 쿵, 쿵.
멀리서부터 굉음이 울려오기 시작했다. 달려오는 사람들이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처럼 하나둘씩 사방으로 튀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사람들 사이로 달려오는 것이 있었다. 키는 4m 내외, 체중은 1톤 이상이 되는 몬스터였다. 몬스터의 이름은 ‘타우로스’로 불렸다.
타우로스는 일성 상급의 몬스터였다. 황소의 얼굴에 길이 1m이상, 둘레 50cm이상의 커다란 뿔은 찌르기 편하게 전방으로 휘어져 뻗어있었다. 항상 분노에 가득 찬 두 눈은 붉게 물들어있었고, 인간의 것과 비슷한 육체는 엄청난 근육질이었다. 전신은 두꺼운 가죽 위로 고동색 털이 덮고 있었다. 양손은 사람처럼 손가락이 다섯 개 달려있었다. 손의 악력은 집게크레인과도 같아 잡히는 것은 모조리 으스러트렸다. 소의 것과 비슷한 두 다리의 끝에는 무쇠덩어리와 같은 발굽이 달려 자동차쯤은 한 번에 밟아 부술 힘을 가지고 있었다. 타우로스와 비슷한 종류의 몬스터로는 더 상위급인 ‘미노타우로스’와 ‘하이퍼타우로스’가 있었다.
타우로스는 강우와 김민지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며 팔을 휘둘러 사람들을 마구 쳐냈다. 타우로스가 휘두른 팔에 맞은 사람들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에 받힌 듯 날아가 버렸고, 발에 밟힌 사람들은 피떡이 진 쥐포처럼 납작해졌다.
강우가 김민지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얼른 도망치자.”
강우는 김민지의 손목을 잡아 이끌려고 했다. 하지만 김민지는 정면으로 달려오고 있는 타우로스를 보며 발을 떼지 않았다. 강우는 목소리를 높였다.
“뭐하고 있어? 빨리 뛰어!”
김민지는 강우의 손을 뿌리치고, 타우로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도망가.”
“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 빨리 튀어야 돼!”
김민지의 시선은 여전히 타우로스에게로 고정돼있었다. 김민지는 신발을 벗어던지며 중얼거렸다.
“젠장… 무기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강우는 김민지를 보며 소리쳤다.
“야! 내 말 안 들려? 도망가야 된다고!”
김민지는 귀찮다는 듯 눈을 흘기며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시끄러워! 저쪽으로 짜져있어!”
“뭐?”
타우로스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더욱 커져있었고, 타우로스의 발걸음은 땅을 통해 몸으로 느껴졌다.
“너하고 수다나 떨고 있을 시간 없어! 죽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도망쳐!”
김민지가 타우로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소대가리! 내가 놀아줄게!”
김민지는 엄청난 속도로 타우로스를 향해 뛰어갔다. 타우로스 역시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김민지를 인지한 듯 시선이 고정됐다. 순식간에 둘의 간격이 좁혀졌다. 타우로스는 “무어어어어어억!”하고 소의 울음과 비슷한 괴성을 지르며 오른손을 김민지에게 뻗었다.
“이 정도쯤이야!”
김민지는 속도를 더욱 높여 앞으로 뛰었고, 타우로스의 오른손은 허공을 가르고, 지면을 움켜쥐었다. 타우로스의 손은 모래를 파듯 아스팔트를 간단히 긁어내버렸다. 김민지는 타우로스의 품안으로 파고들며 소리쳤다.
“아무리 힘이 세도 안 맞으면 소용이 없지! 멍청한 소대가리야!”
김민지는 뛰어올라 타우로스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텅!
김민지의 공격은 타우로스에게 아무런 데미지도 주지 못했다. 타우로스는 배에 힘을 주며 “흥!”하고 콧김을 뿜었다. 타우로스의 복부에 주먹을 날린 김민지는 다시 튕겨져 땅에 처박혔다.
“크윽! 무기만 있었어도… 이 녀석 일반 타우로스들보다 강해. 이렇게까지 공격이 안 먹히다니….”
커다란 그림자가 김민지의 위를 덮었다. 타우로스는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양손을 모아 위로 치켜든 채 김민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김민지는 고개를 들어 타우로스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젠장….”
타우로스는 양손으로 김민지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김민지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뒤로 날렸고, 양발 끝에서는 주황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콰앙!
굉음이 울렸다. 김민지는 가까스로 피해 타우로스의 공격을 직접적으로 받진 않았다. 하지만 타우로스가 땅을 내리치는 충격만으로도 김민지의 몸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김민지는 몸이 공중으로 튕겨져 나가면서도 두 눈은 타우로스를 쫓고 있었다.
“제기랄, 무기만 가지고 왔어도 이런 식으로 당하지는… 너무 우습게 봤어.”
타우로스는 땅을 내리쳤던 양손을 거두고, 오른손을 김민지에게로 뻗었다. 타우로스의 손아귀 그림자가 김민지를 덮었다. 김민지는 타우로스의 손을 피할 수 없었다. 김민지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타우로스는 김민지가 으스러지도록 손아귀를 꽉 쥐었다. 타우로스는 손아귀에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타우로스는 손바닥을 펴보았고, 그 안에는 김민지가 없었다. 타우로스는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타우로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됐고, 콧김은 증기기관차처럼 더욱 거칠게 새어나왔다. 타우로스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강우가 김민지를 마치 신부처럼 안아들고 있었다.
타우로스의 손아귀가 김민지를 움켜쥐기 전에 강우가 구해낸 것이다.
타우로스의 손아귀에 김민지가 으스러지기 직전, 강우는 마치 바람처럼 날아갔다. 강우는 공중에서 김민지를 낚아챘다.
김민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곧 다가올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통은커녕, 편안함과 함께 바람이 느껴졌다. 슬며시 눈을 떴고, 강우에게 안겨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민지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 강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타우로스는 자신의 사냥감을 빼앗긴 것에 대해 화가 난 듯 시뻘건 눈을 번뜩이며 “무어어어어어억!”하고 괴성을 질렀다.
강우는 땅에 김민지를 내려놓았다. 김민지는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했다.
“대체 어떻게…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어서 도망치자.”
김민지가 강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타우로스가 자세를 낮췄다. 양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숙였다. 타우로스의 커다란 두 뿔의 끝은 강우를 향하고 있었다. 타우로스는 당장이라도 강우를 머리로 들이받을 듯이 오른쪽 발을 땅에 굴렀다. 타우로스의 무쇠덩어리 같은 발굽이 바닥을 긋고 지나갈 때마다 아스팔트 바닥이 두부처럼 으깨지며 부서졌다.
김민지가 다급하게 말했다.
“내가 지원요청을 할게.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강우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미 늦었어.
“뭐? 뭐라고?”
“이미 늦었다고.”
“늦긴 뭐가 늦어? 아직 도망칠 수 있어! 잠깐만 시간을 벌면 금방 다른 예거들이 올 거야. 이 정도로 난리를 쳐놨으니 조금만 버티면 돼!”
강우는 텅 빈 눈으로 타우로스를 바라보며 “망쳐버린 내 기분을 되돌리긴 늦었다고….”라고 중얼거렸다. 김민지는 다가오는 타우로스에게 신경 쓰느라 강우의 말을 듣지 못했다. 김민지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김민지의 시선이 타우로스에게로 옮겨졌다. .
쾅, 쾅, 쾅, 쾅, 쾅, 쾅쾅쾅쾅쾅쾅쾅!
타우로스가 양손과 양발로 강우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김민지는 강우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어서 도망가야…… 어?”
김민지는 강우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겼다. 하지만 강우는 김민지에게 이끌리기는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김민지는 몇 번이나 강우를 잡아당겼지만, 강우의 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김민지의 손아귀에서 주황색 빛이 흘러나왔다. 김민지는 있는 힘껏 강우를 잡아당겼지만, 여전히 강우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강우의 시선은 여전히 달려오는 타우로스에게로 가까워졌다. 김민지는 강우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어서 도망가야 돼! 일성급 10위 안에 드는 예거들조차도 전력으로 달려드는 타우로스와 정면으로 부딪치지는 않는다고!”
김민지는 타우로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타우로스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김민지는 강우를 한 번 노려보고는 손에서 손목을 놓았다. 김민지는 몸을 틀어 뛰기 시작했다. 김민지는 뛰면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제길! 날 구해줬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둘 다 죽을 수는 없잖아.’
김민지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여전히 텅 빈 눈으로 달려오는 타우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우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는 오랜만에 여자랑 술도 한잔 하고… 떡도 한 번 치고… 그냥 그렇게 놀고 싶었던 건데….”
타우로스의 커다란 양쪽 뿔이 강우의 양옆으로 지나갔고, 두꺼운 두개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타우로스가 머리로 들이받는 충격은 5톤짜리 트럭이 시속 100km로 박는 것과 비슷했다. 일반 사람이 정면으로 타우로스의 머리에 받힌다면 죽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그런데 빌어먹을 미친 소새끼가 다 망쳐버렸어!”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타우로스의 머리 중앙을 향해 휘둘렀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폭탄이 터진 듯한 굉음에 김민지는 강우가 있는 쪽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강우는 멀쩡히 서있었고, 그 앞에 타우로스가 쓰러져있었다. 김민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강우는 달려드는 타우로스의 머리 중앙에 주먹을 날렸다. 그 파열음은 웬만한 폭탄이 터지는 것과 비슷했고, 파괴력은 웬만한 폭탄보다 더 강력했다. 타우로스의 머리에는 지름이 약 20cm정도 되는 구멍이 뚫렸고, 그 구멍은 꽁무니까지 이어져있었다. 타우로스는 강우의 주먹질 한 번에 머리부터 꽁무니까지 수직으로 관통돼 즉사한 것이다.
김민지는 천천히 강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민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타우로스와 강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김민지는 의구심에 가득 찬 눈으로 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강우가 김민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마주쳤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김민지는 마른 침을 삼켰다. 강우는 여전히 텅 빈 눈으로 김민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미리 앞부분을 읽으신 분들을 위해 글을 남깁니다.
4화 끝부분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파일을 혼동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입니다. 죄송합니다.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
▼이 부분이
강우는 4년 전 예거의 자질을 갖춘 뒤, 처음 바시를 해치운 이후로 딱히 힘을 써본 적이 없다. 그 힘을 다시 확인하지도, 단련하지도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언제나처럼 아르바이트와 게임, 웹서핑, 가끔 여자를 만나는 것 말고는 한 것이 없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인스턴트만 먹던 것에서 벗어나 요리 실력이 제법 늘어났고, 착실히 돈을 모아 통장 잔고가 5,000만 겔드에 육박해있었다.
‘얼마나 모은 뒤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 되려나?’
▼
강우는 4년 전 예거의 자질을 갖춘 뒤에도 생활이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지난 4년 동안 언제나처럼 아르바이트와 게임, 웹서핑, 가끔 여자를 만나는 것 말고는 한 것이 없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인스턴트만 먹던 것에서 벗어나 요리 실력이 제법 늘어났고, 착실히 돈을 모아 통장 잔고가 5,000만 겔드에 육박해있었다. 그리고 달라진 점은 또 하나 있었다. 강우는 지난 4년간 종종 몬스터를 마주쳤었고, 매번 한 방에 즉사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우는 예거로 활동할 생각이 없었다.
‘얼마나 더 모아야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있으려나?’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이미 읽으신 분들 중 혼동을 느끼셨다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선작, 추천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은 새벽 혹은 아침이나 오전에라도 한 편 더 업로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