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7화 (7/195)

7화

신준섭은 30대 초반으로 보였고,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5:5 가르마로 넘기고 있었고, 쌍꺼풀이 없는 두 눈은 매서웠다. 며칠 면도하지 않은 듯한 수염은 뺨까지 올라와있었다. 키는 약 180cm 내외였고, 마른 체구였다. 피부는 어두운 구릿빛이었고, 양쪽 손목에는 팔뚝의 절반가량을 뒤덮고 있는 보라색 팔찌를 하고 있었다. 보라색 팔찌는 소재를 알기 어려웠지만, 금속 종류로 총알도 관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상의는 방탄, 방검, 방화 기능이 있는 진회색 조끼를 걸치고 있었고, 하의는 같은 기능을 가진 검은색 바지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부츠를 신고 있었다. 왼팔의 상완에는 마치 신에게 보란 듯이 시커먼 역십자(逆十字) 문신을 하고 있었다.

신준섭은 어슬렁어슬렁 김민지에게로 다가왔다.

“오랜만이지?”

김민지는 아무런 대답도 않은 채 신준섭을 노려봤다. 신준섭은 이죽거리며 말했다.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 쌀쌀맞은 거 아니야? 그럼 나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뭐.”

신준섭은 김민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놔.”

“뭘.”

“다 봤어. 아까 몬스터 업자들이 이쪽으로 가는 것도 봤고.”

김민지는 체념한 듯 뒤로 감췄던 손에서 힘을 뺐다. 신준섭은 김민지 손에 쥐어진 돈을 보며 말했다.

“그렇지… 네 실력에 타우로스를 상처 없이 해치웠을 리는 없고… 뿔 하나인가? 난 친절한 사람이니까… 보자….”

신준섭은 암산을 하듯 입모양으로 중얼거리다 말했다.

“네 몫도 챙겨야 되니까 80만 내놔.”

“뭐?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신준섭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 눈알을 부라리며 목소리를 깔았다.

“입 조심해… 죽고 싶어?”

김민지는 눈을 내리깔며 입을 다물었다. 신준섭은 내민 손을 까딱였고, 김민지는 80만겔드를 신준섭 손에 쥐어줬다. 신준섭은 신이 난 듯 돈을 세면서 오른발을 까딱여 리듬을 타고 바닥을 두드렸다. 신준섭은 돈을 주머니로 쑤셔 넣으며 씩 웃었다.

“맞네. 수고했어.”

김민지는 양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신준섭은 강우를 한 번 쳐다보곤 김민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 새끼는 뭐냐? 오늘 너 설거지해줄 놈이냐?”

김민지가 두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닥쳐.”

신준섭이 두 눈을 번뜩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까 경고한 거 벌써 까먹었어? 니네 클랜 싹 쓸어주면 정신 차리겠냐?”

김민지는 황급히 고개를 떨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 미안… 순간적으로….”

“알면 됐어. 앞으로 조심해라. 씨팔년아.”

신준섭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신준섭은 걸음을 옮기면서 강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강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신준섭과 눈을 마주쳤다. 신준섭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병신새끼….”

강우는 곧바로 욕을 내뱉으려 했지만 속으로 삼키며 곁눈질로 김민지를 슬쩍 쳐다봤다. .

‘그랬다간 얘가 곤란해지겠지?’

신준섭이 걸음을 멈추고 김민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 그리고 니네 리더 조만간 내가 만나러 간다고 전해라. 오랜만에 닦아줄 때도 된 것 같고.”

신준섭은 자기가 말하고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렸다. 김민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꽉 쥔 양 주먹과 질끈 깨문 아랫입술, 눈물은 맺혔을지언정 분노를 품은 두 눈이 김민지의 지금 심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신준섭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멈춰 섰고, 강우를 향해 돌아봤다.

“아, 이거 말해주고 가야지. 야, 너 쟤랑 떡칠 거면 꼭 콘돔 끼고 해라. 아니면 예방접종이나 먹는 약 꼭 사먹어라. 저 년이 아랫도리를 존나게 함부로 굴리고 다녀서 무슨 병이 있을지 모르는 거거든.”

신준섭은 자기가 말해놓도 웃겨 죽겠다는 듯 낄낄거렸다. 강우는 무표정하게, 텅 빈 눈으로 신준섭을 바라보고 있었다. 낄낄거리던 신준섭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야, 사람이 말을 하면 무슨 대답을 해야 될 거 아냐?”

“별로… 할 말이 없어서.”

신준섭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새끼… 꼴에 남자새끼라고 말 짧은 거 봐라? 이번엔 봐주는데 다음에 마주쳤는데 또 그러면 뒤진다.”

강우는 아무 대답도 않은 채 멀뚱멀뚱 신준섭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신준섭은 코웃음을 치곤 몸을 돌려 걸었다. 그렇게 신준섭이 자리에서 떴고, 김민지의 두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김민지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개새끼….”

강우는 김민지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누구야? 빚쟁이야?”

“있어…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 씨발새끼.”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서울에서 자기보다 약한 예거들 주머니 털고 다니는 새끼야.”

“그 놈이 그렇게 세?”

김민지는 한 번 훌쩍이고, 눈물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한국의 일성급 예거 중 랭크 3위야. 강하지.”

“아까 대충 얘기 들어보니까 클랜도 있는 거 같던데… 여럿이서 힘을 합치면 되지 않아?”

“그 새끼도 같이 몰려다니는 패거리들이 있어. 그리고….”

“그리고?”

“신준섭 그 새끼 혼자서도 우리 클랜 전체를 이길 수 있을 거야.”

강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같은 일성급인데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

“너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아니, 예거자격면허시험에 통과를 하게 되면 알겠지. 일성 하급조차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이 든 지….”

강우는 잠시 김민지를 쳐다보다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세기 시작했다. 강우는 35만겔드를 꺼내 김민지에게 내밀었다. 김민지는 돈과 강우를 번갈아본 뒤, 물었다.

“이거 뭐야?”

“80만겔드는 뺏겼잖아. 내가 너한테 35만겔드를 주면, 우리 둘 다 65만겔드씩 딱 반반이잖아.”

김민지의 두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졌다. 김민지는 강우가 돈을 쥐고 내민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됐어. 애초에 내가 더 챙겼었고, 내가 뺏긴 거잖아. 네 잘못도 아니고. 괜찮아.”

“그래도 받아. 너한테 들은 것들이 생각보다 도움도 많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정보료라고 생각해.”

“아니야, 정말 괜찮아. 마음은 고마워.”

강우는 돈을 든 채 김민지의 눈치를 봤다. 김민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받을 것 같지 않았다. 강우는 돈을 다시 지갑에 넣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술 살게. 한바탕 하고 났더니 배도 고프고.”

김민지의 얼굴에 밝게 미소가 번졌다.

“마음은 고맙지만, 오늘은 가봐야겠어. 클랜에 보고도 해야 할 것들도 있고.”

“그래? 딱 한 잔만 하고 가지?”

“미안해. 다음에 찐하게 한잔하자.”

강우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할 수 없지. 다음에 한잔해.”

어느새 주변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타우로스 때문에 다친 부상자들은 이미 모두 실려 갔고, 부서진 땅과 건물들은 보수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강우는 주변을 둘려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 관심을 안 갖네.”

“뭐? 그럼 큰 관심을 받길 기대라도 한 거야?”

“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또 너무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한 거 아닌가 싶어서. 사람들이 다치기도 했고….”

김민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너 감옥에라도 갇혀 살다온 거야? 이런 건 일상이라고. 뭐, 직접적으로 위기에서 구해주면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듣겠지. 일반인들에게 예거는 경찰이나 소방관, 군인쯤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그렇구나.”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랑 마트 갈 때, 그리고 가끔 여자 만나는 거 말고는 집에만 처박혀있었으니… 몬스터를 직접적으로 처음 맞닥뜨릴 땐 항상 늦은 밤이라 주변에 사람이 없었고.’

김민지가 말했다.

“만약 예거가 돼서 큰 인기를 끌고 싶다거나 관심을 받고 싶은 건 아니지? 그런 기대감이 있다면 하지 않는 게 좋아. 예거들 중 그렇게 유명해지는 경우는 드물거든.”

“어떤 경우에 유명해지는데?”

“역시 그런 기대감이 있구나?”

강우는 아무 대답도 않은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반대다. 난 절대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 여러 가지로 피곤해질 게 뻔하니까.’

김민지가 말을 이었다.

“예거들 중 유명한 사람들은 연예인을 겸하고 있거나, 튀는 행동을 하거나, 외모가 특출난 경우가 대부분이야. 등급이 높고, 강해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그건 대부분 예거들 사이에서나 유명하지. 아니면 F.N.C의 팬인 사람들에 인기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러니까 웬만해서는 예거들이 유명해지거나 할 일이 없다 이거지?”

“그렇지. 이미 이름이 알려졌거나 일부러 티를 내고 다니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예거인지도 모를 텐데 뭐.”

“등급도 낮고, 연예인도 아니고, 외모가 특출나지도 않고, F.N.C에도 참가하지 않으면서 예거인 걸 티내고 다니지도 않으면 평생 유명해질 일이 없겠네?”

김민지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당연한 걸 뭐하려고 하나하나 되풀이까지 해? 꼭 절대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말이야. 아까는 유명해지는 거에 관심 있는 거 같더니.”

“뭐, 그냥….”

강우는 대충 말을 얼버무렸고, 김민지는 웃음을 잔뜩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알 수 없는 녀석이야. 예거 등록소 근처에도 가본 적 없으면서 타우로스에게 겁도 안 먹고.”

강우는 아무 대답도 않은 채 김민지를 바라봤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김민지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어쨌든… 난 이제 정말 가봐야겠어. 궁금한 게 또 있으면 물어봐.”

“지금은 딱히 없고, 나중에 또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볼게.”

김민지가 강우에게 바짝 다가서 양손으로 강우의 뒷목을 감았다. 강우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고, 두 눈은 김민지의 얼굴에 고정돼있었다. 김민지는 두 눈을 감으며 까치발을 들고 강우에게 입술을 포갰다. 강우는 여전히 두 눈을 뜨고 있었고,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 느낌에 온 신경이 집중됐다. 강우도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샴푸와 향수, 화장품 냄새가 섞인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냄새 좋다.’

강우는 몽롱한 느낌마저 느꼈다. 향기에 취해있을 틈도 없이 타액을 듬뿍 머금은 김민지의 혀가 강우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강우는 자신의 혀를 움직여 김민지의 혀를 받아들였다. 구불텅한 두 사람의 혀는 두 마리의 뱀처럼 서로를 묶을 듯이 움직였다. 강우는 김민지가 까치발을 들지 않아도 되게끔 몸을 숙이고, 고개를 꺾었다. 김민지는 혀를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은 채 몸을 강우에게 바짝 붙였다. 김민지의 봉긋한 가슴이 강우의 몸에 닿았다. 바짝 붙인 두 몸에서 뛰는 심장소리가 서로의 몸을 타고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강우는 이따금씩 밀려들어오는 김민지의 타액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마저 달게 느껴지는 달콤한 키스였다. 김민지는 몸을 붙여버릴 기세로 몸을 바짝 붙이며 강우를 끌어안았고, 강우도 김민지를 꼭 안아줬다. 강우의 아랫도리는 이미 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로 솟아있었다. 강우의 아랫도리는 김민지의 아랫배를 찌르고 있었다. 김민지는 키스를 하며 이따금씩 몸을 살짝살짝 틀었고, 자연스레 강우의 아랫도리는 김민지의 아랫배에 비벼졌다.

‘못 참겠다!’

강우는 당장이라도 옷을 벗어던지고 김민지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강우가 오른손을 아래로 뻗어 김민지의 엉덩이를 움켜쥐려 할 때였다. 김민지는 타원을 그리듯 강우의 입술을 한 번 핥은 뒤, 입술을 떼어냈다.

김민지는 양손을 강우의 목 뒤에 걸친 채 발그레진 얼굴로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우는 김민지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귀엽네.’

김민지는 ‘쪽’하고 강우의 입술에 뽀뽀를 한 번 더 한 뒤에 손을 풀었다.

“이제 진짜 가봐야겠어. 다음에 봐.”

“어, 그래. 조심히 들어가.”

“조심은 무슨… 연락해. 내 연락처 알지?”

“응, 연락할게.”

김민지는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뒤돌아서 떠나가는 김민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민지가 강우를 향해 돌아봤다. 김민지는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 귀에 가져다 댔다. 강우는 손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연락할게! 들어가!”

김민지는 생긋 미소를 지어보이곤 다시 뒤돌아서 걸어갔다. 강우는 김민지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봤다.

‘예거라 운동도 많이 했는지 엉덩이도 봉긋하고… 얼굴은 그냥 귀염상인데 은근 알차네. 키스도 잘하고….’

강우의 입안에는 아직 달달한 김민지의 타액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강우는 시야에서 김민지가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계속 쳐다봤다. 강우는 김민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아… 그런데 괜히 꼴리기만 좆나 꼴려가지고… 내 아들딸들 바깥세상 구경 좀 해야 되는데 말이지.’

강우는 다시 동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잠실대교 남단에서 일자형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예거 등록이라….’

강우는 두둑한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안 할 이유가 없잖아? 생각보다 주목을 받는 직업도 아니고, 일성급 몬스터만 잡아도 돈이 꽤 되고 말이야. 일성급이야 대충 한 대만 때려도 펑펑 터지니 사냥하는 게 어렵지도 않을 거고. 바짝 벌어서 평생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거야. 타우로스 하나 잡아서 100만겔드를 벌었어.’

강우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경우 김민지와 돈을 나눠 가졌기에 100만겔드였다. 만약 혼자서 돈을 전부 차지했다면 210만겔드였고, 타우로스의 머리에 구멍을 내지 않았더라면 최소 400만겔드가 벌린 것이었다.

‘평생 놀고먹으려면 얼마나 벌어야 되지? 쓰기 나름이긴 한데… 그나저나 몬스터를 최대한 상처 없이 잡는다는 게 쉽지가 않겠네. 온전하게 죽여야 된다는 건데….’

강우의 머릿속에 몬스터 파크가 스쳐지나갔다.

‘그럼 생포를 한다면? 몬스터 파크에 있는 몬스터도 누군가가 잡아들인 걸 거 아냐? 몸의 일부분도 이 정도 금액인데 생포하면 더 많이 챙길 수 있겠어.’

강우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나저나 어떻게 힘 조절을 하지?’

강우는 처음 예거의 자질을 갖췄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강우는 갑작스레 강한 힘을 얻어 힘 조절을 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강우가 화가 났을 때 혹은 조금만 힘을 내고자 해도 모두 파괴되는 것이 일쑤였다.

‘아아… 그땐 정말 최악이었어. 게임에서 져가지고 소리 좀 질렀다고 방 전체가 초토화가 됐었으니… 컴퓨터도 새로 샀던 건데 말이야.’

어느덧 강우는 잠실대교 북단에 다 와가고 있었다.

‘뭐, 힘 조절이야 연습하면 되겠지. 일단은 예거 등록부터 해야지. 그리고 주거래 몬스터 업체를 정해야겠네.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면… 일성 하급에서 중급 정도가 되게끔 등록을 해야겠지? 보수가 조금 아쉽긴 하겠지만, 돈이 오늘 같이만 벌리면 금방 평생 놀고먹을 수 있겠어.’

강우는 잠실대교를 벗어나 걸음을 옮기며 100만겔드가 넘게 들어있는 두둑한 지갑을 어루만졌다.

‘이런 걸 진작 알았더라면… 씨발. 이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딱히 주목을 받지도 않는 걸 알았으면 진작 예거로 활동을 했을 텐데… 조금만 성실하게 인터넷을 뒤졌어도 알았을 텐데… 4년이나 잉여처럼…….’

강우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지? 애초에 내가 예거로 활동하려는 것도 여태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려고 그러는 거잖아? 그거보다 좀 더 편하게, 좀 더 즐길 수 있게 말이지. 그럼 시간을 버린 것도 아니잖아? 난 아직 젊으니까 이제 시작이지! 그래도 솔직해지자면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강우는 생각정리를 하고, 스스로를 달래며 집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예거로 활동해 떼돈을 버는 자신을 상상하며…

집에 다다를 때쯤 강우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신준섭이라고 했었나? 그 새끼는 생각할수록 마음에 안 드네….”

강우는 휴대폰에 저장된 김민지의 번호를 한 번 확인하곤 집으로 들어섰다.

============================ 작품 후기 ============================

좀 더 빡센 연참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 글을 더 읽고 싶다고 간접적으로 말씀을 해주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동이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칭찬을 해주시는 분들, 더 빠른 연재를 원해주시는 분들,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 흔적을 남기시진 않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행복한 연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귀성길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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