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8화 (8/195)

8화

집에 도착한 강우는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부터 했다. 샤워를 하던 중 강우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악, 씨팔! 또 지랄이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던 중 갑자기 찬물로 바뀐 것이다. 강우는 이를 악 물고 찬물로 샤워를 마친 뒤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투덜댔다.

“지금이 무슨 20세기도 아니고, 뜨거운 물 하나 제대로 안 나오는 게 말이 돼?”

강우는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반팔티셔츠를 입으려던 중 거울에 비친 자신을 쳐다보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아주 뛰어난 근육질의 몸매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우가 예거의 자질을 갖기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전의 강우는 말랑말랑한 몸에 톡 튀어나온 배를 가졌었지만, 현재는 군살도 없고 제법 탄탄한 근육도 갖추고 있었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도 않았다. 아무 노력 없이 얻은 몸이었다.

‘그러고 보면 예거의 자질을 갖춘 이후로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었지.’

강우는 배를 어루만지며 냉장고로 향했다.

‘저녁을 뭘 먹지… 아, 내일은 아르바이트 다니는 식당에 전화해서 그만둔다고 해야겠네. 이제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으니… 거의 8년을 일했는데 그만두려니 괜히 좀 그렇구만.’

냉장고 안에는 딱히 먹을 것이 없었다. 강우는 주스 한 잔을 들이키며 생각했다.

‘엄마랑 아빠가 부쳐주는 돈은 그냥 쭉 받아야지. 어차피 언제 끊길지도 모르는 돈이고… 그런데 연락하기도 좀 그렇네. 거의 7,8년 동안 문자 몇 개 말고는 연락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연락해서 돈 필요 없다는 말하기도 그렇고.’

강우는 의자에 걸터앉으며 시계를 쳐다봤다. 저녁 8시였다.

‘배고프네.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사먹을까? 어차피 돈도 많은데.’

강우는 대충 머리를 손질한 뒤에 청바지에 회색 반팔티, 운동화를 신고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섰다.

8월이었지만, 저녁엔 바람이 불어 제법 선선했다. 강우는 어슬렁어슬렁 집에서 가까운 건대입구역 근처로 향했다. 길을 걷던 중 커다란 주상복합 ‘문 시티(Moon City)’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예거로 활동하면 이런 곳에서도 살 수 있겠지?’

강우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번화가인지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했고, 어느 식당을 둘러보아도 사람들이 많았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려나….’

강우의 눈에 한 숯불갈비집이 들어왔다.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한 강우였지만, 사람들도 많은데다가 혼자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다소 꺼려졌다.

‘혼자 고기를 구워먹는 건 좀 그렇겠지? 어디로 가지? 괜히 여기로 왔나?’

강우는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지만, 혼자 밥을 먹기에 좋아 보이는 곳은 없어보였다.

‘돌아갈까… 그냥 집 근처에 있는 기사식당이나 갈 걸 그랬네.’

집으로 돌아가려 발걸음을 옮기던 강우의 눈에 여러 가지의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술집들이었다. 수많은 술집들 중 강우가 눈여겨 본 것은 바(Bar)였다. 여러 가지 바들은 웨스턴 바, 모던 바, 토킹 바, 재즈 바, 섹시 바, 비키니 바 등 다양한 이름을 내걸고 각기 다른 콘셉트로 영업이 성행 중이었다. 강우가 있는 곳엔 없었지만, 다른 번화가엔 변종업소나 새로운 콘셉트의 바도 많이 생겨나있었다.

‘술이나 먹을까? 바야 원래 혼자서도 많이 가는 곳이고, 배는 안주로 채우면 될 거고.’

강우는 어느 바로 들어갈지 고민했다.

‘웨스턴 바는 혼자 오는 사람보다 여럿이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거 같으니까 패스… 재즈 바도 패스… 모던 바랑 토킹 바는 뭐가 다른 거지? 땡기기는 섹시 바랑 비키니 바가 제일 땡기는데….’

강우가 바들이 늘어선 거리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였다. 몸에 쫙 달라붙는 검은색 미니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아, 네.”

강우는 얼떨결에 고개를 꾸벅였다. 강우에게 인사를 건넨 여자는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다. 166~8cm정도의 키에 킬힐을 신고 있어 눈높이는 강우와 비슷했다. 진한 눈화장에 새빨갛게 칠한 입술은 섹시함과 함께 술집여자 같은 인상을 줬다. 커다란 두 눈에 오뚝한 코 그리고 새하얀 피부까지 누가 봐도 예쁜 얼굴이었다. 모두 성형으로 다듬어내고, 화장을 공들여 한 덕분이었지만.

여자는 방긋 웃으며 강우에게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저희 가게 며칠 전에 오픈해서 이벤트 중이에요. 한 번 놀러오세요.”

강우는 명함을 받아들었다. 명함에는 ‘Foxy Lady'란 상호명과 주소, 전화번호, 여자의 이름인 ’노예빈‘이 적혀있었다. 검은색 바탕에 핫핑크색 여우 그림이 인상적인 명함이었다.

‘노예빈? 이름이 뭐 이러냐… 노예야?’

강우는 명함에서 노예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가게가 어딘데요?”

노예빈은 바로 자신의 뒤에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2층이에요.”

“한 번 가보죠 뭐.”

노예빈은 건물 입구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노예빈이 앞장섰고, 강우가 뒤를 따랐다. 노예빈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강우의 시선에 노예빈의 엉덩이가 확 들어왔다. 계단을 하나 오를 때마다 노예빈의 엉덩이가 씰룩거렸다. 그리고 치마가 들려 엉덩이 아래쪽 살이 보였다.

‘죽이네….’

강우는 마음 같아선 엉덩이를 마구 주무르고,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강우는 계단을 오르며 노예빈의 엉덩이를 계속 감상했다. 하지만 야속한 계단은 금세 끝나버렸다.

바의 입구에서 노예빈이 몸을 돌리며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들어가시죠.”

노예빈을 따라 들어간 바는 생각보다 컸다. ‘ㄴ’자 형태의 바에는 손님들이 건너편에 있는 여자 바텐더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이블이 네 개가 있긴 했지만, 그곳에 자리한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바의 손님들은 혼자 혹은 친구랑 둘이서 온 남자들뿐이었고, 여자 바텐더들과 얘기를 하며 술을 마시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Foxy Lady’는 모던 바였다. 모던 바와 토킹 바는 큰 차이가 없었다. 건너편에 있는 바텐더들과 대화를 하며 술을 먹는 곳이었다. 바텐더를 터치할 수도 없고, 옆에 착석도 하지 않았다. 대신 비교적 긴 시간 술을 마시며 한껏 섹시하게 차려입은 바텐더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메리트가 있었다. 눈요기도 하고, 혼자 술을 먹는 게 싫은 사람들에게 적격인 장소였다. 그 과정에서 바텐더를 꼬셔 원나잇을 하는 건 옵션이었다.

강우는 바에 오는 것이 처음이었고, 왠지 모를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파란색 또는 노란색 조명이 약하게 비출 뿐이었다. 조명 덕에 바텐더들의 외모는 더욱 빛났다. 노예빈을 포함해 대부분의 바텐더들은 미니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가슴이 빈약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껏 파인 옷을 입어 가슴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우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건너편에는 노예빈이 서서 메뉴판을 내밀었다.

“제가 서브 볼 건데 괜찮죠?”

“아, 그럼요.”

“천천히 고르세요.”

강우는 메뉴판을 넘기며 술값을 봤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이거 뭐야? 왜 이렇게 비싸? 그냥 나갈까? 마트에서 사면 30,000겔드짜린데 여기선 250,000겔드네. 몇 배를 남겨먹는 거야?’

노예빈은 바에 양팔을 걸치며 물었다.

“뭐 즐겨 마시는 거 있어요?”

“네? 아니, 뭐….”

노예빈은 의도적으로 양팔을 모아 가슴을 부각시켰다. 목이 깊게 파인 원피스 덕에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강우는 순간적으로 가슴골에 손을 집어넣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

‘죽이네… 목이 깊이 파인 옷을 입는 건 강하고 세게 박아달라는 거라던데….’

강우는 노예빈의 가슴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딜 그렇게 봐요?”

강우는 고개를 들었다. 노예빈은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강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우는 당황하며 시선을 메뉴판으로 돌렸다.

“아, 뭐가 좋을까….”

노예빈은 강우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와 검지로 메뉴판을 가리켰다. 강우의 시선은 노예빈의 뽀얀 가슴에 고정돼있었다. 강우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강우는 고개를 들었다. 노예빈과 눈이 마주쳤다. 강우는 황급히 다시 메뉴판으로 시선을 깔았다.

‘내가 지 가슴 쳐다보는 거 다 알겠지? 존나 티 났겠지?’

노예빈이 말했다.

“이 세트가 이벤트 중이라 시키면 안주 두 가지랑 맥주 다섯 병 서비스로 나가요. 양주 드실 거면 이걸로 먹는 게 나아요.”

노예빈이 추천한 양주세트는 280,000겔드였다. 강우는 고민했다. 여태까지의 자신이라면 절대 이렇게 비싼 값을 지불하고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예거로 활동을 한다면 280,000겔드는 그다지 큰 액수도 아니었다.

‘위치가 달라지면 보는 풍경도 달라진다 이건가….’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이걸로 주세요.”

노예빈은 세팅을 하겠다며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의 앞에 양주와 맥주, 과일안주, 마른안주 등이 펼쳐졌다.

노예빈은 강우의 건너편에 서서 양주병 뚜껑을 열었다. 노예빈의 얼굴에서는 결코 미소가 떠나는 일이 없었다. 노예빈은 강우의 잔에 양손으로 술을 따랐다. 노예빈은 양주병을 내려놓고 잔을 집어 들며 말했다.

“저도 한 잔 따라주세요.”

어떤 모던 바를 가도, 어떤 손님과 바텐더를 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강우와 노예빈은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을 주고받았다.

양주를 절반 정도 비웠을 때였다. 어느새 둘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말을 편하게 하고 있었다. 노예빈이 왼손에는 맥주병을, 오른손으로는 양주병을 들며 말했다.

“오빠! 우리 말아먹자!”

“좋지!”

강우와 노예빈은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 양주가 1/3정도 남았을 때 둘은 이미 취기가 확 올라있었다. 둘은 이따금씩 손을 맞잡거나, 볼을 꼬집는 등 가벼운 스킨십이 오갔다. 노예빈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물었다.

“그런데 오빠는 무슨 일해?”

노예빈은 감기는 눈에 애써 힘을 주며 강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오빠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강우는 24살, 노예빈은 26살이었다. 노예빈은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럼 내가 누난가? 그냥 강우라고 불러도 돼?”

“당연하지. 편하게 불러. 그렇다고 내가 누나라고 부른단 말은 아니고.”

“나도 누나 소리는 듣기 싫어. 그러면 너무 동생 같잖아. 그나저나 무슨 일해?”

강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나 예거야.”

강우는 아직 예거 등록을 한 건 아니지만, 노예빈의 관심을 끌기 위해 허세를 부렸다. 강우가 예거라는 소리에 노예빈은 술이 깬 듯 두 눈이 놀란 토끼의 것처럼 동그래졌다. 노예빈은 활짝 웃으며 몇 번이나 진짜 예거인지 재차 확인했다. 강우는 더 이상 망설임 없이 자신이 예거라고 밝혔다.

노예빈은 씩 웃으며 말했다.

“나 곧 있으면 퇴근하는데 나가서 같이 한잔 더 할까?”

강우는 마음속으로 크게 소리쳤다.

‘예쓰! 예쓰! 예쓰!’

둘은 남은 양주를 마저 비웠다. 노예빈은 금방 나가겠다며 먼저 내려가 있으라고 했다. 강우는 현금으로 결제를 했다. 노예빈의 시선은 강우의 지갑 속 두둑한 현금을 스쳤다. 노예빈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금방 나갈게.”

강우는 먼저 바에서 나와 밖으로 향했다.

강우는 건물 입구에서 노예빈을 기다렸다. 강우는 취기가 잔뜩 올라있는데도 불구하고, 갈수록 정신이 또렷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긴장감 때문이었다. 강우가 여자를 처음 만나는 것도 아니었고, 여자와 자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강우는 여태까지 딱히 외모가 정말 출중하다고 할만한 여자를 만나본 적은 없었다.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반드시….’

노예빈이 건물에서 나왔다. 노예빈은 강우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팔짱을 꼈다. 팔에는 노예빈의 가슴이 밀착돼 부드러운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좋구만.’

강우가 물었다.

“어디로 갈까?”

노예빈은 잠시 편의점을 들르자고 했다. 강우는 노예빈이 콘돔이라도 준비하라는 눈치를 주는 게 아닐까 기대했다. 하지만 노예빈은 집에 바디워시가 떨어져서 편의점에 들른 것이었다. 둘은 편의점을 빠져나왔고, 노예빈은 바디워시 뚜껑을 열어 강우의 코에 들이밀었다.

“어때? 냄새 좋지?”

강우는 킁킁거렸지만, 크게 향기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냄새가 잘 안 느껴져.”

“아, 맞다. 이 제품이 원래 사용해야 향기가 좀 센데.”

노예빈은 검지로 바디워시 뚜껑을 문질거리며 강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강우는 잠시 노예빈의 손짓과 얼굴을 번갈아봤다. 강우는 노예빈과 눈을 마주치다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뒤 말했다.

“확인해보러 갈까?”

바디워시 뚜껑을 만지작거리던 노예빈의 손이 멈췄다. 노예빈은 바디워시를 가방에 넣었다. 강우는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젠장, 너무 성급했나? 술을 한잔 더 했어야 됐는데. 아, 이런 씹….’

노예빈이 갑자기 강우의 팔을 와락 껴안듯 팔짱을 꼈다. 노예빈은 커다란 두 가슴 사이에 강우의 팔이 끼워질 정도로 밀착했다. 강우는 자신의 팔에 비벼지는 노예빈의 가슴을 느끼며 시선은 애써 노예빈의 얼굴에 두려 노력했다.

‘이걸 뭐라고 하더라? 샌드위치? 파이즈리? 그래, 그거. 팔로 이 정도면, 내 좆을 끼….’

노예빈이 강우의 생각을 멈춰버리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 그러자. 나 너무 피곤해서 반신욕도 하고 싶어.”

강우는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알라 후 아크바르! 아, 모든 신들이여 감사합니다!’

강우는 얼굴에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양쪽 입꼬리가 귀에 닿을 것처럼 자꾸만 올라갔다. 노예빈은 그런 강우의 마음을 읽고 있듯 몸을 더욱 밀착시켰다.

강우와 노예빈은 곧장 근처의 모텔로 향했다. 노예빈은 길을 가면서 강우가 예거인 것에 대해 물었다. 강우는 김민지에게 들었던 내용들을 응용해 대답했다. 모텔에 다다를 쯤 노예빈이 물었다.

“그럼 너는 예거 파티나 클랜에 소속돼있어?”

“아니, 지금은 프리랜서야.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둘은 모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속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노예빈이 강우와 이렇게 모텔까지 온 것은 자신이 예거라고 거짓말을 쳤기 때문이었다. 강우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강우가 예거 등록이 된 상태라 하더라도, 노예빈이 관심이 있는 건 ‘강우’가 아니라, ‘예거’였다.

‘이래서 사람은 출세해야 되는구만. 예거가 이렇게까지 인식이 좋은 직업인 걸 난 왜 몰랐을까… 기껏해야 군인이나 경찰의 다른 종류쯤으로 생각했었는데.’

강우와 노예빈은 엘리베이터에 올라 방으로 향했다. 환한 조명 아래서도 노예빈의 미모는 특출났다.

‘씨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저렇게 예쁜 여자를 내가 언제 만나겠어?’

노예빈은 방에 들어서면서까지 예거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입을 멈추지 않았다.

“그럼 몬스터는 얼마나 잡아봤어? 돈도 많이 벌었겠네?”

강우는 노예빈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포개 말을 끊었다.

‘말 좆나게 많네 진짜… 예거에 대해선 왜 이렇게 잘 알아? 내가 그만큼 몰랐던 건가? 술집에서 일하는 년보다 더 몰랐다니….’

강우가 노예빈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노예빈은 두 눈을 감은 채 강우를 껴안고 입을 벌려 혀를 받아들였다. 키스를 한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강우의 아랫도리는 폭발할 듯 성이 나있었다. 강우는 하반신에 피가 모두 쏠려 어지럽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강우는 노예빈은 껴안고 있던 양손을 옮겼다. 강우의 왼손은 노예빈의 엉덩이를 움켜쥐었고, 오른손은 가슴을 아래서 받치듯 감쌌다. 노예빈은 워낙 날씬한 체형에 일반적인 동양인답게 엉덩이는 평범했지만, 열심히 관리를 하는 탓에 충분한 탄력은 있었다. 강우의 오른손에 잡힌 가슴은 옷 위로 만져도 그 부드러움과 물컹함이 충분히 전해졌다.

강우의 호흡이 거칠어졌고, 콧김은 노예빈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노예빈이 강우에게서 입을 떼며 가볍게 밀어냈다. 강우는 당황하며 노예빈을 멍하니 바라봤다. 노예빈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먼저 씻고.”

노예빈은 손으로 천천히 강우의 몸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욕실로 향했다. 강우는 침대에 걸터앉아 욕실을 쳐다봤다. 욕실 전체는 반투명 유리였고, 노란 조명 아래 노예빈이 옷을 벗는 실루엣이 비췄다. 쏴아아아아. 물소리가 들려왔고, 욕실 문이 열렸다. 노예빈은 옷을 들고 있는 손과 얼굴만을 빼꼼 내밀었다. 노예빈은 욕실 문 바깥쪽으로 자신의 옷을 바닥에 떨어트리며 말했다.

“안 들어올 거야?”

노예빈은 다시 욕실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강우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후다닥 옷을 벗어던졌다. 강우는 옷을 홀라당 벗고는 욕실에 들어섰다.

노예빈은 월풀욕조에 물을 받으며, 몸에는 이미 비누거품이 잔뜩 칠해져있었다. 노예빈은 욕실에 들어온 강우를 보며 씩 웃었다. 강우는 바로 샤워기 아래로 가 물을 맞았다. 강우의 전신이 젖었을 때 노예빈이 샤워기 물을 잠갔다. 둘은 입술을 포개며 꼭 껴안았다. 강우의 아랫도리는 이미 성이 날만큼 난 상태였다.

둘은 키스를 하면서 몸을 밀착시켰다. 노예빈 몸에 있는 비누거품들이 강우에게로 옮겨졌다. 노예빈은 강우의 뒷목을 감고 있던 양손을 옮겼다. 노예빈의 양손은 강우의 몸 구석구석을 스쳤고, 마지막에 이른 곳은 다리 사이였다.

노예빈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강우는 움찔거렸다. 노예빈은 가까이 다가서서 양손으로 우뚝 선 강우의 그것과 아래 있는 것을 동시에 감쌌다. 강우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헉.”

소리를 냈고, 노예빈은 잠시 손을 멈추고 강우를 올려다봤다. 노예빈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져있었고, 강우도 덩달아 씩 웃었다.

노예빈은 왼손으로 강우의 물건을 반복적으로 문지르며 오른손으로는 물건의 아래 달린 것을 조몰락거렸다. 강우의 물건뿐만 아니라, 전신이 뻣뻣해졌다. 강우는 노예빈의 손놀림에 몸을 맡긴 채 말했다.

“아, 앗. 잠깐만….”

강우가 말하자 노예빈은 손놀림을 더욱 빨리했다. 강우는 이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엇, 나올 것 같… 읏!”

강우의 물건에서 희뿌연 체액이 뿜어졌다. 희뿌연 체액은 노예빈의 아랫배와 허벅지에 흩뿌려졌다. 노예빈은 쭈쭈바라도 짜듯이 강우의 물건을 양손으로 잡으며 천천히 움직였다. 강우의 물건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노예빈은 손을 뗐다. 강우의 물건은 여전히 빳빳하게 서서 벌떡거렸다. 욕조에서는 물이 넘치고 있었다.

강우는 호흡이 가빠진 채로 말했다.

“아… 너무 좋았어.”

노예빈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강우의 물건을 오른손으로 감쌌다.

“얘는 아직 부족하다는데?”

둘은 샤워기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몸의 비누거품을 씻어냈고, 노예빈은 비누거품과 몸에 묻은 강우의 체액을 씻어냈다.

노예빈이 입욕제를 욕조에 넣고, 거품 기능을 틀었다. 욕조에 가득 찬 물은 금세 비누거품이 일었다. 강우와 노예빈은 욕조로 들어가 서로를 껴안았다. 이번에는 강우의 손이 노예빈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강우의 손은 쉴 새 없이 가운데 틈을 만져댔고, 노예빈의 입에서는 얕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강우는 몸을 돌려 왼팔로 노예빈은 감쌌다. 강우는 노예빈의 귀와 목에 키스를 하며 오른손은 다리 사이를 계속 자극했다. 욕실 안에는 어느새 노예빈의 신음소리로 가득 차있었다.

노예빈이 손을 뻗어 강우의 물건을 잡아당겼다. 강우는 노예빈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강우와 노예빈이 하나가 되기 직전이었다.

강우가 모든 행동을 멈춘 채 말했다.

“여기서 이래도 되나?”

“무슨 소리야?”

“물에서 하면 여자한테 안 좋다던데.”

노예빈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몸까지 신경써주고… 젠틀남이네? 괜찮아. 매일 물속에서 그러는 거 아니잖아.”

둘은 그렇게 하나가 됐다. 노예빈은 두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강우를 받아들였다. 강우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피스톤운동을 하다가 다시금 절정에 다다랐다. 강우는 물건을 노예빈의 몸에서 밖으로 빼내 물속에서 체액을 뿜었다. 강우와 노예빈은 서로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둘은 몸을 씻은 뒤, 욕실에서 나왔다. 노예빈은 수건으로 강우의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아냈다. 강우는 노예빈이 손수 자신의 몸을 먼저 닦아주는 모습에 큰 매력을 느꼈다. 강우는 마치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느꼈다. 몸을 숙이고 있는 노예빈의 젖꼭지 끝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강우의 발등에 똑 떨어졌다.

강우는 보답하고자 수건으로 노예빈의 몸을 닦아줬다. 노예빈의 뽀얀 피부, 커다란 가슴 그리고 핑크빛 유륜과 유두가 눈에 들어왔다. 강우는 수건으로 노예빈의 몸을 닦던 것을 멈추고,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완벽해.’

노예빈은 웃으면서 손바닥으로 강우의 가슴팍을 때렸다.

“뭐해 바보야.”

“아, 너무 훌륭해서.”

노예빈은 다시 크게 미소를 지으며 강우를 밀쳤다. 강우의 시선이 노예빈의 아랫도리로 향했다. 노예빈의 아랫도리에 난 털들은 ‘I’ 모양으로 가지런히 정리돼있었다.

‘뭐야, 포르노배우야?’

노예빈은 부끄러운 듯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이러는 편이 훨씬 보기도 좋고, 위생적이란 말이야.”

강우는 고개를 들어 노예빈의 얼굴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어? 어, 아니 그냥. 보기 좋아서 그래. 그냥 처음 봐서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렇지.”

강우는 다시 노예빈의 아랫도리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 나쁘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묘하게 더 흥분되는 거 같기도 하고… 맞아, 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거 같아. 외국인들은 완전히 다 미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지 아마?’

노예빈은 강우에게로 다가서서 양팔로 뒷목을 감으며 말했다.

“보기만 할 거야? 이렇게 미는 편이 할 때도 더 좋아.”

강우는 곧바로 노예빈과 입을 맞추며 침대로 이동했다.

둘은 침대에 눕자마자 하나가 됐다. 노예빈의 몸은 충분히 달궈져있었고, 안은 축축해져있었다. 둘은 정상위에서 자세를 바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가를 반복했다. 강우의 허리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강우는 물건을 밖으로 빼 노예빈의 배 위에 체액을 분출했다. 노예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을 뻗어 강우의 물건을 흔들어댔다. 강우는 노예빈의 손에 몸을 맡긴 채 여운을 느꼈다. 강우가 노예빈의 옆에 쓰러지듯 누웠다. 노예빈은 강우에게로 다가가 키스를 했다.

둘은 그 후로도 열정적인 관계를 한 번 더 가졌다. 침대 위에서 이루어진 두 번째는 정상위, 여성상위, 후배위 등 다양한 자세로 치러졌고, 긴 시간을 소요했다. 그 긴 시간 동안 노예빈의 입은 침을 삼킬 때를 제외하곤 다물어지지 않았고, 언제나 신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둘은 서로를 껴안고 잤다. 강우는 품에 안겨 자고 있는 노예빈을 보며 ‘아, 그러고 보니 오랄을 안 시켜봤네….’라고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선작, 추천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셔서 흔적을 남겨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9화는 금일 내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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