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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3화 (1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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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이현호가 응시자들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자, 체력검정 및 특별시험이 모두 끝났습니다. 참고로 특별시험에 응시한 분들은 특기시험까지 함께 평가돼서 이미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가려졌습니다. 다소 당황스러워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기존에는 특별시험을 치러도 따로 특기시험을 치렀었지만, 체력검정을 치르지 않는 응시자들이 치르는 특별시험은 특기시험과 성격이 비슷해 간소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전국적, 나아가서 세계적으로 이 방식이 정식으로 시행되면, 체력검정과 특기시험을 치르는 사람들, 특기시험만을 치르는 사람들로 나눠질 것입니다. 아마 늦어도 내달 안에는 시행될 것입니다.”

체력검정을 마친 응시자들 중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방금 특별시험을 치르고 나온 응시자들 중 몇몇은 웅성거렸다. 이에 이현호가 말을 이었다.

“아직 모든 예거 등록소에서 정식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미리 제대로 고지가 안 된 점이 있기 때문에 만약 이러한 방식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은 특별시험을 치렀더라도 특기시험을 다시 치르셔도 괜찮습니다. 이러할 경우 특별시험에서 얻은 점수를 1/2로 나누고, 특기시험에서 다시 200점 만점으로 시험을 치르게 되실 겁니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는 충분히 특기시험에서 보일 것들을 주문했습니다. 즉, 특별시험을 치르신 분들 중 특기시험을 봐도 점수가 크게 달라질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특별히 힘을 숨기신 분들이 아니라면 말이죠. 이의 있으신 응시자 있습니까? 특별시험을 치르신 분들 중 특기시험도 치르겠다는 분들은 지금 말씀해주십시오.”

응시자들 중 어떠한 질문이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특별시험을 치른 이들 중 특기시험도 치르겠다는 응시자도 없었다.

이현호는 흡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말이 좀 길었죠? 마지막으로 짧게 끝내겠습니다. 지금 특별 겸 특기시험을 마치신 분들은 하실 게 없을 텐데요. 지금 바로 합격 또는 불합격에 대한 결과를 말씀드리진 않습니다. 모든 응시자분들이 시험을 마친 뒤, 합격자분들은 따로 예거 등록증과 간단한 면담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미 시험을 모두 치른 응시자분들도 다른 분들의 특기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셔야 됩니다. 이상입니다.”

이현호는 특기시험이 치러지는 방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특기시험을 치르신 분들은 여기서 휴식을 취하며 기다려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저를 따라오십시오.”

특별 겸 특기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은 저마다 편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휴식을 취했다.

강우를 포함해 체력검정을 마친 응시자들은 이현호를 따라 번외시험이 치러지는 방으로 향했다. 이현호는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특기시험은 4층에서 치러졌었습니다. 앞으로는 여러분들처럼 모든 시험이 3층에서 치러지겠지만요.”

이현호가 앞장서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방에 들어섰다. 두꺼운 문을 여는데만 상당한 힘이 필요했다. 이현호는 이를 악 물고 문을 열면서 말했다.

“이! 문이! 1톤은! 나간답니다! 그래서! 문을! 열! 때마다!”

문을 활짝 연 이현호가 뒤돌아서며 말했다.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죠. 자, 들어가시죠.”

이현호가 앞장서 들어갔고, 응시자들은 뒤를 따랐다. 방에 들어서자 반대편에는 책상이 두 개 놓여있었다. 책상 앞에는 히로가 앉아있었다.

히로가 응시자들을 보며 말했다.

“특기시험은 비공개로 치러집니다. 자신의 특기는 심사관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히로는 한쪽 구석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모두 저쪽 문으로 들어가셔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차례가 되면 호명하겠습니다.”

이현호가 아까 열어뒀던 문을 닫고 돌아와 응시자들을 안내했다. 응시자들은 이현호의 안내에게 따라 대기실로 들어갔다. 대기실의 벽과 문 역시 두꺼운 티타늄으로 이뤄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기실 안에는 정수기와 간단한 음료 및 간식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었다. 응시자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휴식을 취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대기실 천장에 달린 스피커로 히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시자 2번, 나와주세요. 들어갔던 문 말고 반대편 문으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처음에 들어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서 대기해주시면 됩니다.”

2번 남자가 특기시험을 치르러 대기실에서 빠져나갔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응시자 4번 나와주세요.”

강우는 4번 응시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아까 입안에 총을 쐈던….’

4번 응시자 김동준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2번 응시자가 대기실로 다시 돌아왔고, 김동준이 시험을 치르러 나갔다.

몇몇 응시자들은 돌아온 2번 응시자에게 시험 내용에 대해 물었다. 2번 응시자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뭔가를 보여줘야 된다고 했다.

강우는 생각에 잠겼다.

‘능력을 이용해서? 어떤 걸 해야 되는 거지? 더 무거운 걸 들어야 되나? 빠르게 움직이는 거? 그건 아닐 텐데… 전부 체력검정에서 했던 거잖아.’

강우는 이현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현지 역시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강우가 물었다.

“넌 긴장도 안 되냐?”

“긴장할 게 뭐 있어? 지금 떨어져도 오늘 바로 재시험도 가능하잖아. 응시료를 또 내야 된다는 게 좀 그렇지만.”

“하긴… 그런데 네 특기는 뭐야?”

이현지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아직 그렇게까지 친한 거 같지는 않은데? 일부러 비공개 시험으로 치러지는 이유를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그렇네.”

이현지는 선심을 쓰듯 말했다.

“네 특기를 먼저 말해주면 알려줄게.”

“내 특기? 특기라….”

강우는 자신의 주먹에 쓰러졌던 몬스터들을 떠올렸다.

“주먹질?”

강우의 말이 끝날 때 대기실에는 또다시 방송이 울려 퍼졌다.

“9번 응시자 나와주세요.”

이현지는 방송이 끝나고, 눈썹을 찡그리면서 한쪽 입꼬리는 올리고 말했다.

“지금 장난해? 주먹질이 어떻게 특기야?”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건데.”

이현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됐어. 말하기 싫으면 관둬. 나도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도 있는 거고.”

강우는 팔짱을 끼며 주위를 둘러봤다.

‘흠… 아무래도 주먹질을 특기라고 하는 건 무리겠지? 다른 사람들은 특기시험을 어떻게 치를 생각이지?’

강우는 이현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쟤만 봐도 아마 특기는 특정 공격에 대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일 텐데… 그건 이미 체력검정에서 보였던 거잖아.’

강우가 특기시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응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테스트가 치러졌고, 금세 강우의 차례가 다가왓다.

대기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99번 응시자 나와주세요.”

강우는 대기실에서 빠져나갔다. 히로와 이현호가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히로는 서류를 들여다보며 흥미로운 듯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히로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기대가 되는군요.”

“네? 어떤 게….”

“체력검정에서 만점을 받으셨더군요.”

“아, 네.”

이현호가 서류에서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체력검정에서 만점을 받으면 사실상 예거 일성 하급에는 등록이 된다고 볼 수 있죠. 이 정도는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필기시험에서 30점만 받아도 되니까요.”

“예, 어느 정도는 생각했었습니다.”

히로가 안경을 올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강우를 바라봤다.

“뭐, 그렇다고 특기시험을 대충 치러서는 안 되겠죠? 필기시험에서 30점 미만으로 득점을 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그리고 지금부터 치러질 특기시험 점수에 따라 등록될 등급이 정해지니 더욱 그렇습니다. 나중에도 등급을 올릴 기회는 많습니다만, 제 경험상 일성 하급으로 시작한 예거들 중 일성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현호는 서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필기시험 결과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특기시험에서 150점 이상을 기록하신다면 일성 중급은 확정되시는 겁니다. 특기시험마저 만점을 받으신다면, 일성 상급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요.”

이현호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옆에 계신 히로 님처럼 희소성 있는 능력을 지녔거나 압도적인 능력을 가지고 계시면 곧바로 이성급 이상 등록도 가능합니다. 자, 그럼 본인의 특기를 보여주시죠.”

강우는 가만히 서서 이현호와 히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이현호는 조금 당황한 듯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 지강우 씨? 뭔가 해야 되지 않을까요?”

강우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니까… 뭘 해야 되는 거죠?”

히로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자신의 능력을 보이시면 됩니다. 아까 제가 몇몇 응시자 분들을 공중에 띄웠던 거 기억하시죠? 꼭 누굴 띄우라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과 관련해서 뭔가 해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강우는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주먹질을 제일 잘하는데….”

이현호가 말했다.

“지강우 씨, 여태까지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 중 가장 긴 시간을 소요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부분도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강우는 주먹을 쥔 채 생각했다.

‘굳이 특기시험을 치러야 되나? 난 일성 하급이면 충분한데… 아, 맞다! 그래! 그거야!’

강우는 손을 피고 천천히 들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히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뭡니까? 빨리 시험을 속행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예거의 자질을 갖추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이현호가 말했다.

“그렇다면 특기시험은 0점이고, 필기시험과 체력검정만으로 평가됩니다. 예거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보다 훨씬 불리하죠. 가끔 예거의 자질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예거가 된 사람들이 극소수지만 있긴 있습니다. 뭐, 애초에 응시하는 사람이 거의 없긴 하지만요.”

“제가 그런데요.”

히로와 이현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히로는 서류들을 들여다보다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지강우 씨, 지금 본인이 예거의 자질을 갖추지 않은 일반인이라는 말입니까?”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이현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체력검정에서 만점을 받았죠? 실제로 기록하신 수치는 예거의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는데요. 분명히 어떤 능력이 있으실 텐데?”

“저는 따로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없어요.”

히로와 이현호는 서로를 바라보며 뭔가 상의를 했다. 히로는 이현호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지강우 씨… 상식적으로 예거의 자질을 갖추지 않고, 1.2톤의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뭐… 흔치 않겠죠.”

“내가 볼 때… 지강우 씨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강우는 히로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히로는 서류에 무언가를 끼적인 뒤, 강우를 보며 말했다.

“뭐, 저는 이런 경우를 이미 겪어봤습니다. 심사관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보이는 것이 꺼려질 수도 있죠. 예를 들어 F.N.C에 출전한다면 능력을 최대한 숨기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일 테니까요. 이것도 필기시험과 체력검정에서 통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만요.”

이현호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따라서 지강우 씨는 특기시험 불응자로 처리하겠습니다. 특기시험에 불응한다고 해서 탈락되거나 하지는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대기실로 돌아가셔서 결과를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

강우가 말했다.

“아, 그럼 끝난 건가요?”

히로는 더 이상 강우와 말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듯 무시한 채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100번 응시자 나와주세요.”

이현호는 눈짓과 손짓으로 대기실 문을 가리켰다. 강우는 대기실로 들어섰고, 이현지가 특기시험을 치르러 나갔다.

강우는 대기실에 멍하니 앉아 결과를 기다렸다.

‘특기시험 안 치렀다고 필기시험 점수를 깎거나 하지는 않겠지? 어쨌든… 튀지 않게 잘 풀린 거 같네. 아니면 불응한 게 돼서 오히려 튀었나?’

강우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팔짱을 꼈다.

‘그런데… 진짜 내 특기는 뭐지? 다들 뭔가 힘을 제대로 낼 땐 빛을 뿜는 거 같던데… 나는 예거의 자질을 갖췄을 때 이후로는 빛을 못 봤네. 빛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강우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이현지가 특기시험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 작품 후기 ============================

항상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몇몇 작품의 방향에 대한 댓글도 잘 읽었습니다.

항상 모든 댓글들을 정독합니다. ^^그저 한 번 믿고, 쭉 읽어달라는 말씀밖에는 드릴 게 없네요.

제 소설을 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5화는 오늘 내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작과 댓글, 추천은 제가 큰 힘이 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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