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9화 (19/195)

19화

강우는 한소영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네, 반갑습니다. 지강우라고 합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작전 들어갈게요.”

한소영은 한 여자에게 눈짓을 보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넓은 책상 옆면을 터치했다. 타원형에 약 스무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넓은 책상은 전체가 터치스크린이었다. 한소영은 터치스크린에 지도를 띄우고 설명을 시작했다.

작전은 비교적 단순했다. 목표는 바시 무리의 섬멸이었다. 현재 중랑천은 바시 무리가 나타나 폐쇄된 상태였다. 아직 바시들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바시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하기 전에 모두 사냥해야 했다. 바시들은 맨손인 일성 하급부터 무기를 든 일성 중급으로 이뤄져있다고 했다. 문제는 바시들의 숫자가 적어도 어림잡아도 백 마리 이상이었다.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백 마리? 그게 다 어디서 튀어나왔대?”

김민지가 말했다.

“처음 바시를 발견한 사람의 말에 의하면 중랑천에서 여러 마리가 나오는 걸 봤대.”

“그래서 작전이 뭐야?”

한소영이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먼저 강우가 중랑천으로 들어가 바시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었다. 바시들이 몰려들면 강우는 창동교 방향으로 유인하는 것이었다.

강우가 물었다.

“그 다음엔?”

한소영이 이어서 설명했다.

L.W.W 클랜원들은 모두 창동교 위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바시들이 몰려들면 그때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바시들의 대부분은 맨손이거나 근접용 무기이기에 원거리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고, 바시들의 숫자를 줄인 다음 L.W.W 클랜원들이 내려와 마무리를 짓는 것이 계획이었다.

김민지가 말했다.

“전투는 모두 우리가 할 거니까 넌 유인만 하면 돼.”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제일 위험한 건 나 아니야? 백 마리가 넘는다며.”

한소영이 말했다.

“그래서 당신을 부른 거예요. 빠르다면서요? 싸울 필요 없이 도망만 치면 돼요.”

“흠… 수지가 안 맞는데… 과연 200만 겔드에 목숨을 걸 가치가 있을까요? 생명수당 좀 붙여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강우는 한소영을 떠보고 있었다. 강우의 입장에서 바시에게 도망을 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아니,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혼자서 모두 처리할 능력이 됐다. 단지 가능하다면 돈을 더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강우와 한소영은 말없이 두 눈을 마주쳤다. 한소영은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알았어요. 50만 더 얹어드릴게요.”

강우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계약서 쓰죠.”

김민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가 돈을 떼먹기라도 한다는 거야?”

“그런 뜻은 아니야. 그래도 뭐든지 확실히 해놔야지.”

한소영은 계약서를 꺼내들었다. 한소영은 계약서에 지불할 금액을 적은 뒤, 강우에게 내밀었다.

“그래, 이런 건 확실히 하는 편이 나아.”

강우는 계약서 내용을 확인한 뒤, 작성할 부분들을 모두 썼다.

한소영은 계약서를 다른 서랍장에 넣은 뒤, 모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들 준비됐지?”

여자들이 입을 모아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네!”

한소영이 앞장섰고, 클랜원들이 뒤를 따랐다. 한소영을 포함해 L.W.W 클랜원들은 모두 크고 작은 가방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김민지가 강우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가자.”

강우와 김민지도 그 뒤를 따랐다.

강우와 L.W.W 중랑천으로 향했다. 중랑천에 가까워질수록 경찰들이 많아졌고, 입구는 폐쇄돼있었다. 한소영이 강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이 중랑천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창동교 위로 올라가있을 거예요. 내가 연락하면 그때 들어가서 몬스터들을 유인하면 됩니다. 최대한 많이.”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영은 다시 몸을 돌려 폐쇄된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들에게로 다가갔다. 경찰관 하나가 한소영의 신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지금 오신 분들이 전부인가요?”

경찰관의 말투에는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다. 바시의 숫자에 비해 L.W.W 클랜원들의 숫자도 많지 않았고, 강우를 제외하곤 모두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한소영은 엄지를 세워 자신의 어깨 뒤를 가리켰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는 건 저 남자 한 명입니다.”

경찰관은 강우 혼자 중랑천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난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일은 이미 L.W.W 소관으로 넘어가 있었고, 경찰이 이에 대해 반대할 권한은 없었다.

바시 중랑천 섬멸 임무는 관할 주민센터와 파출소가 협력해 요청한 것이다. 의례적으론 단순한 몬스터 섬멸작전, 특히 중랑천과 같이 공공장소에 출몰한 몬스터들은 예거 파티에서 처리를 한다. 하지만 예거 파티의 인력이 부족한 탓에 종종 예거 클랜이나 프리랜서들에게 의뢰를 하는 실정이었다.

몬스터가 큰돈이 되는 놈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사냥을 위해 많은 예거 클랜, 프리랜서가 달려들었지만.

한소영은 강우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란 말을 남기고, 다른 클랜원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강우는 연락이 오길 기다리며 입구에 서있었다.

경찰관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요?”

“네?”

“혼자서 들어간다면서요. 제 동료 중 하나가 창동교 위에서 녀석들을 감시하는데, 진짜 바글바글댄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덩치가 큰 놈 하나가 있었다고….”

경찰관은 폐쇄된 입구를 한 번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입구도 언제 부숴버릴지 몰라서 불안한 상태라니까요. 뭐… 웬만해서는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요.”

강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했다.

“뭐, 저야 미끼 역할만 하는 거니까요.”

“미끼요?”

“네, 저는 몬스터들 유인만 하고, 처리는 나머지 사람들이 할 거예요.”

그때 강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에는 김민지의 문자메시지가 와있었다.

-3분 뒤에 들어가.-

강우는 휴대폰을 확인한 뒤 경찰관을 보며 말했다.

“3분 남았네요.”

경찰관은 마치 자신이 중랑천에 들어서야 되기라도 하는 듯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돌입 20초 전이었다. 경찰관이 입구를 여는 레버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문을 완전히 개방할 수는 없어요. 당신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틈새만, 아주 잠깐만 열 겁니다. 그러니까 금방 들어가야 돼요.”

돌입 10초전이었다. 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안 열어도 돼요.”

“네?”

강우는 살짝 뛰어올라 폐쇄된 입구에 오른발을 디뎠다. 강우는 벽을 차고 올라 다시 왼발을 벽에 디뎠다. 강우는 발을 세 번 디딘 뒤, 양손을 끝에 걸쳐 벽 위로 올라갔다. 경찰관은 놀랍다는 듯 강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좋아… 이렇게 힘을 빼는 연습을 계속 해야겠어.’

강우는 폐쇄된 입구를 제자리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오를 수 있었지만, 최대한 힘을 자제하며 뛰어올랐던 것이다.

강우는 중랑천은 둘러봤다. 약 200m 떨어진 곳에 몇몇 바시들이 보였다. 무기도 없는 일성 하급 바시들이었다. 강우는 다른 곳을 둘러봤지만, 눈에 띄는 녀석들은 없었다.

강우는 벽에서 뛰어내려 중랑천에 착지했다. 여전히 멀리 보이는 바시 말고는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강우는 두리번거리며 뒷머리를 긁었다.

‘다 어디 간 거야? 백 마리도 넘는다더니….’

멀리서 서성거리던 바시 하나가 강우를 발견했다. 강우 역시 그 바시와 눈이 마주쳤다. 바시는 고개를 치켜들고 허공을 향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한 바시가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자 다른 바시들도 잇달아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 쿠아아아안! 콰아아아안!”

강우는 눈썹을 찡그렸다.

‘저것들이 갑자기 왜 저래?’

곧 강우는 바시들이 지르는 괴성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린… 콰아아아안!”

“닌카아아아아안!”

“잉… 쿠아아아아아안!”

강우는 두 다리에 긴장감을 심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인간이라고 하는 거였어? 다른 바시들을 부르는 건가?’

물가에서 발을 구르듯 첨벙거리는 소리와 굳어진 흙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우의 시선은 이미 소리가 나는 곳들을 훑고 있었다. 바시들이 중랑천 강물에서 걸어 나왔고, 땅에서 손 혹은 머리부터 튀어나왔다.

강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바시들이 확실히 다가오기 전까지 기다렸다. 얼추 봐도 바시들의 숫자는 100마리가 넘을 것 같았다. 바시들의 절반 이상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일성 중급이었다.

강우는 손발을 털며 몸을 풀었다.

‘와라.’

일성 중급 바시들의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 간!”

바시들이 강우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강우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바시들은 하나 같이 두 눈에 광기를 품고 있었다. 바시들과의 거리가 약 10m로 가까워졌을 때 강우도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바시들은 구름떼처럼 몰려 강우를 쫓고 있었다. 강우는 창동교 방면으로 바시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뛰었다. 창동교 위에는 L.W.W 클랜원들이 강우와 바시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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