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22화 (22/195)

22화

강우는 구청 근처로 향했다. 구청 근처에 있는 술집은 세 곳이었다.

‘어느 술집인지를 안 물어봤네.’

강우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주변에 CCTV가 있는지도 확인한 뒤, 주머니에 쑤셔 넣어놨던 복면을 꺼내들었다. 강우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티셔츠 위로 걸치고 있던 재킷을 벗어 담벼락 위에 올려놨다.

‘누가 가져가지는 않겠지….’

강우는 우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강우가 길을 걷자 몇몇 사람들이 강우에게 관심을 보였다.

“코스프레인가?”

“무슨 캐릭터지?”

“행사하나?”

강우가 향한 곳은 2층에 있는 술집이었다. 술집에 들어서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강우를 본 술집 아르바이트생은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으며 말했다.

“몇 분이세요? 아니면… 홍보하러 오셨나?”

아르바이트생은 강우를 새로 나온 술을 홍보하기 위해 코스튬을 입은 사람 정도로 여겼다. 강우는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아무 대답도 않은 채 술집 안을 훑었다. 신준섭은 보이지 않았다. 강우는 다시 몸을 돌려 술집을 빠져나왔다.

강우는 다음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은 지하에 있었다. 강우가 술집에 들어서려고 하자 직원이 막아섰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전세를 낸 분들이 있으셔서요.”

강우는 이전에 들렀던 술집 아르바이트생의 말을 떠올렸다.

“새로 나온 술 홍보하러 왔어요.”

“아, 어쩐지… 그럼 짧게 하시고 가야 됩니다?”

“그럴게요.”

강우가 술집으로 들어섰다. 수많은 남자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구석진 자리에서는 자기들끼리 포커를 치며 돈이 오갔다. 강우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역십자 문신이 새겨진 팔뚝에 팔꿈치 아래로는 커다란 보라색 팔찌.

강우는 걸음을 옮겨 남자를 쳐다봤다. 신준섭이었다.

‘찾았다.’

술집 안에 있는 남자들을 얼핏 봐도 오십 명 이상이었다.

‘많군.’

강우는 신준섭에게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한창 웃으며 술을 마시던 신준섭이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엉? 넌 뭐야?”

강우는 말없이 신준섭을 내려다봤다. 신준섭은 신경에 거슬린다는 듯 미간을 확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 뭐냐고 새끼야!”

강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돈 내놔.”

신준섭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눈썹을 찡그렸다.

“뭐?”

“네가 다른 클랜들에게서 돈을 뺏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 돈, 모두 토해내라.”

일순 술집 안이 조용해졌고, 복면으로 변조된 강우의 낮은 음성만이 울렸다.

정적이 흘렀다.

“하하하하하하하!”

신준섭이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남자들도 모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신준섭은 배까지 잡아가며 웃었고, 웃는 남자들 중 눈물까지 흘리는 녀석도 있었다.

신준섭은 한참을 웃다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뭐야, 너 미쳤냐? 본 적도 없는 새끼가… 얼굴은 왜 가렸어? 너 누구야?”

강우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엑시큐셔너.”

엑시큐셔너는 강우가 가장 좋아하던 게임의 이름이자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신준섭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형집행인?”

남자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거 게임 이름일 겁니다. 저도 재밌게 했었거든요.”

다른 남자가 말했다.

“약간 정신이 이상한 오타쿠 같은 새낀가 본데요?”

신준섭은 강우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리며 말했다.

“야, 이 새끼 끌고 나가라. 다신 이런 개짓거리 못하게 버릇 좀 고쳐주고.”

키가 190cm도 넘는 거구의 남자가 강우에게로 다가왔다. 남자는 강우의 팔뚝을 잡으며 말했다.

“나와.”

강우는 아무 대답도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거구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강우의 팔뚝을 확 잡아끌었다. 하지만 강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거목처럼, 발바닥 아래로 뿌리가 내린 것처럼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거구의 남자는 당황한 듯 온 힘을 다해 강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뭐, 뭐야?”

거구의 남자가 양손으로 강우의 팔을 잡고 당겼지만, 강우의 팔도 들지 못했다. 거구의 남자는 강우의 팔에 매달리다시피 끌어당겼지만, 강우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거구의 남자는 질렸다는 듯 강우의 팔을 놓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쳐다봤다. 퍼플 헤드 클랜원 전원의 표정이 바뀌었다. 신준섭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이 새끼 조져!”

남자들이 강우를 둘러쌌다. 남자 하나가 씩 웃으며 말했다.

“겁도 없이 까부는구나….”

남자는 강우를 잡아끌던 거구의 남자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은 우리 클랜에서 가장 말단이야. 유일하게 일성 중급이지. 우리는 클랜장님이 랭킹 3위고, 나머지 클랜원들도 전부 일성 상급이다 이 말씀이야… 그렇게 까불어놓고 멀쩡히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거구의 남자가 말했다.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거구의 남자는 강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마 이 놈의 능력이 몸을 무겁게 한다거나, 뭐 그런 거 같습니다. 제게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거구의 남자는 씩 웃으며 강우를 향해 돌아봤다. 강우는 거구의 남자를 올려다봤다. 거구의 남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바보 같은 가면이나 뒤집어쓰고… 넌 내가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거구의 남자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남자의 전신에서는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곧 모두 주먹으로 모아졌다. 거구의 남자는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주먹을 세워 그대로 내리쳤다. 강우는 그 순간 작게 읊조렸다.

“죽지 않게끔….”

콰앙!

강우는 왼손을 들어 주먹을 가볍게 막아냈다. 강우가 오른쪽 주먹으로 남자의 복부를 끊어 쳤다. 남자는 새우처럼 등이 굽어지며 뒤로 날아갔고, 뒤에 있던 다른 남자들을 덮쳤다. 거구의 남자에게 깔렸던 남자들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죽여!”

남자들이 강우를 에워싸며 달려들었고, 술집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사방에서 주먹과 발이 강우에게 날아들었다. 강우는 공격을 전부 몸으로 받아냈다.

퍼퍼퍼퍼퍼퍽.

강우에게 공격을 한 남자들은 모두 씩 웃었다. 하지만 강우에게는 전혀 데미지가 없었다. 강우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움켜쥐어 들어버렸다. 남자는 양손으로 강우의 손을 잡고 떼려 했지만, 손이 얼굴에 들러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강우는 남자의 얼굴을 잡은 채 들어버렸다. 남자는 발을 허공에 버둥거렸다.

멀리 떨어져 있던 한 남자가 소리쳤다.

“모두 비켜!”

남자의 손에는 파란 빛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둥글게 모아져있었다. 남자가 강우를 향해 양손을 뻗자 번개가 날아갔다. 강우는 손에 쥐고 있는 남자를 번개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던져버렸다. 던져진 남자는 번개를 몸으로 받아내며 날아갔고, 번개를 쏜 남자에게 부딪쳤다. 둘은 벽까지 날아가 처박혔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술집 안에 다양한 빛들이 번쩍거렸다. 퍼플 헤드 클랜원들이 일으킨 것이었다. 남자들은 동시에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강우의 주먹질이었다. 가볍게 끊어 쳤지만, 그 위력은 게틀링건과 같았다. 강우는 사방으로 주먹을 날렸고, 주먹에 맞은 남자들은 모두 뒤로 날아갔다. 남자들이 강우에게 맞은 부위는 주먹 자국이 선명하게 남으며 움푹 들어가 있었다. 강우의 주먹에 맞고 다시 일어나는 남자는 한 명도 없었다.

50명 이상이었던 클랜원들 중 서있는 것은 약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조금 떨어져있던 남자들이 모두 손에 빛을 모았다. 남자들은 동시에 강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눈보라, 전기, 불덩어리 등이 강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강우는 팔을 뻗어 제자리에서 빠르게 한 바퀴 돌았다.

후웅.

바람소리와 함께 남자들이 쏜 마법들이 모두 사라졌다. 남자들은 모두 넋이 나간 채 강우를 멍하니 쳐다봤다.

한 남자가 “으아아아아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남자의 양 주먹에는 노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양 주먹을 동시에 강우에게 뻗었다. 남자의 주먹에서 노란 빛이 폭발했다.

퍼엉!

폭발로 인해 연기가 나오고, 강우의 모습이 가려졌다. 남자는 분명히 강우에게 큰 타격이 있을 거라 확신하며 씩 웃으며 소리쳤다.

“해치웠어!”

남자는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다른 남자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남자들의 표정은 영혼이 빠진 것 같았다.

“뭐, 뭐야? 다들 왜 그래?”

남자는 다시 강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강우는 오른손을 들어 남자의 공격을 막아냈다. 강우에게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남자는 여전히 두 주먹을 뻗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맹수 앞에 선 초식동물처럼 잡아먹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는 손바닥으로 남자의 명치를 밀어 쳤다. 남자는 뒤로 쭉 날아가 벽에 처박혔고, 가슴팍에는 손바닥 모양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지이이이이잉.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 모든 남자들이 양쪽 귀를 틀어막으며 고통스러워했다. 강우 역시 빈혈이 온 것처럼 어지러웠다.

신준섭이 팔찌를 맞대고 있었다. 신준섭의 전신에서는 보라색 빛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신준섭이 소리쳤다.

“모두 부상자를 데리고 빠져나간다!”

남자들은 동시에 “네, 클랜장님!”이라고 외친 뒤, 서둘러 부상자들을 업어 술집을 빠져나갔다. 술집에는 강우와 신준섭 단 둘만이 남아있었다.

신준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잘도 까부는구나… 넌 죽었어.”

신준섭이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신준섭의 뒤로 음파가 발생했고, 순식간에 강우의 코앞에 다가섰다. 신준섭은 도약력을 실은 오른발을 그대로 강우의 가슴팍을 향해 내질렀다. 강우는 양팔로 신준섭 발차기를 막아냈다.

쩡!

강우는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발차기를 한 신준섭은 튕겨나갔다. 신준섭은 뒤로 한 바퀴 돌며 바닥에 착지했다.

“너… 대체 뭐하는 놈이냐?”

강우는 양팔을 내리고 신준섭을 보며 말했다.

“너 같은 놈들 조지는 사람.”

신준섭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강우에게 달려들 듯 자세를 낮췄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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