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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23화 (23/195)

23화

신준섭이 다시 뒤로 음파를 발생시키며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강우는 손을 들며 신준섭의 공격을 받아내려 준비했다.

‘힘 조절… 죽이지는 말아야지….’

신준섭이 강우에게 오기 전이었다. 신준섭이 양손을 뻗었다. 신준섭의 손에서 음파가 뿜어져 나왔다. 음파의 충격은 주변 사물들이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으스러질 정도였다. 강우는 양팔을 들어 몸을 숙였다.

신준섭이 소리쳤다.

“뒈져 새끼야!”

신준섭의 양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파가 더욱 거세게 뿜어졌다. 강우는 들고 있던 팔을 내리고, 신준섭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신준섭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음파를 뿜어내는데 더욱 집중했다. 하지만 강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신준섭의 바로 앞까지 걸어갔다.

신준섭은 음파를 뿜어내는 것을 멈추고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 개새끼가!”

텅.

강우가 오른쪽 주먹으로 신준섭의 복부를 끊어 쳤다. 신준섭은 몸이 붕 떠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신준섭은 벽에 기대 주저앉은 채 숨을 골랐다. 강우가 신준섭 앞에 쪼그려 앉았다.

“돈… 어딨냐?”

신준섭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까.”

“뭐?”

“좆까라고 이 씨발놈아!”

신준섭이 양팔을 강우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신준섭이 끼고 있는 두 팔찌가 강우의 머리를 양 옆에서 가격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강우는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꼈고, 몸을 일으켜 뒷걸음질을 쳤다. 눈앞이 핑핑 돌고,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심한 어지러움이었다.

신준섭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네 고막, 달팽이관, 뇌까지 전부 머릿속을 흔들어줬다. 서있는 게 가상하구만.”

신준섭이 양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이제 그만 뒈져….”

신준섭이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콰앙!

강우가 신준섭의 얼굴에 손을 얹은 채 돌진했다. 신준섭은 뒤통수부터 벽에 처박혔다. 강우가 손을 뗐고, 신준섭의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신준섭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어, 어떻게….”

“술 좀 많이 먹으면 이 정도 어지러움은 원래 겪는 거잖아.”

신준섭은 모두 포기한 듯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그래? 하아….”

신준섭이 고개를 들며 양팔을 강우의 머리를 향해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럼 한 번 더 먹어!”

턱.

강우가 양손을 들어 신준섭이 휘두른 양팔을 막아냈다. 신준섭의 팔찌에서는 보랏빛이 뿜어져 나오며 위잉, 위잉거렸다.

강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마음 같아선 죽여버리고 싶지만….”

끼이이이이이익, 빠직, 빠지직.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강우는 양손으로 신준섭의 팔찌를 움켜쥐었다. 신준섭은 발버둥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내 팔! 내 팔! 아아악! 놔! 개새끼야! 놔! 놓으라고!”

강우는 아랑곳 않고 더욱 힘을 줘 신준섭의 팔을 팔찌 채로 움켜쥐었다. 합금으로 이뤄진 팔찌가 찌그러지며 신준섭의 양팔도 부서졌다.

강우가 신준섭의 팔에서 손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찌는 동양인 남자의 발기한 성기 굵기 정도로 찌그러져 신준섭의 팔을 꽉 조이고 있었다.

신준섭은 양팔을 축 늘어트린 채 눈물을 줄줄 흘렸다. 팔찌 안쪽에서는 피가 흘러나와 신준섭의 손등 위로 줄줄 흘렀다.

강우는 신준섭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들었다. 지갑에는 약 40만 겔드가 들어있었다. 강우는 돈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신준섭 앞으로 지갑을 던졌다.

강우는 걸음을 옮겨 술집을 빠져나갔다. 신준섭은 양팔을 늘어트린 채 손등 위로 흐르는 피처럼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강우가 술집에서 나오자 퍼플 헤드 클랜원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자 중 하나가 말했다.

“크, 클랜장님은?”

강우는 엄지로 술집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남자들이 당장이라도 싸울 듯 자세를 취했다. 강우는 양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했다.

“해보려고?”

남자들은 강우에게서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떨궜다. 강우는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재킷을 벗어둔 곳으로 갔다. 재킷은 그대로 있었다. 강우는 재킷을 걸치고, 주변을 둘러본 뒤, 복면을 벗었다. 강우는 복면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집으로 향했다.

강우는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더러워진 옷을 세탁기에 넣고, 침대에 누웠다. 강우는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210만 겔드 손해인가… 나중에 갚겠다고 하긴 했는데… 일단 병문안이나 가봐야지. 좀 괜찮아지면 돈 얘기도 하고….”

강우의 양손에는 아직도 퍼플 헤드 클랜원들을 때려눕힌 감촉이 생생했다. 강우가 팔병신으로 만들어버린 신준섭은 국내 일성급 예거 중 랭킹 3위, 강우는 자신의 강함을 전신으로 느끼고 있었다.

‘힘을 최대한 자제했는데도 참 쉬웠어… 그래도 놈들이 바시보다는 튼튼해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다 죽었겠지? 그나저나… 난 정식으로 측정하면 어느 정도일까? 일성과 이성의 차이도 하늘과 땅이라던데… 삼성 정도는 되려나? 그 이상일지도?’

강우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져있었다. 강우에게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는 것에서 오는 죄책감 따위는 전혀 없었다. 퍼플 헤드 클랜이 워낙 악랄한 놈들이기도 했지만, 강우 스스로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내일은 블랙마켓 좀 들르고… 김민지한테 연락도 한 번 해봐야겠군.’

강우는 허기가 느껴졌지만, 그대로 자버렸다.

강우는 새벽에 눈이 번쩍 떠졌다.

‘몇 시지?’

강우가 잠이 든 시각은 밤 11시가 조금 넘었었고, 일어난 시간은 새벽 4시였다.

‘조금밖에 안 잤는데 하나도 안 피곤하네. 어우, 배고파….’

강우는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서 허기를 달랬다. 강우는 커다란 사발에 시리얼을 전부 먹었는데도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강우는 조금씩 더, 더 먹다가 결국 시리얼 300g과 우유 2리터를 전부 먹어치웠다.

‘씨발… 내 뱃속에 뭐라도 들었나…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많이 움직여서 그런가?’

강우는 냉동실에 보관했던 견과류를 꺼내 으적으적 씹어 먹었다. 견과류도 앉은 자리에서 200g이나 먹었다.

‘아, 이거 배탈나겠는데….’

하지만 허기만 가셨을 뿐, 더 먹으려면 먹을 수 있었고, 속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몸이 튼튼해진 거 같네… 식욕도 늘고, 장기까지….’

강우는 세면과 양치질을 하고 옷을 입었다. 티셔츠는 복면 세트 상의를 대충 빨고, 건조를 시킨 뒤 입었다.

‘이건 뭐 입은 거 같지가 않아… 오히려 입으면 더 시원한 느낌이야.’

강우는 복면을 주머니에 넣고, 집업 후드를 입은 뒤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강우는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이런 식이면 식비도 엄청 깨지겠어. 빨리 블랙마켓에서 일을 구해야지.’

새벽이라 영업을 하는 곳은 몇 군데 없었다. 강우가 간 곳은 24시간 영업하는 감자탕집이었다. 강우는 감자탕 대(大)자에 공기밥을 주문했다. 식당 아줌마는 강우에게 물었다.

“몇 분 더 오세요?”

“저 혼자예요.”

“감자탕 대자면 혼자 다 못 먹어요.”

“그냥 주세요.”

“그래요 그럼… 남는 건 포장해갈 수 있어요.”

강우는 감자탕 대자를 혼자 먹기 시작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블랙마켓에 번호를 남겼던 사람들….’

강우는 연락처 전부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이쪽으로 연락을 드리는 게 처음이라 잘 모릅니다만,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예거 등록은 된 상태고, 이번에 주거래 업체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문자 확인하시면 연락주세요.-강우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다시 밥을 먹었다.

강우는 감자탕 대자를 혼자 다 먹고, 볶음밥도 2인분이나 다 먹고 나서야 식사를 마쳤다. 강우는 계산을 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휴대폰이 울렸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해있었다. 강우의 문자를 받은 사람들 중 하나의 답장이었다. 문자 내용은 포천 부근의 한 주소지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강우는 답장을 보냈다.

-이곳이 어딘데요? 가서 누굴 찾으면 되죠?-곧바로 답장이 왔다.

-오시면 압니다.-

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잠시 고민했다.

‘낚시 아니야? 아무나 다 들어갈 수 있던데….’

강우는 망설임을 멈추고 걸음을 옮겼다.

‘운동 삼아서 가보지 뭐. 이 시간에 연락 온 거 보면 뭔가 있을 거야. 의외로 밤새 인터넷을 하는 놈이 낚시질을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강우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포천까지 뛰어서 갔다. 강우는 시속 약 120km로 뛰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다닌다면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인적이 드문 길을 골라 뛰는 터라 다소 시간이 걸렸다. 달리는 속도 역시 최대 속도가 아니었다. 강우에게 시속 120km는 숨도 차오르지 않는 가벼운 조깅 수준이었다.

강우는 포천에 도착한 뒤, 휴대폰을 꺼내 주소지를 검색했다. 강우가 있는 곳에서 1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강우는 후드를 벗어 가방에 넣고, 복면을 뒤집어썼다. 강우가 걸음을 옮기려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또 다른 문자메시지였다. 문자에는 강우의 현재 목적지와 똑같은 주소지가 찍혀있었다.

‘낚시는 아니겠네. 그나저나 주소가 똑같은 건 대체… 같은 곳에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이 보낸 건가?’

강우는 가방을 옆구리에 낀 채 시속 약 50km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강우가 주소지에 가까워져갔다. 주소지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은커녕, 자동차나 건물도 드문 곳이 나왔다. 주소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산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강우는 일반 사람들의 조깅과 비슷하게 속도를 줄였다.

‘이 길이 맞긴 한 건가? 역시 낚시였나?’

강우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목표지점까지 약 400m가 남아있었다. 강우는 뛰는 것을 멈추고,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며 걸어갔다.

계곡이 보이기 시작했고, 강우를 상류를 향해 걸어갔다.

주소지에 도착했고, 앞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서있었다.

“펜션이잖아.”

강우는 양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이 씨팔… 여기까지 왔는데….”

낚였다고 생각한 강우가 이를 갈 때였다. 수많은 펜션들 중에서 빨간 지붕이 달린 곳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펜션에서 나온 남자는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40세 전후로 보였고, 체구는 폐병 환자처럼 말라 보였다.

남자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새벽에 연락했던 사람이쇼?”

강우는 급 화색을 띠며 말했다.

“네, 맞아요. 연락주셨던 분인가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강우의 행색이 이상하다는 듯 위아래로 훑었다. 강우는 멋쩍은 마음에 남자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건 제 모습을 가리려고….”

강우가 말을 끝내기 전에 남자가 말했다.

“그건 딱 보면 알지.”

“그러니까 제 신분을 가리려….”

남자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애써 설명 안 해도 돼. 여기에 얼굴 가리고 오는 사람들이야 널렸으니까.”

남자는 강우를 보며 말했다.

“뭐,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나 마스크 같은 건 많이 봤지만… 그런 걸 쓰고 오는 사람은 처음 보긴 하네.”

강우는 멋쩍음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남자가 물었다.

“그나저나 주거래 업체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주로 팔고 싶다는 거요, 아니면 사고 싶다는 거요?”

“주로 파는 쪽일 겁니다. 저는 가능하면 여기서 일거리도 좀 받고 싶은데요. 제가 알기로 몬스터 거래 업체 측에서 일자리 알선도 해주는 걸로 알고 왔거든요.”

“일거리? 그래, 맞아. 우리 같은 업자들이 일종의 중간 상인 역할을 하지. 우리한테 누군가 일을 의뢰하고, 우리는 그 일을 할 사람들은 연결시켜주지. 뭐 간단하게 말해서 예거 파티나 클랜이랑 몬스터 관련 거래 업체를 합쳤다고 보면 되지. 소속은 되지 않지만 말이야. 그런데 자네… 뒤를 봐주는 업체나 사람이 있나?”

강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요? 업체? 아니요. 저는 여기 업체를 찾으러 온 건데….”

남자는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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