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강우의 양손은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피와 침으로 범벅이었다. 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양손에 검치를 각각 쥔 채 허공에 손을 강하게 털었다.
후우우웅.
강우가 양손을 허공에 털자 바람이 일었다. 강우의 양손에 묻어있던 피와 침도 바람을 타고 날아가 멀리 땅에 후드득 떨어졌다. 강우는 손을 돌려보며 깨끗해진 것을 확인하곤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종합운동장역에 들러 사물함에서 가방을 꺼냈다. 강우는 가방과 검치를 챙겨 집으로 향했다.
강우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옷을 갈아입은 다음 들어갔다. 강우는 검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복면을 쓸 때 입었던 옷을 꺼내들었다. 옷의 옆면이 찢어져있었다. 강우는 마지막에 죽였던 스밀로돈 포풀라토르가 앞발로 때렸던 것을 떠올렸다.
“에이… 씨, 진짜….”
강우는 티셔츠를 보며 생각했다.
‘옷은 좀 튼튼한 걸로 바꿔야겠어. 바지도 세트로 하나 뽑고… 신발까지.’
강우는 집에 들어서며 피자와 핫윙, 감자튀김, 샐러드 세트를 주문했다.
강우는 티셔츠를 구석에 던져놓은 뒤, 컴퓨터를 켰다. 강우가 둘러본 것은 복면을 쓰고 활동할 때 입을 옷과 신발이었다. 가장 튼튼하고, 기능이 우수한 것은 나노슈트였다.
“미친… 9600억 겔드?”
나노슈트는 일반 사람이 입어도 웬만한 예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고 설명돼있었다. 강우는 스크롤을 내리며 구시렁거렸다.
강우의 눈에 들어온 옷이 있었다. 주로 탐험, 모험, 익스트림 스포츠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입는 옷으로 잘 찢어지지 않고, 방수기능 등 다양했다. 디자인도 입맛대로 고를 수 있었다. 상의와 하의, 신발까지 세트로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대는 200만 겔드부터 1,000만 겔드가 넘는 제품까지 다양했다.
‘비싸네….’
강우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계속 입을 거니까 한 번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강우는 270만 겔드로 된 세트를 구입했다. 구성품은 이전에 입던 티셔츠와 비슷한 디자인의 파란색과 노란색이 섞인 상의, 진한 회색의 바지와 검은색 부츠 그리고 양면으로 뒤집어 사용할 수 있는 배낭이었다. 배송은 특급 배송으로 금일내로 도착했다.
강우가 주문했던 음식들이 도착했다. 강우는 음식을 먹으며 아까 가져온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두 검치를 쳐다봤다.
‘얼마나 하려나?’
강우는 음식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시중가는 개당 70만 겔드에서 120만 겔드까지 거래됐다.
‘저건 제법 크니까… 최소 100만은 하겠지?’
강우는 음식을 다 먹어치우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김민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전히 김민지는 문자로도 느껴지게끔 쌀쌀맞았다. 강우는 어느 병원에 입원해있는지 물었다.
-삼미의료원에 입원해있어. 다른 클랜원들은 다 퇴원하고, 클랜장님만.-강우는 조만간 보자는 식으로 답장을 한 뒤, 휴대폰을 내려놨다.
‘예의상 한소영을 한 번 찾아는 가봐야겠지?’
강우는 스밀라돈 포풀라토르의 검치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저거부터 판 다음에 가야겠다.’
강우는 샤워를 하고, 팬티만 입은 채 침대에 누웠다. 전투를 치른 탓인지 피곤함이 느껴졌고, 강우는 잠에 들었다.
“지강우 씨!”
누군가 문밖에서 강우를 불렀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강우가 현관문을 열었다. 택배기사가 커다란 박스를 건넨 뒤,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여기에 사인 한 번만 해주세요.”
강우는 사인을 했고, 택배기사가 떠났다.
강우는 현관문을 닫고, 곧장 박스를 뜯었다. 강우가 아까 주문했던 옷과 신발이었다. 강우는 당장 옷을 입어봤다. 티셔츠는 다소 몸에 달라붙는 스타일의 긴팔이었고, 바지는 청바지와 등산복 바지의 중간쯤 되는 재질로 이뤄져있었다. 부츠는 발목까지 올라왔고, 끈 대신에 밸크로(찍찍이)로 고정하는 형태였다. 배낭은 양면이어서 검은색 또는 주황색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제품설명서에는 화기에도 강하고, 잘 찢어지지 않으며, 신축성도 좋고, 완전방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강우는 거울 앞에 서서 복면을 뒤집어썼다.
‘괜찮은데….’
강우는 배낭에 옷과 바지, 운동화를 챙겨 넣었다. 강우는 복면을 쓰고 다닐 땐 검은색이 드러나게 배낭을 메고, 평소에는 주황색이 드러나게 배낭을 메고 다니기로 결정했다.
강우는 배낭을 메고,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검치를 챙겨 집을 나섰다.
강우는 집을 나서며 바로 이부선에게 전화를 했다. 강우는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검치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이부선은 정확한 가격은 직접 봐야 책정할 수 있다고 했다. 강우가 이부선을 바로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이부선이 말했다.
“나 지금 강남 쪽인데 이쪽으로 올 수 있어?”
강우는 강남으로 가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강우는 강남을 향해 발걸을 옮겼다.
강우와 이부선은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우가 도착했을 때 이부선은 커피와 허니브레드를 먹고 있었다. 강우를 본 이부선은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와. 뭐 좀 마실래?”
강우는 커피를 한 잔 마시려다가 자신이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인지했다. 강우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이부선은 웃음을 잔뜩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복면 써서 못 먹나?”
강우는 눈썹을 찡그렸다.
‘알면서 그런 거구만.’
강우는 이부선의 앞에 앉으며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검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부선의 두 눈이 커졌다.
“대단한데? 이 정도면 900kg… 아니, 1,000kg급이었겠어.”
“얼만데?”
“115만 겔드 쳐줄게.”
“115만?”
강우는 자신이 알아봤던 최대 시세에 근접해 내심 기분이 좋았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이부선이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검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사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일반 시중가보다 딱히 높게 쳐주기는 힘들어. 하지만 입수 난이도가 높은 제품들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특히 일반적으로는 거래가 안 되는 것들 말이야.”
“예를 들면?”
“일단 예거나 업자가 아니면 구입할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이 비싸지. 예거나 업자여도 구하기 힘든 것이라면 더욱 그렇고. 네가 손댈 수 있는 일들 중에선… 그나마 가장 약한 게 이성 중급인 미노타우로스의 피야. 녀석의 피를 마시면 정력이 좋아진다나….”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돈이나 줘.”
이부선은 얼굴에 생긋 미소를 드리운 채 핸드백에서 돈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성격 급하기는… 그나저나 너 그렇게 다녀도 돼?”
“뭐? 무슨 소리야?”
“잊었어? 신준섭의 형인 신준혁이 너를 노리고 있다고. 그렇게 복면을 뒤집어쓰고 다니면 ‘날 죽여줘’하면서 다니는 거랑 뭐가 달라?”
강우는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말했다.
“아… 깜빡했네.”
“뭐? 깜빡? 진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네… 웬만하면 그 복면 좀 벗고 다니지 그래? 안 그래도 요즘 일손이 많이 부족한데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다른 복면으로 바꿔 쓴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도 마. 이 일대에 복면을 쓰고 다니는 건 너밖에 없으니까. 집행자 씨.”
“뭐… 상관없어. 나보다도 당신이 항상 위험에 처해있는 거 아닌가?”
이부선은 돈을 세서 115만 겔드를 강우에게 건넨 뒤, 핸드백을 닫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지?”
“당신… 그렇게 큰돈을 들고 다니고, 블랙마켓도 보안이 허술한 거 같던데… 언제 도둑이 들거나 강도질을 당해도 이상할 거 없잖아?”
강우와 이부선의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이부선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우리가 괜히 블랙마켓에서 장사를 하는 줄 알아? 그 정도 대비도 안 할 것 같아? 전 세계의 블랙마켓들은 연결돼있고, 특히 같은 지역에 있는 블랙마켓들은 끈끈한 유대감이 있어. 서로 뒤를 봐준다고. 블랙마켓 업자들 중 웬만한 예거들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도 많고….”
이부선은 뒤쪽에 앉아있는 한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밖에 돌아다닐 땐 언제나 경호원이 붙는다고.”
이부선의 뒤쪽에 앉아있는 남자가 몸을 돌려 강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강우는 잠시 남자를 쳐다보다가 이부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군.”
이부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하여튼 목숨 간수 잘하라고. 다음에 봐. 아, 그리고 옷도 그런 것보다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목숨을 부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걸로 입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부선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쪽에 앉아있던 남자도 일어났다. 이부선이 먼저 카페를 빠져나갔고, 남자는 카페에서 나가며 강우를 노려봤다. 강우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가 카페에서 빠져나가고, 강우는 잠시 앉아있다가 카페를 빠져나갔다.
강우는 카페에서 나와 발걸음을 옮겼다.
‘아, 삼미의료원도 여기서 가깝지. 온 김에 한소영한테 들러야겠다.’
강우는 사람들이 많이 다지니 않는 길을 골라 일원동 쪽으로 향했다. 이따금씩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사람들은 한 번씩 강우를 쳐다봤다.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강우는 멋쩍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가끔 조금씩 쪽팔린단 말이지….’
강우가 길을 걷던 중 다섯 명의 남자들이 길을 막아섰다. 강우는 남자들을 그냥 지나치려 했다. 남자들은 걸음을 옮겨 강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남자 하나가 전화를 하며 말했다.
“형님, 찾은 것 같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강우를 보며 말했다.
“우리랑 잠깐 어디 좀 가지?”
강우는 여전히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말했다.
“당신들 뭔데?”
다른 남자가 말했다.
“여기서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따라와라.”
“싫다면?”
남자 두 명이 강우의 양옆으로 붙었다. 남자 두 명은 강우의 양팔을 잡았다. 처음 전화를 했던 남자가 강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차피 너한테 선택권은 없다. 끌고 와.”
두 남자가 강우를 끌고 가려 했다. 하지만 강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강우를 이끄는 두 남자에게 소리쳤다.
“너희들 뭐해?”
“아, 저 그게… 꼼짝도 하질 않습니다.”
“지금 장난해? 얼른 끌고 오라고!”
두 남자는 끙끙거리며 강우를 끌어당기다 못해, 양손으로 팔을 잡고 매달렸다. 강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강우가 주머니에서 손을 확 빼며 팔을 들자, 양팔을 잡고 있던 두 남자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다른 남자 하나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주먹을 쥔 채 강우에게 다가왔다.
“이 새끼가….”
남자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강우는 오른쪽 손바닥을 폈다.
‘사람이니까… 적당히 죽지는 않게….’
남자가 주먹을 휘둘렀고, 강우는 손바닥으로 남자의 가슴을 향해 짧게 끊어 쳤다.
텅, 으득.
남자의 주먹이 강우에게 닿기 전, 강우의 손바닥이 남자의 가슴을 쳤다. 남자는 뒤로 날아가 나뒹굴었다. 양팔을 붙잡고 늘어졌었던 두 남자가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두 남자는 강우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한 남자의 손에서는 주황색 빛의 구체가, 다른 남자의 손에서는 푸른빛의 굵은 전기가 뻗어 나왔다.
퍼엉! 파치치치치치!
강우의 왼쪽에서 날아온 주황빛의 구체는 폭발했고, 푸른빛의 전기는 강우를 감전시켰다. 전기를 뿜고 있는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강우를 향해 계속해서 전기를 뿜어냈다. 강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강우의 반응에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자는 “죽어!”라고 소리치며 전신에서 푸른빛을 뿜어내며 더욱 강한 전기를 뿜어냈다.
반대편에서 주황빛 구체를 쐈던 남자가 양손에 주황빛을 모으고 있었다. 남자는 양손을 모으며 강우에게로 향했다.
“뒈졋… 커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악!”
파치치치치치치치치치치!
강우는 전기를 맞고 있는 상태로 주황빛을 모으고 있던 남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남자는 감전돼 입에 거품을 물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강우는 남자의 목을 손에서 놓고, 몸을 돌렸다. 강우는 곧장 전기를 뿜던 남자에게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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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업로드는 월요일 자정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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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