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텅.
처음 전화를 하던 남자가 강우에게 발차기를 했다. 강우는 왼팔을 들어 막아냈다. 남자는 강우를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준섭이를 팔병신으로 만들어놓은 게 확실히 우연은 아닌가보군.”
강우는 잠시 남자를 쳐다봤다가 바로 고개를 돌리고 전기를 뿜는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강우는 납자의 양 볼을 움켜쥐었다.
“아아악!”
남자는 전기를 뿜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얼굴을 잡고 있는 강우의 손으로 양손을 옮겼다. 강우는 남자를 멀리 던져버렸다. 바닥에 나뒹군 남자는 “끄으….”하고 신음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다른 두 남자가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이 새끼! 죽여버린다!”
처음에 전화를 하던 남자가 소리쳤다.
“그만둬! 너희 상대가 아니….”
남자가 말을 끝마치기 전이었다. 강우는 양손으로 두 남자의 얼굴에 손을 얹어 바닥에 뒤통수부터 내리꽂았다.
쿵.
뒤통수부터 바닥에 처박힌 두 남자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뒤통수와 바닥 사이에는 붉은 피가 흘렀다.
혼자 남은 남자는 양 주먹을 들며 자세를 취하며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냈다. 어느새 주위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강우의 몸에서는 아직 전류가 남아 따닥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강우는 거만하게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자리를 좀 옮길까? 점점 소란스러워지는데….”
남자는 강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주위를 둘러보곤 말했다.
“그러지. 따라와라.”
남자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고, 강우가 뒤를 따랐다. 남자는 담벼락과 건물의 벽을 타고 오르며 이동하면서도 강우가 따라오는지 계속 확인했다. 강우는 아예 남자의 옆쪽으로 붙어 함께 뛰었다. 남자는 자신의 속도를 쉽게 따라오는 강우를 보며 직감했다.
‘나도 이 놈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시간만 끌면….’
남자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굳게 다물고 뛰었다. 강우는 여유롭게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가 멈춰선 곳은 한 공사장이었다. 공사장 주변으론 방음벽에 높게 쳐져있었다. 강우는 남자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한 번 붙어볼까?”
남자는 말없이 양 주먹을 꽉 쥐고 자세를 낮췄다. 강우는 양팔을 늘어트린 채로 말했다.
“그런데 네가 신준혁이냐?”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말했다.
“아니다.”
“그럼 넌 뭐냐?”
“레드 헤드(Red Head)클랜의 암살조장 김조훈이다.”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레드 헤드? 퍼플 헤드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 그리고 암살조장? 만화를 너무 많이 봤네….”
김조훈은 강우에게로 달려들며 소리쳤다.
“복면을 쓰고 다니는 너만큼은 아니지!”
김조훈이 빠르게 강우에게 다가섰다. 김조훈이 강우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강우는 고개를 옆으로 틀어 김조훈의 주먹을 피해냈다. 강우는 싸대기를 때리듯 손바닥을 휘둘렀다. 김조훈은 몸을 낮춰 강우의 공격을 피해내며 양발을 모아 강우의 복부를 걷어찼다.
김조훈은 강우의 복부를 걷어찬 반동으로 한 번에 5m이상 거리를 벌린 뒤, 착지해 다시 자세를 취했다. 강우는 김조훈에게 복부를 걷어차였지만, 1mm도 제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김조훈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예거 등록이 된 놈이냐? 아니면 블랙마켓에서 활동하나? 너 같은 놈이 왜 여태까지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지?”
“활동한지 얼마 안 됐거든.”
“헛소리 집어치워!”
김조훈은 전신에서 송곳처럼 뾰족한 붉은빛을 발산했다. 김조훈이 강우에게 달려들어 빠르게 공격을 퍼부었다. 김조훈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발차기를 할 때마다 붉은빛이 예리한 송곳과 칼날처럼 날아들었다.
터터터터터터터턱.
강우는 모든 공격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막아냈다. 김조훈이 오른쪽 손을 뒤로 당기며 소리쳤다.
“이런 제기랄!”
김조훈은 손끝으로 강우의 목을 노리고 찔렀다. 강우는 오른손 손등으로 김조훈이 휘두른 팔을 아래서 위로 툭 쳐올린 뒤, 곧바로 궤도를 바꿔 손등으로 김조훈의 목젖을 쳤다.
“커헉!”
김조훈은 뒤로 나자빠지며 양손으로 목을 부여잡았다. 강우는 김조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레드 헤드? 퍼플 헤드랑 같이 대가리 시리즈냐? 웃기지도 않는다.”
김조훈의 두 눈은 눈물이 고인 채 잔뜩 출혈돼있었다. 김조훈은 강우를 향해 오른손 끝을 뻗으며 “하앗!”하고 소리쳤다. 붉은빛이 마치 창처럼 강우를 향해 뻗어나갔다. 강우는 몸을 틀어 가볍게 피해내고 순식간에 김조훈에게 다가갔다. 김조훈은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강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뻐억!
강우가 손날로 김조훈의 오른쪽 어깨를 내리쳤다. 강우가 손날로 내리친 부위는 뼈가 다 으스러지며 움푹 들어갔다.
“아아아악! 이 개새끼야!”
김조훈은 왼손을 강우에게 휘둘렀다.
턱.
강우가 김조훈의 왼쪽 손목을 움켜쥐었다.
으드드드드득.
강우가 김조훈의 왼쪽 손목을 빈 캔처럼 찌그러트렸다. 다시 한 번 김조훈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조훈은 양팔을 늘어트린 채 왼발로 지면을 차 몸을 틀었다. 김조훈은 양 다리를 모아 무릎을 굽히고, 강우의 얼굴을 향해 발을 뻗었다. 강우는 몸을 수구려 발차기를 피해내고, 양팔로 김조훈의 두 다리를 감쌌다.
와드드득.
강우는 김조훈의 두 다리를 꽈배기처럼 한 바퀴 꼬아버렸다.
“아아아아악… 아악… 크흑, 크흐윽….”
김조훈은 양팔을 늘어트리고, 두 다리는 꼬아져 뼈가 모두 부서져 꼼짝도 하지 못했다. 강우는 김조훈의 옆에 쪼그려 앉아 물었다.
“그럼 너네 클랜장이 신준혁이냐? 나 죽이라고 시키디?”
김조훈은 강우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강우는 고개를 뒤로 빼 침을 피하고, 엄지와 검지를 김조훈의 왼쪽 쇄골로 가져갔다.
뚝.
김조훈의 왼쪽 쇄골이 부러짐과 동시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우는 나지막이 말했다.
“한 번만 더 개지랄하거나 질문에 대답 안 하면 전신의 뼈를 모두 부러트려주겠어.”
강우가 김조훈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강우의 복면의 두 눈은 매섭게 변해있었다.
“클랜장이 신준혁이냐?”
“네, 네….”
“너는 등급이 뭐지?”
“저, 저는 예거 등록이 안 됐습니다. 등급으로 치면 이, 이성 하급 정도 될 거예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물었다.
“그래? 너희 클랜은 모두 등록이 안 됐어?”
“아니요. 암살조만 그렇습니다. 다른 클랜원들은 모두 등록이 돼있어요.”
“흠… 그럼 너네 클랜장은 몇 등급이야?
“그건…….”
김조훈이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공사장 안으로 약 40명의 남자들이 들어섰다. 남자들 중 가운데는 누가 봐도 신준섭과 비슷한 외모의 남자가 서있었다. 긴 머리는 올백으로 넘기고 있었고, 회색 정장차림이었다. 강우는 남자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네가 신준혁이냐?”
신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찾았다.”
“네가 신준혁이냐고.”
옆에 있는 남자들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 새끼가!”
“죽고 싶어?”
“상황파악 안 돼?”
“건방진 새끼 죽여버린다!”
신준혁이 손을 들자 남자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신준혁은 사지가 부서져 뻗어있는 김조훈을 한 번 쳐다본 뒤, 강우를 보며 말했다.
“내 동생 말로는 비등했다던데… 마지막에 네가 비겁한 수를 써서 졌다고… 동생보다 센 김조훈이를 저렇게 만든 거 보니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구만.”
신준혁의 옆에 서있던 민머리 남자가 말했다.
“제가 당장 놈을 처리하겠습니다.”
신준혁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김조훈이 멀쩡할 때 붙으면 저 놈처럼 상처 하나 없이 이길 수 있어?”
“네? 아니, 그건….”
“허세부리지 마라. 우린 항상 목숨을 내놓고 사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몬스터를 사냥할 때도… 다른 사람을 사냥할 때도 항상 이겨야 돼. 지는 건 곧 죽음을 뜻하거든.”
민머리를 고개를 조아리며 동조했다. 신준혁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긴 채 소리쳤다.
“김진구.”
민머리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신준혁이 또 다른 남자를 호명했다.
“이희권.”
짧은 머리를 올려 이마를 드러낸 남자가 대답했다.
“네!”
신준혁이 강우를 보며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윤태수.”
키가 190cm가 넘고, 체중은 130kg는 나갈 것 같은 남자가 말했다.
“네.”
“너도 함께 가라.”
“저도 말입니까?”
“그래.”
다른 클랜원 하나가 말했다.
“부클랜장님이나 간부님들이 나설 필요 없습니다. 저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신준혁이 인상을 찌푸리자 말을 꺼냈던 클랜원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신준혁이 강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상한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있다고 우습게보지 마라. 일성급 랭킹 3위인 내 동생도 팔병신을 만들어놨고, 이성 하급은 되는 김조훈을 부상 하나 안 입고 저렇게 만들었다. 너희들은 수백 명이 달려들어도 안 돼.”
신준혁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우리 진구랑 희권이, 태수 정도라면 얘기가 다를 테지만….”
강우가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 말했다.
“언제까지 입만 나불댈 거야? 무슨 계모임하냐? 그냥 다 덤벼.”
신준혁이 강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조져!”
김진구와 이희권이 강우를 향해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김진구의 몸에서 주황색 빛이, 이희권의 몸에서 남색 빛이 흘러나왔다.
김진구는 강우의 앞에 멈춰 오른발을 땅에 굴렀다.
쿵!
김진구가 발을 구른 콘크리트 바닥이 부서지며 파편이 튀어 올랐다. 강우는 크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파편을 피했다. 강우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퍼퍼퍼퍼펑!
이희권이 강우를 향해 양손을 마구 뻗었고, 야구공 크기의 짙은 남색을 머금은 물이 폭탄처럼 날아들었다. 물은 하나하나 쇳덩어리와 같았고, 강우의 얼굴과 어깨 몸통, 허벅지 등을 강타했다. 강우는 물덩어리를 맞을 때마다 자세가 무너졌다.
어느새 김진구가 강우에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김진구의 오른쪽 주먹이 강우의 복부에 닿아있었다.
쿠웅!
붉은빛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고, 강우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강우는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강우는 곧바로 바닥에 양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이 새끼들이….”
강우의 무릎은 아직 땅에 닿아있었다. 강우가 고개를 들었고, 이희권이 정면에서 양손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이희권의 양손 사이에는 지름 1m가 넘는 커다란 물 덩어리가 모여 있었다. 이희권이 양손을 뻗었고, 강우를 향해 물 덩어리가 날아갔다. 강우는 무릎을 땅에 댄 채 양팔을 들며 몸을 웅크렸다.
퍼엉!
물 덩어리가 폭발을 일으켰고, 강우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강우는 바닥을 구르다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강우는 전신이 흠뻑 젖어있었다.
김진구가 씩 웃으며 말했다.
“별 것도 아니잖아?”
이희권이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조훈이 어쩌다 저렇게까지 당했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
김진구가 윤태수를 향해 뒤돌아보며 말했다.
“부클랜장님까지 나설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
윤태수가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뒤!”
콰앙!
강우가 바닥을 박차 한 걸음에 김진구의 앞까지 날아오다시피 튀어 나왔다. 김진구가 말을 마치기 전, 강우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위에서부터 날아온 주먹은 김진구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김진구는 머리부터 바닥에 처박혔다. 김진구의 두 눈은 흰자를 보이고 있었고, 코에서는 코피를 흘리며 이따금씩 몸을 움찔거렸다.
강우가 이희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희권은 급하게 뒤로 크게 뛰며 양손에 남색 빛을 모았다. 이희권은 강우를 향해 양손을 마구 휘둘렀다. 이희권이 양손을 휘두를 때마다 물방울들이 산탄총처럼 강우를 향해 발사됐다.
투투투투투퉁!
강우는 물방울들을 몸으로 받아내며 이희권을 향해 뛰어들었다. 강우가 이희권의 코앞에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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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들은 잘 보내셨나요?
다시 시작되는 한 주, 힘차게 보내시길!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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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