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이희권은 급하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턱.
이희권이 강우를 향해 물방울들을 발사하기 전이었다. 강우가 이희권이 손목을 잡았다. 이희권은 급하게 왼손을 휘둘렀지만, 그마저도 강우가 잡았다.
“놔! 이 새끼야! 놔!”
이희권이 몸부림을 쳤지만, 강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으드드드드득.
“아아아아아악!”
강우가 이희권의 양쪽 손목을 비틀어버렸다. 완전히 부러진 이희권이 손목은 덜렁거렸다. 강우가 이희권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강우는 이희권의 머리채를 잡아 신준혁을 향해 던져버렸다. 신준혁은 가만히 서있었고, 윤태수가 날아오는 이희권의 몸통을 잡았다.
“아아아아악!”
이희권은 부러진 양쪽 손목이 흔들려 통증에 비명을 질렀고, 머리는 한 움큼 빠져있었다. 머리 가운데 일부분은 두피까지 찢어져 피가 흘렀다.
강우는 손에 들린 머리카락과 뜯겨진 두피조각을 바닥에 버리고, 윤태수를 노려보며 걸음을 옮겼다. 윤태수는 이희권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양 주먹을 꽉 쥐고 강우를 향해 걸어왔다. 윤태수의 전신에서는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고, 두 눈마저 붉은빛으로 가득 차올라있었다. 윤태수는 거친 호흡을 내뿜었고, 호흡은 붉은 아지랑이를 피웠다.
강우가 양 주먹을 쥐며 자세를 취했고, 윤태수가 커다란 몸집에 맞지 않게 민첩한 몸놀림으로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우아아아아아!”
윤태수는 허리를 비틀며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주먹은 붉은빛이 뒤덮고 있었다. 주먹이 지나간 자리에는 붉은빛의 잔상이 남았다.
쾅!
강우는 양팔을 들어 윤태수의 주먹을 막아냈지만, 두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며 몸이 공중에 떴다. 윤태수는 곧바로 무릎을 굽혔다 피며 강우를 걷어찼다.
터엉.
강우가 10m이상 뒤로 밀려났다. 강우는 자리에 착지하자마자 곧장 윤태수를 향해 뛰어들었다. 윤태수는 오른쪽 주먹 밑동으로 달려오는 강우를 내리쳤다. 강우는 왼쪽 주먹을 올려쳐 맞부딪쳤다.
퍼엉!
윤태수의 주먹과 강우의 주먹이 맞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났고, 두 주먹이 서로 튕겨나갔다. 윤태수가 곧장 왼쪽 주먹을 휘둘렀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휘둘러 또다시 주먹끼리 맞부딪쳤다.
빠득!
윤태수가 왼손을 오른손으로 가져가며 뒤로 물러났다. 강우의 주먹이 윤태수의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부러트렸다. 윤태수는 이를 갈며 다시 강우에게 달려들어 왼쪽 주먹을 휘둘렀다.
빠악!
강우가 또다시 윤태수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윤태수는 왼손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고, 손등은 부러진 뼈가 살갗을 뚫고 튀어나와있었다.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끝났군.”
윤태수는 “우아아아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공중에 뛰어올랐다. 윤태수의 그림자가 강우의 위로 드리웠다. 윤태수는 오른발로 밟아 짓이기려 했지만, 강우는 슬쩍 뒤로 물러서서 피해냈다.
쿠웅!
윤태수의 반경 1m이상의 지면에 금이 갔다. 뒤로 물러났던 강우가 순식간에 윤태수의 코앞으로 다가갔다. 윤태수가 고개를 들었다.
쾅!
강우는 오른발로 윤태수의 발을 힘껏 밟았다. 윤태수의 발은 부서지며 지면을 파고들었다.
쾅쾅쾅쾅!
강우는 연이어 윤태수의 밟아댔다. 윤태수의 발은 지면에 처박혀 완전히 납작해졌고, 피가 터져 나왔다. 윤태수는 왼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움직이지 못했다. 강우가 몸을 돌렸고, 윤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보려 했지만,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꼼짝도 하지 못했다.
레드 헤드 클랜원들의 안색이 변해있었다. 처음 가졌던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준혁은 정장 재킷을 벗어 한 클랜원에게 넘겼다. 강우는 배슬거리며 말했다.
“처음엔 조금 놀랐다?”
신준혁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두 개 푸르며 말했다.
“넌 그냥 안 죽인다.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조져주마.”
강우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까딱였다.
“한 번 해봐.”
신준혁은 셔츠의 양쪽 소매를 팔꿈치 위로 접어 올렸다. 강우는 “준비만 하다가 끝낼 거냐?”라며 비아냥거렷다. 신준혁의 몸에서 보라색 빛이 흘렀다. 신준혁과 강우는 약 30m이상 떨어져있었다. 신준혁이 강우가 있는 쪽을 향해 주먹을 짧게 끊어 쳤다. 강우는 신준혁이 뭐하는 짓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였다.
“이게 무슨….”
공간이 일그러졌다.
위이이이잉. 쿵!
강렬한 음파가 강우의 안면을 강타했다. 강우는 예상치 못한 일격에 뒤로 넘어졌다. 강우가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신준혁이 빠르게 주먹질을 해댔고, 음파들이 차례로 강우를 덮쳤다. 처음 날아온 음파는 강우의 복부를 강타했다. 강우의 등이 새우처럼 굽었다. 두 번째 음파는 강우의 오른쪽 어깨, 세 번째는 왼쪽 허벅지, 네 번째는 목젖, 다섯 번째는 턱에 꽂혔다. 강우는 연타에 자세가 무너졌고, 마지막엔 턱이 들리며 뒤로 넘어갔다.
신준혁은 손목에 차고 있던 명품시계를 벗어 클랜원 중 하나에게 넘겼다. 신준혁은 천천히 강우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우리 클랜이 왜 레드 헤드 클랜인 줄 알아?”
강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신준혁은 언더핸드 투구처럼 주먹질을 했다.
텅!
음파는 정확히 강우의 오른쪽 턱을 강타했다. 몸이 날아갈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강우는 턱을 돌리지도 않은 채 버텼다.
지이이이익.
강우의 발이 바닥에서 미끄러지며 뒤로 밀려났다. 강우는 허리를 피고 똑바로 선 뒤,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왜 레드 헤드 클랜인데?”
신준혁은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너 같은 놈들의 대가리에 시뻘건 피를 뒤집어쓰게 해주거든!”이라고 하며 오른쪽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동체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큰 공간의 일그러짐이 보였다. 강우는 음파에 대고 정면으로 주먹질을 했다.
파앙!
강우는 날아오는 음파를 주먹질로 깨버렸다. 신준혁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뭐, 뭐야? 지금 뭘 한 거냐?”
신준혁은 다시 한 번 주먹을 크게 휘둘러 음파를 쐈다. 강우는 손바닥으로 바람을 일으키듯 크게 휘둘렀다.
후우우우웅.
음파가 공중에서 분해돼 강우에게까지 닿지 못했다. 신준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너 대체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아까부터 이상해! 내 음파에 정통으로 몇 대나 맞았는데 왜 상처 하나 없지? 내 음파 한 방이면 뼈가 으스러지고, 살갗이 터진다고!”
강우는 순식간에 신준혁의 앞으로 다가섰다. 강우는 신준혁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민 채 말했다.
“내 낯짝이 좀 두껍거든. 우유도 좋아해서 뼈도 튼튼하고.”
신준혁은 “좆까는 소리하지 마!”라고 외치며 양 주먹을 강우의 양쪽 관자놀이를 향해 휘둘렀다. 강우는 얼른 고개를 숙여 신준혁의 주먹을 피했다.
지이이잉.
신준혁의 두 주먹이 맞부딪치며 음파가 발생됐다. 주변의 클랜원들은 모두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강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손버릇이 안 좋구만.”
신준혁이 만세를 하듯 양 주먹을 치켜들었다.
“죽어 이 개새끼야!”
신준혁은 양 주먹의 밑동으로 강우를 향해 내리쳤다.
퍽.
강우의 주먹이 신준혁의 복부에 꽂혔다.
“커어어….”
신준혁의 등이 새우처럼 구부러졌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으로 신준혁의 몸을 받친 채 말했다.
“다음이 어깨였지?”
강우는 왼손을 치켜들었다. 강우는 손바닥 아래 손목뼈 부분으로 신준혁의 오른쪽 어깨를 후려쳤다.
뚝.
신준혁의 어깨 관절이 빠졌다.
“크윽!”
강우는 신준혁을 톡 밀어내며 말했다.
“다리.”
강우는 신준혁의 왼쪽 허벅지를 오른발로 걷어찼다.
펑!
강우에게 맞은 신준혁의 허벅지 부위가 터졌다. 마치 악어가 한 입 베어 문 듯 시뻘건 피를 머금은 적토색과 선홍색이 섞인 속살이 드러났다.
“아아아아아악!”
강우는 손날을 세우며 말했다.
“목.”
강우는 손날을 세워 바깥쪽으로 휘둘러 신준혁의 목젖을 쳤다.
“커헉!”
신준혁은 컥컥거리며 비틀거렸다. 강우는 기특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일어서있네?”
신준혁의 전신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신준혁은 갓 태어난 임팔라처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어?”
신준혁의 왼손에는 보라색 빛이 모여들어있었다. 신준혁이 강우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커다란 음파가 강우를 연속적으로 덮쳤다. 음파는 건물 철골조도 뒤흔들 만큼 강력했다. 강우는 음파에 밀려 뒷걸음질을 치다 멈춰 서서 왼팔을 이마 위로 붙였다.
신준혁은 손을 쫙 피며 더욱 강한 음파를 뿜어냈다. 강우는 잠시 멈춰 있다가 한 걸음씩 앞으로 앞으로 내딛었다. 강우는 한 걸음 한 걸음 발이 바닥을 파고들 만큼 강하게 내딛었다. 강우는 성큼성큼 신준혁의 앞으로 다가갔다. 강우가 지나온 자리에는 1cm이상 파고들어간 발바닥이 남아있었다.
강우가 오른손으로 신준혁이 음파를 뿜어내는 왼손을 맞잡았다. 신준혁과 강우의 손아귀 사이에서 음파가 갇힌 채 나오지 못했다. 신준혁이 다급히 소리쳤다.
“놔, 놔! 놓으라고!”
신준혁은 음파를 뿜어내는 것을 멈췄다. 하지만 강우와 신준혁의 손아귀 사이에서는 여전히 음파가 그 작은 틈새에 맴돌고 있었다.
퍼퍽! 퍼퍼퍼펑! 퓻.
신준혁의 살갗이 터지며 이리저리 튀었다.
으드득, 빠득, 빠드드득!
신준혁의 손뼈가 모두 뒤틀리며 부서졌다. 강우는 신준혁의 손을 놓은 뒤, 손을 털어냈다. 손에 묻었던 피가 후드득 바닥에 떨어졌다. 신준혁의 손은 너덜너덜한 살조각이 일부분 걸려있을 뿐 뼈가 다 드러났다. 뼈도 뒤틀리고 부러져있었고, 엄지와 약지를 제외한 손가락들은 한 마디 이상이 남아있지 않았다. 신준혁은 박살이 난 자신의 손을 보며 “아… 으… 아….”거리며 알 수 없는 신음을 냈다. 신준혁의 두 눈은 안구가 튀어나올 듯 커져있었고, 입은 턱이 빠진 듯 다물지를 못했다.
강우가 신준혁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턱.”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신준혁의 입에 대고 후려쳤다. 강우의 주먹은 완전히 신준혁의 입으로 들어갔다.
콰작.
신준혁의 양쪽 입꼬리는 쭉 찢어졌고, 턱관절이 빠졌다. 치아는 안쪽 어금니 몇 개를 제외하곤 모조리 부서졌다. 강우가 신준혁의 입에서 손을 뺐고, 부서진 치아들이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 신준혁은 정신을 잃은 채 뒤로 넘어갔다. 신준혁은 눈의 흰자를 드러낸 채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입에서는 침이 섞인 피가 줄줄 흘러 바닥을 타고 흘렀다.
강우는 신준혁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앞으로 고기는 못 먹겠네.”
강우는 레드 헤드 클랜원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클랜원들은 전부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개중에 몇몇은 바닥에 오바이트를 해대며 괴로워했다.
강우는 신준혁을 지나쳐 클랜원들에게로 걸음을 옮기다가 멈췄다. 강우는 신준혁을 내려다봤다. 강우의 시선이 머문 곳은 신준혁의 오른손이었다.
“넌 손이 말썽이니까 아무래도… 그리고 준섭이도 양팔 모두 병신 됐는데 너만 한쪽이면 불공평하잖아?”
강우는 신준혁의 오른손을 밟았다.
콰직.
강우가 발을 떼자 발바닥에 피가 찍 눌어붙으며 거미줄처럼 늘어졌다. 신준혁의 손가락 네 개와 손바닥 일부분은 완전히 납작해져 피가 새어나왔다. 강우는 신준혁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넌 이가 다 나갔으니까 오른손은 내버려둘 걸 그랬나….”
“아, 악마!”
강우가 시선을 옮겼다. 한 클랜원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 악마야! 넌 사람도 아니야!”
강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너희들 이런 각오도 안 하고 싸우는 거야? 내가 졌으면 너희들은 날 죽였을 거잖아? 제발 죽여달라고 할 때까지 괴롭힐 거라며?”
다른 클랜원이 소리쳤다.
“차라리 죽여! 저렇게 숨만 붙어있으면 무슨 소용이야 이 미친놈아!”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죽여 병신아. 그리고… 뭐? 미친놈?”
강우의 말에 클랜원들은 모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강우는 클랜원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클랜원들은 뒤로 확 물러서며 양옆으로 간격을 벌렸다. 강우는 클랜원들 사이로 걸음을 옮기다가 멈춰 섰다. 강우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 있는 놈들 전부 얼굴 기억해둔다… 나랑 마주치지 마라. 다음에 또 마주치면 너네 클랜장이랑 똑같이 만들어줄 거니까….”
클랜원들은 아무런 말도 않은 채 그저 강우가 빨리 떠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자신들은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살고 싶다고 간절히 빌며, 이제는 착하게 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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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 힘이 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