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강우가 시선이 고정된 것은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기사였다.
<세계 최초 20대 초반의 사성 중급 예거 탄생!>
『미국 출신의 예거 일명 ‘하얀 늑대’가 사성 중급으로 승급해 눈길을 끈다. 하얀 늑대는 4년 전 이례적으로 처음부터 이성 상급으로 등록해 국내외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얀 늑대는 전 세계에의 모든 예거들 중 유일하게 ‘하얀 빛’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빛의 희소성뿐만 아니라, 특출난 능력으로 수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범죄자들을 체포했다.
특히 이번 미네소타주에 등장한 삼성 상급의 몬스터 ‘오버레팅’을 사냥을 주도해 그 능력을 인정 받아 사성 중급으로 진급했다.
한편, 미네소타주에서 발견된 몬스터 오버레팅은 크기에 따라 삼성 중급부터 상급까지 결정되는 몬스터다. 오버레팅은 도마뱀과 비슷한 외모로 콘크리트와 같은 외피를 가지고 있고, 여섯 개의 다리, 네 개의 눈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하얀 늑대가 사냥에 성공한 오버레팅은 꼬리 길이를 합한 몸길이가 2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우는 하얀 늑대의 기사를 보면서 떠올렸다.
‘예전에 채팅….’
강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얀 늑대에 대해 검색했다. 하얀 늑대는 강우와 동갑의 나이, 생일 또한 같았다. 외모는 머리와 눈썹까지 모두 흰색으로 물들인 백인이었다.
‘알비노여?’
눈동자마저 연한 회색빛으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강우는 하얀 늑대가 자신과 생일까지 같다는 것에 어느 정도 확신했다.
하얀 늑대는 강우가 예거의 능력을 갖게 된 날,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이 분명했다. 예거의 능력을 갖자마자 일성 상급의 몬스터를 처치했다던 남자.
‘정말 강한 녀석이었구나. 그것도 하얀 빛이라….’
강우와는 상반되는 남자였다. 검은색과 흰색. 상극.
‘녀석의 능력은 뭘까?’
강우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알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이 넘게 노력을 해봤지만, 자신의 몸에서 어떠한 색도 발현시킬 수 없었다.
‘신준혁이나 신준혁의 경우는 음파… 그 외의 사람들도 모두 저마다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강우는 생각하기 짜증난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뭐… 그래도… 내가 만나본 인간들 중엔 제일 세니까. 죽이지 않으려고 힘을 제한하느라 힘들어 죽을 정도니 이건 뭐… 나도 삼성….’
강우는 하얀 늑대의 기사를 다시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니, 저 정도는 나도 충분히….’
강우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나름의 결정을 내렸다. 겉으로 빛을 뿜어내며 특정한 능력을 가지는 남들과는 달리, 몸안에 능력이 응축돼 신체 능력이 최대치로 발휘된다는 것.
‘적어도 힘이랑 맷집 하나는 최고니까. 속도도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강우의 포커스는 다시 하얀 늑대와 채팅을 했을 때로 넘어갔다. 강우는 그때 당시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 이메일을 남겼던 사람이 있었는데.’
강우는 컴퓨터의 폴더들을 뒤졌고, 이메일을 저장해둔 메모 파일을 발견했다.
'찾았다. [email protected]‘
강우는 이메일을 보냈다.
-4년 전에 채팅을 했던 사람입니다. 기억할지 모르겠네요… 예거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된 날 채팅으로 얘기를 나눴었어요. 당신이 거짓말을 했던 게 아니라면, 저와 생일이 같으니 기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연히 하얀 늑대에 관한 기사를 보고 생각이 나서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아마 당신도 하얀 늑대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딱히 어떤 목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것도 인연이다 싶기도 하고,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예거로 활동한지 얼마 안 돼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하고요. 확인하면 회신 부탁합니다.-
‘뭐, 이 정도면 되겠지.’
강우는 메일을 보낸 뒤,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런데 하얀 늑대는 왜 삼성 상급의 몬스터를 잡았다고 사성 중급까지 진급했지? 사성 중급으로 진급하려면, 사성 중급 몬스터를 잡아야 되는 거 아닌가?’
강우는 예거 커뮤니티와 블랙마켓 커뮤니티 사이트에 담긴 정보들을 세세히 읽기 시작했다. 이성 중급까지는 몬스터와 예거들이 어느 정도는 동일선상에 놓여있었다. 예거 이성 상급과 몬스터 이성 중급은 1:1로 붙는 게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이성 중급에서도 상위권에만 속해도 얘기가 달려졌다. 예를 들어 이성 상급의 몬스터만 돼도 삼성 하급의 예거들도 1:1로 붙는 게 어려운 몬스터들이 많았다. 대개 여러 명의 예거들이 팀을 결성해 사냥해야 했다.
역대 몬스터들 중 오성급 몬스터는 단 한 번 발견됐었다. 당시 오성급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 오성급 예거들이 전투에 참여한 것은 물론, 사성급과 삼성급 예거들도 수백 명이 참여했었다.
예거들은 오성급 몬스터의 사냥에 성공했지만, 사상자도 수백 명이 발생했었다. 그 이후로 오성급 몬스터의 재등장은 없었다.
현재 오성급 예거는 전 세계에서 여덟 명이었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각 다른 색의 빛을 가진 예거들 중 가장 강한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성급에 등록된 또 다른 한 명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은폐하고 있었다. 하얀 늑대와 같이 또 다른 색이라는 소문만이 무성했다.
오성급 예거들 중에 한국인도 하나 있었다. 국내에 머무르는 일은 적었고, 초록빛을 뿜어내는 예거였다.
강우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읽으며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돈벌이가 비교도 안 되겠지?’
강우는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에 담가놨던 돼지고기는 해동이 거의 다 된 상태였다. 강우는 돼지고기를 구워 다른 밑반찬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강우는 밥을 먹으면서 자신의 집을 둘러봤다.
‘지금 집이 불편한 건 아니지만… 단독주택 같은 곳으로 이사하고 싶네.’
강우는 ‘집행자’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더 보수가 높은 일들을 맡겠다고 다짐했다.
강우는 블랙마켓 커뮤니티와 예거 커뮤니티 사이트를 계속해서 둘러봤다. 현재 강우가 블랙마켓에서 측정 받는 능력치는 이성 중급에서 상급 사이, 이성 중급의 일을 맡아 성공적으로 해결한다면 상급의 일들을 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강우가 이리저리 정보들을 보고 있을 때 노예빈에게 문자가 왔다.
-이따 2시에 만날까?-
강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시였다. 강우는 그러자고 했고, 노예빈은 압구정동에서 만나자고 했다.
약속시간이 다가왔고, 강우는 노예빈을 만나기 위해 압구정동으로 향했다.
강우가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노예빈이 나와있었다. 노예빈은 강우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팔짱을 꼈다. 노예빈의 커다란 두 가슴이 강우의 팔을 잡아먹을 듯 감쌌다. 노예빈은 몸에 들러붙는 검은색 미니원피스에 검은색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노예빈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어, 그러게. 잘 지냈어.”
“나야 그냥 그랬지 뭐.”
노예빈은 강우가 메고 있는 배낭을 한 번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가방은 뭐야? 엄청 크네? 뭐 들었어? 자물쇠도 달려있고….”
“어? 별거 아니야. 일 관련 된 거야.”
“오빠 예거라며? 그럼 무기 같은 건가?”
“어, 뭐, 대충 그런 거지.”
노예빈은 호기심이 가득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래? 봐도 돼?”
“어? 아니, 뭐… 별것도 없어.”
강우가 말끝을 흐리자 노예빈은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나 뭐 좀 사야 돼서 그런데 백화점 좀 들르자. 거기서 살 거 사고, 밥도 먹고 나오자.”
“그래, 그러자.”
강우와 노예빈은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 백화점으로 향했다.
강우는 갤러리 백화점에 가는 것이 처음이었다. 입구부터 노란빛을 품은 환한 조명과 대리석 바닥이 ‘이곳은 비싼 거만 파는 곳이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강우가 두리번거리자 노예빈이 물었다.
“왜 그래?”
“어? 아무것도 아니야.”
노예빈은 강우의 팔짱을 끼고 이끌 듯이 걸었다. 노예빈이 발걸음이 닿은 곳들은 모조리 명품관이었다. 노예빈은 강우를 세워놓고 패션쇼라도 하듯 가방을 팔에 걸고, 옷을 입어보고, 신발을 신어보기도, 액세서리를 걸치기도 하며 미소를 지었다. 노예빈은 무언가 입어보고, 들어보고, 신어보고, 걸칠 때마다 어김없이 같은 말을 했다.
“어때? 너무 예쁘지?”
노예빈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강우에게 검사라도 받듯이 다가왔다. 강우는 노예빈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사달라는 건가… 하나 사주고 밥이나 먹은 다음에 떡이나 치러 갈까?’
하지만 강우는 가격표를 보고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무슨 가디건 하나에 200만 겔드냐… 인터넷에서 파는 2만 겔드짜리랑 별로 차이도 없구만.’
가방들은 200만 겔드 아래로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강우는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나왔지만, 너무나 센 가격대에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현재 강우의 돈벌이로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바에서 쓴 술값을 빼곤 거의 돈을 쓰지 않고 잠자리를 가졌던 노예빈에게 이 정도로 투자를 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이러면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데….’
강우는 액세서리를 이것저것 보고 있는 노예빈을 위아래로 훑었다. 노예빈은 귀걸이를 걸어보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어보였다.
‘확실히 괜찮기는 한데… 이 씨발, 이제 두 번째 만나는데 이건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니야?’
강우는 갈등을 하다가 결국 노예빈에게 선물을 사주게 됐다. 강우는 노예빈에게 그나마 가장 저렴한 목걸이를 사줬다. 목걸이는 화이트골드 제품으로 120만 겔드였다. 얇은 줄에 작은 펜던트 하나가 달린 것이 전부였다.
‘돈 아깝네… 오늘 아주 뽕을 뽑아야지.’
노예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노예빈은 강우를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건네며 미소를 보였다. 노예빈은 그런 미소를 짓는 와중에도 ‘겨우 목걸이 하나냐? 다음에는 꼭 프리더 백으로 받아내겠어.’라고 생각했다.
강우와 노예빈은 갤러리 백화점 내에 있는 뷔페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는 크게 비싸지 않은 나름 적절한 가격이었다.
강우와 노예빈은 백화점에서 빠져나왔다. 강우는 넌지시 말했다.
“이제 뭐할까? 술이나 한잔 할까?”
“술? 아직 초저녁이고, 나 오늘 술 별로 안 땡기는데….”
“그럼?”
노예빈은 강우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듯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글쎄? 커피나 마실까? 나 이따가 친구 만나야 되거든.”
강우는 순간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고, 마음 같아서는 노예빈의 싸대기를 올려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 지금 나한테 120만 겔드짜리 목걸이를 받아 처먹고 넌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장난하냐?’
노예빈은 주먹 밑동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 쇼핑하느라 많이 걸어 다녔더니 다리가 아프네.”
강우는 노예빈의 신호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 그럼 어디서 좀 쉬었다 갈까?”
노예빈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가에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쉬고 싶은 거야? 힘 빼고 싶은 건 아니고?”
강우는 노예빈의 손을 꽉 잡았다. 강우가 걸음을 옮겼고, 노예빈은 어딜 가는 거냐며 몇 번이나 물으면서도 아무런 저항 없이 강우의 뒤를 따랐다.
강우와 노예빈은 모텔에 들어섰다. 강우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노예빈에게 들러붙으며 키스를 시도했다. 노예빈은 강우의 키스를 잠시 받아주다가 입을 떼며 끈적하게 말했다.
“씻고….”
강우와 노예빈은 함께 샤워를 했다. 노예빈은 몸에 거품을 묻혀 강우의 몸에 문질렀다. 강우의 분신은 순식간에 하늘을 향해 우뚝 섰다. 노예빈은 놀랍다는 듯 강우의 것을 보며 말했다.
“어머, 저번보다 더 커진 것 같아.”
강우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며 말했다.
“그래?”
“응, 더 맛있어 보인다.”
노예빈이 강우의 것을 입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노예빈은 입안을 완전히 진공상태로 만든 채 입술은 오므려 치아가 닿지 않게 했다. 노예빈의 블로우 잡(blow job)은 강우가 여태까지 받아본 것 중 최고였다.
“읏.”
강우는 노예빈의 입만으로 끝까지 갔다. 노예빈은 우물거리다가 흰 체액을 뱉어낸 뒤, 미소를 지으며 강우를 올려다봤다. 둘은 물로 몸을 다시 한 번 더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뒤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둘은 서로의 몸을 만지고, 입을 스치고, 혀를 스쳤다. 그리고 곧 본게임에 들어갔다. 강우는 노예빈의 위에서 거세게 몸을 움직였다. 노예빈의 신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갔다.
“아, 아! 오빠, 너무 좋아!”
“좋아?”
“응! 최고야! 아악!”
노예빈이 양 다리로 강우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
“안에 싸도 돼.”
“그래도 괜찮아?”
“응, 안에 싸줘.”
강우는 체액을 분출하고, 잠시 노예빈의 위로 엎어져 있다가 옆에 드러누웠다. 노예빈이 물었다.
“저번보다 훨씬 좋았어.”
“그럼 저번에는 별로였어?”
“아니, 저번에도 좋았는데 이번에는 더 좋았어.”
노예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강우가 물었다.
“바로 씻어?”
“응, 나 약속 있어서.”
“그래?”
강우가 아쉬운 표정을 짓자 노예빈이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안해. 중요한 약속이라서. 오늘 미안한 거 다음에 보상해줄게.”
노예빈은 몸을 씻고, 화장을 고친 뒤 바로 모텔을 빠져나갔다.
강우는 침대에 드러누운 채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 뭔가 존나 허무하네.’
강우는 오늘 쓴 돈을 떠올렸다.
‘차라리 돈 주고 사먹는 게 낫겠네… 그냥저냥 평범한 애들을 만나도 몇 명을, 몇 번을 만날 텐데….’
강우는 노예빈은 또 만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때 강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게 정말 큰 힘이 되고, 덕분에 미소를 짓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번 주는 개천절과 함께 주말이 있으니, 몇 편이라도 연참을 하도록 해보겠습니다.
빠르고 흥미로운 내용전개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