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보안요원 하나가 강우의 뒤에서 달려들었다. 보안요원은 양팔로 강우의 목을 감싸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 보안요원은 있는 힘껏 강우의 목을 조르며 소리쳤다.
“됐어! 완벽히 걸렸어!”
강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강우는 양손으로 보안요원의 양팔을 잡아 풀었다. 강우가 슬쩍 밀어내자 보안요원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다른 보안요원들과 경비원들이 강우에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보안요원들과 경비원들은 강우를 완전히 에워쌌다. 강우에게 붙어있는 사람들은 주먹과 발, 삼단봉으로 강우를 마구 때렸다.
“에이 씨, 진짜!”
강우가 몸을 털어내자 모든 사람들이 바닥에 나자빠졌다. 경비원들과 보안요원들은 강우를 괴물 보듯 쳐다봤다. 보안요원 하나가 급하게 무전을 치며 소리쳤다.
“빨리 와! 빨리 오라고!”
강우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왔다니까.”
강우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에는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무전기를 든 채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남자의 뒤로도 세 명의 남자들이 더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무전기를 바닥에 버리며 강우를 노려봤다.
“이 녀석인가….”
강우는 남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보안요원 하나가 소리쳤다.
“이 팀장님!”
이 팀장이라 불린 남자는 부서진 철문을 한 번 쳐다본 뒤 말했다.
“저거… 이 녀석이 그런 건가?”
“네, 그렇습니다.”
이 팀장은 눈썹을 찡그리며 강우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겉보기엔 별거 없어 보이는데… 별다른 아우라도 느껴지지 않고. 어쨌든… 다들 물러나있어.”
보안요원들과 경비원들은 멀리 몸을 피했다. 이 팀장은 강우를 향해 손을 뻗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죽이진 마라.”
이 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 있던 세 남자가 강우를 향해 튀어나왔다. 가운데 있는 남자의 양손에 붉은빛이 흘러나왔다. 남자는 강우의 코앞에서 양 주먹을 부딪쳤다.
퍼엉!
화염이 폭발했다. 강우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얼른 뒤로 물러났다. 남자의 양손에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뭐지? 붉은빛은 신체적 강화가 아니었던가?’
다른 두 남자가 강우를 향해 뛰어왔다. 한 남자는 손에 기다란 봉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남자는 전신에 주황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주황색 빛을 품은 남자가 뛰어올라 강우에게 발차기를 했다.
후웅.
남자가 발을 뻗은 방향으로 주황빛이 마치 뱀처럼 뻗어나갔다. 뱀처럼 뻗어 나온 주황빛은 강우에게 직격했다.
퍼엉!
강우는 양팔로 얼굴을 감싸 막아냈다.
“그렇게 눈을 가리면 앞이 안 보이잖아.”
강우의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강우는 고개를 홱 돌렸다. 옆에서는 기다란 봉을 든 남자가 씩 웃고 있었다. 남자의 봉 끝에 푸른빛이 쌀가마니보다 커다랗게 네모난 망치머리 모양으로 형상을 띠었다. 남자는 그대로 강우를 향해 봉을 휘둘렀다. 푸른빛의 망치가 강우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강우는 양팔을 들어 망치를 막아냈다.
쩌엉!
강우의 양발이 땅 아래로 푹 꺼져 발목까지 땅에 처박혔다. 푸른빛의 망치를 휘두른 남자는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막아?”
남자는 다시 망치를 높게 치켜들었다. 남자는 두더지잡기를 하듯 강우의 머리 위로 망치를 휘둘렀다. 강우는 물에 담갔던 발을 빼듯 지면에 박힌 발을 쉽게 쑥 빼버렸고, 콘크리트는 굳은 흙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콰앙!
망치는 지면을 내리찍었다. 강우는 몸을 뒤로 날려 피해냈다. 강우의 옆에는 어느새 양 주먹에 불꽃을 뿜어내는 남자가 와있었다. 남자가 강우를 향해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강우는 양팔을 들어 측면을 막았다.
퍼엉!
폭발이 일어나며 강우의 몸이 날아갔다. 강우가 날아가는 방향에는 전신에서 주황빛을 뿜어내는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가 양손의 끝을 붙여 장풍을 쏘듯 강우를 향해 뻗었다. 남자의 손에서 뱀의 형상을 한 주황색 빛이 뿜어졌다. 뱀의 형상을 한 주황색 빛은 강우에게 닿기 직전, 크게 입을 벌렸다. 뱀의 형상이 강우를 집어삼켰다.
콰앙!
주황빛 뱀의 형상이 입을 다무는 순간 폭발했다. 폭발로 인해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 강우의 모습을 가렸다. 세 남자는 여유가 가득한 얼굴로 폭발로 인한 연기가 걷히길 기다렸다.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던 보안요원들과 경비원들은 상황이 끝난 듯 미소와 함께 한숨을 내쉬며 숙이고 있던 몸을 세웠다. 푸른빛의 망치를 든 남자가 말했다.
“생각보다 싱거웠어.”
양 주먹에 화염을 일으키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그러게. 간만에 재미 좀 보나 싶었는데.”
뒤에서 지켜보던 이 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멍청한 새끼들아! 똑바로 안 해?”
주황빛을 뿜어내는 남자가 이 팀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상황 다 끝났는데….”
이 팀장은 눈을 번뜩이며 폭발이 일어났던 곳을 가리켰다.
“앞이나 봐!”
“아, 진짜 뭐가 있다고…….”
강우가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린 주황빛을 뿜어내는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다른 두 남자의 표정도 굳어있었다. 강우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멀쩡히 서있었다. 강우는 폭발 속에서도 마스크가 찢어지거나 날아가지 않도록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우는 양손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마스크는 여전히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뿔테 안경은 폭발로 휘어져있었다. 강우는 뿔테 안경을 옆으로 던지며 말했다.
“이제 안 봐준다.”
강우가 세 남자를 향해 튀어나갔다. 세 남자는 황급히 전투태세를 취했다. 양손에 불꽃을 일으키는 남자가 강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남자의 양손에서 화염방사기처럼 불길이 뿜어져 나갔다. 강우는 자신에게 뻗어 오는 불길을 향해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후우우우웅.
남자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은 입김 앞의 촛불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우가 순식간에 남자의 코앞으로 다가섰다. 남자는 아직 모으고 있는 양손에 붉은빛을 모았다. 남자의 손바닥에 불꽃이 모였다.
텅, 와드드득!
남자가 불꽃을 뿜어내기 전이었다. 남자가 모으고 있는 양손에 강우가 주먹을 날렸다. 강우의 주먹을 받아내기엔 남자의 팔은 너무나 연약했다. 남자의 양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렸다. 왼팔은 팔꿈치 반대방향으로 꺾이며 어깨가 빠졌고, 오른팔은 팔뚝 뼈가 부러져 살갗을 뚫고 튀어나왔다. 남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아아아아악!”
양팔이 부서진 남자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며 “내 팔! 내 팔!”이라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옆에 있던 남자가 다급히 푸른빛의 망치를 치켜들었다. 남자는 “죽어라!”라고 소리치며 강우를 향해 망치를 내리쳤다.
쩡!
강우는 망치를 주먹으로 맞받아쳤다. 푸른빛의 망치가 유리장처럼 산산조각나 흩날렸다. 남자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야… 말도 안 돼… 빛의 망치가… 깨졌어?”
몸에서 주황빛을 뿜어내는 남자가 강우를 향해 양손을 벌리며 뻗었다. 남자의 양손에서 뱀의 형상을 한 주황빛이 뻗어나갔다. 강우는 옆으로 빠르게 이동해 공격을 피해냈다. 주황빛을 뿜어내는 남자가 양손을 강우 쪽으로 움직이자 뱀의 형상들도 강우를 향해 날아갔다.
두 뱀의 형상이 강우의 왼쪽 어깨와 오른팔을 물었다. 주황빛을 뿜어내는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넌 끝났어! 아까는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네 피부 아래서부터 폭발을….”
남자는 넋이 나간 듯 강우를 쳐다봤다. 남자의 손에서 뻗어 나간 뱀의 형상들은 강우를 깨물고는 있었다. 하지만 뱀의 이빨들은 강우의 몸을 관통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우는 양팔을 털듯이 양옆으로 팍 펼쳤고, 뱀의 형상들이 찢겨져나가 사라졌다.
강우의 시선이 푸른빛의 망치를 휘두르던 남자에게로 향했다. 강우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으아아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봉을 치켜들었다. 봉에는 푸른빛의 망치가 다시 생성됐다. 강우는 남자가 망치를 휘두르기 전, 봉을 빼앗아버렸다. 강우는 가느다란 철사를 구부리듯 두꺼운 봉을 구겨버렸다. 강우는 푸른빛으로 된 망치머리 주위로 봉을 구겨서 함께 말았고, 그것은 더 이상 망치가 아닌 푸른빛을 머금은 쇳덩이와 같았다. 강우는 손에 든 것을 남자에게 던져버렸다.
쿠웅!
푸른빛의 쇳덩이는 남자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남자는 푸른빛의 쇳덩이와 함께 뒤로 날아가 주차된 차의 옆면에 부딪쳤다. 차에 처박힌 남자의 모습은 마치 쇳덩이를 껴안고 있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아아!”
혼자 남은 남자가 전신에서 주황빛을 뿜어내며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남자의 등 뒤로는 주황빛의 뱀의 형상이 불에 타고 있는 듯 이글거렸다. 남자가 오른손 손끝을 세워 강우의 목을 향해 내질렀다.
턱.
강우가 남자의 손목을 낚아챘다. 남자는 급하게 왼손 손날을 세워 강우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탁.
강우는 손목 바깥쪽으로 가볍게 남자의 공격을 막아냈다.
와드드드드득!
강우는 남자의 오른쪽 손목을 움켜쥐어 부숴버렸다. 남자는 극심한 고통에 두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고, 입에서는 침을 흘렸다. 남자는 그 와중에도 왼손을 다시 휘둘렀다. 강우는 남자의 왼쪽 손목을 낚아챘다.
으드드득!
강우가 남자의 왼쪽 손목마저 부숴버렸다. 남자는 그제야 무릎을 꿇었다.
“크흐으… 흐으으….”
강우는 잡고 있던 남자의 양쪽 손목을 놓았다. 남자의 양팔을 뼈가 다 사라진 듯 힘없이 툭 떨어졌고, 그 고통에 남자는 다시 흐느꼈다.
“크하아… 아아아….”
강우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이거… 다 큰 사내자식이 질질 짜기나 하고….”
강우는 천천히 몇 걸음 옮겨 남자들을 뒤로 하고, 이 팀장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너도 울보냐?”
이 팀장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우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 정체가 뭐냐? 여기서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 거야?”
“너희들이말로 뭐하는 놈들인데? 난 그냥 오늘 기분이 나빠서 철문 하나 부쉈을 뿐이었다고. 사람 죽일 듯이 덤벼든 건 너희들 아니냐?”
“씨발… 이 새끼가 진짜 장난하나….”
강우는 팔짱을 끼고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뒤에서 울고 있는 애들은 몇 급이냐? 생각보다 좀 하던데? 능력도 특이했고.”
이 팀장은 이를 악 물며 말했다.
“이성 하급이다. 넌 대체 뭐야? 저 녀석들을 마치 어린애 데리고 놀듯이….”
강우가 이 팀장의 말허리를 잘랐다.
“너는 몇 급이냐? 팀장이니까 이성 중급쯤 되겠네? 그나저나 너도 참 나쁜 놈이다. 네 부하직원들 병신 될 때까지 보고만 있고.”
이 팀장이 “이 새끼가!”라고 소리치며 강우에게로 달려들었다. 이 팀장의 몸에서는 남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우는 팔짱을 풀며 자세를 취했다.
이 팀장은 강우의 코앞까지 다가와 몸을 돌렸다. 이 팀장은 뒤돌려차기로 강우의 안면을 노렸다. 강우는 가볍게 고개를 틀어 이 팀장의 발차기를 피했다. 이 팀장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한 번 발차기를 했다. 강우는 그마저 몸을 숙여 발차기를 피했다.
이 팀장은 바닥에 착지하며 곧바로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 팀장은 주먹 밑동으로 강우를 향해 내리찍었다. 강우는 왼팔을 들어 이 팀장의 주먹을 막았다.
콰아아아아아앙!
강우의 무릎이 내려앉고, 주변 바닥이 푹 꺼졌다.
*리어 네이키드 초크(Rear Naked Choke) : 뒤에서 도복 깃이 없어도 걸 수 있는 조르기. 양팔로 경동맥을 압박해 뇌의혈액 공급을 막아 10초 안에 의식을 잃게 할 수 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의 전체적인 성격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쭉 구상해 놓은 것이 있고, 공지에도 있듯이 앞으로 다가올 몇몇 사건들로 인해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왜 이렇게 했는지는 직간접적으로 소설 안에 풀도록하겠습니다.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해서...
히키코모리라는 게 완전한 히키코모리라기보단식당 아르바이트(설거지 및 청소)만을 하고, 그 외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은 거의 없다는 예시였는데, 제가 소설 속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던 부분이기에 설정상 제 실수입니다.
그 외에도 지적해주신 부분들이 있는데, 좀 더 탄탄함을 위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부족한 작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다 짜임새 있고, 재밌는 글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