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46화 (46/195)

46화

강우는 조심스레 T.T.C를 어루만졌다. 강우는 오른손 중지를 전자종이에 가져다 댄 채 엄지를 오른쪽 버튼에 손을 가져갔다.

틱, 지이잉.

강우가 목에 두른 T.T.C를 중심으로 검은색이 퍼졌다. 강우의 전신이 검은색으로 둘러싸였다. 강우는 검은색 홀로그램은 나무줄기처럼 뻗어나가 강우의 몸을 집어삼키는 듯 했다. 금세 전신을 감싸고, 얼굴까지 모두 뒤덮었다. 강우는 거울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강우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T.T.C를 사용한 강우는 괴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얼굴 정면은 화상을 입은 것 같기도, 불규칙한 무늬가 박힌 것 같기도 했다. 뺨은 일부분 녹아내려 붉은 속살이 드러난 듯한 모습이었고, 입 쪽은 선분홍색 잇몸과 상어의 것과 같은 이빨이 드러나 있었다. 매섭고 큰 두 눈은 눈동자가 없는 칠흑이었다.

강우는 입을 쩍 벌려봤다. T.T.C는 강우가 입을 벌리는 대로 벌어졌고, 입 안쪽까지 홀로그램이 덮여져있었다. 강우는 삐죽삐죽 상어의 것 같은 이빨로 손을 가져갔다.

‘난 입이 이렇게 크지 않은데… 이빨도 안 이렇고….’

삐죽한 이빨의 끝에 손을 대자 강우의 원래 치아의 느낌이 느껴졌다.

‘대충 얼굴 사이즈에 맞춰서 좀 과장됐구만….’

강우는 신기한 듯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어루만졌다. 강우의 시선이 손으로 향했다. 양손은 검은 장갑을 끼고 있는 듯 했다. 강우는 전신으로 시선을 옮겼다. 몸 전체는 근육이 겉으로 드러난 듯 근섬유와 같은 것이 보이고, 가슴 정면에는 근육 위로 가슴뼈가 올라와있었다. 뒷목부터 허리까진 척추가 튀어나와있었다.

“이거 완전 괴물….”

강우는 자신의 목소리에도 놀랐다.

‘목소리도 괴물 같네.’

쇠를 긁는 듯한 낮은 목소리는 만화나 영화에서 괴물 혹은 악당의 것 같았다.

강우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몸 여기저기를 만져봤다. 척추가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지만, 직접 손을 대면 목선과 등의 느낌이 느껴졌다. 거칠어 보이는 부위도 실제 강우의 몸의 느낌이었다.

강우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뭐… 나쁘지 않네.”

강우는 원래 쓰고 다니던 복면을 집어 들었다. 강우는 잠시 복면을 쳐다보다가 가방에 넣어뒀다. 강우는 다시 거울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포즈를 취했다. 홀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얼굴 표정은 물론, 강우의 움직임에 따라 근육이나 핏줄의 움직임도 모두 구현돼있었다.

‘겉모습은 좀 그렇지만… 기능은 최고네. 적어도 인간에 가까운 모습이긴 하고….’

강우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도 이건 참… 디자인이 너무한 거 아닌가?’

강우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이소아랑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강우는 T.T.C를 껐다.

강우는 옷을 갈아입고, T.T.C는 여전히 착용한 채로 집을 나섰다.

강우는 이소아와 약속을 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강남역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20분이 남아있었다.

‘연락해볼까.’

강우는 이소아에게 ‘어디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아, 저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지금 강남역이에요.--저도 지금 도착했는데, 어디 계세요?- 강우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긴 생머리의 한 여자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강우와 눈이 마주쳤다. 강우와 여자는 둘 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여자가 밝게 웃으면서 강우에게로 다가왔다.

“연락주셨던….”

“네, 맞습니다. 이소아 씨죠?”

“네, 맞아요.”

이소아는 긴 생머리에 쌍꺼풀이 아웃라인으로 잡힌 커다란 두 눈, 높은 코에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옷은 흰색 티셔츠와 흰색 가디건, 청바지를 입었고, 굽이 없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수수하고 청순한 여대생 같은 모습이었다.

강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였다.

“저는 지강우라고 해요.”

이소아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안 까먹고 기억해둘게요. 저녁 안 드셨죠? 일단 어디 가서 밥 먹으면서 얘기해요.”

“아, 네 그러죠.”

“고기 좋아해요?”

“네?”

이소아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삼겹살 먹으러 갈래요?”

“아, 네. 저야 좋죠.”

강우와 이소아는 근처의 삼겹살집으로 이동했다.

이소아가 삼겹살 3인분을 시켰다. 이소아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밥도 드실 거죠?”

“아, 네.”

이소아는 다시 식당 종업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 밥도 두 공기 주세요.”

“더 필요한 건 없으시고요?”

“콜라도 하나 주세요.”

식당 종업원이 고개를 꾸벅이고 주문을 받아갔다. 금세 상이 차려졌다. 강우가 고기를 구우려하자 이소아가 집게를 뺏어들었다.

“제가 할게요.”

강우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아뇨, 제가 하는 게….”

이소아는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면서 말했다.

“친구들이랑 고기를 먹어도 제가 항상 굽거든요. 계속 그러다보니까 남이 하는 거 보면 답답해서 그래요. 저 고기 맛있게 잘 구우니까 믿으셔도 돼요.”

“아, 네… 그럼.”

이소아는 열심히 삼겹살을 구웠다. 강우는 삼겹살에 집중을 하고 있는 이소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소아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왜 웃으세요?”

“아니, 저… 너무 집중하셔서요.”

이소아는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으며 말했다.

“아, 제가 좀 그렇죠?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래서 보자마자 일단 밥부터 먹자고 한 거예요.”

“저도 배고팠어요. 잘 됐죠. 그래도 조금 의외였어요.”

이소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뭐가요?”

“보통 삼겹살 같은 건 옷에 냄새도 배고, 뭐… 쌈도 싸 먹고… 여러 가지로 좀 불편해서 처음 보는 남자랑 오려고 하지 않잖아요?”

“아, 그런가요? 저는 그냥 맛있는 거 먹으려고….”

강우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삼겹살 먹으러 와서 좋다는 얘기였어요. 거의 다 익은 거 같은데,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강우와 이소아는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가벼운 얘기들을 나눴다. 삼겹살을 4인분 더, 냉면까지 추가해서 먹고 나서야 강우와 이소아는 배가 불러오는 듯 젓가락이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졌다.

강우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에 말했다.

“정말 맛있네요.”

“그쵸? 여기 제가 자주 오는 곳이에요.”

“그러시구나… 마르셔서 많이 못 드실 줄 알았는데, 잘 드시대요?”

이소아는 부끄러운 듯 손을 얼굴로 가져가며 눈을 깜빡였다.

“제가 그랬나요?”

“잘 드셔서 보기 좋았어요.”

강우는 물을 한 모금 더 마긴 뒤에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얘기죠?”

“아, 그거요. 내 정신 좀 봐. 그냥 친구 만나서 밥 먹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어요.”

강우는 웃으면서 말했다.

“편하게 생각하면 더 좋죠. 뭐, 그럼 하려던 얘기 좀 들어볼까요?”

“그래요, 그러죠. 강우 씨는 지금 예거로 활동하고 계신가요?”

“아, 네. 예거로 등록은 했는데, 크게 활동하는 건 별로 없어요.”

“그래요? 저는 사실 좀 다른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이소아는 강우에게 자신의 얘기를 늘어놨다.

이소아는 몬스터 보호 협회에서 몬스터 가드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이소아는 예거로 등록을 했었지만, 몬스터를 사냥감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는 상황에 환멸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결국 몬스터들을 보호하는 몬스터 가드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소아가 말했다.

“저는 절대 몬스터를 죽여선 안 된다… 그런 주의는 아니에요. 하지만 가능하다면 살려야 된다는 거예요. 쓸데없이, 그저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죽여서는 안 된다는 거죠. 다른 동물들과 똑같아요.”

강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사람을 해치잖아요.”

“그건 동물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야생동물들도 사람을 보면 공격해요. 몬스터들도 똑같은 거예요. 단지 몬스터들은 살아갈 터가 없는 거예요. 정해진 영역 없이 배회하다가 사람들과 맞닥뜨리고, 안 좋은 일들이 생기는 거죠.”

“글쎄요… 그렇다기엔 몬스터로 인한 인명피해도 너무 많고….”

이소아가 검지를 세우며 말했다.

“그러니까 몬스터 보호 협회는 그 상황을 바꾸려는 거죠. 몬스터 가드들은 몬스터들도 지키고, 사람들도 지키는 게 목표에요. 같이 공생관계가 이뤄지게 하려는 거죠. 여태까지 다른 동물들과 사람이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죠. 실제로 몬스터들 중에선 초식도 있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종들도 분명히 있어요. 길들이기가 가능한 것까지 있고요.”

“몬스터를 길들인다고요?”

“네, 실제로 사람을 따르는 몬스터도 있어요.”

“그게 말이 됩니까?”

“물론, 모든 몬스터들을 길들이는 게 가능하단 건 아니에요. 현재로써 공식적으로 완전히 길들여졌다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일성 하급이죠. 그것도 일부고요. 그 외에 일성 하급에도 끼지 못할 만큼 약한 몬스터… 몬스터로 분류해야 된다는 말과 새로운 동물의 한 종으로 나뉘어야 한다는 말로 의견이 부분하긴 하지만… 하여튼 그런 종류들은 곧 애완동물로써 보급화가 이뤄질 거예요.”

강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증거를 보기 전에는 믿기 힘들겠는데요.”

“이미 개인적으로 애완 몬스터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아마 관련 내용들을 이미 보셨을 거예요.

“그건 극소수의 마니아들만 그런 거잖아요?”

“그게 곧 상당히 보편화될 거란 얘기죠. 그리고 이미 전 세계에 있는 대부분의 몬스터 파크는 몬스터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수입에 비해 유지 및 관리비용이 많이 드니, 협회에서 사들이려고 할 때 기업들은 고마워하더군요.”

강우는 팔짱을 끼며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몬스터 보호 협회에서 몬스터파크의 몬스터들을 관리하고, 야생 몬스터들까지 지키려 한다는 건 알겠어요. 일성 하급 이하의 몬스터들은 애완동물로써의 가능성이 보이고, 이미 그렇게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요. 그래서 요점이 뭐예요?”

이소아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우 씨도 몬스터 보호 협회에서 일하셨으면 좋겠어요.”

“네?”

“몬스터 가드 자격증까지 따시라는 건 아니에요. 몬스터 보호 협회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도 단계가 있어요. 이름만 올리고, 약간의 관심을 보이는 것에서 끝나는 사람들부터 몬스터 보호 협회의 선을 벗어난 사람들까지 다양하죠.”

이소아는 몬스터 보호 협회 관련 사람들의 단계에 대해 설명했다.

몬스터 보호 협회 관련 사람들의 단계는 채식주의자와 비슷했다. 채식주의자들은 보통 크게 나누면, 베지테리언과 세미 베지테리언으로 나뉜다. 여기서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세미 베지테리언의 경우 육식을 하는 단계도 있고, 가금류와 조류를 제외하고는 먹는 경우, 붉은 살코기는 모두 제외하는 경우 등이 있다. 베지테리언의 경우 달걀, 우유 등의 유제품까진 허용하는 경우도 있고, 유제품까지 모두 불허용하기도, 채식 외에는 모든 것을 제외하는 완전 채식주의자 등 다양하다.

몬스터 보호 협회 관련 사람들도 그랬다.

최저 단계인 1단계에 속하는 이들은 일반인들에 가까웠다. 몬스터 보호에 관심만 조금 있는 정도였다.

그 위인 2단계는 몬스터들을 동물과 같이 대해야 한다는 사람들이었다. 동물도 그러하듯 몬스터들도 맹수류가 있고, 비교적 인간과 친화적이어서 가축이나 애완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서는 죽여야 하는 몬스터들도 있다는 주의였다.

3단계는 무조건적으로 몬스터들을 보호해야 된다는 사람들이었다. 사람을 해치는 몬스터일지라도 이들은 단지 영역을 침범당해 방어를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몬스터들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도 절대 죽이지 않고 생포를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최고 단계인 4단계에 속하는 사람들은 동물 보호 협회 측과도 잦은 마찰을 일으켰다. 이들은 사람보다 몬스터들을 먼저 생각하는 주의였다. 극단적인 사람 중에선 필요하다면, 사람이 몬스터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사상을 갖고 있었다.

이소아의 설명을 듣던 강우가 팔짱을 낀 채 고갯짓을 하며 물었다.

“그래서… 당신은 정확히 몇 단계인가요?”

이소아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강우를 쳐다봤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제가 '예거'와 함께 연재를 이어갈 'Masterpiece : 7개의 조각'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예거와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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