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일성 상급의 시칸 두 마리와 중급 한 마리만이 남아있었다. 강우는 시칸들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쥐새끼들은 원래 자기가 이길 수 없는 상대한테는 도망가지 않나? 시칸도 그런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강우는 시칸들을 앞에 놓고 여유롭게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강우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며 시칸과 휴대폰 화면을 번갈아 쳐다봤다.
“어디 보자… 시칸… 시칸의 습성….”
시칸들은 강우를 잔뜩 경계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내리는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라… 그리고 우두머리들은 자기보다 강한 적에게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강우는 가로등을 치켜들며 씩 웃었다.
“쥐새끼 주제에….”
강우는 가로등을 나무작대기 휘두르듯 수직으로 내리쳤다.
퍽.
일성 중급의 시칸은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즉사했다. 강우는 일성 상급 시칸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그만 끝내자. 쥐새….”
강우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시칸 두 마리가 동시에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강우는 손에 든 가로등은 여전히 일성 중급 시칸의 시체 위에 얹어져있었다. 강우는 급하게 가로등을 들며 바깥쪽으로 휘둘렀다.
빡!
강우가 휘두른 가로등은 시칸 한 마리의 옆머리를 후려쳤다. 얻어맞은 시칸은 옆으로 멀리 날아가 바닥에 굴렀다.
다른 시칸이 “키이익!”거리며 커다란 앞니를 드러낸 채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강우는 황급히 왼손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 가로등으로 옮겼다.
우지지지직.
강우는 밀가루 반죽을 끊어내듯 왼손으로 가로등을 잡고, 오른손으로 끝부분을 떼어냈다. 강우는 곧바로 오른손에 들린 가로등 파편을 정면으로 달려오는 시칸에게 던졌다.
퍽.
강우가 던진 가로등 파편은 시칸의 얼굴에 직격했다. 시칸의 두개골은 완전히 으스러져 움푹 들어가 있었다.
강우는 앞에 늘어진 시칸들의 시체들을 보다가 왼손에 들린 가로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얻은 건 있었어.”
강우는 가로등을 바닥에 버렸다. 강우는 시칸 시체들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강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강우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놓고는, 손이 주머니에 어떤 모습으로 들어가 있는지 확인했다. 강우의 손은 마치 갈라진 허벅지 틈으로 손이 파고들어간 것처럼 보엿다.
‘신기하네 이거… 그나저나 아까 날 보고 몬스터로 생각하던데, 매번 이러면 곤란한데….’
강우는 집행자로서 유명해질 필요를 느꼈다. T.C.C를 사용한 강우의 모습이 알려져야 사람들이 몬스터로 생각하지 않고, 자연히 몸값도 오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블랙마켓 쪽에 일을 알아봐야겠어. 한소영한테도 물어보고….’
강우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강우가 시칸들을 죽인 곳에서 멀리 벗어나기 전이었다.
“죽어라!”
치이이잉, 퓽!
강우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우를 향해 푸른빛의 구체가 날아오고 있었다.
콰아앙!
강우는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날려 푸른빛의 구체를 피해냈다.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고, 머리를 파란색으로 물들인 남자가 은색 바주카포로 강우를 겨누고 있었다.
치이이잉, 퓽!
바주카포에서 푸른빛의 구체가 또다시 발사돼 강우에게로 날아왔다. 강우는 푸른빛의 구체를 향해 달려갔다.
슉.
강우는 푸른빛의 구체를 피해내고, 순식간에 바주카포를 쏜 남자의 코앞으로 다가갔다. 강우는 남자의 안면을 잡아 뒤통수부터 바닥에 내리꽂았다.
쿵!
강우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
강우가 무슨 말을 제대로 하기도 전이었다.
키이이이이이잉, 펑!
남자가 강우의 복부에 대고 바주카포를 발사했다. 푸른빛의 구체가 폭발하며 강우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강우는 공중으로 10m이상 떠올랐다.
“처음 보는 종인데… 이성 중급은 족히 되겠어.”
강우의 뒤에서 들린 목소리였다. 강우는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남자가 강우의 뒤로 떠올라있었다. 남자가 강우의 안면에 바주카포를 겨눴다.
쿠오오오옹, 퍼엉!
강우는 날아오는 푸른빛의 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푸른빛의 구체는 안에 회오리를 가둬놓은 것처럼 휘몰아쳤다. 푸른빛의 구체는 강우를 그대로 밀어냈다. 강우는 손을 뻗어 푸른빛의 구체를 막고 있는 상태로 추락했다.
콰앙!
강우는 두 발로 지면에 착지했다. 강우의 양다리는 발목까지 땅에 처박혀있었다.
취, 취, 취, 취, 취, 취.
푸른빛의 구체는 여전히 강우의 손바닥에서 휘몰아쳤다.
펑!
강우가 주먹을 꽉 쥐면서 푸른빛의 구체가 터졌고, 사방으로 바람이 불었다.
남자는 바닥에 착지하면서 놀랍다는 듯 강우를 쳐다봤다.
“이거… 보통이 아닌데?”
강우는 땅에 박힌 양발을 빼낸 다음 남자를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뭐하는 짓이냐… 그냥은 못 갈 줄 알아.”
남자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말도 잘하네? 인간형에 말을 할 줄 아는데다가 처음 보는 종이라… 이거 지원요청을 해야겠는데.”
남자는 오른손에 든 바주카포는 여전히 강우를 겨눈 채 왼손을 귓가로 가져갔다. 강우가 크게 소리쳤다.
“너 뭐하는 새끼냐고! ”
강우가 남자에게로 뛰어들었다. 남자도 귓가로 가져갔던 왼손을 바주카포로 옮겨 전투 태세를 취했다.
쿠쿵!
강우와 남자의 거리는 약 4m, 그 가운데서 무언가가 땅을 뚫고 튀어나왔다. 땅을 뚫고 튀어나온 것은 이성 하급 시칸 네 마리였다. 시칸은 각각 두 마리씩 남자와 강우를 향해 뛰어들었다.
남자는 시칸들을 향해 바주카포를 발사했다.
키이잉, 펑! 키이잉, 펑!
시칸 두 마리가 공중에서 몸이 꺾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시칸들은 푸른빛 구체를 정통으로 맞고도 곧바로 자세를 고쳐 잡으며 남자에게로 달려들었다. 시칸 두 마리는 하나의 뇌로 움직이는 듯 완전히 동시에 남자에게로 달려들었다.
까가강!
시칸 두 마리가 앞발의 발톱을 내세웠고, 남자는 바주카포로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키익!”
강우가 있는 쪽에서 난 소리였다. 강우는 시칸들이 눈앞에서 튀어나왔을 때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시칸 두 마리는 앞니를 내세워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강우는 순간적으로 더 빠르게 움직여 시칸 한 마리의 꼬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강우는 시칸의 꼬리를 잡고 바닥에 패대기를 쳐버렸다. 패대기쳐진 시칸은 그대로 즉사해버렸다.
다른 시칸이 몸을 틀어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강우는 패대기를 쳤던 시칸의 시체를 활용했다. 강우는 꼬리를 잡고 있는 시칸을 달려드는 시칸을 향해 휘둘렀다. 달려들던 시칸은 옆으로 튕겨나가 데굴데굴 굴렀다.
우지지지직, 치직, 치직.
강우는 곧바로 가로등 하나를 뽑아들었다.
콰앙!
강우는 가로등을 휘둘러 바닥을 구르고 있는 시칸을 쳐내버렸다. 시칸은 골프채로 후려쳐진 골프공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강우는 시칸 두 마리와 싸우고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남자는 바주카포를 손에서 놓은 다음 뒤로 물러났다. 시칸 두 마리는 바주카포를 쳐내버리고, 남자에게로 달려들었다. 남자는 달려드는 시칸들을 향해 양손을 펼쳤다. 남자는 양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고, 손바닥 쪽으로는 점화장치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키이이잉.
남자의 양쪽 손바닥 가운데에서 푸른빛이 모여들었다.
쾅! 쾅!
남자가 무언가 하기 전이었다. 강우가 가로등을 휘둘러 시칸 두 마리를 죽여버렸다. 남자는 손에 빛을 모으는 것을 그만두고, 손을 내리며 강우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어? 도와준 거야?”
강우는 가로등을 치켜들며 말했다.
“좆까고 있네.”
후웅.
강우가 남자를 향해 가로등을 휘둘렀다.
콰앙!
남자는 빠르게 옆으로 몸을 날려 강우가 휘두른 가로등을 피해냈다. 강우는 곧바로 남자를 향해 가로등을 옆으로 휘둘렀다. 남자는 벽을 타고 뛰어올라 강우의 공격을 피했다. 남자는 다시 바닥에 착지했다. 강우는 남자를 향해 가로등을 던져버렸다. 가로등은 회전하며 남자에게로 날아갔다. 남자는 몸을 납작하게 엎드려 가로등을 피했다.
콰콰콰콰쾅.
강우가 던진 가로등이 바닥을 쓸었다.
남자는 “역시 말이 안 통하는군.”이라고 중얼거렸다. 남자는 강우를 향해 양손을 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몬스터가 욕도 하네… 하… 거참… 씨팔. 몬스터한테 욕 처먹은 건 내가 전 세계 최초일 거다.”
키이이이잉.
남자의 양손에 푸른빛이 몰려들었다. 강우는 이를 악 물고, 양 주먹을 꽉 쥔 채 남자를 노려봤다.
“뭐하고 있는 거야?”
목소리는 위에서 들려왔다. 강우와 남자가 고개를 위로 들었다. 건물 위에 두 명의 남자와 여자 한 명이 서있었다. 건물 위에 서있던 남자들과 여자는 강우와 싸우던 남자의 주변으로 착지했다. 짧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남자가 강우와 싸우던 남자를 보며 말했다.
“블루, 무슨 일이야?”
블루라고 불린 남자가 강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골드, 저것 좀 봐. 새로운 몬스터야. 지능도 굉장히 높아. 욕까지 하더라니까?”
골드라고 불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몬스터야. 신기할 것도 없어. 새로운 몬스터가 언제 어디서 나와도 이상할 거 없으니까. 어제도 충주에서 신종이 발견됐었다고.”
머리에 보라색 브릿지를 넣은 여자가 강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계속 입으로만 떠들 거야? 얼른 잡자.”
강우는 어이없는 상황에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지랄들을 하십니다….”
골드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와! 진짜잖아! 말하는 건 많이 봤어도 욕하는 건 처음 봤어!”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설명하기도 귀찮다. 어차피 날 죽이려고 했던 놈을 그냥 보낼 생각도 없고.”
블루가 강우를 향해 한 걸음 내딛으며 말했다.
“내가 끝내버리겠어.”
골드는 씩 웃으며 팔을 빙빙 돌렸다.
“간만에 몸 좀 풀겠는데.”
가만히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람이잖아.”
다른 세 사람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시선이 몰렸다. 골드가 말했다.
“그린! 사람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린이라 불린 남자는 강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 몬스터 아니고, 사람이야.”
나머지 세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강우를 쳐다봤다. 블루는 그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헛웃음을 지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런 괴물이 사람일 수가 없잖아.”
“저거 아마 T.C.C를 사용한 거야. 나도 저거 갖고 싶었거든. 저 사람은 왜 이런 곳에서 저걸 사용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맞아. 말도 사람처럼 하고….”
강우는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며 걸음을 내딛었다.
“내가 사람이든 괴물이든 그런 건 이제 아무 상관도 없어.”
강우는 블루를 노려봤다. 블루는 강우를 보며 물었다.
“너… 진짜 사람이야? 아니, 사람이세요?”
“그래.”
“아… 진짜? 그럼 그거 벗으면 속에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래,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으니까 덤벼. 한꺼번에 와도 좋다.”
레드는 양손 깍지를 껴 뒤통수에 가져다대며 몸을 돌렸다.
“에이, 뭐야… 간만에 몸 좀 푸나 했더니… 그럼 난 갈래.”
퍼플도 레드의 뒤를 따랐다.
“나도 갈래.”
블루는 강우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블루는 그린에게로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린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린과 눈을 마주쳤다.
강우는 T.C.C를 사용 중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이를 드러내며 사냥감을 노리는 괴물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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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어떤 댓글들이라고는 딱히 지칭하진 않겠습니다.
몇 가지 의문점을 주신 부분들에 대해서 짧게는 10화, 길게는 30화 안으로 "아~ 그래서 이렇게 한 거구만."이라는 생각이 들만한 내용들이 나올 겁니다.
모쪼록 쭉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