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49화 (49/195)

49화

그린이 강우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봐, 일단 진정 좀 하고….”

강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 진정?”

“그래, 진정하고, 얘기 좀 하자고. 우리 쪽에서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오해였으니까 이해 좀 해줘.”

“지금도 얘기하고 있잖아. 참고 있는 거 안 보이냐?”

강우는 블루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순간 좀 열 받기는 했어도, 내가 안 참았으면 저 새끼는 지금쯤 못 서있었을 거다.”

그린은 진정하라는 듯 양손을 들며 강우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까, 조금만 더 릴렉스하자고. 응?”

강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서 전적으로 우리 측에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다.”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사과하는 사람 태도야? 그리고 책임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냥 맨입으로 싹 씻겠다는 건가?”

“너도 반격을 했을 거 아니야. 네 입장에서 정당방위였겠지만,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줄 수 없을까? 사정 좀 봐달라고.”

강우는 주위에 늘어져있는 시칸의 시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 저것들을 잡으러 여기에 온 거 맞지?”

“맞아.”

“어디 클랜 소속이지?”

뒤에 있던 블루가 말했다.

“우린 클랜 같은 곳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야. 우린 예거 파티 소속이야.”

강우는 블루를 한 번 쳐다보곤 그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저것들 잡으면 너희한테 얼마 돌아가지?”

“그건 왜….”

그린은 강우의 눈치를 확인하고 말을 멈췄다. 그린은 늘어진 시칸의 시체들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일성급이 대략 스무 마리에… 이성 하급도 네 마리….”

그린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대충… 400만 겔드 내외 정도?”

“아까 왔던 녀석들도 같이 일하는 거지?”

“그렇지.”

“아까 다섯 명이었으니까 총 2,000만 겔드라….”

그린은 검지를 세워서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니, 우리들 전부해서 400만 겔드야. 참고로 두 명 더 있어.”

“그럼 두당 60만 겔드가 안 되게 받는다는 건가?”

“그렇지.”

“고작 그거밖에 안 받아?”

그린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우린 예거 파티 소속이라고. 수당은 별로 안 나와. 대신 고정 월급이 짭짤하지.”

“그래… 그럼 일단 너희가 받을 수당 400만 겔드는 나한테 줘야겠는데.”

“뭐?”

강우는 시칸 시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내가 다 잡았으니까.”

그린은 블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블루는 그린의 눈치를 보며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다 잡은 상태더라고… 하얀 시칸들은 내가 왔을 때 튀어나오긴 했는데 저 녀석이 잡아버렸어.”

그린은 시칸 시체들을 보며 말했다.

“어쩐지… 네가 잡았다기엔 전부 외상이 좀 적더라… 이 많은 숫자를 너무 빠르게 잡기도 했고.”

강우가 말했다.

“그래서 어쩔 거야?”

“뭐… 400만 겔드는 너한테 줄게.”

블루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린, 뭐하는 거야?”

그린은 살짝 고개를 돌려 눈을 흘겼고, 블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강우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것뿐이야? 그린이라고 했지? 야, 지구방위대. 너희들 임무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거 아니야? 그런데 사람을 공격했다고. 예거 파티 소속 예거들이 범죄자도 아닌 사람을 공격했는데 그렇게 간단히 끝내겠다고?”

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우리가 받을 수당 400만 겔드에 피해보상으로 300만 겔드 얹어주지.”

블루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너무 심했잖아. 수당을 전부 주는 것도 과하다고.”

강우가 말했다.

“그래, 너무 심했어.”

블루는 얼굴을 화색을 띠며 말했다.

“오, 400만 겔드로 참는 거야?”

“아니, 너무 적잖아. 너희 수당 400만 겔드에 피해보상으로 600만 겔드를 내놔.”

블루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 웃기지 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린이 말했다.

“좋아. 1,000만 겔드 줄게. 그럼 없었던 일로 할래?”

블루가 목소리를 높였다.

“미쳤어?”

“미친 건 너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공격부터 해서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잖아. 만약에 네가 공격한 사람이 이 녀석이 아니라, 일반인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거라고 생각해봐. 네가 처음 공격을 했을 때 그대로 죽었을 거라고. 그냥 일반인을 죽였을 거라고. 그리고 넌 살인자가 됐겠지.”

“그래도 1,000만 겔드는….”

그린은 강우에게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전부 네가 받을 돈에서 깔 거니까.”

“뭐? 그런 법이 어딨어!”

그린이 고개를 돌려 눈을 흘겼고, 블루는 구시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린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1,000만 겔드 줄 테니까 없던 일로 하는 거다?”

“내 목숨 값이 1,000만 겔드밖에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참아주지.”

“지금 바로 1,000만 겔드는 없으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그린은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그린이 누군가에게 1,000만 겔드를 가져오라고 했다. 전화를 받는 쪽에서 뭐라고 했는지, 그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블루와 강우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린은 “그래, 지금 바로. 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린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금방 올 거야.”

강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강우와 그린, 블루는 아무 말도 않은 채 돈을 가지고 올 사람을 기다렸다.

3분 정도가 지난 뒤, 강우가 정적을 깼다.

“그런데 너네 왜 그린이니 블루니 그렇게 부르는 거냐?”

블루가 강우의 물음에 답했다. 이들은 예거 파티 서울지점에서 근래 들어 활약이 큰 신생팀이라고 했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각각의 힘을 가진 예거들이 한 팀이었다.

강우가 말했다.

“그래서 깔별로 부르는 거야? 너무 구리지 않나….”

블루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런 코스튬을 입고 다니는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강우는 그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는 그린인데 왜 티를 안 내고 다녀? 블루도 그렇고, 아까 다른 녀석들도 다 색깔 티를 내고 다니던데.”

그린은 소매를 걷어 손목 안쪽을 보였다. 그린의 손목에는 초록색 나뭇잎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있었다. 그린은 소매를 다시 내리면서 말했다.

“쪽팔리니까.”

강우는 피식 웃다가 멀리서 아까 왔었던 노란 머리의 남자가 오는 것을 봤다.

“어이, 저기 옐로우 온다. 지구방위대 다 모인 거 한 번 보고 싶네.”

블루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구방위대라고 좀 하지 마라. 우린 그런 애들 장난을 하는 게 아니야. ”

“그래, 너희는 서울에서 활동하니까 서울방위대.”

노란 머리 남자가 손에 봉투를 들고 왔다. 강우는 노란 머리 남자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옐로우, 그거 나한테 줄 돈이지?”

노란 머리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골드야.”

강우는 피식 웃으며 내민 손을 흔들었다.

“알았으니까 돈이나 내놔.”

골드는 돈봉투를 손에 쥔 채 미간을 찌푸렸다. 그린은 넘겨주라는 듯 고갯짓을 했고, 그제야 골드가 강우에게 돈봉투를 건넸다. 강우는 돈봉투를 받자마자 액수를 확인했다. 강우는 돈봉투를 손에 쥐며 조롱하듯 말했다.

“맞네. 그럼 수고해라. 서울을 부탁한다.”

그린이 나지막이 말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뭐를?”

“그 복장 말이야. 오해 받아서 공격당하기 쉽다고. 우리뿐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오해할 수 있어. 오늘은 우리가 예거 파티 소속 사람들이라 이렇게 일이 끝나지만, 다른 클랜이나 프리랜서, 블랙마켓 관련 녀석들에겐 그냥 죽을 수도 있어. 예거 파티 소속이라도 너보다 훨씬 강한 예거가 선제공격을 해서 즉사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야.”

강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계속 그러고 다니면 제 명에 죽기는 힘들 거다. T.C.C를 벗고 다니던지… 아니면 누구든지 너를 알아볼 수 있도록 유명해져야 될 거다. 전자가 훨씬 쉬운 방법이겠지.”

강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걱정도 해주는 거냐? 고맙네. 그럼 난 간다.”

강우가 몸을 돌렸다. 골드가 말했다.

“어이.”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왜 또?”

“난 지금 너한테 돈을 줘야 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린의 말만 아니었으면….”

“아니었으면?”

“됐다. 아무튼 조심해라. 네 녀석 상당히 마음에 안 드니까… 예거로 등록이 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르겠다만… 능력을 가진 사람끼리는 살인이 아니라, 그냥 사고처리로 되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블루가 옆에서 골드의 말을 거들었다.

“나도 동감이야. 네 녀석… 별로 좋은 녀석 같지도 않고, 끽해야 어디 양아치 클랜이나 블랙마켓에서 활동하는 거 같은데… 조심해라. 차라리 아까 끝내버리는 건데 싶기도 할 정도야.”

강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원한다면 지금 붙어도 되고.”

블루, 골드와 강우의 사이에서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린이 가운데 끼어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 너희들 그만 못해? 지금 뭐하는 짓이야? 애초에 원인 제공은 우리가 했었어!”

그린의 외침에 블루와 골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린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너도 1,000만 겔드 받고 없던 일로 하기로 했잖아. 그러면 어서 가. 다시는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군.”

“그래, 나도 너희들이 딱히 또 보고 싶지는 않아.”

강우는 그린, 골드, 블루를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골드와 블루가 그린에게 다가와 불만을 내뱉었다.

“아니 대체 왜 저딴 녀석…….”

골드와 블루는 그린의 무서운 표정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그린이 몸을 돌리며 “가자.”라고 말했다. 골드와 블루는 그린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강우의 얼굴엔 미소가 잔뜩 머금어져있었다.

‘1,000만 겔드라… 조금만 더 모으면 이사를 할 수 있겠어.’

강우는 집 근처에서 T.C.C를 끈 뒤에, 집으로 들어섰다.

강우는 손에 넣은 1,000만 겔드도 장롱 안쪽의 가방에 넣었다. 가방 안에 쌓인 돈만 6,000만 겔드, 강우의 통장 잔고도 6,000만 겔드 이상이었다.

강우는 인터넷으로 전세 매물을 찾았다. 현재 강우가 가진 돈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전세 매물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사는 곳과 비슷한 수준의 원룸이었다. 강우는 T.C.C를 사용한 채로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집을 원했다.

강우가 찾는 것은 단독주택 전세매물이었다. 그리 크지는 않은 평수에 지어진지 오래됐고, 으슥한 골목 쪽에 있는 집들 중에는 1억 5천만 겔드 선에서 매물이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곳이었지만, 강우에게는 여러모로 최적에 가까웠다.

‘일 몇 건만 처리하면 금방 이사할 수 있겠어.’

강우는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에는 부재중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와있었다. 강우는 이소아에게 온 문자메시지부터 확인했다.

-잘 들어가셨어요? 하운드 일이 다음 주 월요일에 있는데 괜찮으세요?-강우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네, 잘 들어왔어요. 잘 들어가셨나요? 네, 시간 비워놓을게요. 그때 봐요.-강우는 또 다른 부재중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는 이근수와 이부선에게 온 것이었다. 이근수에게 문자메시지가 와있었다.

-전화 좀 받아. 내일 저녁에 경기 있는데 뛸래? 경기하기로 했던 선수가 사냥을 갔다가 죽어버렸지 뭐야. 아무튼 문자 확인하면 전화해.- 강우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블랙마켓용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과 조언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큰 힘이 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Masterpiece : 7개의 조각'도 많이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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