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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52화 (52/195)

52화

멀리서 노예빈이 뛰어왔다. 노예빈은 강우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노예빈은 강우를 지나치려고 했다. 강우가 노예빈의 앞을 막아섰다. 노예빈은 급히 멈춰 섰다. 노예빈은 걸음을 옮겨 강우를 피해가려 했다. 강우는 다시 노예빈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기를 수차례, 노예빈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비, 비켜.”

“비켜?”

노예빈은 강우의 눈치를 살폈다.

“비켜… 주세요….”

강우는 슬쩍 몸을 틀었다. 노예빈은 강우의 눈치를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노예빈의 다리를 걸었다. 노예빈은 앞으로 나자빠졌다. 노예빈은 몸을 돌려 바닥에 주저앉은 채 강우를 올려다봤다. 강우가 노예빈을 밟아 죽이려는 듯 발을 들었다.

“꺄아아아악!”

콰앙!

강우는 노예빈의 다리 사이에 발을 디뎠다. 강우가 발을 디딘 곳은 푹 꺼지며 부서졌다. 노예빈은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강우는 땅을 내리찍은 발을 치웠다. 노예빈이 질질 싼 오줌이 흘러 강우가 부순 곳으로 모여들었다.

강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노예빈을 내려다봤다.

“두 번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생각 같아서는 너도 그냥 확….”

노예빈은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강우는 노예빈을 뒤로한 채 몸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예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준영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노예빈은 현준영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노예빈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돼 화장이 다 망가져 엉망이었다.

“오빠, 괜찮아? 미안해… 나 때문에….”

“어, 어. 미안은 무슨.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게다가 저 새끼가 비겁한 수를 써서… 아, 씨발… 저딴 새끼한테 쪽팔리게….”

현준영은 고개를 들며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걸음을 멈추고 현준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현준영은 황급히 노예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하여튼 저런 사람이랑 이제 엮이지 마. 아마 다시 널 스토킹하고 그럴 것 같지는 않으니까… 앞으로 더 조심해. 내가 돈 줄 테니까 바에서 일하는 것도 그만둬.”

노예빈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현준영과 노예빈을 보며 중얼거렸다.

“참 잘 만났다. 잘 만났어 아주….”

강우는 현준영과 노예빈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현준영이 ‘새끼, 새끼’거리다가 ‘사람’이라고 칭한 것에 코웃음이 나왔다.

‘씹새끼… 급 공손해지네….’

강우는 다시 강원도행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버스는 10분 뒤면 탈 수 있었다. 강우는 매점에서 먹을 것들을 산 다음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강우는 삶은 달걀, 과자, 음료수를 먹으며 휴대폰으로는 블랙마켓 커뮤니티에서 F.N.C 관련 정보를 봤다.

‘어? 이건….’

오늘 치러지는 경기들 목록이 올라와있었다. 강우의 시선을 끄는 것은 자신이 치를 경기였다. 강우는 ‘이훈석VS집행자’란 제목을 클릭했다. 각 선수에 대한 전적, 프로필 등이 적혀있었다.

강우는 자신의 프로필을 읽었다.

이름(닉네임) : 집행자

키 : 약 180cm

체중 : 75kg 추정

나이 : 20대 중반 추정

전적 : 1전 1승

주특기 : 강한 힘, 훌륭한 민첩성, 뛰어난 상황판단, 강력한 펀치추정 등급 : 최소 이성 중급 이상, 이성 중급인 안똔을 완벽하게 격파한 바 있음.

강우는 피식 웃었다.

‘내 키가 180cm으로 보이나? 혹시 좀 컸나?’

강우는 상대 선수인 이훈석의 프로필을 들여다봤다.

이름(닉네임) : 이훈석

키 : 175cm

체중 : 82kg

나이 : 27세

전적 : 12전 11승 1패

주특기 : 뛰어난 복싱 스킬, 강인한 체력

추정 등급 : 이성 상급

프로필에서는 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우는 파란색 복면을 썼을 때의 모습이 사진으로 올려져있었다. 이훈석의 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훈석은 구릿빛 피부에 사진을 통해 봐도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체지방은 10%이하가 분명했다. 반바지만 입고 있는 전신은 뱀 같은 혈관이 올라와있었고, 몸에 금이 간 듯 쩍쩍 갈라져있었다. 외모 또한 짙은 눈썹에 매서운 눈매로 근육질 몸매에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제법 강해 보이는데.’

강우는 이훈석과 맞붙는 것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강우는 설레고 있었다. 싸움에 대한 설렘이 아니었다. 이훈석을 때려눕혀서 벌어들일 돈에 대한 설렘이었다.

버스가 강원도에 도착했다. 강우는 버스에서 내려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시합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뭐하면서 시간을 때우지….’

강우는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까 군것질밖에 먹은 게 없네. 이따 힘 써야 되는데 밥이나 먹자.’

강우는 순댓국(순대국) 전문 식당에 들어섰다.

“여기 순댓국 특정식으로 하나 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의 앞에 순댓국 특정식이 차려졌다. 건더기가 푸짐한 순댓국에 함께 피순대, 찹쌀순대, 머리고기가 달궈진 석판에 부추가 듬뿍 올려져 나왔다. 아직 팔팔 끓고 있는 순댓국과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순대와 고기는 강우의 식욕을 자극했다.

강우는 순댓국에 들깨와 새우젓을 넣으며, 청양고추와 파를 잘게 썰어달라고 했다. 강우는 잘게 썬 청양고추와 파를 순댓국에 넣고 나서야 국물을 한 수저 떴다.

“크으… 맛있네. 이 집 잘하네.”

강우는 순대와 고기를 새우젓에 찍어 먹고, 김치와 먹고, 아삭거리는 양파를 쌈장에 푹 찍어 먹었다. 강우는 식사를 하면서 냉장고에 시선을 뒀다.

‘소주 땡기네….’

강우가 밥을 먹던 도중이었다. 식당 문이 열리며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래! 오늘 건 확실하다니까!”

이근수였다. 이근수는 강우의 테이블과 두 칸 떨어진 곳에 앉으며 말했다.

“아줌마, 여기 순댓국 하나.”

이근수는 제대로 꼬아지지도 않는 다리를 꼰 채로 삐딱하게 앉아 전화통화를 했다.

“이번 경기는 확실해. 그래, 그 새로 들어온 놈이 이길 리가 없어. 그런데 그 놈이 저번 경기에서 안똔을 반 죽여 놔서 배팅을 더 했더라고. 이번에는 그냥 거저먹는 장사야.”

이근수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근수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무릎을 탁 치며 웃었다.

“여기서 들을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래!”

이근수는 강우를 한 번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여기 손님 나 말고 한 명밖에 없어. 거기다가 돈 걸 인간들은 이런 곳에서 밥 안 먹지. 카지노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게 대다수야. 그래, 걱정 마.”

이근수의 앞으로 순댓국이 나왔다. 이근수는 순댓국을 들여다보며 구시렁거렸다.

“에이, 들깨 빼달라는 걸 깜빡했네.”

이근수는 수저로 들깨를 건져 밥공기 뚜껑에 덜어냈다.

“하여튼 무조건 이훈석이한테 걸어.”

이근수는 순댓국 국물을 한 수저 후루룩 먹었다.

“아뜨뜨. 흐아, 하여튼 무조건 이훈석한테 고야. 아, 그렇다니까. 야, 프로모터이자 회장인 내 말을 못 믿냐? 내가 너였으면 올인이야 임마. 몰빵 꼭 가라. 알았지? 어, 그래. 들어가. 조만간 좋은 데서 한잔 하자.”

강우는 순댓국을 먹으며 이근수를 슬쩍슬쩍 쳐다봤다.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구만….’

강우는 씩 웃었다.

‘두고 보자고….’

강우는 이따금씩 이근수를 쳐다보며 식사에 집중했다.

강우가 식당에서 나올 때, 이근수도 식당을 빠져나왔다. 이근수는 입에 담배를 꼬나물고 깊게 한 모금 빨았다. 강우와 이근수의 두 눈이 마주쳤다. 이근수는 시선을 돌리고, 담배를 피며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인적이 드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T.C.C를 켰다. 강우의 전신이 검은색으로 감싸지며 괴물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했다. 강우는 강원카지노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인적이 드문 길을 택해 빠르게 이동했다. 강우는 금세 강원카지노 근처에 다다랐다. 강우를 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피했다. 몇몇 사람들은 T.C.C인 것을 아는 것인지, 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예거 혹은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피하지 않았다. 강우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블랫마켓용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피하던 사람들도 강우가 휴대폰을 꺼내들자 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쳐다봤다.

강우는 이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근수가 전화를 받았다. 강우는 도착했음을 알렸고, 이근수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 뒤에 전화를 끊었다.

곧 입구로 지난번에 강우를 안내했었던 이성훈이 나왔다. 이성훈은 강우를 보고 흠칫 놀랐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나야, 집행자.”

이성훈은 여전히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말했다.

“겉모습이 많이… 바뀌셨네요.”

“아아, 그렇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성훈은 무전으로 실내의 인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이성훈은 강우의 겉모습 때문에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전을 치는 것이었다. 이성훈이 휴대폰 카메라를 강우에게 들이밀었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이성훈은 강우를 촬영한 뒤, 사진을 실내에 있는 인원들에게 전송했다. 강원카지노 내에선 모니터에 강우의 사진을 띠우며 F.N.C 출전 선수임을 알렸다. 절차가 모두 끝난 뒤에야 이성훈이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웬만해서는 이쪽에서 오해 받는 일은 없으실 겁니다. 그럼, 따라오시죠.”

강우는 이성훈의 뒤를 따랐다.

강원카지노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강우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게임에 집중했다.

강우는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성훈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이성훈은 대기실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여기서 몸도 풀어주시고, 기다려주시면 되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이성훈은 대기실 안쪽 전등 스위치 위에 있는 빨간 버튼과 전화기를 가리켰다.

“빨간 버튼을 누르시면 제가 바로 올 거고, 전화기로 필요한 걸 말씀하셔도 됩니다.”

“지난번에는 그런 말 없었잖아?”

“안내해드리지는 못했었습니다만, 그때는 회장님이 바로 들르실 거여서 그랬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강우는 귀찮다는 듯 손짓을 했고, 이성훈은 몸을 90도 각도로 숙여 인사를 한 뒤, 대기실에서 빠져나갔다.

강우는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크게 젖혔다. 시합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남아있었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 웹서핑을 했다.

블랙마켓 커뮤니티는 언제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올라와있었다. 강우는 여러 게시물들을 보던 중 ‘집행자VS이훈석에 대한 분석’이란 제목의 글을 볼 수 있었다.

게시물 내용은 누가 우세하고, 이길 가능성이 높은지가 주 내용이었다.

『집행자는 1전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성 중급인 안똔을 완벽하게 때려눕혔다. 엄청난 완력과 펀치력, 민첩성, 방어력이 돋보인다.

집행자는 능력이 신체능력 향상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총을 손으로 후려쳐 엿가락처럼 구부러트리고, 총알을 손바닥으로 막아내는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가 안똔의 옆구리를 칠 때마다 안똔의 몸이 공중에 붕붕 떴는데, 그 펀치를 맞고도 견뎌낼 수 있는 예거는 이성 중급 이하에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행자는 이성 중급에서는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자랑한다.

복싱이 베이스인 이훈석이 집행자와 맞부딪쳐서 승리를 거머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훈석이 아웃복싱 스타일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저돌적인 인파이팅을 구사하는 터인지라 승리를 점치기는 더욱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집행자가 우세하다고 본다. 다만, 집행자의 전투 스타일을 볼 때 경험이 그리 많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제대로 된 격투기, 전투 등의 훈련을 거치지는 않고 오로지 자신의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싸우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승패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훈석이 경험을 잘 살려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경기를 이끌어나간다면 또 모르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6:4로 집행자가 조금 우세하다고 생각된다. 집행자는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신인이다. 하지만 그는 F.N.C와 같은 대인전투보다는 몬스터 사냥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단, 뛰어난 신체능력만큼 배우는 것도 빠르다면 어느 정도의 훈련만 거쳐도 최고의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강우는 글을 쭉 읽은 뒤, 아래 달린 댓글들로 시선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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