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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55화 (55/195)

55화

강우가 우승까지 치러야 하는 경기는 단 두 경기. 이근수는 강우가 부전승으로 올라와있을 때도 보너스로 2,000만 겔드를 지급한다고 했다.

강우가 치를 첫 경기의 경우 이미 경기를 두 번이나 치른 상대와 붙는 것이기에 수월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 이는 다음 경기에도 여파를 미칠 것이 분명했다. 강우는 한 번만 이겨도 준우승, 두 번을 이기면 우승이었다. 준우승자의 상금은 5,000만 겔드, 우승자의 상금은 1억 겔드였다.

이근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가! 이 정도면 자네한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지? 가만히 있어도 2,000만 겔드가 들어오고, 한 번만 이기면 5,000만 겔드 플러스 알파! 최소 7,000만 겔드 혹은 그 이상! 두 번을 이기면 1억 겔드 플러스 알파라고! 그리고 내 장담하는데 결승전은 분명히 도박이 이뤄지고, 배당액도 괘나 높을 거야.”

강우는 의심을 품은 눈초리로 이근수를 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충분히 알겠는데… 조건이 너무 좋은데요?”

“좋으면 좋은 거지, 뭐가 문젠가?”

“당신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려고 하진 않을 거 같아서 말이죠.”

이근수가 말했다.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토너먼트에 참가 안 하겠지?”

“당연하죠.”

“솔직히 말해서 A조에 우승후보 두 명이 있어.”

“그런데요?”

이근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둘 모두 이성 상급 중위권 이상이야. 자네와 붙는 게 그 둘 중 누구든…….”

강우가 이근수의 말허리를 잘랐다.

“내가 질 거라는 거죠?”

“솔직히 말해서 그래. 자네가 이길 가능성이라곤… 그 둘이 붙어서 힘이 다 빠져버린 걸 잡는 거밖에는 없다고 봐.”

“그럼 그건 그거대로 배팅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강하다면, 그 선수들한테 돈이 몰릴 거 아닙니까?”

“아니, 그 우승후보들은 전적이 없어. 하지만 싸우는 게 화려한 편들이야. 아마 자네의 네임 밸류와 결승에 오를 우승후보의 화려함, 이것들은 배팅액을 비등하게 할 거야. 자네가 결승에 못 올라가지 않는다면 말이지.”

강우가 물었다.

“만약에 내가 첫 경기에서 진다거나 하면….”

“그렇게 되면 손해가 막심할 거야. 우리 입장에서는 자네가 첫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긴 다음, 결승에 올라 A조의 우승후보와 붙어야 그림이 나오거든. 그때는 누가 이겨도 상관없어. 많은 사람들이 돈을 엄청나게 걸어댈 테니까.”

“그런가요?”

“그래! A조의 우승후보 중 하나와 자네가 결승에 오르기만 하면 돼. 그래서! 자네가 반드시 첫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결승전을 치르게 만들기 위한 준비도 돼있어! 일종의 조건이기도 하지만.”

강우는 이근수에게 미심쩍은 눈빛을 보냈다. 이근수는 아랑곳 않고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이근수는 해외에서도 활약할 F.N.C 선수들을 더 양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실제로 이번 원나잇 토너먼트 ‘루키를 찾아라’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스승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근수의 입장에서는 강우가 이번 토너먼트에서 반드시 결승에 올라야 했다. 그에 대한 조치로 강우에게 트레이너를 붙여주는 것이었다.

강원카지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고, 금일부터 토너먼트 시작 전까지 트레이닝을 받으라는 것이 이근수의 조건이었다.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그런 거 안 해도 충분히….”

누군가 대기실에 들어서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우리도 잘 알아.”

강우와 이근수의 시선이 돌아갔다. 대기실에 들어선 사람은 김태호였다. 김태호가 강우에게로 다가와 말을 이었다.

“자네의 경이적인 신체능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 아마 이성 중급 이상의 몬스터도 한 방에 죽일 힘을 가지고 있겠지.”

강우는 팔짱을 낀 채 김태호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러나’라는 말이 나오겠군요.”

김태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자네는 전투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고 있어. 하물며 주먹을 어떻게 뻗어야 효율적으로 뻗는 것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더군… 타고난 신체능력만으로 싸우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트레이닝을 받아라? 토너먼트까지는 고작 3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기간으로 뭘 배운다는 말이죠? 애초에 B조는 A조에 비해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하지 했잖습니까. 그런 트레이닝 따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이길 수 있습…….”

강우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김태호가 말했다.

“맞아. 자네는 충분히 이길 거야. 난 자네가 B조의 선수와 붙어서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압도적인 승리를 한다는 장담은 못하겠네. 격투, 전투, 생사를 건 싸움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고. 아주 작은 변수가 승리를 뒤바꾸기도 하지. 앞서 말했듯이 그래도 자네가 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깨끗한 승리를 거두기는 힘들다고 보네.”

“그 말이 다 맞다고 쳐도 3일만에 뭘 배우라는 겁니까?”

김태호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자네는 자네의 힘을 모르나?”

“무슨 말입니까?”

“난 아직도 자네의 신체능력이 어디가 한계인지 가늠하지 못했어. 그런 신체능력이라면, 머리로는 다 이해 못해도 몸이 기억할 거야.”

강우는 팔짱을 풀고, 몸을 숙여 양 팔꿈치를 무릎에 걸쳤다.

“그러니까… 내가 3일이면 다 배울 거란 겁니까?”

“복잡한 관절기와 같은 것만 뺀다면, 이틀이면 된다고 보네. 물론 자세가 완벽하지야 않겠지. 다만, 보다 효율적인 싸움을 배우게 될 거란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한 번만 배우고 나면 후에 자네만의 전투스타일을 찾는데도 도움이 될 거야. 스스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거지. 이건 아주 좋은 기회야.”

강우는 김태호와 두 눈을 마주치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지켜보고 있던 이근수가 침묵을 깼다.

“자네 같은 케이스가 자네 하나뿐인 게 아니야.”

이근수는 엄지를 세워 김태호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 김태호 씨도 자네처럼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한 스타일이었지. 그리고 좋은 스승에게 배워서 하루 만에 모든 기본기를 익혔어.”

강우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하루 만에 뭘 다 익혔다는 겁니까?”

이근수가 웃으며 말했다.

“‘하루 만에 모든 무슬을 마스터했다.’ 그런 걸 말하려는 게 아니야. 하지만 결국 전투의 기본 목적은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 상대의 공격에게서 나를 방어하는 것. 맞지? 그에 대한 기본들을 배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자네 같이 신체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알아서 성장을 한다고. 자신에게 가장 알맞고, 효율이 높은 전투 방법을 익힌다는 말이지.”

강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1,000만….”

이근수는 잘 못 들었다는 듯 귀를 들이밀며 말했다.

“응? 뭐라고?”

“트레이닝을 받는 조건으로 하루에 1,000만 겔드씩. 그리고 앞서 말했던 보너스 2,000만 겔드, 우승 시 상금이나 대전료를 모두 유지해준다면, 트레이닝을 받도록 하죠.”

이근수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아니, 그건 너무한 거 아니야? 벌써 얼마나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 돈을 더 토해내라고? 자네 너무하는구만! 이건 완전 날강…….”

김태호가 이근수의 말허리를 끊었다.

“토너먼트까지 3일, 그러니까 3,000만 겔드를 추가로 달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좋아. 그 돈은 내 사비로 내주도록 하지.”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사비로? 대체 왜죠? 내가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워도 다 받아들이는 이유가 뭡니까?”

김태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얘기하지. 우선 우리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아. 자네한테 3,000만을 줘도 한참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내 사비를 털어서 주는 건 개인적인 감정으로 보너스를 주는 거야.”

강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난 당신에게 개인적인 감정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무슨 말인지?”

김태호는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했다.

“이번 토너먼트 우승자는 나하고 붙게 될 거거든. 난 약한 놈들만 상대하는 거에 질렸어. 국내에서 치르는 건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해외 무대에 나갈 거야. 단순히 원정 경기가 아니라, 좀 더 큰 무대로 말이지.”

김태호는 손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강해져서 올라오는 것이 수익적인 측면이나 내 개인적인 재미를 위해서도 좋은 거거든.”

김태호는 강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강우는 김태호의 손을 맞잡아 악수를 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김태호가 강우의 손을 으스러트릴 듯 꽉 잡았다.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힘을 줬다.

‘이 새끼가?’

김태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난 자네가 3,000만 겔드 보너스를 받지 않아도 토너먼트에 나갔을 거라 생각해.”

강우는 이를 악 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몬스터사냥이든 F.N.C든 다 똑같아. 눈앞에 있는 상대를 쓰러트리고, 자신의 강함을 확인한다는 건 말이지. 그 맛은 계속 확인하고 싶어지는 거거든. 자꾸만 맛보고 싶어지지. 그리고 더욱 강렬한 맛을 찾게 돼.”

김태호가 천천히 손에서 힘을 뺐고, 강우도 힘을 풀었다. 김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바로 트레이닝 시설로 가지.”

“지금 바로 간다는 겁니까?”

이근수가 미소를 지으며 강우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럼,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야지. 그래야 트레이닝을 마치고, 토너먼트 전에는 좀 쉬면서 체력을 보강할 게 아닌가?”

강우는 이근수와 김태호를 따라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이근수는 할 일들이 많다며 강원카지노에 남았고, 김태호와 강우만이 강원카지노를 빠져나왔다. 김태호가 앞장서 걸었고, 강우는 뒤를 따랐다.

김태호의 키는 170cm 초반에 체구도 왜소한 편이었다. 갈색 정장을 입고 걸어가는 뒷모습은 여느 회사원과 다를 바 없었다.

‘그냥 해설하는 놈인 줄 알았는데 선수라고?’

김태호가 검은색 세단 앞에 멈춰 섰다. 강우를 향해 뒤돌아보며 말했다.

“타지.”

강우가 말했다.

“뛰는 게 더 빠를 텐데요.”

김태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트레이닝이 끝나기 전까지 앉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테니까 지금이라도 푹 쉬어두라고.”

김태호는 슈트상의 깃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비싼 양복이라 망가지는 게 싫거든.”

김태호가 운전석에 올랐고, 강우는 잠시 서서 차를 바라봤다. 강우는 미심쩍은 마음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겨 조수석에 탔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 강우가 물었다.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훈련이 빡세다고?”

김태호는 정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가보면 알게 될 거야.”

김태호는 강우를 흘낏 본 다음 물었다.

“그런데 그 몸에 뒤집어쓴 건 안 벗나?”

“안 벗습니다.”

“불편하지 않아?”

“홀로그램이라 그런 거 없어요. 왜요? 불만입니까?”

김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물어본 거야. 몬스터로 오해도 꽤 받겠어.”

“뭐, 그렇죠.”

“아마 이번에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 그럴 일도 거의 없어질 거야. 우승자는 집중을 받게 돼있고, 블랙마켓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지는 건 일반 인터넷상에서도 꽤 유명해질 거니까.”

강우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기대앉은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가 멈췄다. 김태호가 시동을 끄며 말했다.

“내리지.”

강우는 김태호를 따라 내렸다. 차가 멈춘 곳은 강원카지노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주변은 작은 상가 몇 개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여기야.”

김태호가 가리킨 곳은 6층짜리 건물이었다. 회색빛 건물은 특별할 것은 없어보였다. 김태호는 건물에 대해 설명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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