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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56화 (56/195)

56화

건물은 소규모 도박장이었다. 5층과 꼭대기 층에서는 카드, 슬롯머신 등의 도박판이 매일 벌어졌다. 1층은 안내데스크 및 간단한 편의시설들이 있었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손님들을 위한 숙박시설들이 있었다.

강우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트레이닝하러 온 거 아니었습니까?”

“트레이닝은 지하 2층에서 이뤄지네.”

김태호는 지하층에 대해 설명했다.

지하 2층은 아무리 강한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두꺼운 티타늄과 특수방탄유리 등을 여러 겹으로 덧댄 천장과 벽, 바닥으로 이뤄져있었다. 강우 말고도 다른 선수들 또한 여기서 트레이닝을 거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현재도 트레이닝 중이었다.

지하 1층은 도박 빚을 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대박을 내서 돈을 갚거나, 담보, 보증인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었다.

김태호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이곳에서 훈련을 했던 때가 있었지. 자네도 나처럼 기본기를 익히게 해줄, 여러 가지 격투기의 기본에 대해 알려줄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자네라면 그 사람에게 트레이닝을 최고의 강도로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늦어도 이틀이면 몸에 익을 거야. 그리고 아까 말했다시피 그런 기술들이 전부 자네의 것이 되고, 어떤 전투에든 응용할 수 있게 되겠지.”

“그래요? 날 가르칠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요? 선수 양성 전문가 그런 건가?”

김태호는 건물로 들어서며 말했다.

“여기 지하 1층에 갇혀있는 노름꾼이지.”

강우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뭐라는 거야….”라고 중얼거리며 김태호를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김태호는 강우를 데리고 지하 2층으로 향했다. 지하 2층에는 아무도 없었고, 휑한 공간에 여기저기 뻗어진 길과 진회색 문만이 있었다. 김태호가 앞장섰고, 강우는 뒤를 따랐다.

김태호가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문 앞에 멈춰 선 뒤 말했다.

“미리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했지. 들어가면 돼.”

“당신은요?”

“트레이닝 받는 건 너니까, 너만 들어가면 되지.”

김태호는 몸을 돌려 지나온 길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김태호를 멍하니 바라봤다. 김태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강우가 있는 쪽으로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토너먼트 때 보자고.”

김태호는 그대로 가버렸다.

강우는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에는 손잡이가 달려있지 않았다.

“자동문인가?”

강우는 문으로 가까이 다가섰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강우는 손을 가져다 대보기도 하고, 문을 열기 위한 인식장치가 있는지 찾아봤다. 하지만 아무런 장치도 돼있지 않았다.

“뭐야, 씨발….”

강우는 문에 오른손을 대고 힘을 줬다.

쿠구구구.

문이 조금이지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미는 거구만.’

강우는 문을 밀었다. 문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뭔 문을 이리 무식하게 만들었어?’

문은 자동으로 닫히는 장치가 돼있는데다가 2톤이 넘는 무게여서 좀처럼 쉽게 밀리지 않았다.

‘별게 다 짜증나게 하네….’

강우가 문을 힘껏 밀었다.

쿠구구구구.

문이 열렸다. 강우가 손을 떼면 문은 곧바로 닫힐 것 같았다. 강우는 열린 문틈으로 들어가 손을 뗐다.

콰앙!

순식간에 문이 다시 닫혔다. 강우는 닫힌 문을 돌아봤다.

‘문틈에 끼이면 웬만한 사람은 그대로 즉사겠네.’

강우가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은 그저 텅 빈 공간에 가까웠다. 평수는 약 50평 이상. 있는 것이라곤 한쪽 구석에 간단한 침구류와 정수기, 냉장고, 화장실로 보이는 조그만 방 하나가 전부였다.

‘뭐 이래?’

한쪽 구석에 쌓여있던 모포가 움직였다. 강우는 모포로 시선을 고정했다. 한 남자가 모포를 치워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4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다. 머리는 다 빠져 주변머리만 남은 대머리였다. 인상을 찌푸리지 않아도 심통이 난 듯 이마에는 빨래판처럼 깊은 주름이 졌고, 팔자주름이 움푹 패여 있었다. 키는 170cm이 안 될 것 같았고, 맹꽁이처럼 툭 튀어나온 배가 옷 위로도 드러났다.

남자는 입을 쩝쩝거리며 냉장고로 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냉장고 문을 열어 맥주 한 병을 꺼내 들이켰다. 남자는 500ml 맥주 한 병을 전부 들이키고 나서야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는 맥주병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채로 빙빙 돌리며 말했다.

“네가 수업을 받을 놈이냐?”

“그런데요. 설마 당신이 날 가르칠 사람이란 건 아니겠죠?”

“맞는데.”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가르칠 사람이 그렇게 술이나 마셔서 되겠습니까? 당신에게 배울 것은 없어 보이네요. 전 그냥 가보렵니다.”

강우가 다시 문으로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 남자가 맥주병을 강우에게 던졌다.

후우우우웅, 파앙!

강우는 손바닥을 펴 맥주병을 막았다. 맥주병은 강우의 손바닥에 막히며 펑 터져버렸다. 유리조각 하나 날리지 않고, 모두 가루가 됐다.

강우가 손을 내리며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야!”

남자는 강우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는다는 듯 시큰둥하게 말했다.

“기본은 됐구만.”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남자는 강우에게 성큼성큼 걸어오며 말했다.

“내 이름은 최무훈이다. 네놈은… 집행자라고 부르라고 했던가? 골 때리는 놈일세… 차림새도 몬스터마냥 해가지고….”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이 아저씨가 진짜… 말이 안 통하는구만….”

강우도 최무훈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양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최무훈은 강우의 주먹을 슬쩍 본 뒤, 씩 웃으며 말했다.

“실력 좀 보자고. 그래야 가르칠지 말지 정하지. 수준 이하면 그냥 죽을 줄 알아라.”

“날 가르칠 기회 따위는 없을 거다. 나보다 약한 놈한테 배울 건 없지.”

최무훈은 조롱하듯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건 아니지. 그럼 모든 격투기 코치들은 선수보다 잘하냐? 그럼 지가 챔피언 먹지, 왜 가르치고 있겠냐?”

“닥쳐.”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후웅.

최무훈은 몸을 옆으로 틀어 강우의 주먹을 가볍게 피해냈다. 강우는 곧바로 왼쪽 주먹을 휘둘렀지만, 최무훈은 고개를 숙여 피하고, 강우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주먹질은….”

터엉!

최무훈과 강우의 거리는 불과 20cm 남짓이었다. 최무훈은 그 거리에서 강우의 몸통에 주먹을 날렸다. 주먹에 맞은 강우는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콰앙!

최무훈은 강우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 거야.”

강우는 어깨를 빙빙 돌리며 최무훈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는 개뿔… 간지럽지도 않다.”

“들은 대로… 아니, 예상보다도 더 튼튼하구만. 다치지는 않아도 오바이트 정도는 하게 만들 생각으로 쳤는데 말이지.”

강우가 최무훈에게로 튀어나갔다. 강우는 투수가 공을 던지듯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후웅.

강우의 주먹은 빗나갔고, 최무훈은 강우의 옆에 와있었다. 최무훈은 주먹을 쥐고, 미소를 금은 채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니까….”

최무훈이 왼쪽 주먹으로 강우의 옆구리를 갈겼다.

퍼억!

최무훈은 곧바로 오른쪽 주먹을 스트레이트로 강우의 안면에 꽂았다.

쾅!

강우는 뒤통수부터 바닥에 부딪치며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강우는 뒤로 구르다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최무훈이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점과 점 사이에서 가장 짧은 거리는 직선이야. 주먹을 휘두르지 말고….”

파팟.

최무훈이 순식간에 강우의 코앞으로 튀어나갔다.

“뻗으라고.”

최무훈의 오른쪽 주먹이 강우의 안면에 들어갔다.

빡!

최무훈이 양 주먹으로 빠르게 연타를 날렸다. 강우는 양팔을 들어 가드를 했다. 최무훈의 주먹이 강우의 팔과 팔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뻐억!

최무훈의 주먹이 강우의 안면에 또다시 적중했다. 강우는 양팔로 얼굴을 감싸 방어했다. 최무훈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래는 어쩌려고?”

퍼퍼퍼퍼펑!

최무훈의 두 주먹이 붉은빛을 머금은 채 강우의 옆구리를 연속으로 가격했다. 강우는 옆구리를 맞으면서도 얼굴을 감싼 양팔을 내리지 않았다.

“뭐야? 이대로 계속 맞아주려고?”

퍼퍼퍼퍼펑!

“이거 재미가 없…….”

턱.

강우가 양손을 뻗어 최무훈의 뒷목을 감쌌다. 최무훈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은 채 강우의 턱에 어퍼컷을 꽂았다.

쾅!

강우의 턱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강우는 그대로 최무훈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강우가 니킥을 하려 발을 뒤로 쭉 뺀 순간이었다.

텅!

최무훈이 손바닥을 펴 엄지와 검지 사이로 강우의 목을 밀어 쳤다.

“큭.”

강우는 목을 맞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무훈이 양손을 펴 모았다. 최무훈의 양손으로 붉은빛이 모여들었다.

파앙!

최무훈의 양손이 강우의 복부를 강타했다. 붉은빛이 일순 더욱 강하게 빛을 뿜으며 폭발했고, 강우의 몸이 붕 떴다. 강우는 몸이 공중에 뜬 상태에서도 최무훈의 뒷목을 놓지 않았다. 최무훈은 고개를 확 숙여 강우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최무훈은 곧바로 손을 뻗어 강우의 뒤통수에 손을 얹었다.

치이이잉, 콰앙!

최무훈은 그대로 강우의 안면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붉은빛이 강우의 뒤통수, 안면, 바닥에서 폭발했다.

강우는 곧바로 양손을 바닥에 짚고 고개를 들었다. 최무훈이 오른쪽 다리를 높게 든 채 강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무훈의 발끝에는 붉은빛이 모여들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맷집 하나는 끝내주는구만.”

“아저씨, 그런 몸으로 그렇게 다리 찢어지는 건 사기잖아.”

콰아아아아앙! 콰, 콰, 콰, 콰, 콰, 콰, 쾅!

최무훈은 그대로 강우의 머리를 발로 내리찍었다. 최무훈의 발은 강우를 밟아 짓누른 채 붉은빛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쳐 지속적인 타격을 가했다. 최무훈은 강우의 뒷머리를 짓밟은 채 조롱했다.

“이거 뭐… 맷집만 센 바보구만. 힘도 좀 조금 쓰는 거 같긴 하지만…….”

쉭, 쉬쉭.

최무훈이 강우의 머리에서 발을 치우며 뒤로 멀리 물러났다. 강우의 오른손은 자신의 뒤통수 위에 가있었다.

최무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최무훈의 두 눈에는 공포가 서려있었다.

‘방금 잡혔으면… 다리를 잃었다.’

강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최무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강우를 보며 말했다.

“야… 너 대체 정체가 뭐냐?”

강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인 뒤 말했다.

“아저씨가 여태까지 붙어본 것들 중에 제일 세네. 몬스터고 사람이고 다 포함해서 제일 세. 힘 좀 더 써도 되겠어.”

강우의 몸에서는 어떠한 빛도, 무엇도 드러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최무훈은 느낄 수 있었다.

‘한 대만 맞아도 끝이다.’

쩡!

강우가 발을 내딛은 자리는 바닥이 움푹 들어가며 찌그러졌다. 강우는 순식간에 최무훈의 코앞에 다가섰다. 강우는 오른손을 쫙 피고 치켜들었다. 최무훈은 날아오는 강우를 보고, 일순 자신에게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운석이 날아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죽는다.’

최무훈이 크게 소리쳤다.

“잠깐!”

최무훈의 외침에 강우가 멈춰 섰다. 강우의 손은 최무훈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강우는 최무훈과 두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뭐야?”

최무훈은 양손을 들며 말했다.

“잠깐… 잠깐 얘기 좀 하자고.”

강우가 당장이라도 칠 듯 오른쪽 주먹을 확 치켜들며 소리쳤다.

“지금 장난하나….”

최무훈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진정 좀 하자고.”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아저씨는 신나게 패놓고 뭐하자는 거야?”

최무훈은 강우와 5m이상 떨어져서도 진정하라는 듯 왼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니, 너 트레이닝 하러 온 거잖아. 이것도 다 트레이닝이라니까?”

“죽어라고 공격해놓고 트레이닝은 지랄….”

“진짜라니까! 너 오기 전에 경기 영상도 다 봤어! 이 정도로 안 죽을 거 알고 그런 거야! 솔직히 이 정도로 안 먹힐 줄은 몰랐지만….”

강우는 최무훈에게로 한 걸음 내딛었다. 최무훈은 강우가 다가온 만큼 한 걸음 물러섰다. 강우가 인상을 잔뜩 쓰며 말했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야?”

“너도 알잖아! 너랑 나랑 붙으면 내가 지는 거!”

“당연하지. 난 누구든, 뭐든 간에 안 져!”

최무훈은 약간의 미소를 보이며 타이르듯 말했다.

“네 신체능력은 알겠어. 그런데 기술이 없잖아. 하나도 없잖아. 아니, 기본도 모르잖아. 그치?”

강우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했던 기세를 죽였다. 강우는 짝다리를 짚고, 팔짱을 낀 채 최무훈을 노려봤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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