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57화 (57/195)

57화

강우가 말했다.

“그래서… 기술을 가르쳐 주시겠다?”

“그래, 너 정도의 신체능력이라면….”

최무훈은 검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 하루면 기본적인 건 모두 깨우칠 거야.”

“기본적인 거 다음은?”

“사실 타격 쪽은 기본이 갖춰진 다음부터는 개인의 역량이야. 타격에 고급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어? 타격기 중에 단일기술 중 고급기술은 많지 않아. 타격의 고급기술은 전부 콤비네이션이지. 하지만 그건 일일이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터득하는 게 빨라. 상황에 맞춰서 어떤 콤비네이션을 쓸지는 전부 다른 거니까.”

강우는 잔뜩 찌푸렸던 인상을 풀며 말했다.

“더 얘기해봐.”

“간단하게 얘기해서 일반인들이 펼치는 격투기를 생각해봐. 결국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 중 특별한 건 없다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때리느냐, 그게 전부야.”

“그러니까 결국 당신한테 기본기를 배워라, 나머지는 알아서 점점 늘어갈 거다?”

최무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배우기 어려운 건 관절기랑 검술이나 봉술, 사격술 같은 무기를 이용한 전투지. 관절기는 나도 가르칠 수는 있지만, 며칠 연습하는 걸로는 의미가 없어. 착실하게 오랜 기간 연습을 해야 돼.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다른 건?”

“무기를 이용한 것 중에 내가 잘하는 거라곤 나이프를 다루는 거, 그거 딱 하나야. 기본적인 사격 정도는 가르칠 수도 있지만, 네가 상대하는 건 움직이는 표적이라서 별 의미가 없지. 게다가 네 전투 스타일은 총 같은 무기랑은 맞지도 않고.”

최무훈이 강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제대로 트레이닝 받는 거지?”

“좋아. 그럼 타격기와 나이프 쓰는 법을 알려줘.”

“그래, 물론이지.”

최무훈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난 네가 왜 트레이닝을 하러 온지 알아.”

“무슨 말이지?”

“아까 네가 나한테 달려들 때 알았지.”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뭘 알았다는 거야?”

“넌 힘을 억제하고 있었잖아? 단순히 파워뿐만이 아니었어. 속도까지 엄청나게 빨라지더구만? 내가 반응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넌 F.N.C 선수잖아. 지금 일종의 승부조작을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슬아슬하게 이기며 관객의 흥을 돋우고, 돈을 쓸어 담는 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난 너에게서 뿜어지는 빛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

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다른 거야 그렇다 치는데, 난 빛을 이용할 줄 몰라.”

“그게 무슨 말이야? 빛을 사용할 줄 모른다니?”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처럼 특별하게 힘을 쓸 줄 모른다고. 당신을 예로 들자면, 아까 붉은빛으로 소용돌이 같이 사용했잖아. 난 그런 걸 할 줄 모른다고.”

최무훈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 그게 말이 돼? 능력을 타고나면 보통 자연스레 터득하는 건데… 빛 한 번 봐봐.”

“빛도 낼 줄 몰라.”

최무훈이 목소리를 높였다.

“뭐? 무슨 색인데?”

강우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최무훈이 말을 이었다.

“아니지. 무슨 색인지 알면 뭐하냐. 빛을 낼 줄도 모른다는데.”

최무훈이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뭐, 상관없어. 너는 신체능력이 압도적이니까. 반드시 빛이 크고, 번쩍인다고 센 건 아니니까. 너도 그런 종류겠지.”

최무훈이 물었다.

“그럼 아까 나한테 달려든 게 힘의 최대치야?”

강우는 최대치의 힘을 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서 달려들었던 거니까.”

“그래? 나한테 트레이닝을 배우면 현재 국내 F.N.C 무대에서는 그 정도까지 힘을 낼 일이 없을 거야.”

최무훈이 오른쪽 주먹 밑동을 왼쪽 손바닥에 내리치며 말했다.

“그래! 나이프까지 사용하면 세계무대에서도 그 정도까지 힘을 쓸 일이 없을 걸? 만약 네가 빛을 이용한 특수한 능력까지 갖췄었다면 훨씬 편하고, 더 강했겠지만… 그거야 못한다니까 별 수 없지. 어쨌든 네가 평소에 힘 조절하는 그 정도, 그걸로도 충분해.”

“그런가?”

“물론이지. 처음에 나에게 공격 받았을 때의 힘, 그 정도면 충분해. 처음에 보여준 신체능력으로만 따져도 너는 이성 상급 랭커 혹은 삼성 하급은 될 테니까.”

강우가 물었다.

“그럼… 아까 내가 열 받아서 당신에게 달려들었을 때, 그때는 어느 정도지?”

“글쎄… 내가 직접 맞부딪친 건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게 딱 한 번 있지.”

“그게 언젠데?”

“삼성 최하급의 몬스터와 맞닥뜨렸을 때였지. 다른 예거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하여튼 몬스터랑 사람은 같은 등급이어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너는 아마 삼성 하급, 정말 높다고 가정할 때 중급 정도겠지.”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생각했다.

‘흠… 그 정도로 삼성 하급에서 중급이라….’

최무훈이 강우의 눈치를 살피다가 다급히 말했다.

“아, 네가 거기서 멈출 거란 말은 아니야. 넌 아직 젊기도 하고, 전투의 기본도 모르는 상태잖아. 최대치의 힘에 경험만 좀 더 쌓으면 삼성 상급까지도 노릴 수 있을 거야. 또 모르지, 그 이상까지 올라갈 수도.”

최무훈은 손뼉을 짝, 치고는 말했다.

“어쨌든 이제 트레이닝을 시작하자고. 뭐, 토너먼트까지는 3일 남았으니 시간은 넉넉하지만 빠를수록 좋잖아?”

강우는 팔짱을 풀며 말했다.

“그러지. 뭐부터 하면 되지?”

“힘 조절은 할 줄 알지?”

“처음엔 좀 힘들었는데, 내 몸뚱아리다보니까 점점 익숙해지더군.”

“그럼 아까 나와 처음 만났을 때 정도, 그 힘을 유지해. 앞으로도 F.N.C에서 싸울 땐 그 정도를 유지하라고. 처음부터 힘을 다 안 내도 네 맷집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그래야 더 재밌는 경기를 뽑지.”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긴 한데… 내가 힘 조절하는 건 별로 그런 이유는 아닌데 말이지….’

최무훈이 양 주먹을 쥐며 말했다.

“이제 시작한다?”

“그래.”

최무훈이 말했다.

“아, 맞다.”

“뭐야?”

“너 아까 네 상대는 누구든 뭐든 이긴다고 했었지? 그건 인간적으로 좀 너무하지 않았냐. 세상에 센 놈이 얼마나 많은데… 몬스터까지 합하면 말할 것도…….”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최무훈의 말허리를 끊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시작해. 뭐부터 하면 돼?”

“간다.”

“뭐?”

최무훈이 순식간에 강우에게 다가왔다.

빡!

최무훈이 강우의 안면에 정권지르기를 날렸다. 강우는 뒤로 구른 다음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가르쳐달랬지! 누가 때리래?”

최무훈이 양손을 허리춤에 올리며 말했다.

“너 정권지르기,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뒤돌려차기, 니킥, 로우킥, 미들킥, 하이킥,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등등… 그거 하나하나 동작 따라하면서 배울 거야? 스텝 하나 익히는데도 얼마나 시간이 많이 드는 줄 알아? 같은 훅이나 어퍼컷 같은 것도 어떻게 치느냐 다르다고.”

“기본기만 익히면 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하나하나 해보면 되는 거 아니야?”

최무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지. 맞아봐야 알지. 그게 제일 빨라. 당해보면 몸이 기억하거든.”

“아니, 그게 무슨….”

“일단 맞아보라니까. 너 같이 신체능력이 좋은 놈들은 뇌보다 몸이 빠르더라고.”

최무훈이 다시 순식간에 강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최무훈은 발을 멈추는 순간 정권지르기 자세로 강우의 안면에 주먹을 꽂았다.

빡!

강우는 또다시 뒤로 굴렀다.

“아, 진짜! 이래서 뭐가 배워진다는 거야?”

최무훈이 목소리를 높였다.

“왜 자꾸 뒤로 굴러! 끝까지 지켜보라고! 너 나한테 이거 맞는다고 아파?”

“그다지.”

“그러니까! 끝까지 지켜보라고! 그리고 뒤로 날아가지 마! 너 이 정도로 안 날아가잖아! 자꾸 반동으로 날아가지 마! 내가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부터 맞을 때까지! 끝까지 지켜봐!”

강우는 최무훈의 앞으로 다가왔다. 강우는 우뚝 멈춰 서서 말했다.

“알았어. 다시 해봐.”

최무훈이 강우의 안면에 정권지르기를 날렸다.

빠악!

강우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강우는 땅에 깊숙이 박힌 말뚝마냥 멈춰서있었다. 최무훈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 고목을 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최무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잘하네!”

최무훈의 주먹은 여전히 강우의 안면에 닿아있었다. 강우는 가만히 선 채로 말했다.

“다시. 아직 잘 모르겠어.”

최무훈은 미소를 지은 뒤, 다시 정권지르기를 날렸다.

빡!

강우의 트레이닝은 그렇게 시작됐다.

최무훈은 다양한 타격기로 강우를 가격하고, 강우가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열 시간이 넘도록 지속됐다. 강우는 맞고, 또 맞았다.

이따금씩 강우가 최무훈이 했던 대로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우의 타격은 아직 자세가 완전히 가다듬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최무훈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열다섯 시간 후.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은 안 자?”

“안 자도 돼.”

“아나 진짜….”

“말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자세를 고칠지 생각해봐.”

최무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강우의 관자놀이를 향해 하이킥을 날렸다.

스물여섯 시간 후.

탁, 타탁, 퍽, 팡!

강우가 왼쪽 주먹으로 견제성 잽 한 방, 연이어 잽 두 방, 이후 오른쪽 주먹으로 스트레이트 후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최무훈은 양팔로 강우의 뒤돌려차기를 막았지만, 뒤로 5m이상 몸이 붕 뜬 채 날아갔다.

치이익.

최무훈은 바닥에 착지한 다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거야! 이제 되는구만!”

최무훈은 냉장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무훈은 병맥주 하나를 들이킨 다음 목소리를 높였다.

“크으! 이 맛이지!”

강우가 물었다.

“이제 끝인가?”

최무훈은 병맥주 하나를 더 꺼내 들이키고 나서야 말했다.

“그렇지. 이제 나이프질만 배우면 돼.”

최무훈은 가볍게 빈 맥주병 하나를 강우에게 던졌다. 강우는 빈 맥주병을 받은 뒤 말했다.

“이건 왜?”

최무훈은 강우의 손에 들린 빈 맥주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걸로 할 거야.”

“뭘?”

“나이프 쓰는 연습.”

최무훈은 손에 빈 맥주병을 든 채 강우에게 달려오며 말했다.

“이건 피해라! 몸으로 받아내는 거 아니야!”

최무훈이 강우의 안면을 노리고 빈 맥주병의 밑동 방향으로 찔렀다. 강우는 고개를 까딱여 맥주병을 피했다. 최무훈은 맥주병을 돌려서 거꾸로 들고 강우의 어깨를 노렸다. 강우는 몸을 틀이 맥주병을 피했다. 강우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이런 게 의미가 있어?”

“직접 피하면서 내가 어떻게 휘두르는지 놓치지 말고 봐! 대충 감이 올 테니까.”

“젠장….”

최무훈이 맥주병을 휘두르며 강우에게 달려왔다.

열 시간 뒤.

턱, 턱.

강우와 최무훈이 서로를 맥주병 밑동으로 찔렀다. 강우는 최무훈의 배를, 최무훈은 강우의 가슴에 맥주병 밑동을 댔다.

최무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훨씬 빠르지?”

“그렇네.”

“더 배울 건?”

최무훈이 맥주병을 뒤로 던졌다. 쨍그랑, 병이 깨지는 소리가 울렸다. 최무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없어. 끝이야.”

강우도 손에 들고 있는 맥주병을 구석에 던졌다. 쨍그랑, 병이 깨지는 소리가 울렸다. 강우가 물었다.

“타격기 중에 더 배울 건 없어?”

“브라질리언 킥 같은 것들이 있긴 한데, 그런 건 단기간에 배워지는 게 아니야. 앞으로는 네가 여러 사람, 몬스터와 싸우면서 경험치를 쌓고, 네 스타일을 만들어가야지.”

강우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좀 쉬어도 되나?”

최무훈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나도 죽겠다. 내일 토너먼트니까 푹 쉬어둬.”

강우는 최무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로 벌러덩 누웠다. 최무훈도 뒤로 누웠고, 둘은 금세 잠에 들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달아주시는 코멘트들은 당연한 얘기지만, 항상 전부 읽어봅니다.

몇몇 분들에게는 드리고 싶은 말이 많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본 내용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하고, 그 외의 말들은 그냥 마음속에 담아두겠습니다.

특히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생각이 다른 부분들은 제가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니까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드리자면, 그저 쭉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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