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이성훈이 차의 뒷좌석 문을 열며 말했다.
“타시죠.”
강우가 차에 오르고, 이성훈은 문을 닫은 뒤 운전석에 올랐다. 시간은 아직 오후 4시였다. 이성훈이 강원카지노를 향해 차를 몰면서 말했다.
“시합은 오후 여섯시부터 시작입니다. A조와 B조의 모든 1경기가 끝나려면 대충 두 시간쯤은 걸릴 겁니다. 2경기도 있으니 집행자님 차례까진 꽤 시간이 있을 겁니다.”
“그럼 난 그때까지 뭐해?”
“그야… 전력 확인도 할 겸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고 계시면 될 것 같은데요.”
강우는 양손 깍지를 껴 뒤통수에 대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차는 강원카지노에 다 와가고 있었다.
강우는 대기실로 안내됐다. 대기실에는 스크린이 설치돼있었다. 오후 6시가 되면 스크린으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이성훈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르라고 한 뒤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강우는 락커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강우의 휴대폰에는 이소아에게서 문자메시지가 하나 와있었다.
-강우 씨,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 정신없어서 연락을 못 드렸네요. 내일 약속 잊지 않았죠?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오후 1시까지 봐요. 하루 전에 장소랑 시간 알려드려서 미안해요.-강우는 곧바로 답장을 했다.
-아니에요. 저도 요즘 이래저래 바빴네요. 그래요. 내일 봐요.-강우는 블랙마켓용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한 통과 문자메시지 두 건이 와있었다. 모두 한소영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오늘 경기는 어땠어요?-
-이근수랑 통화했어요. 토너먼트에 참가하기로 했다고요? 저한테 먼저 말을 했어야죠. 문자보면 연락줘요.-강우는 곧바로 한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소영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아, 미안해. 정신이 없었어. 그럼 수수료는 못 받는 건가?”
“아니요. 이근수랑 다 얘기해놨죠. 당신한테 갈 돈으로 총 1,050만 겔드 준비해놨어요. 토너먼트를 마치면 들러요.”
강우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토너먼트가 다 끝나면 너무 늦을 거 같은데.”
“새벽에 오셔도 상관없어요. 아니면 내일 오셔도 되고요.”
“내일이나 모레 가는 걸로 하지. 내가 전화할게.”
“편하신 대로 하세요.”
강우는 한소영과 전화를 끊었다. 강우는 휴대폰들을 다시 락커에 집어넣었다. 강우는 의자에 편히 기대앉아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아직도 1시간이나 남았네.’
강우는 가만히 앉아 시간을 죽였다.
오후 5시 50분.
토너먼트 시작 10분 전이었다. 대기실에 방송이 흘러나왔다.
“모든 선수들은 선수 소개를 위해 경기장으로 나올 준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직원이 곧 각 대기실로 갈 것이니 기다려주십시오.”
이성훈이 대기실로 와 강우를 안내했다. 평소 경기를 치를 때와는 다른 길로 갔다. 이성훈은 강우를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강우는 이성훈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이성훈이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강우는 이성훈이 안내한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구는 경기장의 위쪽 벽에 있는 난간으로 이어졌다.
펑, 퍼, 퍼, 퍼, 퍼, 퍼, 퍼, 퍼, 펑!
조명이 연속으로 비춰졌다. 조명은 오늘 토너먼트에 참가할 선수들을 비췄다. 모든 선수들은 강우처럼 난간에 서있었다. 스크린에는 선수들이 차례로 비춰졌고, 이근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 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합니다! F.N.C 원나잇 토너먼트! 루키를 찾아라! 그 뜨거운 밤이 시작됩니다!”
투쿵!
선수들을 비추고 있는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펑!
조명들은 선수들을 차례로 한 명씩 비췄고, 이근수의 선수소개가 이어졌다.
“A조 1번 선수! 김명훈!”
“A조 2번 선수! 이호원!”
“A조 3번 선수! 이번 토너먼트의 두 명밖에 안 되는 여자선수 중 하나! 오하나!”
“A조 4번 선수! 일본에서 넘어온 선수입니다! 검술의 달인! 타카야!”
“B조 5번 선수! 오하나 선수와는 예거 등록 동기라고 합니다! 심석호!”
“B조 6번 선수! 이번 토너먼트의 또 다른 여자선수! 이현지! 이 선수도 심석호, 오하나 선수와 예거 등록 당시 동기라고 합니다!”
“B조 7번 선수! 진수를 보여주겠다! 진, 수!”
“B조 8번 선수! 지구 반대편에서 넘어온 선수입니다! 브라질 발리투도에서 90전 90승! 90 KO! 우승하러 왔다! 호이스!”
조명이 강우를 비췄다.
“B조의 9번 선수! 오늘 소개드릴 마지막 선수인데요! 바로 집행자 선수입니다! 조금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짝수가 안 맞기 때문이죠. 집행자 선수의 상대선수가 기권을 했고, 집행자 선수는 이전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인정받아 부전승으로 올라왔습니다. B조에서 두 경기를 이기고 올라오는 선수와 붙게 되겠습니다!”
조명이 꺼졌다.
이근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럼 곧 제 1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1경기는 A조 1번 김명훈 선수와 2번 이호원 선수의 경기입니다!”
김명훈과 이호원을 제외한 선수들은 모두 대기실로 돌아갔다.
강우는 이성훈의 안내를 받으며 대기실에 들어섰다. 이성훈이 스크린을 켰다. 스크린은 경기장을 비췄다.
이근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명훈 선수와 이호원 선수가 입장하겠습니다!”
김명훈과 이호원이 투명케이지로 들어섰다.
이근수가 말했다.
“경기 시작되겠습니다!”
김태호가 말했다.
“김명훈 선수와 이호원 선수는 둘 다 특기가 알려진 게 없는데요. 과연 어떤…….”
김태호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이호원이 김명훈의 코앞으로 튀어나갔다. 이호원이 지나간 자리에는 보랏빛 잔상이 남았다.
퍽!
김명훈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이호원은 어느새 김명훈의 뒤로 지나가있었다. 보랏빛 잔상이 이호원의 뒤로 따라붙었다.
슁, 퍽!
이호원이 또다시 김명훈의 안면을 때리면서 지나갔다. 김명훈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이호원은 웃음을 잔뜩 머금고 말했다.
“넌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날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거다.”
이호원이 빠르게 이리저리 튀어다니기 시작했다. 이호원은 핀볼처럼 바닥, 벽, 천장 모두 튀어다녔다. 투명케이지 안은 이호원이 남긴 보랏빛 잔상이 선을 그어 마치 레이저쇼를 하는 것 같았다.
이근수가 소리쳤다.
“김명훈 선수! 위기!
김태호가 말했다.
“이호원 선수 굉장히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과연 김명훈 선수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김명훈 선수의 특기는 무엇일지 기대가 됩니다.”
텅!
보랏빛 잔상으로 만들어진 선이 차츰 줄어들었다. 김명훈은 이호원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호원은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운 채 양손으로 김명훈의 손을 잡은 채 버둥거렸다.
우드득!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이호원의 몸이 축 늘어졌다. 김명훈이 손을 놓았고, 이호원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급하게 의료팀이 투명케이지 안으로 뛰어들었다.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이호원은 위로 하얀 천이 덮인 채 실려 나갔다.
김명훈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유유히 반대편 입구로 투명케이지를 빠져나갔다.
이근수가 크게 소리쳤다.
“김명훈 선수의 완벽한 승리!”
김태호가 말했다.
“김명훈 선수 굉장히 강력합니다. 이호원 선수를 너무도 쉽게 잡아냈습니다.”
이근수가 말했다.
“그럼 잠시 김명훈 선수와 이호원 선수의 리플레이를 보시면서 다음 경기를 기다리시겠습니다. 다음 경기는 B조의 5번 심석호 선수와 6번 이현지 선수의 경기가 있겠습니다.”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우는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죽일 것까진 없었는데… 사람들은 저걸 보고 좋아한단 말이야? 미친놈들….”
경기는 곧바로 이어졌다. 이근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자, 심석호 선수와 이현지 선수의 대결입니다! 두 선수는 예거로 등록할 때 동기였다고 하는데요! 동기간의 싸움! 남녀 성대결! 과연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이근수가 말을 이었다.
“심석호 선수! 몸도 다부지고, 강해보입니다!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반면에 이현지 선수는 굉장히 앳된 외모에 체구도 왜소해서 과연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김태호 해설위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 일반인들의 싸움이라면 당연히 심석호 선수가 이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능력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대결이죠! 경기는 끝까지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이근수가 말했다.
“네! 여러 가지로 기대가 됩니다! 양 선수 투명케이지에 입장합니다!”
이현지와 심석호가 투명케이지에 들어섰다. 이현지는 몸을 이리저리 풀었다. 심석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현지의 심장을 꿰뚫을 듯 노려봤다.
스크린을 보던 강우가 중얼거렸다.
“예거 등록할 때 있었던….”
심석호가 이현지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하앗!”
심석호는 왼발로 이현지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쾅!
이현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심석호의 내려찍기를 왼팔을 들어 가볍게 막아냈다. 심석호는 이현지를 내려다보며 이를 악 물었다. 심석호는 왼발을 이현지의 팔에 걸친 채 몸을 띄웠다. 심석호는 몸을 돌리며 오른발로 이현지의 안면을 노렸다.
팡!
심석호가 발을 걷어찼지만, 이현지는 손바닥으로 가볍게 막아냈다. 심석호는 공중에서 회전을 해 바닥에 착지했다.
이근수가 소리쳤다.
“양 선수! 엄청난 공방!”
김태호가 말했다.
“심석호 선수의 발차기도 대단하지만, 그걸 가볍게 막아내는 이현지 선수가 더 놀랍습니다.”
심석호가 전신에서 푸른빛을 뿜어냈다. 푸른빛은 곧 전격을 띠었고, 치칙, 치칙, 거리며 주위로 작은 번개가 내리치는 것 같았다. 이현지도 전신에서 노란빛을 뿜었다. 이현지의 노란빛은 전신에 압축되듯 자꾸만 모여들었다.
심석호가 이현지에게 오른쪽 주먹으로 반월을 그리며 크게 휘둘렀다.
텅!
이현지는 왼팔을 들어 심석호의 주먹을 막았다. 이현지는 팔에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심석호는 주먹을 피고 이현지의 팔을 꽉 잡으며 씩 웃었다.
“멍청한 년.”
파치치치치치치치치치치치치치치!
심석호의 전기에 이현지가 감전됐다. 이현지의 전신이 떨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심석호는 이현지의 팔에서 손을 뗐다.
“별거 아니네.”
이현지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있었다. 이현지가 고개를 들었다. 심석호는 흠칫 놀라며 다시 몸에서 전기를 뿜었다.
콰아앙!
이현지가 심석호에가 가까이 붙어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심석호의 등이 새우처럼 굽어졌다.
“커허억!”
이현지는 곧바로 양손을 모아 심석호의 머리를 내리쳤다.
콰아앙!
심석호는 안면부터 바닥에 꽂혔다. 이현지가 높게 뛰어올랐다. 이현지는 그대로 무릎을 굽히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아아아아앙!
이현지의 무릎은 심석호의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심석호는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했다. 심석호의 얼굴 주위로 붉은 피가 퍼져나갔다.
또다시 의료진이 급하게 투입됐다. 의료진은 심석호를 들것에 실었다. 심석호는 얼굴 위로만 거즈를 댄 채 투명케이지 밖으로 실려 나갔다.
이현지가 주먹을 쥔 채 들어보였다. 이현지는 머리끝만 살짝 탔을 뿐, 큰 타격은 없었다. 이현지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이근수가 소리쳤다.
“이현지 선수의 승리!”
이현지는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투명케이지를 빠져나갔다.
이근수가 말했다.
“예상외로 이현지 선수가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줬습니다! 이현지 선수와 심석호 선수의 리플레이를 보시면서 다음 경기, A조의 3번 오하나 선수와 4번 타카야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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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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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이쪽 분량이 길어졌는데, 빠른 전개로 금방 다른 내용으로 또 이어나가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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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다른 연재작 'Masterpiece : 7개의 조각'도 업로드 했습니다.
예거와 다른 매력을 가진 소설입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