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강우는 스크린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계집애가 이길 줄 알았지. 그나저나 저 계집이 한 번 더 이기면… 나랑 저 여자애가 붙게 되는 건가? 이거 참…….”
곧바로 경기가 이어졌다.
오하나와 타카야가 투명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오하나는 투명케이지 안에 들어서자마자 전신에서 푸른빛을 뿜어냈다. 타카야는 일본도를 빼들며 날카로운 눈으로 오하나를 노려봤다. 타카야의 전신과 손에 쥐고 있는 검에서 붉은빛이 이글거렸다.
이근수가 소리쳤다.
“양 선수! 기세가 대단합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이근수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슈킹.
타카야가 순식간에 오하나를 사선으로 베면서 지나갔다. 타카야는 일본도를 허리춤에 차며 나지막이 말했다.
“베어냈다.”
파창.
오하나의 몸이 산산이 부서졌다. 타카야는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는 깨진 얼음 조각들이 흩어져있었다.
쉬이이이잉.
타카야가 고개를 들었다. 오하나는 공중에 뜬 채 양손에 푸른빛을 모으고 있었다. 오하나가 타카야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푸른빛이 뻗어나가며 얼음줄기를 만들었다. 타카야는 손잡이를 손에 쥔 채 빠르게 이동했다.
쉭, 쉬쉭, 쉬쉬쉭.
타카야는 간단하게 얼음줄기를 피해낸 뒤, 오하나의 아래에 멈춰 섰다. 점프를 했던 오하나는 꼼짝없이 타카야의 위로 추락했다. 타카야가 일본도 손잡이를 꽉 쥐며 소리쳤다.
“이번에는 안 놓친다!”
슈킹!
파차창.
오하나는 공중에서 떨어지며 타카야가 베는 곳으로 얼음덩어리를 만들어냈다. 타카야의 검은 얼음덩어리를 베어냈다. 오하나는 곧바로 얼음줄기로 바닥까지 이어지는 구부러진 얼음다리를 만들었다. 오하나는 얼음다리 위를 뛰어 바닥에 착지한 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타카야의 눈썹이 잔뜩 일그러졌다. 타카야는 양손으로 일본도를 쥐어 치켜들었다.
“죽어라!”
타카야가 ‘X’자로 일본도를 크게 휘둘렀다. 붉은빛이 ‘X’자로 오하나를 향해 뻗어 나갔다. 오하나는 푸른빛을 모은 양손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쾅!
바닥에서 커다란 얼음벽이 솟아나 붉은빛을 막아냈다.
쉬이이이익.
타카야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하나가 바닥을 얼려 미끄러져 타카야의 오른쪽으로 와있었다. 오하나의 양손에는 푸른빛이 모여 있었다.
후우우우우우웅!
오하나의 양손에서 얼음줄기가 뻗어나갔다.
쩡!
타카야의 오른쪽 팔과 다리, 얼굴까지 꽁꽁 얼어붙었다. 타카야는 일본도를 왼손으로 옮겨 들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일본도를 양손으로 쥐고 있던 터라 왼손으로 옮겼다간 얼어붙은 오른손이 깨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하나는 여유롭게 타카야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계속 할 거야?”
타카야는 왼쪽 눈으로 오하나를 바라보려 했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오하나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타카야의 오른쪽 눈꺼풀 위는 얼음으로 덮여 떠지지도 않았다. 오하나가 말했다.
“이대로 몸을 깨버렸으면 좋겠어? 아니면 냉동 참치처럼 통째로 얼려줘? 그냥 놔둬도 넌 끝이야. 팔다리야 그렇다 쳐도 머리의 절반을 동상 때문에 잘라내면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타카야는 왼쪽 눈마저 질끈 감으며 말했다.
“졌다.”
“뭐? 잘 안 들리는데?”
“내가 졌다! 항복이다!”
이근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타카야 선수의 항복 선언! 오하나 선수의 승리입니다!”
오하나가 타카야의 얼어붙은 몸에 손을 가져다 댔다.
파칭!
타카야의 몸에 붙어있던 얼음들이 산산이 부서져 바닥으로 흩어졌다. 타카야는 몸을 돌려 이글거리는 눈으로 오하나를 쳐다봤다. 오하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왜?”
타카야는 일본도를 허리춤에 차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타카야는 몸을 홱 돌려 입구로 투명케이지를 빠져나갔다. 오하나는 반대편 입구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근수가 말했다.
“네! 명승부였습니다! 오하나 선수가 타카야 선수를 완전히 제압! 경기 리플레이 보시면서 다음 경기! B조의 7번 진수 선수와 8번 호이스 선수의 대전을 기다리시겠습니다!”
스크린을 보던 강우가 중얼거렸다.
“저 녀석도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강하잖아? 게다가 저건 꽤… 귀찮겠어.”
강우는 물리적 내구력에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얼어붙는 경험은 없었다. 아무리 강우라도 얼어붙은 몸이 깨져버린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
이근수가 말했다.
“진수 선수와 호이스 선수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양 선수 투명케이지 안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김태호 해설위원은 어떤 선수를 우위에 두고 계십니까?”
김태호가 답했다.
“진수 선수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게 없군요. 우선은 전적이 많은 호이스 선수가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호이스 선수는 전적으로만 따지면 저보다도 많습니다.”
이근수가 말했다.
“양 선수! 입장하자마자 격돌!”
진수와 호이스가 투명케이지에 들어섰다. 호이스는 양손을 들고 전신에서 주황색 빛을 뿜으며 진수에게 달려들었다. 진수는 곧바로 양 주먹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호이스는 몸을 숙이며 진수의 하반신을 노렸다.
쾅!
진수의 오른쪽 주먹이 호이스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호이스는 고개가 옆으로 꺾이면서도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호이스가 양팔로 진수의 왼쪽 다리를 감쌌다. 호이스는 그대로 진수를 밀어붙였다.
퍽, 퍽, 퍽, 퍽!
진수는 밀려나면서도 팔꿈치로 호이스의 등을 마구 찍었다. 호이스는 멈추지 않았다. 호이스는 진수를 직선으로 밀어붙이다가 몸을 틀었다. 호이스는 왼쪽으로 돌면서 밀어붙였고, 진수가 중심을 잃으며 넘어졌다.
텅!
진수의 등은 바닥에 닿아있었다. 호이스는 순식간에 진수의 몸을 타고 올랐다. 호이스는 양다리로 진수의 왼쪽 다리를 감싸고, 양팔로는 목을 감쌌다.
퍽, 퍽, 퍽, 퍽!
진수는 호이스에게 깔린 채 머리에 마구 주먹질을 해댔다. 호이스 진수의 뒷목에 있던 양팔을 빼냈다. 호이스는 곧바로 왼쪽 팔꿈치로 진수의 안면을 찍어 눌렀다.
빡! 빡!
호이스는 오른쪽 팔꿈치로 진수의 안면을 두 번 내리찍었다.
빡!
호이스는 또다시 왼쪽 팔꿈치로 진수의 안면을 내리찍은 뒤, 몸을 뒤로 돌렸다. 호이스는 다리 사이에 끼워뒀던 진수의 왼쪽 다리를 온몸으로 감쌌다. 호이스는 양팔로 진수의 종아리 뒤쪽을 감싸 잡아당겼다. 진수의 다리가 완전히 쭉 펴졌다. 호이스는 진수의 다리를 쭉 편 채 옆으로 쓰러졌다. 호이스는 진수의 다리를 자신의 몸에 바짝 붙이고, 왼발은 진수의 오른쪽 다리가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도록 걸어 놨다. 호이스의 양손이 진수의 아킬레스건 뒤를 감쌌다.
빠직!
“아아아아아아악!”
진수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호이스가 진수에게 완벽한 *니바를 걸었다. 진수의 무릎은 반대편 방향으로 꺾여버렸다. 호이스는 진수의 다리에서 몸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이스는 이미 자신이 이겼다는 듯 관중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었다.
이근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호이스 선수의 니바! 호이스 선수! *주짓수의 스페셜리스트였습니다! 무릎이 완전히 꺾인 진수 선수! 더 이상 경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태호가 말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수의 몸에서 초록색 빛이 흘러나왔다.
우득, 우드득!
진수의 무릎 관절이 치유됐다. 진수의 무릎이 다시 올곧게 펴졌다. 진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릎을 굽혔다 피며 다리를 풀었다.
이근수가 흥분을 잔뜩해 소리쳤다.
“이럴 수가! 초록빛! 초록- 빛-! 초록빛 중에서도 희귀한 치유 능력입니다-! 진수 선수! 재생이 가능합니다!”
호이스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수를 쳐다봤다. 진수는 호이스에게 손을 까딱이며 말했다.
“계속 해야지?”
호이스는 양손을 들며 말했다.
“사지를 모두 꺾어주지.”
호이스가 진수에게 달려들었다. 호이스는 전신에서 주황색 빛을 뿜어내며 또다시 진수의 왼쪽 다리를 노렸다.
쾅!
진수는 달려오는 호이스의 안면에 니킥을 꽂아 넣었다. 호이스의 안면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진수의 가슴팍까지 튀었다.
빡! 쾅! 퍽! 쾅! 쾅!
진수는 양손으로 호이스의 뒤통수를 감싼 채 니킥을 연속으로 꽂았다. 호이스는 양손으로 자신의 안면과 머리통을 가렸다.
쾅! 쾅!
진수는 호이스의 가드 위로도 니킥을 계속 꽂았다. 호이스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뒤통수를 감싸 짓누르는 진수의 양손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호이스는 고개를 더 숙이고, 뒷걸음질을 쳐 진수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빡!
진수는 고개를 숙인 채 뒷걸음질을 치는 호이스의 안면을 걷어찼다. 호이스의 고개가 들렸다. 호이스는 그대로 넘어가 뒤로 쓰러졌다. 진수는 쓰러진 호이스에게 달려들었다.
뻑!
진수가 넘어진 호이스에게 달려들어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진수의 주먹은 호이스의 안면에 내리꽂혔다.
콱.
호이스의 양다리가 진수의 허리를 감쌌다. 호이스는 앞니가 부러지고, 코뼈가 주저앉아 피로 물든 얼굴로 씩 웃었다. 호이스는 오른손으로 진수의 왼쪽 손목을 움켜쥐었다. 호이스는 진수의 왼쪽 어깨 방향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호이스는 오른손으로 진수의 왼쪽 손목을 계속 움켜쥐고 있었다. 호이스는 왼팔을 진수의 어깨 뒤로 넘긴 뒤,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었다. 호이스는 왼팔로 진수의 왼팔 뒤로 깊숙이 집어넣어 감쌌다. 호이스는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와지직!
호이스는 다시 상체를 눕히며 양팔을 쭉 폈다. 진수의 왼팔이 뒤로 꺾였다. 진수의 어깨 관절이 부서지고, 팔의 상완 뼈가 부러졌다.
호이스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호이스는 진수의 허리에서 양다리를 풀고, 팔에서도 손을 뗐다. 호이스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그대로 진수를 덮쳤다.
텅.
진수가 뒤로 넘어갔다. 호이스는 뒤로 누운 진수의 위를 가로로 덮었다. 호이스는 진수의 오른쪽 손목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호이스는 오른손을 진수의 오른쪽 팔꿈치 아래로 집어넣었다. 호이스는 오른손을 뻗어 자신의 왼쪽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와지직!
호이스는 자신의 왼쪽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오른팔을 확 잡아당겼다. 진수의 손목은 바닥에 붙은 채 팔꿈치가 위로 들리며 부러졌다. 호이스는 곧바로 팔을 놓고, 진수의 상체에 올라타 *마운트 포지션을 점유했다. 호이스가 진수에게 *파운딩을 날렸다.
퍽, 퍽, 퍽, 퍽, 빡, 퍽, 빡, 빡!
진수는 양팔이 부러져 가드를 할 수 없었다. 호이스의 주먹이 진수의 안면으로 쏟아졌다.
우득, 우드득, 우드드드득!
진수의 전신에서 초록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수의 왼손이 호이스의 얼굴로 향했다. 진수는 왼손으로 호이스의 오른쪽 귀를 움켜쥐었다.
찌이익!
진수가 호이스의 오른쪽 귀를 찢어버렸다.
찌이익!
어느새 진수의 오른팔도 회복돼있었다. 진수는 오른손으로 호이스의 왼쪽 귀마저 찢어버렸다. 호이스는 양손으로 자신의 귀가 있던 자리를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나 몸을 일으켰다. 진수는 양손에 호이스의 귀를 들고 일어나 씩 웃었다. 진수는 손에 들고 있는 양쪽 귀를 호이스에게 던졌다. 호이스는 자신의 귀를 받아들고, 인상을 잔뜩 구겼다.
*니바 : 암바가 팔을 꺾는 기술이라면, 니바는 무릎을 꺾는 기술입니다. 무릎을 원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꺾어 무릎 연골에 손상을 줍니다.
*주짓수 : 브라질 유술(Brazilian jiu-jitsu, 브라질 주짓수)은 관절 꺾기나 조르기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술입니다.
*기무라 락(키락) : 유도귀신 기무라6단과 주짓떼로 헨리오 그레이시가 1956년에 무제한 룰로 붙었을 때, 기무라가 헨리오의 팔을 부러트린 기술, 팔이 얽힌 모양이 열쇠와 같다 하여 키락이라고도 불린다.
*마운트 포지션 : 드러누운 상대에게 걸터앉은 상태*파운딩 : MMA(mixed martial arts)전문용어. 파운딩이란 마운트포지션 상태에서의 펀칭(punching) 즉, 누운 상대에게 주먹으로 가하는 타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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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한 편 더 올라갑니다. ^^
그리고 격투기 기술이 조금 헷갈리시는 분들은 제 뜰에서 '격투기 참고 자료' 게시판 첫 페이지에 가시면, 60회차 글에 나왔던 주짓수 기술들이 모두 있습니다.
동영상 링크를 해뒀는데요.
독자분들이 남자분들이 더 많을 것을 고려해좀 더 보기 즐거운(?) 링크로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