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강우는 50분이 채 걸리지 않아 한소영이 있는 블랙마켓에 도착했다. 강우는 한소영이 있는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문을 두드렸고, 곧바로 한소영이 나왔다.
“진짜 빨리 왔네요. 들어오세요.”
강우는 한소영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강우는 의자에 편히 기대앉으며 말했다.
“돈은?”
한소영이 강우에게 돈봉투를 내밀었다.
“1,050만 겔드예요.”
강우는 봉투 안을 확인한 뒤 한소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뭐, 더 할 얘기 있나?”
“아, 네. 괜찮은 일거리가 있어요.”
“어떤 건데?”
한소영은 일에 대해 설명했다.
한소영이 준비한 큰 일거리는 해외로 원정을 나가야 했다. 대상 몬스터는 삼성 하급인 ‘하이퍼타우로스’였다. 하이퍼타우로스가 나타난 곳은 일본의 후지산이었다. 하이퍼타우로스가 일으킨 피해는 아직 없는 상태였다.
하이퍼타우로스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간 직후부터 현재까지 후지산 쪽은 통제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퍼타우로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소영이 말했다.
“아직까지 하이퍼타우로스를 수색하고 있어요. 그런데 수색 도중 오히려 다른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바람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죠.”
“그런데…. 일본에 몬스터가 나온 건데 왜 한국까지 일이 들어왔어? 그것도 블랙마켓에.”
“현재 일본 예거 파티 소속 예거들이 대부분 해외로 나가있는 상황이에요. 곧바로 귀국하기도 힘든 상황이고요. 물론 거기도 삼성 이상의 예거들이 이미 수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거죠. 이성 중급 이하의 예거들은 수색 작업에 참여하기엔 사상자만 생길 확률이 높고요. 출몰하는 몬스터들 중 이성 하급 아래가 없다는군요.”
강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말했다.
“그래도 이상하잖아. 거기도 블랙마켓 있을 거 아냐? 블랙마켓에서 활동하는 능력자들도 많을 거고.”
“일본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인력은 아마 대부분 참가하고 있을 거예요. 저마다의 사유로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무엇보다 이쪽에 연락을 준 건 일본의 예거 파티가 아니에요.”
“그럼 어디서 연락을 준 건데?”
한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따르며 말했다.
“무투 클랜 일본지점이에요. 일본지점에서 한국지점으로 도움을 요청한 거죠. 한국지점은 그에 응했고, 수색작업은 문제없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성 상급 이상의 능력자가 필요해진 거죠. 특히 하이퍼타우로스와 붙게 됐을 때를 대비한다고 보면 돼요.”
강우는 무투 클랜과 함께 일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 스밀로돈을 잡을 때….’
강우가 말했다.
“무투 클랜이라면 함께 일한 적이 있지.”
“그래요? 잘됐네요. 그렇다면 더욱 함께 일하기 쉬울 거예요.”
“보수는?”
한소영은 커피를 한잔 더 따라 강우의 앞에 놓으며 말했다.
“당신에게 돌아갈 금액은 1억 겔드 내외일 거예요. 다만, 수색작업 중 먼저 발견한다거나, 사냥에 있어서 역할이 크면 그 금액이 달라져요.”
“기여도에 따라 달라진다라….”
“수색작업에 참여만 해도 최소 3,000만 겔드는 들어올 거예요. 어느 구역을 수색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위험도가 높은 곳일수록…….”
“금액이 높아진다? 생명수당이네.”
한소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그렇죠. 게다가 다른 몬스터들을 잡는다면, 추가로 들어오는 금액이 더 생길 거고요. 게다가 이번에는 몬스터를 잡은 다음 나오는 것들에 대한 권리도 있어요.”
“일본의 예거 파티 측에서 고용하는 거 아니야? 무투 클랜도 그 아래일 거고.”
“맞아요. 일본의 예거 파티 측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예산을 많이 투자해서라도 일을 최대한 빨리 종결짓고 싶어 해요.”
“일은 언제부턴데?”
한소영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마 일주일 뒤에 일본으로 갈 거예요.”
“그렇게 늦게? 걔네들 급한 거 아니었어?”
“만약 그전에 상황이 종결되면 지원도 취소에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나쁠 게 없어요. 그쪽에서 계약을 위반하게 되는 거라 우리에게 위자료를 물어주게 될 테니까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좋군…. 그럼 수수료는?”
“수수료는 당신이 벌어들이는 거에 따라 달라지니, 그건 그때 다시 계산을 해야 돼요. 이거 말고도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긴 해요. 하지만 이것만큼 좋은 조건의 일은 없어요. 장점이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 정도?”
강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결국 삼성급 이상의 일을 하고 싶으면 대부분 해외로 나가야 된다는 거지?”
“그렇죠. 어떻게… 하시겠어요?”
“하겠어. 내일 여권도 만들어놔야겠네.”
한소영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요. 그럼 무투 클랜에는 연락해놓을게요.”
“알았어. 그럼 정확한 일정이 잡히면 연락줘.”
“그럴게요.”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우는 한소영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소영은 강우를 올려다보며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한소영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그러세요?”
“많이 좋아졌네.”
“네?”
“표정 말이야. 이제 자연스러운데?”
한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활짝 웃었다. 부자연스러움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지만,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졌고, 어떤 표정을 지으려고 하는 것인지는 분명하게 전해졋다.
한소영이 말했다.
“고마워요.”
강우는 돈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가방을 들며 말했다.
“그럼, 일정 잡히는 대로 연락해.”
“네, 들어가세요.”
강우는 한소영의 블랙마켓을 빠져나왔다.
강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요 며칠 사이에 번 돈이 여태까지 모은 돈보다 더 많아.’
강우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T.C.C 때문에 그 모습은 즐거운 웃음보단 사악하게 보일 뿐이었다. 깊은 밤, 인적이 드문 곳을 달리는 강우를 본 사람은 없었지만. 있었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강우는 이미 F.N.C 원나잇 토너먼트 ‘루키를 찾아라’ 우승자로서 인터넷을 달구고 있었다.
강우는 집 근처에 다다라, T.C.C를 껐다. 강우는 자신의 양손을 들여다봤다.
‘이제 T.C.C를 안 킨 게 더 어색할 정도네.“
강우가 집에 도착했다. 집은 언제나처럼 그대로였다. 강우는 장롱 안쪽에 넣어둔 가방의 돈과 우승상금, 배당금, 수수료로 챙긴 돈들을 모두 합쳤다. 강우에게는 3억 겔드가 넘는 돈이 손에 들어와 있었다.
‘끝내주는구만…. 내일 소아 씨를 만나기로 했었지? 그럼…. 아침에 여권을 만들고, 소아 씨를 만난 다음에…. 보자…. 일본에 다녀온 다음 이사도 하고, 금고도 끝내주는 걸로 사야겠어.’
강우는 샤워를 하고, 집에 있는 것들로 대충 식사를 한 뒤에 컴퓨터를 켰다. 강우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금고를 찾는 것이었다. 강우는 금고들을 둘러봤다. 금고는 수십만 겔드부터 천만 겔드 이상까지 다양했다.
‘이건 너무 작고…. 이건 너무 허술하고…. 오! 이거다.’
강우의 시선을 사로잡은 금고는 옵션을 더해 약 700만 겔드였다. 강우는 금고에 혈관 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센서에 손목을 가져다 대면 혈관을 인식해 등록한 사람만이 열 수 있었다.
‘이걸로….’
강우는 금고를 장바구니 구매확정을 해놓은 뒤, 계좌번호를 적어뒀다. 강우는 다시 웹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강우가 이번에 찾는 것은 이사를 갈 곳이었다.
‘단독 주택…. 전세….’
강우는 단독주택을 알아보던 중 경기도 남양주시 쪽까지 집을 알아봤다.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면서 단독주택에 넓고….’
강우가 현재 가진 돈에서 전세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약 34평에 방은 세 칸, 욕실 하나, 전원주택 같은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전세금은 2억 겔드로 외진 곳에 위치한 집이었다. 일반사람에겐 인기 있는 매물이 아니었다. 외진데다가 주변에는 딱히 편의시설도 없었고, 저렴한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넓은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가장 중시하고, 어디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강우에게는 적격이었다.
‘좋아. 내일 여기로 전화해봐야겠다.’
강우는 번호를 적어둔 뒤, 의자에 몸을 기댔다. 가렵던 곳을 정확히 긁은 듯 모든 것이 결정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일 여권에 부동산에 소아 씨까지 만나야 되네. 얼른 자야겠구만.’
강우는 컴퓨터를 끄고 누우려다가 블랙마켓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인터넷이나 좀 더 보다가 잘까….’
강우는 블랙마켓 커뮤니티에 들어가자마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강우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라는 글이었다. 강우는 글을 클릭했다.
『F.N.C 원나잇 토너먼트 ‘루키를 찾아라’에서 ‘집행자’가 우승해 화제다. 집행자는 이전에 안똔과 이훈석과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화제가 된 바 있다.
집행자는 몬스터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코스튬부터 시선을 끈다. 이에 뛰어난 실력까지 겸비해 귀추가 주목되는 능력자다.
집행자는 토너먼트에서 초록빛으로 재생 능력을 가진 진수 선수를 완벽하게 격파, 결승전에서 만난 김명훈 선수와의 경기에서도 화염에 대해 강한 내성을 보이며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무투 클랜의 한 측근에 의하면 집행자는 오는 5일 일본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는 하이퍼타우로스의 수색작업 및 사냥을 위해서다. 하이퍼타우로스는 삼성 하급의 몬스터로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아직까지 없다.
현재 일본 후지산은 하이퍼타우로스의 출현으로 대대적인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예거 파티 측은 부족한 인원 충당을 위해 무투 클랜 일본지점에 지원요청을 했고, 무투 클랜 일본지점은 한국지점에 지원요청을 했다. 이에 인원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집행자가 힘을 거들 예정이다.
한편, F.N.C의 프로모터이자 회장 이근수는 “개인적으로 집행자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앞으로 더욱 빠른 발전을 하며, F.N.C 선수로서도 몬스터 사냥꾼으로서도 큰 두각을 보일 것이다.”며 “집행자와 현 F.N.C 국내 챔피언인 김태호의 경기를 추진 중에 있다. 정확한 경기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오는 30일 안에는 이뤄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강우는 기사의 아래 달린 댓글들로 시선을 옮겼다.
-난 집행자 경기들을 봤어! 내가 여태까지 봤던 F.N.C 경기 중에서 박진감만으로 따진다면 탑10에 들 거야!
-집행자가 경기는 참 재밌게 하더라.
-F.N.C 선수로만 뛰지…. 왜 몬스터 사냥까지 하지?
-몬스터 잡아서 희귀한 뭔가를 얻으면 F.N.C보다 더 돈이 된다고. 게다가 어떤 몬스터는 굉장한 약이 된다고도 하더군.
-약? 무슨 약?
-말 그대로 약. 떠돌아다니는 말로는 암과 에이즈에 효과가 있는 것도 있다더라.
-능력자들이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니야. 어떤 몬스터는 죽으면 둥그런 핵을 남기는데, 그걸 먹기만 해도 강해진다고 했어.
-그딴 게 어딨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진짜라니까. 일반인이 먹어도 빛을 사용하는 특수한 능력은 없지만, 능력자처럼 강해진다고 했어.
-아직도 저런 도시전설을 믿는 녀석이 있다니.
-위에 놈들은 집행자 기사에서 왜 갑자기 몬스터 이야기로 싸우고 있냐?
-난 강원카지노에서 저 경기들을 눈앞에서 봤지. 난 그때 초록빛의 능력자를 처음 봤어. 그것도 재생하는 능력! 그런데 집행자가 완벽하게 깨버리더군.
-김명훈이 이길 줄 알았는데….
-씨발…. 집행자 개새끼…. 이 개새끼 때문에 2,000 날렸다. 씨발….
-↑한강물 찰 텐데….
-↑↑난 집행자 덕분에 4,000 땄는데!
-김태호랑 붙는 건 말도 안 되는데….
-집행자는 잘 쳐줘도 이성 상급 랭킹에 들까 말까 아니야? 그런데 벌써 김태호랑 붙는다고? 국내 F.N.C 은퇴경기라고 아주 대놓고 이기는 경기하네.
-혹시 알아? 이변이 일어날지.
-김태호는 삼성 하급은 돼. 앞으로 더 강해질 거고. 차라리 그냥 해외에 있는 삼성 하급 선수랑 붙은 다음, 해외무대로 넘어가는 게 나을 듯.
-와…. 집행자 출세했네. 그냥 힘 좀 센 병신 오타쿠인 줄 알았는데….
-저거 T.C.C 중 하나인 거 같은데? 어디서 구했지? 탐난다.
-난 집행자 코스튬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강우는 댓글들을 훑어보다가 의자에 몸을 기대며 컴퓨터를 껐다.
‘몬스터에선 벼래별 게 다 나오기도 하나보네….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강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잠이나 자야겠다.’
강우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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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제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업로드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빠르면 조금 늦은 새벽,
늦으면 오전 혹은 오후까지도 늦어질 수 있겠습니다.
가능한 빠르게 업로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밤새 쓰면 좋겠지만, 현재도 잠을 너무 못 잔 상태라 한계가...ㅠㅠ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