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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67화 (67/195)

67화

강우와 이소아는 남자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씩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강우는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곤, 이소아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혹시…. 저 분이 말씀하셨던….”

“네, 제 친구에요.”

강우는 한숨을 내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사내놈이었어?’

남자는 움직이기 편한 바람막이 잠바에 트레이닝 바지, 운동화 차림에 큰 가방을 메고 있었다. 짧은 머리에 강인한 인상이었다. 누가 봐도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 여겨질 것 같았다.

셋이 한 자리에 모였다. 소아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오래 기다렸어? 여기는 내가 말했던 강우 씨.”

남자가 강우를 보며 씩 웃었다.

“반갑습니다. 황일수라고 합니다.”

황일수가 강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강우는 황일수가 내민 손을 맞잡아 악수를 했다.

“지강우라고 합니다.”

소아가 물었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나와 있어? 만나기로 한 곳은 200m정도 더 가야 되지 않아?”

“녀석들의 신경이 너무 곤두서있더라고. 잘못했다간 덤벼들 거 같아서 일단 조금 떨어졌지.”

황일수는 함께 온 하운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하운드는 황일수의 말을 알아들은 듯 땅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황일수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갑시다.”

강우가 물었다.

“잠시만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황일수는 멋쩍은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저희 쪽하고 처음 일하시는 거죠?”

소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소아는 몬스터 보호 협회에서 하운드를 포획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옛날 미국의 카우보이들이 소나 말을 잡을 때 했던 것처럼 올가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올가미를 던져 하운드의 목에 걸면, 황일수가 올가미 끝을 모두 잡아 고정시킨다고 했다.

강우가 말했다.

“올가미로 잡는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강우가 황일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올가미를 건 하운드들을 모두 당신이 잡고 있는 게 가능합니까?”

“물론이죠.”

“잡아둘 힘은 충분할지 몰라도…. 분명 녀석들이 공격을 해올 텐데요.”

황일수는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쿵, 바닥이 울렸다. 황일수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이거 받으세요.”

황일수가 배낭을 벌려 올가미를 꺼냈다. 올가미는 쇠사슬로 만들어져있었고, 끝은 손에 쥐기 좋게 서양검의 손잡이처럼 돼있었다. 목에 감기는 매듭 부분은 쇠사슬이 아닌 두꺼운 밧줄로 이뤄져있었다. 황일수는 쇠사슬로 된 올가미 하나를 강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무거워서 다루기 힘들겠지만, 목에 걸어서, 올가미 끝의 손잡이를 저에게 넘겨만 주시면 됩니다.”

강우는 올가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열 마리가 넘는데 하나만 주면 어떻게 합니까?”

황일수는 열 개가 넘는 올가미를 어깨에 짊어지며 말했다.

“일단 하운드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죠. 그리고 처음 해보시는 거라 한 마리만 잡아도 대단한 겁니다. 곧바로 올가미를 잘 사용하기는 힘드니까요.”

“네? 그럼 제가 이 일에 왜 필요한 거예요?”

“오늘부터 차차 일을 배우시고, 앞으로도 도와주시길 바라는 거죠.”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럼 오늘 포획은 당신이랑 소아 씨가 다 하는 겁니까?”

“아니요. 저는 올가미 끝을 잡고만 있습니다. 잡는 건 소아가 다 할 거예요.”

강우는 손에 들린 올가미로 시선을 옮겼다. 굵은 쇠사슬로 이뤄진 기다란 올가미는 묵직했다. 대략 20kg 이상은 나갈 것이 분명했다. 강우는 소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의외로…. 힘을 잘 쓰는 능력자인가? 아니면 등급이 높거나….’

이소아와 강우의 눈이 마주쳤다. 이소아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하운드를 잡는 건 꽤 많이 해봤거든요. 강우 씨도 처음이지만, 힘내세요! 조심하시고요.”

걸음을 옮기던 도중이었다. 황일수가 걸음을 멈추라는 듯 오른팔을 이소아와 강우의 앞으로 뻗으며 말했다.

“여기쯤부터 조심해야 돼요.”

황일수는 짊어지고 있던 올가미 전부를 이소아에게 건넸다. 이소아는 쇠사슬을 전부 왼팔에 걸쳤다. 약 200kg의 올가미들을 팔에 얹고도 이소아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소아는 오른손에 올가미 하나를 집어 들었다. 강우도 이소아를 따라 올가미 끝을 손에 꽉 쥐었다.

주변에서 크르릉,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소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황일수는 이소아의 뒤쪽에서 언제든지 올가미를 넘겨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우는 하운드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주변을 경계했다.

공원에 심어진 나무들 틈으로, 풀숲 틈으로 하운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운드들과 강우 일행의 거리는 불과 20m 안팎이었다.

이소아가 하운드들이 있는 쪽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었다.

“크르릉!”

하운드 하나가 이소아를 향해 뛰어들었다.

촤르르륵.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강우였다. 강우는 이소아를 향해 달려드는 하운드에게 올가미를 던졌다. 올가미 끝은 하운드를 향해 날아갔다.

턱, 촤르륵.

올가미는 하운드의 목 옆에 부딪친 뒤 바닥에 떨어졌다. 강우는 “젠장!”이라고 하며 하운드에게로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촤르르륵!

이소아가 정면으로 뛰어드는 하운드에게 올가미를 던졌다. 올가미는 정확히 하운드의 목을 옭아맸다.

촤르르르르르.

이소아는 양손으로 쇠사슬을 잡고 확 잡아당겼다.

“케헹!”

하운드가 옆으로 쓰러졌다. 이소아는 곧바로 올가미 끝을 황일수에게 넘겼다.

“크르릉!”

목에 올가미가 묶인 하운드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 이빨을 드러내며 이소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촤르르르륵!

황일수가 쇠사슬을 잡아끌었고, 하운드는 “케헥!”거리며 끌려갔다. 이소아가 좀 더 앞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크르르….”

하운드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강우 일행을 둘러싼 하운드들은 총 열한 마리였다. 하운드들은 강우 일행을 둘러싼 채 이빨을 드러내고, 잔뜩 경계했다.

“커헝!”

올가미에 묶인 하운드가 황일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강우가 “위험해!”라고 소리쳤다. 하운드가 황일수의 목부터 가슴팍까지 사선으로 깨물었다. 황일수의 몸에서는 노란색 빛이 뿜어져 나왔고, 표정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하운드는 황일수를 문 채로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황일수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은 주위를 둘러싼 하운드들에게 향해있었다. 강우도 다른 하운드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군. 소아 씨가 올가미를 목에 걸면, 저 녀석이 몸을 대주면서 버티는 건가….’

강우는 눈을 번뜩였다.

‘나도 뭔가를 해야지!’

강우가 경계를 하고 있는 하운드를 향해 올가미를 던졌다.

촤르르르르르, 쿵.

강우가 던진 올가미는 빗나갔다. 올가미는 나무에 닿았고, 강우가 너무 세게 던진 탓에 쇠사슬이 나무기둥을 꿰뚫어버렸다. 이소아와 황일수는 그 광경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소아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강우 씨, 너무 세게 던지면 안 돼요. 최대한 안 다치게 포획해야 돼요.”

“네, 미안해요.”

촤르르륵.

강우는 다시 올가미를 당겼다.

‘젠장…. 그냥 때려잡는 게 훨씬 쉬운데….’

그때였다. 하운드 네 마리가 이소아에게, 세 마리는 황일수에게, 또 다른 네 마리는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이소아는 왼팔에 얹고 있던 올가미를 전부 바닥에 늘어트렸고, 양손으로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촤르르륵.

이소아가 힘껏 올가미 끝을 잡고 튕겼다. 쇠사슬에 웨이브가 일어났고, 올가미가 들렸다. 앞서 달려오던 하운드 두 마리의 목에 올가미가 걸렸다. 하운드들은 스스로 올가미에 머리를 집어넣은 꼴이 됐다. 이소아는 올가미 끝을 확 잡아당기며 황일수에게로 몸을 날렸다. 황일수는 곧바로 양손을 뻗어 이소아의 손에서 올가미 끝을 건네받았다.

황일수가 올가미 끝을 건네받은 순간이었다. 하운드 세 마리가 황일수에게 달려들었다.

콰, 콰, 콱!

하운드 세 마리가 황일수의 왼팔과 양쪽 다리를 물었다. 황일수는 하운드들에게 물어뜯기면서도 손에 쥐고 있는 올가미 끝을 놓치지 않았다.

이소아에게 하운드 두 마리가 달려들었다.

텅, 텅.

이소아는 몸을 옆으로 날려 공격을 피해냈고, 하운드들은 바닥에 앞발을 내리찍었다. 이소아의 양손에는 어느새 올가미가 들려있었다.

촤르르륵!

이소아가 올가미를 던졌고, 하운드 두 마리의 목에 걸렸다. 이소아는 올가미 끝을 잡고 빠르게 황일수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황일수는 기다렸다는 듯 올가미 끝을 모두 놓았다.

촤르르르르륵.

이소아는 올가미 끝을 모두 모았다. 이소아가 배낭에서 여러 개의 고리들이 걸려있는 링을 꺼내들었다. 이소아는 빠르게 올가미 끝의 손잡이들을 모두 고리에 결합했다. 이소아는 고리를 황일수에게 건넸다. 황일수는 고리를 받아들자마자 몸을 털어냈고, 하운드들이 모두 튕겨나갔다.

황일수는 하운드들이 떨어져나가자마자 쇠사슬을 모두 왼팔에 칭칭 감아대기 시작했다. 황일수는 쇠사슬의 길이를 약 1m만 남겨 놨다. 팔에 감긴 쇠사슬의 굵기는 황일수의 몸통보다도 굵어져있었다. 목이 묶인 하운드들은 황일수를 향해 입질을 해댔다. 얼굴, 목, 어깨, 팔, 몸통, 다리까지 물 수 있는 부위는 모두 물어댔다. 그리고 마구 흔들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일수에게서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강우에게 정면으로 하운드 네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강우는 황일수가 하운드들에게 몸을 대준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강우가 빠르게 옆으로 움직였다. 하운드들도 전부 방향을 틀어 강우를 쫓아왔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하운드가 강우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촤르륵.

강우는 올가미를 양손으로 잡고 하운드 머리에 통과시켰다. 강우는 하운드에게 넥타이를 매주듯 매듭을 조였다.

“케헥!”

다른 하운드가 방향을 틀어 강우의 왼쪽 목을 노렸다.

콰악!

강우는 왼팔을 내밀어 하운드의 입에 물렸다.

촤르르륵.

강우는 쇠사슬을 당겨 왼팔을 물고 있는 하운드의 목에 휘감았다. 강우가 하운드 두 마리의 목에 쇠사슬을 걸어놓은 순간이었다. 나머지 두 마리의 하운드가 입을 크게 벌린 채 강우에게 달려왔다. 강우가 왼팔을 털어냈고, 물고 있던 하운드가 튕겨나갔다. 강우는 왼손에 쇠사슬을 쥐었다. 하운드 두 마리의 입이 강우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강우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타, 탁!

강우는 손끝으로 하운드 두 마리의 코끝을 때렸다. 강우의 손에 맞은 하운드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 순간이었다.

촤르르르르륵!

강우가 나머지 하운드 두 마리의 목에도 쇠사슬을 휘감았다. 강우는 올가미 하나로 굴비를 엮듯 하운드들을 모두 엮어버렸다. 하운드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강우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강우는 올가미 끝과 매듭 부분을 모아 확 잡아당겼다. 하운드 네 마리의 몸이 서로 부대끼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하운드들은 여전히 컹컹거리며 이빨을 드러냈지만, 강우에게 공격을 할 수는 없었다.

이소아와 황일수는 놀랍다는 듯 강우를 바라봤다. 황일수는 여전히 하운드들에게 물려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우를 바라보며 “제법인데….”라고 중얼거렸다.

이소아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대단해요!”

강우는 여전히 양손에 올가미의 끝과 끝을 잡은 채 말했다.

“대단하긴요…. 그나저나 이제 어떡하죠?”

“잠깐만 잡고 계세요.”

이소아는 나머지 올가미들을 강우가 엮어놓은 하운드들의 목에 걸었다. 이소아가 올가미 끝을 모두 황일수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놓으세요.”

강우가 손에서 올가미를 놓았다. 황일수는 올가미 끝을 모두 손에 쥐고 있는 링의 고리에 결합한 뒤, 이번에는 오른팔에 쇠사슬을 칭칭 감아댔다. 오른팔에 묶인 하운드들도 난리를 쳐댔지만, 황일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소아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다 끝났어요.”

강우는 하운드들에게 물어뜯기고 있는 황일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러고 있는 게요?”

“겉으로 보기엔 좀 그렇지만…. 일반 하운드들 중에서 일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아이는 없어요. 일을 모두 마쳤으니까 이제 협회 쪽에 연락하면 도와주러 사람들이 올 거예요.”

이소아는 하운드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얘네들이 탈 수 있는 차도 올 거고요.”

강우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있었다. 이소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강우 씨?”

강우는 이소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강우는 오른손으로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올 차에 저 녀석도 탈 수 있을까요?”

이소아와 황일수의 시선이 강우의 손을 따라갔다. 강우가 가리킨 방향에서는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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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마 내일도 늦을 것 같습니다.

내일은 오전~오후에 올려야 될 가능성도 있겠네요.

여러 가지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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