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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68화 (68/195)

68화

다가오고 있는 것은 기다란 검은색 털을 휘날렸다. 목 주변의 갈기털이 유난히 길었는데,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사람의 머리칼 같아 소름이 끼쳤다.

녀석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모습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몸길이만 5m 이상, 몸무게는 500kg 이상의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개와 비슷한 생김새.

헬하운드였다. 전신은 검은색 털이 덮여있었고, 갈고리 같은 발톱들 또한 검은색이었다. 이빨은 상어가 부럽지 않게 크고 날카로웠다. 발바닥은 사람의 몸통을 전부 찍어 누를 수 있을 만큼 커다랬다. 두 눈에는 눈동자가 없고, 주황색 안광이 번뜩였다.

헬하운드는 천천히 강우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외형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 자체가 일성 하급인 하운드와는 격이 달랐다.

이소아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아니…. 어떻게 헬하운드가 이런 곳에…. 분명히 하운드만 있었는데…. 어디서 나타난 거지?”

황일수가 말했다.

“도망…. 도망쳐야 돼.”

황일수를 물어뜯고 있던 하운드들은 어느새 꼬리를 말고 있었다. 하운드들은 헬하운드의 시선을 피해, 마치 황일수가 방패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최대한 몸을 뒤로 빼며 사리고 있었다. 개중에는 바닥에 오줌을 지리는 녀석도 있었다.

강우는 하운드들을 한 번 쳐다본 뒤, 이소아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하운드하고 헬하운드는 같은 종 아니에요? 왜 저렇게 겁을 먹지?”

“같은 개들이어도 종이 다르듯 하운드랑 헬하운드는 같은 하운드일 뿐, 완전히 달라요. 등급 자체도….”

강우는 헬하운드를 보며 물었다.

“저 녀석은 등급이 어떻게 되는데요?”

황일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삼성…….”

“뭐라고요?”

“삼성 하급이에요. 그것도 강한 편…. 삼성 중급 이상의 능력을 가진 예거들도 두 명은 돼야 녀석을 상대할 수 있어요.”

이소아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도망쳐야 돼요. 절대 우리끼리는 녀석을 감당할 수 없어요. 포획은 절대 불가능해요. 헬하운드를 사냥이 아닌, 포획을 하려면 삼성 중급 이상인 사람이 다섯 명….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해요.”

이소아가 자세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일단…. 일수는 하운드들과 함께 있으니 먼저 뒤로 빠져.”

“하지만…….”

황일수가 말을 마치기 전, 이소아가 눈을 번뜩 뜨며 말했다.

“정말 다 위험해져. 우리는 물론, 하운드들까지 모두 죽게 될 거야. 그러니까 먼저 도망가. 그리고 지원요청을 해.”

황일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그럼…. 먼저 뒤로 빠질게. 반드시 무사해야 돼.”

황일수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꼭 무사하세요. 처음 저희 일을 도와주러 오셨는데, 이런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황일수는 헬하운드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황일수에게 매달려있는 하운드들은 낑낑거리며 조금이라도 헬하운드에게서 멀어지려고 뒷걸음질을 쳐댔다. 헬하운드는 강우 일행과 약 20m 떨어진 거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번뜩이며 강우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촤르르르륵.

황일수가 팔에 휘감아뒀던 쇠사슬을 길게 풀었다. 쇠사슬은 두어 바퀴만 황일수의 팔에 감겨 고정됐다. 쇠사슬이 길어지자마자 하운드들은 꽁지에 불이 붙은 듯 뛰기 시작했다. 황일수의 전신에서 노란색 빛이 뿜어졌다. 황일수는 하운드들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헬하운드는 도망치는 하운드들과 헬하운드를 한 번 쳐다보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헬하운드는 이소아와 강우를 노려봤다.

강우가 이소아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하죠?”

“제가 신호를 줄게요. 그럼 양 방향으로 갈라져서 도망쳐요.”

“따로따로요?”

이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아는 여전히 헬하운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네, 최악의 경우엔 한 명이라도 살아야 되니까요….”

“제가 꽤 빨라요. 차라리 제가 유인을 해서….”

“강우 씨 예거 등록하셨죠?”

“네.”

“등급이 어떻게 돼요?”

강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등록된 건 일성 하급이지만….”

이소아가 강우의 말허리를 끊었다.

“저는 몬스터가드로서 삼성 하급이에요. 물론 신체능력에 치중된 타입은 아니지만…. 강우 씨가 말한 작전이라면 차라리 제가 미끼가 되는 게 나아요.”

“아니, 제가 등록된 건 그렇지만….”

그때 하운드가 강우와 이소아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이소아와 강우의 시선은 헬하운드에게 고정됐다. 헬하운드가 숨을 내쉴 때마다 입 주변으로 뜨겁고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헬하운드의 가슴 가운데와 양 앞다리 전면 쪽으로 주황색과 붉은색 빛이 뒤섞인 채 뿜어져 나왔다.

“헬하운드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어요. 시간이 없어요. 지금이 유일한 기회에요. 제가 셋을 세면 뛰어요.”

“네?”

헬하운드의 가슴 가운데가 빨아들일 때의 담뱃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소아가 빠르게 소리쳤다.

“하나 둘 셋!”

이소아가 왼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강우도 오른쪽으로 뛰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헬하운드가 입을 쩍 벌렸고,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화염은 순식간에 강우와 이소아가 서있던 자리를 향해 뻗어 나왔다.

이소아와 강우는 양 옆으로 벌어져 뛴 덕분에 화염을 피해냈다. 화염이 지나간 자리를 바닥까지 새까맣게 타버렸다. 강우와 이소아는 10m 이상 화염을 뒤로 뒀는데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를 등 뒤로 느낄 수 있었다.

헬하운드는 화염을 뿜는 것을 멈추고 입을 쩝쩝거렸다. 기다란 검은색 갈기는 주변으로 휘날렸고, 입 주변으로는 불꽃이 튀었다.

헬하운드가 고개를 돌렸다. 번뜩이는 주황색 안광이 쫓고 있는 것은 이소아였다.

“크르릉.”

터텅, 터텅, 터텅, 터텅.

헬하운드가 이소아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헬하운드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진동이 울렸다. 헬하운드의 최고 시속은 일반적으로 110km, 개체에 따라 순간적으로 시속 120km까지 내는 녀석들도 있었다. 삼성 하급이라지만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하지도 않았고, 전투능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던 이소아는 금세 뒤를 따라잡혔다.

헬하운드의 가슴을 중심으로 몸 전면이 주황색 빛을 품으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강우는 걸음을 멈췄다.

“이런 젠장!”

강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우지지직.

강우가 오른손을 뻗어 옆에 있던 나무 기둥을 움켜쥐었다. 강우가 나무를 그대로 뽑아들었다. 흙이 후드득 떨어졌고, 나뭇잎이 파스스, 흔들렸다.

후웅.

강우는 뽑아든 나무를 헬하운드를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터엉, 와지지직.

던져진 나무는 헬하운드의 옆얼굴에 명중하며 부서졌다. 헬하운드가 눈을 번뜩이며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소아의 시선도 강우에게로 옮겨졌다. 강우가 크게 소리쳤다.

“뛰어요!”

이소아는 황급히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며 뛰었다. 헬하운드 다시 이소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우지지직, 후웅, 터엉.

강우가 또다시 나무를 뽑아들어 헬하운드에게 던졌다.

“커어엉!”

헬하운드는 짜증이 난다는 듯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유인하려 바닥에 오른발을 굴렀다. 강우가 오른발을 땅에 구를 때마다 터엉! 터엉! 소리가 크게 울렸다. 헬하운드가 이빨을 드러내며 강우에게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야지.”

강우는 이소아와의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강우는 나무들이 많이 심어진 길을 골라 사이사이로 뛰었다.

우지직, 빠지직, 콰직, 콰직.

덩치가 큰 헬하운드는 나무들을 그대로 들이받아 부숴버리며 뛰어왔다. 나무들은 헬하운드의 몸에 부딪치는 순간 부서지고, 발에 짓밟히며 으깨졌다. 강우는 뒤를 쫓아오는 헬하운드를 슬쩍 쳐다봤다.

‘이런 걸로는 잠깐 시간도 못 버는구만….’

강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황일수는 진작 도망쳤고, 이소아와의 거리도 상당히 멀어진 것 같았다. 강우가 멈춰 서며 헬하운드를 향해 돌아섰다.

치이이이익.

헬하운드도 강우를 따라 뛰는 것을 멈췄고, 무거운 무게가 급작스럽게 멈춘 탓에 발이 밀렸다. 헬하운드는 “크르릉….”거리며 강우를 노려봤다. 성난 이빨은 언제라도 강우를 물어뜯을 준비가 된 듯 잇몸 부분까지 드러나 있었다.

강우가 손을 자신의 목으로 가져갔다. 검은색 홀로그램이 강우의 전신을 뒤덮었다. 헬하운드는 강우의 변한 모습에 당황한 듯 살짝 고개를 뒤로 뺐다가 옆으로 기울이며 갸우뚱거렸다. 헬하운드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곤, 다시 이빨을 드러내며 강우를 노려봤다.

강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고, 양손 깍지를 껴 팔을 쭉 피며 말했다.

“삼성 하급 몬스터랑은 처음인데…. 잘 부탁한다?”

“크어엉!”

헬하운드의 가슴을 중심으로 주황색 빛과 붉은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쿠와아아아아아.

헬하운드의 입에서 거대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강우는 빠르게 옆으로 움직여 불을 피했다. 강우가 서있던 자리는 새까맣게 타 숯덩이가 돼버렸다. 헬하운드는 고개를 돌리며 화염을 뿜어댔다. 강우는 빠르게 옆으로 뛰어 피해냈고, 화염이 지나가는 대로 주변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는 공원이 전부 타버리겠어.”

강우가 헬하운드의 옆으로 튀어 올랐다.

터엉!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헬하운드의 옆구리에 꽂혔다. 헬하운드는 몸을 살짝 기울였을 뿐, 별다른 데미지는 없었다. 헬하운드가 입을 쩍 벌린 채 강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쿠아아아아.

화염이 강우를 덮쳤다.

“이런!”

강우가 거세게 오른손을 세로로 휘둘렀다.

후우우우웅!

헬하운드가 뿜어낸 화염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헬하운드는 화염을 뿜어내는 것을 멈추고, 이빨을 드러내며 “크르릉.”거렸다. 강우는 바닥에 착지해 헬하운드를 노려봤다.

“붙어보자고.”

강우가 헬하운드에게 정면으로 튀어나갔다.

텅, 퍽, 텅!

강우가 왼손 잽을 헬하운드의 목에 한 방,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옆얼굴에 한 방, 곧바로 이어서 오른발 하이킥을 목 옆에 꽂았다.

헬하운드는 몸이 흔들렸지만,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강우는 아직 발을 뻗은 채로 헬하운드와 눈을 마주치며 중얼거렸다.

“어라?”

헬하운드는 입을 크게 벌려 강우의 다리를 향했다.

딱!

강우는 재빨리 다리를 접어 헬하운드의 입질을 피했다. 헬하운드의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렸다. 헬하운드는 다시 입을 크게 벌려 강우에게 향했다.

딱!

강우는 몸을 옆으로 돌려 입질을 피해냈다.

빠악!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헬하운드의 옆얼굴을 갈겼다. 헬하운드는 고개가 옆으로 밀려났지만, 눈은 여전히 강우를 쫓고 있었다.

쾅!

헬하운드가 왼쪽 앞발을 뻗어 강우를 찍어 눌렀다. 강우는 몸통을 헬하운드의 앞발에 짓눌린 채 바닥에 누워버렸다. 헬하운드는 왼쪽 앞발로 강우를 찍어 누른 채 입을 크게 벌렸다. 헬하운드의 가슴을 중심으로 몸의 전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불을 뿜어내기도 전부터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텅!

강우는 왼쪽 손바닥으로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헬하운드의 앞발을 옆으로 밀어 쳤다. 강우를 짓누르고 있던 앞발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강우는 몸을 옆으로 굴린 뒤, 일어나 자세를 취했다. 헬하운드는 주황색 안광을 강하게 뿜어내며 강우를 노려봤다. 가슴을 중심으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몸은 여전했고, 입 주변으로는 회색 연기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기다란 검은색 갈기는 살아있는 듯 사방으로 휘날렸다.

강우는 주먹을 꽉 쥐며 헬하운드를 노려봤다.

“아무래도…. 힘을 좀 더 써야겠는데?”

헬하운드가 양 앞발을 치켜들며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강우 역시 오른쪽 주먹을 뒤로 당긴 채 헬하운드와 맞섰다.

============================ 작품 후기 ============================

많이 늦었습니다...

우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의도치 않게 절단신공을 펼치게 됐는데요.

원래는 연참을 하려 했는데, 사정이 좀 안 좋게 됐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사항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자세한 사항을 공지사항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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