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69화 (69/195)

69화

헬하운드의 오른쪽 앞발 그림자가 강우의 머리 위로 드리웠다.

팡!

강우는 오른쪽 주먹으로 헬하운드의 앞발을 받아냈다. 헬하운드의 앞발이 튕겨 위로 들렸다. 헬하운드는 왼쪽 앞발을 바닥에 디딘 채 입을 쩍 벌렸다. 순식간에 놈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화르륵.

헬하운드의 입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텅!

강우가 자리에서 뛰어올라 왼쪽 무릎으로 헬하운드의 아래턱을 올려쳤다.

딱!

헬하운드의 위턱과 아래턱이 맞물리며 소리가 울렸다. 놈의 입 양 옆으로는 불꽃이 새어나왔다.

퍽, 빡!

강우는 뛰어오른 채 오른쪽 주먹으로 헬하운드의 주둥이 옆을 가격한 뒤, 이어서 오른쪽 발로 걷어찼다. 헬하운드의 고개가 홱 돌아갔고, 강우는 발차기를 한 방향으로 한 바퀴 돈 다음 바닥에 착지했다.

헬하운드는 화가 잔뜩 난 듯 “크어엉!”하고 포효하며 강우를 노려봤다. 헬하운드의 전신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치 전신이 타오르는 듯 했고, 주황색 안광마저 붉게 물들어있었다.

터텅!

헬하운드가 네 발로 동시에 바닥을 차 뒤로 물러섰다. 강우는 주먹을 쥔 채 헬하운드를 노려봤다. 헬하운드는 강우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쿠르르, 쿠르르르, 쿠오아아아아아아!

헬하운드가 화염을 강우를 향해 뿜어냈다. 화염은 가로세로 길이가 3m 이상으로 거대했다. 불기둥과 같은 화염이 강우의 코앞이었다. 열기가 주변 공기마저 달궜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뒤로 크게 당기고 있었다.

“힘 좀 더 써야겠어.”

강우가 화염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휘오오오오오오오, 팡!

강우의 주먹질에 화염 가운데에 구멍이 생겼다. 주먹의 풍압은 화염을 흩어지게 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없애버리며 헬하운드의 입안까지 닿았다.

“케헥! 케엑! 켁!”

헬하운드는 입안을 주먹으로 맞은 듯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돌렸다. 강우가 순식간에 헬하운드의 코앞으로 뛰어들었다. 헬하운드는 강우를 향해 곧바로 입을 벌리려 했다.

콰악!

강우가 헤드락을 걸듯 팔로 헬하운드의 주둥이를 감아버렸다.

“흡!”

강우가 팔에 힘을 주자 헬하운드의 위턱과 아래턱,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리며 빠드득, 소리가 울렸다.

헬하운드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인간은 격이 다르다는 것을,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반항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 주둥이를 조이고 있는 팔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지금 이 인간이 힘을 더 주면 자신의 주둥이가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헬하운드는 몸에서 천천히 힘을 뺐다. 강우도 헬하운드의 저항이 약해짐을 느꼈다. 강우는 처음보다 팔에 약간 여유를 준 채 헬하운드의 주둥이를 잡고 있었다.

헬하운드는 천천히 몸을 낮추고 바닥에 엎드렸다. 강우는 헬하운드가 바닥에 몸을 완전히 붙일 때까지 팔로 주둥이를 감싸고 있었다.

헬하운드는 몸을 납작하게 엎드린 채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슬쩍 쳐다봤다. 헬하운드의 두 눈에는 패배감이 서려있었고, 주황색 안광마저 옅어진 느낌이었다.

강우가 슬며시 주둥이를 휘감고 있던 팔을 뗐다. 헬하운드는 강우와 두 눈을 마주쳤다. 헬하운드는 그 순간 착각했다. 인간이 방심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라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화염은 통하지 않았지만, 콘크리트도 두부처럼 씹어서 으깨버릴 수 있는 이빨이라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헬하운드는 곧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컹!”

헬하운드가 강우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헬하운드의 커다랗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강우를 향해 일제히 몰려들었다.

빡!

“케헹!”

강우는 손바닥으로 헬하운드의 코를 후려쳤다. 헬하운드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헬하운드는 다시 입을 벌리고 덤벼들려 했다.

“확, 씨!”

강우가 손바닥을 다시 치켜들자 헬하운드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움츠렸다. 헬하운드는 몸을 납작하게 엎드리고 강우의 눈치를 살폈다. 강우는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는 헬하운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뭐…. 마치 내가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네.”

그때였다. 누군가 다가오는 느낌, 강우는 고개를 뒤로 확 돌렸다. 이소아와 황일수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강우는 다가오는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소아와 황일수 그리고 사람들은 강우와 헬하운드를 보자마자 전투태세로 돌입하며 긴장했다. 황일수가 강우를 보곤, 다시 똑바로 서며 중얼거렸다.

“저건…. 집행자?”

사람들 중 하나가 황일수에게 집행자가 뭐냐고 물었다. 황일수는 집행자가 F.N.C 원나잇 토너먼트의 우승자임을 설명했다. 황일수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그림이지? F.N.C 선수인 집행자가 왜 여기 있는 것이며… 화염의 폭군이라고 불리는 헬하운드가 얌전히 엎드려있다니…?”

이소아는 잠시 헬하운드를 쳐다보다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여기… 20대 중반의 남자분 못 봤나요? 키는 180cm 정도고….”

“그 남자라면 도망쳤습니다.”

“무사하게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아는 한,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이소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그 헬하운드는 어떻게 된 거죠?”

주변은 여기저기가 불타고, 땅이 파헤쳐져있어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강우는 헬하운드의 콧잔등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 뭐…. 이겼다고나 할까요.”

황일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지금 헬하운드를 길들였다고 하는 겁니까?”

“아니, 뭐…. 딱히 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이겼습니다.”

한 남자가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믿을 수가 없어…. 헬하운드가 저렇게 얌전히…….”

남자는 아직 강우, 헬하운드와 20m 이상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헬하운드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이빨을 드러냈다.

“크르르….”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한 번 쳐다본 뒤,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아무래도 사람을 싫어하는 모양이네요.”

남자가 멀어지자 헬하운드는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이소아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처음이에요. 아마 전 세계 최초일 거예요. 헬하운드와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건 본 적이 없어요.”

강우는 말없이 이소아와 일행들을 쳐다봤다.

‘헬하운드를 혼자서 제압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널렸을 텐데…. 몬스터가드들 중에도 분명히 있을 테고….’

강우는 헬하운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나랑 뭔가 통하는 게 있나?’

황일수가 말했다.

“그 정도 크기면…. 헬하운드 중에서도 엄청난 크기입니다. 이례적인 편일 정도예요. 헬하운드는 원래 삼성 하급 중 제일 약한 편에 속하는데…. 그 정도면 상성에 따라 삼성 하급에서 상급에 분류될지도 모르겠네요.”

강우가 말했다.

“뭐…. 어쨌든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이소아가 말했다.

“저기….”

“네?”

“그… 헬하운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강우는 헬하운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글쎄요….”

이소아는 간청하듯 양손을 모으며 물었다.

“괜찮으시다면, 그 헬하운드를 키우시면 안 될까요?”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강우만이 아니었다. 황일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 역시 우려를 표했다. 이소아는 아랑곳 않고 말했다.

“저는 알 수 있어요. 헬하운드는 절대 자세를 낮추지 않는 몬스터예요. 하지만 당신한테는 복종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어요. 저를 따르는 하운드들과 똑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무리지만, 당신만은 그 헬하운드를 다룰 수 있어요. 가능하면 해치지 말고, 키워주세요.”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이렇게 큰 녀석을 어디서 키우기는 좀…. 다른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거고,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황일수가 이소아에게 말했다.

“저 사람 말이 맞아. 헬하운드는 키울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야. 헬하운드를 관리하고 있는 몬스터파크마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저런 녀석이 한 번 날뛰기라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어. 아니, 애초에 관리가…….”

이소아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2,000만 겔드를 드릴게요.”

“2,000만 겔드요?”

“네, 헬하운드를 해치지 않고, 키우는 조건으로요. 그리고 어느 정도 다른 사람들이 겁에 질리거나, 공격해오지 않도록 조치도 취해드릴게요.”

강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떻게 한다는 거죠?”

“당신과 헬하운드의 사진을 찍어서 최대한 퍼트려드릴게요. 헬하운드와 이런 식으로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에 금세 유명해지고, 무리가 없을 거예요.”

“몬스터와 함께 있는 모습을 합성하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이라 그렇게 되진 않을 거 같은데요.”

이소아는 헬하운드를 보다가 다시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 정도 합성여부는 금세 밝혀질 거예요. 헬하운드를 관리해야 되는 당신이 조금 힘들 수는 있겠지만….”

“헬하운드도 하운드처럼 크게 돈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큰 녀석이라면, 해외의 몬스터파크에 넘긴다면 돈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제가 고작 2,000만 겔드를 받자고 애물단지를 맡아야 될 이유는 없잖습니까? 그리고 저는 몬스터 보호 협회니, 몬스터가드니 하는 거에 관심도 없고요.”

이소아가 강우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여전히 거리는 20m 이상, 헬하운드는 주황색 안광을 번뜩이며 이소아를 노려봤다. 이소아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당신 정도라면 돈이 크게 아쉽지도 않을 거예요. 평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몇 달이면 벌 수도 있겠죠. 2,000만 겔드는 단지 해드릴 것이 없지만, 소정의 마음표시고요. 그저 부탁을 드려보는 거예요. 당신은 인간과 몬스터간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어요.”

강우는 이소아를 이성으로서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순을 느꼈다. 몬스터를 키우고, 관리를 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몬스터들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을 일일 수 있다. 몬스터로써의 정체성 자체를 건드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먹는 동물들 역시 보호가 필요할 수 있다. 몬스터 보호 협회는 몬스터만을 중시하고 있었다. 모순의 연속이었다. 하나하나 집어내자면 끝도 없었다.

이소아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부탁이에요. 한 번만 시도해주세요. 관리가 안 된다면, 헬하운드가 당신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땐 어쩔 수 없는 거겠죠. 몬스터가드가 돼달라는 것도, 저희 협회 쪽과 관련되자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순수하게, 기회를 달라는 거죠.”

“기회요? 누구한테, 무슨 기회를요?”

이소아는 강우 옆에 엎드려있는 헬하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아이한테요. 저 아이가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아시겠지만, 하운드는 습성이 보통 개들과 상당히 비슷해요. 헬하운드 역시 하운드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습성은 일반 개들과 다를 바 없죠.”

“그래서요? 길들이라고요?”

이소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키우는 하운드도 처음엔 적대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좋은 친구가 됐어요. 저를 너무나 잘 따라요. 강아지도 키워본 적이 있지만, 지금 함께 하는 하운드만큼 교감을 할 수는 없었어요.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아이는 지금도 적대적이지 않잖아요? 금세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강우는 옆에 엎드려있는 헬하운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헬하운드는 강우의 눈치를 살폈다. 헬하운드는 슬쩍 몸을 강우에게 붙였다. 강우는 피식 웃었다.

‘참나…. 이렇게 큰놈이 애교라니….’

강우는 이소아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뭐, 일단은 데리고 있는 걸로 하죠. 다만, 앞서 말했듯이 그쪽하고 연관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리고 준다고 했던 2,000만 겔드론 부족합니다. 5,000만 겔드 주세요.”

강우는 헬하운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이 제법 많이 먹을 것 같아서 말이죠.”

이소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강우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지금 주세요.”

이소아가 휴대폰을 꺼내들며 말했다.

“계좌이체를 해드릴게요.”

“아니요. 현금으로요.”

이소아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알겠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바로 가져오도록 할게요.”

이소아와 함께 온 황일수와 다른 사람들이 반대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격려, 위로,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아직 정리를 해야 될 것들이 많이 남긴 했지만, 그럭저럭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글을 쓰지 못한 사이 100명이 넘는 분들이 선삭을 ㅠㅠ 하여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당분간은 조금은 불규칙할 수 있으나일일연재를 기준으로 쓸 것이고, 조만간 전보다 더 빠른 연재주기를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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