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한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미쳤어? 하운드와 헬하운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
남자가 목소리를 높이자 헬하운드는 거슬린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남자는 당황하며 이내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하운드랑 헬하운드는 3개월 된 강아지와 100kg가 넘는 도사견을 비교하는 거랑 똑같아. 절대 무리라고.”
다른 남자가 말을 거들었다.
“게다가 5,000만 겔드라고? 공금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네 마음대로, 그것도 헬하운드를 키우라면서 준다고? 제정신이야?”
이소아가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우리 협회가 뭔데요? 몬스터가드가 뭔데요? 몬스터들을 보호하기 위한 곳 아니에요? 다루기 편한 몬스터는 보호하고, 감당하기 힘들면 포기하는 거예요? 우리가 이익을 얻고, 편하자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몬스터들과 사람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하는 단체고, 그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 아니었나요?”
황일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는 걱정돼서 그런 거야…. 네 말대로 헬하운드가 저 사람을 따른다면 좋겠지. 그런데 만약, 헬하운드가 인명피해를 일으키면 어떡하려고 그래? 우린 몬스터를 보호하고, 사람들과 화합을 이끌어내려는 건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몬스터에게 피해를 입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
이소아는 황일수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내 생각에 변함은 없어. 저 헬하운드를 받아줄 몬스터파크는 없을 거야. 있어봐야 몬스터를 수집하는, 돈 많은 개인이 사가겠지. 하지만 그렇게는 절대 저 헬하운드가 행복하게 지낼 리가 없을 거고. 그럼 다른 방법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으니 안락사를 시켜야 되는 거야? 저 정도 덩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주사로는 죽을 수도 없을 거야. 안락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결국 몬스터가드들 중 하나가 힘을 들여 잔인하게 죽여야 돼. 그게 진짜 우리가 원하는 거야?”
이소아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들 말고, 다른 길을, 헬하운드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저 사람은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어요. 기회가 있다면, 약간 도박성을 띠더라도 해봐야 돼요. 그리고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 사비로 낼 테니까.”
이소아와 강우의 눈이 마주쳤다. 강우가 헬하운드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럼…. 5,000만 겔드 주는 겁니다? 그리고 이후로 제가 이 녀석과 어떻게 지내든 상관하지 말고요.”
“네, 그럴게요. 하지만 부탁드려요. 제발 그 아이를 어디에다가 팔거나 죽이지는 말아주세요. 분명히…. 그 어떤 동물보다도 당신과 가까워질 거예요.”
강우는 헬하운드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녀석이 말만 잘 들으면…. 뭐, 밥값 좀 많이 드는 개를 키운다고 생각하도록 해보죠.”
“이따 제 연락처를 알려드릴게요. 물질적인 부분이든 뭐든,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다 도울게요.”
이소아는 휴대폰을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우선 사진 몇 장만 찍을게요.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건 무리여도, 이렇게 사진을 인터넷에 퍼트리면 좀 나을 거예요. 나중에는 완전히 당신의 반려몬스터로 인정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이소아는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며 말했다.
“돈은 곧 가져올 거예요. 5,000만, 바로 지급해드릴게요.”
황일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2,000만 더해서 7,000만 겔드 드리죠.”
황일수에게로 이목이 집중됐다. 이소아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황일수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난 저 사람 덕분에 돈을 좀 벌었거든. 헬하운드 키우는 비용으로 내가 2,000만 더하겠다고.”
강우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나한테 걸었나 보죠?”
“아, 네. 개인적으로 팬이거든요. 하여튼 2,000만 겔드면 대충 당분간 밥값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성의표시라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무슨 일 생겨도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라며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발을 빼는데 급급했다.
강우와 이소아, 황일수는 타협점을 찾았다. 강우는 이소아와 황일수에게 7,000만 겔드를 받았다. 이소아와 황일수는 강우와 헬하운드가 함께 있는 사진을 최대한 많이 찍었다. 강우 역시 친밀함을 위해 헬하운드를 쓰다듬는 등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헬하운드는 강우의 손길이 좋다는 듯 귀를 뒤로 젖히며 얌전히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보호협회 쪽 사람이 돈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왔다. 이소아와 황일수는 그 자리에서 강우에게 7,000만 겔드를 건넸다. 돈을 건네받을 땐 헬하운드의 위협 때문에 강우가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강우는 가방을 열어 들여다봤다. 10만 겔드짜리 다발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강우는 대충 눈으로 훑어본 뒤, 이소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맞는 거 같네요.”
황일수가 말했다.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을 겁니다.”
이소아가 말했다.
“잘 부탁드려요. 여러 가지로 힘드신 점들이 많으실 텐데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이소아는 강우가 들고 있는 가방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거기에 제 명함도 들어있어요.”
강우는 가방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그럼 가보도록 하죠.”
강우는 헬하운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나에게 덤비지는 않지만…. 말을 들으려나?’
강우가 헬하운드에게로 완전히 몸을 돌렸을 때였다. 바닥에 엎드려있던 헬하운드가 몸을 일으켰다. 헬하운드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강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자세를 취하며 경계했다.
헬하운드는 천천히 강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다음 행동은 없었다. 헬하운드는 그저 강우를 빤히 쳐다봤다. 강우는 헬하운드와 두 눈을 마주쳤다.
이소아가 말했다.
“헬하운드는 일반 개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머리가 좋아요. 아마 금세 웬만한 말들은 다 알아들을 거예요.”
강우는 헬하운드를 보며 어색한 듯 어렵게 입을 뗐다.
“저기…. 따라와.”
강우가 몸을 돌리자 헬하운드도 강우가 향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강우는 이소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소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거봐요! 점점 더 친해질수록 잘 지내게 될 거예요! 나중에 특별한 일이 없어도 연락 한 번만 주세요! 당신과 헬하운드가 계속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알려질수록 사람과 몬스터가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니까요!”
“뭐, 두고 봐야죠….”
이소아는 확신에 찬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분명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네, 뭐….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럼 가보도록 하죠.”
강우는 다시 몸을 돌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헬하운드는 가만히 서있었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손짓을 하며 말했다.
“따라와.”
헬하운드는 그제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이소아 일행을 뒤로한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천천히 뛰기 시작했고, 헬하운드는 속도를 맞춰 걸음을 빨리했다.
강우와 헬하운드가 떠나고, 이소아 일행만이 공원에 남아있었다. 이소아가 다른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차림새는 좀 무서웠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어요.”
황일수는 팔짱을 끼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난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왜?”
“돈도 돈이고…. 우리한테 책임이야 없겠지만, 사고라도 일어나면…….”
다른 남자 하나가 말했다.
“나는 이 일과 절대! 아무 연관도 없는 거야! 너희들이 알아서 다 보고해!”
이소아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을 테니까요.”
이소아는 황일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분명히 괜찮을 거야. 나는 오늘 사람과 몬스터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했어. 일성 하급의 약한 몬스터들뿐만 아니라, 어떤 몬스터든지 말이야.”
황일수는 휴대폰으로 찍었던 강우와 헬하운드의 사진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면 좋겠네…. 그나저나 어떻게 한 걸까? 그걸 제대로 안 물어봤네. 집행자는 기껏해야 이성 상급 정도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헬하운드는 삼성 하급인데다가 사성급 능력자가 와도 꼬리를 내리지 않고 덤벼드는 걸로 유명한데 말이지…. 저 남자가 헬하운드를 길들이기는커녕, 이미 죽었어도 이상할 게 없어.”
이소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되는 거야! 공존! 분명 무언가 통하는, 그런 특별한 게 있었던 게 분명해.”
황일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도 너처럼 편하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구만….”
“옛날부터 야생동물과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일은 심심치 않게 있었어. 그게 몬스터라고 해서 안 되라는 법은 없잖아.”
이소아는 강우와 헬하운드가 걸어간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볼 수 있었으면, 나중에는 나랑도 교감이 됐으면 좋겠어.”
황일수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네가 데려왔던 남자는 어떻게 된 거야?”
“아, 맞다! 완전히 잊고 있었어!”
이소아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우는 헬하운드와 공원의 끝자락에 머무르고 있었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쳐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커다란 녀석이랑 어떻게 가지? 너무 튀는데…. 이 녀석이 시내에 돌아다니면 난리가 날 텐데….’
강우는 헬하운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덩치가 너무 커서 그렇잖아.”
헬하운드는 강우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네…. 그나저나 널 어떻게 하면 좋냐….”
강우는 고민을 하다가 헬하운드와 함께 최대한 사람이 없는 길을 택해 뛰었다. 강우가 향하는 곳은 한강이었다. 강우와 헬하운드가 한강으로 향하는 동안 마주친 몇몇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아마… 신고가 들어갔겠지? 다른 능력자들이 금세 몰려들지도…….“
강우는 뛰면서 헬하운드를 슬쩍 쳐다봤다. 헬하운드는 강우와 산책이라도 하는 듯 헥헥거리며 잘도 따라왔다.
‘난동을 피우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 같긴 하지만, 누군가 자극하면 또 모르는 일이야. 이 녀석이 수영을 잘하길 바라는 수밖에.’
강우와 헬하운드는 한강으로 통하는 터널 주변으로 쳐진 벽을 뛰어넘었다. 한강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강우는 곧바로 강을 향해 뛰었다. 헬하운드도 강우의 뒤를 따랐다.
강우의 발이 물에 닿았다.
촤, 촤, 촤, 촤촤촤촤촤촤촤촥!
강우는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물 위를 달렸다.
첨버엉!
헬하운드는 강우의 뒤를 따라 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쳤다. 전형적인 개헤엄, 시속 20km로 빠른 편이었다. 하지만 강우의 달리기를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우는 뒤늦게 따라오고 있는 헬하운드를 보곤, 속도를 늦추며 결국 수영을 해야 했다. 강우는 돈이 든 가방을 높이 치켜들어 물에 젖지 않도록 했다. 강우는 제자리에서 물에 뜬 채로 헬하운드를 기다렸다. 헬하운드는 강우의 코앞에 와서 멈췄다.
첨벙, 강우의 얼굴에 물이 한 바가지 튀었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자.”
강우는 헬하운드와 속도를 맞춰 헤엄쳤다. 헬하운드는 강우를 따라 헤엄쳤다. 둘은 강우가 이사할 집이 있는 곳을 향했다.
강우와 헬하운드는 한강을 벗어나 최대한 인적이 드문 길을 통해 남양주까지 빠르게 달렸다. 강우와 헬하운드가 남양주에 다다를 땐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어두운 밤, 강우는 남양주에 있는 집 앞에 멈춰 서서 헬하운드를 올려다봤다. 헬하운드는 앉은 상태로 강우를 내려다봤다. 강우의 집은 워낙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주변에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강우는 손을 목으로 가져가 T.C.C를 껐다.
강우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사라지고, 원래 모습이 드러났다. 헬하운드는 흠칫 놀라며 몸을 일으키고 경계했다. 헬하운드는 코를 들이밀고 킁킁거린 뒤, 이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주변에 사람은 없는 곳이라 다행인데…. 널 어떻게 해야 될까나….”
강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강우의 집 주변은 휑했다.
‘빈 공터…. 땅을 사야겠구만.’
강우는 빈 공터를 사서 헬하운드의 모습을 가릴 수 있는 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강우가 가지고 있는 돈으론 무리였다.
‘이번 일본 출장에서 최대한 많이 벌어들이는 수밖에…. 돈은 생기면 또 필요한 곳이 생기는구만….’
강우는 헬하운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지금 당장은 어떡하지? 일본 갔다 올 동안은? 밥도 먹여야 될 건데….’
강우는 헬하운드를 향해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했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
강우는 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강우가 집에 들어서려하자 헬하운드도 발걸음을 옮겨 뒤따라 들어오려고 했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향해 뒤돌아서며 손바닥을 펴보였다.
“기다려.”
헬하운드는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가 다시 집으로 들어서려고 하면, 헬하운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기를 수차례, 헬하운드는 강우가 “기다려.”라고 하면, 가만히 기다려야 되는 것을 이해했다.
강우는 수건을 가지고 나와 아직 젖어있는 머리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아, 축축해…. 일단 원래 살던 집에 들러야겠어. 옷도 좀 갈아입고…. 이사는 일본 다녀와서 할 거지만, 간단한 짐은 좀 미리 가져다 놓고….”
강우는 헬하운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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