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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71화 (71/195)

71화

강우는 가방을 내려놓고 말했다.

“우선 집에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헬하운드는 무슨 말인지 헷갈린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알았지? 갔다가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 여기서 얌전히 있어야 돼.”

헬하운드는 알아들었다는 듯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 너무 커서 좀 그렇네….”

강우가 말했다.

“너, 숨어있을 수 없어? 나 일본 가면 어차피 당분간은 숨어서 지내야 될 텐데…. 응?”

헬하운드가 대답을 할 리 없었다. 헬하운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강우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강우는 재빠르게 움직여 집 벽면으로 몸을 감췄다. 강우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렇게 숨을 수 있어?”

강우는 여러 번 모습을 감췄다가 드러내며 “숨어.”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수차례, 헬하운드는 강우의 말뜻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헬하운드는 강우가 이사할 집 옆에 있는 공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도 헬하운드의 뒤를 따랐다. 헬하운드는 담벼락에 몸을 바짝 붙였다. 하지만 워낙 커다란 덩치 때문에 몸을 완벽히 가릴 수는 없었다.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숨어. 더 안 보이게. 숨어.”

헬하운드는 강우의 눈치만을 살피며 어찌할 줄 몰랐다. 강우는 팔짱을 끼고 고민을 하다가 바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땅굴이라도 파면…. 그래! 땅굴!”

강우는 발로 바닥의 일부분을 퍼낸 다음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숨어. 땅굴을 파.”

헬하운드는 앉아서 강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강우는 발로 땅을 퍼내고,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 숨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헬하운드는 강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헬하운드는 양 앞발을 이용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강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그거야!”

헬하운드의 앞발은 포클레인처럼 빠르게 땅을 파냈다. 그렇게 땅파기를 20분, 헬하운드가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헬하운드는 구덩이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강우는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있는 헬하운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여기저기 흙도 너무 파헤쳐져있는데다가 구덩이도 커서 눈에 띄는데…. 이걸 좀 가려야 할 텐데….”

강우는 헬하운드를 보며 말했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헬하운드는 구덩이에서 몸을 웅크린 채 강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우는 “괜찮겠지?”라고 중얼거리며 어디론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나무 한 그루를 뽑아든 채 돌아왔다. 헬하운드는 얌전히 구덩이 안에서 강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는 손에 든 나무를 마치 빗자루처럼 이용해 바닥을 쓸었다. 헬하운드가 파헤쳐놓은 흙더미는 금세 정리돼 평평하게 깔렸다. 강우는 구덩이 언저리에 나무를 놓으며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강우는 또다시 자리를 떴다. 강우가 돌아올 땐 양팔에 나무를 한 그루씩 끼고 있었다. 강우는 나무들을 구덩이 언저리에 쌓았다. 같은 작업을 수십 번 반복했고, 쌓인 나무들이 구덩이의 입구가 됐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 나올 땐 나무들을 헤집고 나와야 되겠지만, 그래도 일단 숨을 수 있으니까….”

강우는 쌓인 나무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부동산 업자한테 연락해서 얼른 이 땅을 사겠다고 해야겠어. 이번에 전세로 들어온 집도 사버리고….”

강우는 헬하운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집에 금방 다녀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헬하운드는 알았다고 대답하는 듯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화들짝 놀라며 검지를 코와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쉿, 크게 짖으면 안 돼.”

헬하운드는 전보다 소리를 줄여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강우는 가방을 짊어지며 몸을 틀어 월셋집으로 향했다.

강우는 집으로 향하는 길에 부동산 업자와 통화했다. 강우가 전세계약을 한 집, 그 집의 부지, 헬하운드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공터까지 모두 사기 위해서는 전세금을 빼고도 8억 원 이상이 필요했다. 다행히 소유주가 팔고 싶어 했기에 돈만 있다면 구입이 가능했다.

집에 도착한 강우는 큰 가방에 돈과 옷가지 등을 챙겨 헬하운드가 있는 남양주 집으로 향했다.

‘아, 똥개새끼 밥 줘야지.’

강우는 남양주로 향하면서 고기를 주문했다. 강우가 주문한 고기의 무게만 1톤 이상이었다. 소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닭과 오리는 스무 마리씩이었다.

‘너무 많이 샀나? 아니지. 그 덩치면…. 나도 먹을 거고, 내가 일본에 가있는 동안에도 먹을 게 필요할 테니까…. 아, 물도 챙겨줘야겠네. 그나저나 이거 식비가 너무 많이 들겠는데…. 열심히 벌어야겠구만.’

강우가 남양주에 다다를 무렵에는 밤이 깊어있었다.

강우는 도착하자마자 헬하운드가 구덩이에 잘 있는지 확인했다. 헬하운드는 강우가 떠날 때 모습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는 헬하운드가 기특해 구덩이로 들어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우가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했던 고기들이 트럭에 한가득 실어서 배달이 왔다. 강우는 현금으로 결제를 했다. 정육점 사장은 미소를 잔뜩 지은 채 현금을 받아 챙기며 말했다.

“어디 잔치하시나 봐요?”

“아, 네.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네요.”

“어이쿠, 그럼 저희야 감사하죠.”

강우가 자루에 담긴 고기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좀 깎아주시면 안 됩니까?”

정육점 사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어이쿠, 사장님. 이것도 많이 빼드린 거예요. 다음에 또 이용해주실 때 더 신경 써드릴게요. 고기도 주문한 것보다 좀 더 챙겨드리고 그럴게요.”

“알겠어요. 그럼 다음에 또 시킬게요.”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또 연락주세요!”

정육점 사장은 강우에게 명함을 남기고 돌아갔다.

강우는 구덩이 언저리로 가서 헬하운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강우는 어디론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트로 향했다. 강우는 마트에서 숯과 석쇠, 바비큐 그릴, 대형튜브풀장, 기다란 고무호스, 음료수와 채소 등을 구입했다.

강우는 마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남양주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헬하운드는 여전히 구덩이에서 나오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내려다보며 씩 웃으며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되겠어.”

강우는 고무호스를 집 앞뜰에 있는 수도꼭지에 연결했다. 강우는 쪼글쪼글한 대형튜브풀장을 집어 들고 바람을 넣는 곳에 입을 가져다 댔다.

후우욱.

가로 80cm, 세로 130cm, 높이 100cm의 대형튜브풀장이 강우의 입김 한 번에 공기가 가득 차올라 빵빵해졌다. 강우는 고무호스를 당겨 대형튜브풀장에 물을 가득 채웠다. 강우는 구덩이 언저리로 발걸음을 옮겨 헬하운드를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리와.”

강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헬하운드가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부스스, 빠지직, 구덩 입구에 쌓아올린 나무들이 헬하운드의 몸에 스치며 소리를 냈다. 헬하운드는 구덩이에서 나오자마자 몸을 털었다.

헬하운드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아 헥헥거리며 강우를 바라봤다. 고무호스에서 나오는 물은 대형튜브풀장 안을 채우고 있었고, 강우는 고기가 들어있는 자루들을 끌고 왔다. 헬하운드는 킁킁거리며 고기 냄새를 맡았다. 강우는 자루입구를 풀며 씩 웃었다.

“먹고 싶지? 조금만 기다려.”

강우는 바비큐 그릴에 숯을 담은 뒤 두리번거리다가 중얼거렸다.

“아, 이런…. 토치를 안 사왔네.”

강우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헬하운드가 숯 쪽으로 주둥이를 가까이 가져갔다.

화르륵.

헬하운드가 작은 불씨를 숯에다 대고 뿜었다. 숯에는 한 번에 불이 붙었다. 강우는 웃음을 잔뜩 머금은 얼굴로 헬하운드를 보며 말했다.

“대단한데! 잘했어!”

헬하운드는 기분이 좋다는 듯 작게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수도를 잠근 뒤, 헬하운드와 함께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강우는 석쇠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었고, 헬하운드는 생고기를 뜯어먹었다. 헬하운드는 우족을 먹어도 통째로, 뼈째로 씹어먹었다. 이따금씩 강우가 고기가 익는 것을 기다릴 때면, 헬하운드가 작은 불꽃을 뿜어 고기를 단숨에 익혀주기도 했다. 헬하운드는 자신이 먹는 고기 또한 불을 뿜어 익혀먹기도 했다.

강우는 앉은자리에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합쳐 1kg 이상을 먹어치웠다. 헬하운드는 소고기 200kg, 돼지고기 150kg, 닭과 오리는 열 마리씩 먹었다.

배가 부른 강우는 뒤로 손을 짚으며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엄청나게 먹는구나. 식비 감당하려면…. 어휴.”

헬하운드는 그저 해맑게 강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글피에 일본에 가야 되네. 할 것도 많고. 그나저나…. 이름을 지어줘야 되는데….”

강우는 헬하운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네 이름을 뭐로 지을까? 뭐가 좋을까?”

강우는 헬하운드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일단…. 개랑 비슷한데다가…. 불을 뿜고….”

강우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래! 핫도그! 넌 이제부터 핫도그야!”

헬하운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는 헬하운드를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핫도그! 핫도그가 네 이름이야! 이제부터 핫도그라고 부를게! 알아들었어?”

핫도그는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는 “핫도그, 핫도그야.”라고 몇 번이나 핫도그의 이름을 불렀다. 핫도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렸을 때 바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몇 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강우는 핫도그에게 구덩이로 들어가라고 했다. 핫도그는 곧장 구덩이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강우는 핫도그가 들어가 있는 구덩이로 같이 들어갔다. 강우는 핫도그의 몸 위에 드러누웠다. 둘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아침이 돌아왔다. 날이 밝아도 강우의 집 주변은 한산했다. 주변에 사는 사람은 없었고, 차마저도 잘 지나다니지 않았다.

강우는 일어나자마자 정육점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고기를 주문했다. 강우가 이틀 사이에 고기 비용으로 지불한 금액만 3,000만 겔드 이상이었다. 강우는 고기들을 핫도그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도록 구덩이 안쪽으로 구멍을 하나 더 만들어 고기를 모두 옮겼다.

강우는 부동산 업자 그리고 소유주와 통화를 했다. 아직 정식으로 계약금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반드시 강우에게 땅과 집을 팔 것을 약속했다. 사실 강우 외에 이곳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었지만.

강우는 한소영과 통화를 했다. 원래 일정은 며칠 더 있어야 됐지만, 강우가 가능하다면 내일 모레 오전 11시 인천공항에서 무투 클랜과 만나면 곧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강우는 내일 모레 무투 클랜과 만나 출장을 가기로 결정했다.

일본 출장은 길어질지도 몰랐다. 강우는 짐들을 챙기기 위해 다시 서울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강우는 서울 집에서 큰 가방에 옷가지들을 챙겼다. 강우는 짐을 싸둔 뒤, 다시 남양주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여권은 내일 찾으면 되고…. 오늘 좀 푹 쉬어야겠네.’

강우는 남양주에 다다랐다.

‘이러다 살 빠지겠어. 맨날 뛰어다니네.’

핫도그는 구덩이에서 얌전하게 강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핫도그는 강우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듯 꼬리를 흔들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밥값 많이 드는 개구만…. 개야.”라고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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