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하루가 지났다. 시간은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르다.
강우는 정육점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기를 더 시켰다.
‘이제 현금이 별로 안 남았는데? 개새끼 밥값 때문에 파산하겠어.’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살짝 짓누르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이구, 이 식충아. 넌 왜 그렇게 많이 먹는 거냐?”
핫도그는 한참을 씹던 소뼈를 양 앞발 사이에 낀 채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 덩치에 이 정도 먹는 것도 적지 뭐….”
강우는 대형튜브풀장의 물이 조금도 줄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어? 너 왜 물을 안 마시냐? 그러고 보니 똥이나 오줌도 한 번을 안 싸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인터넷에서 헬하운드에 대해 검색했다. 대소변을 보지 않는 것은 헬하운드뿐만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발견된 전체 몬스터의 95% 이상은 생식기가 아예 달려있지 않았다. 강우는 핫도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참 편리한 구조네.”
강우는 수분섭취에 관해 검색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식사는 물론, 수분섭취도 했다. 하지만 헬하운드의 경우 물을 마셔도 속에서 모두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 즉, 물을 마실 필요가 없었다.
“진짜 편리하구만….”
강우는 핫도그를 향해 손을 까딱였다. 핫도그는 곧바로 구덩이에서 나와 강우의 옆에 섰다. 강우는 씩 웃으며 핫도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말도 잘 듣고, 똑똑하단 말이야….”
며칠 새에 강우와 핫도그의 사이는 돈독해져있었다. 핫도그는 여느 개가 그러하듯 강우를 자신보다 위의 서열로 정했다. 강우를 자신의 우두머리라고 생각했다. 헬하운드는 기본적으로 같은 종끼리가 아니면, 어떤 존재든 자신의 위로 놓지 않는다. 강우와 핫도그의 경우는 매우 특별한 케이스였다.
강우가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강우가 목에 손을 가져가 T.C.C를 켰다. 강우는 빠르게 뛰어다니며 주변을 확인했다. 강우의 집 주변 1km 내에 자동차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강우는 다시 핫도그에게로 돌아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산책할까?”
핫도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가 천천히 뛰기 시작하자 핫도그도 따라 달렸다. 강우가 속도를 높였고, 핫도그도 속도를 높였다. 둘은 한참 동안 주변을 뛰어다녔다.
치이익.
강우가 뜀박질을 멈췄다.
투두두두두두, 치이이이익, 쿵, 와지직.
핫도그는 급작스레 뛰는 것을 멈추다가 자신의 무게를 못 이겨서 미끄러지며 나무 세 그루를 몸으로 쓰러트렸다.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조심해야지.”
핫도그는 그저 즐겁다는 듯 혓바닥을 길게 빼고 헥헥거렸다. 강우와 핫도그는 더욱 깊은 유대감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와 핫도그가 더욱 돈독해지는 일이 일어났다.
우우우웅.
강우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이소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강우가 전화를 받자 이소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잖아요.”
강우는 뜨끔했다.
‘아, 연락해준다는 걸 깜빡했네. 부재중 확인도 제대로 안 했었고….’
강우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전화를 드린다는 게 깜빡해서…. 잘 지내시죠?”
“저야 당연히 잘 지내죠. 그래도 그때 무사히 잘 도망치셨네요.”
“제가 달리기는 제법 잘해서….”
강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능청을 떨며 말을 이었다.
“그때 집행자라고 했었나? 하여튼 다른 능력자가 와서 도와줬거든요. 헬하운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소아는 신이 난 듯 처음으로 헬하운드가 사람의 손에 키워지게 됐다고 얘기를 늘어놨다. 강우는 이소아의 얘기를 들으며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헬하운드는 여전히 헥헥거렸고, 강우는 씩 웃었다.
이소아가 말했다.
“하여튼 무사하셔서 너무 다행이에요. 아, 그리고 저한테 문자로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계좌번호요?”
“네, 저번에 일하신 거 보수 입금해드려야죠. 갑작스레 헬하운드가 나와서 위험수당도 조금이나마 붙을 거예요.”
강우가 말했다.
“네, 그럼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그래요. 그럼 잘 지내시고, 조만간 또 봬요. 연락드릴게요.”
“네, 연락할게요.”
강우는 이소아와 전화를 끊자마자 문자를 보냈다.
-제 계좌번호 XX은행 0000-000-000000입니다. 조만간 또 봬요.-강우는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럼 이제 다시 돌아갈까? 지금은 구덩이지만, 조만간 집 지어줄게!”
핫도그는 강우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컹!”하고 짖으며 반응을 보였다. 강우가 걸음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크르르르르….”
핫도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주변을 경계했다. 강우는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뭐야? 왜 그래?”
강우는 핫도그가 경계를 하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붉은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강우와 핫도그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은 ‘겜칵’이었다.
겜칵은 이성 중급 몬스터로 기본적으로 닭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키는 2m 이상에 눈은 네 개였다. 진홍색 양발의 발톱은 커다란 갈고리와 같았고, 날개는 아예 달려있지 않았다. 몸 전체의 빛깔은 붉은색과 주황색이 어우러졌고, 머리에는 말갈기와 같은 붉은 털이 솟아있었다. 꽁지 부분은 여우꼬리 같은 꼬리가 달려있었다. 커다랗고 노란 부리 안쪽에는 안쪽으로 휘어있는 이빨이 나있었다.
강우와 핫도그를 본 겜칵 두 마리가 “케에엑!”하고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 겜칵 한 마리는 강우에게, 다른 한 마리는 핫도그에게 달려들었다.
“쿠엑!”
겜칵 한 마리가 강우의 방향으로 점프를 했다. 겜칵은 날카로운 발톱을 내세워 강우를 노렸다. 갈고리 같은 세 개의 발톱이 강우를 향했다.
텅!
강우는 겜칵의 발 아래로 뛰어들어 주먹을 올려쳤다. 강우의 주먹은 발바닥 중앙을 때렸고, 겜칵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훙!
강우는 공중에 뜬 겜칵보다 더 높이 뛰어올랐다. 강우가 양 주먹을 모아 겜칵의 목 옆을 후려쳤다.
빠악! 쿵!
겜칵은 주먹에 맞는 순간 목이 부러져 이미 즉사했다. 공중에서 추락한 겜칵은 땅바닥에 처박힌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겜칵이 양 앞발로 핫도그의 얼굴을 노렸다.
콰악! 우두두둑!
눈 깜짝할 새였다. 핫도그가 뛰어올라 겜칵의 목을 물었다. 핫도그는 강한 턱 힘으로 겜칵의 목을 부러트렸다. 겜칵은 몸을 축 늘어트린 채 핫도그의 입에 물려있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대단한데? 역시 삼성급다워.”
핫도그는 입에 물고 있던 겜칵을 강우의 앞에 내려놓았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 검색을 했다.
‘겜칵은 얼마나 되려나?’
강우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겜칵은 이성 중급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되지 않았다. 겜칵의 부리나 갈고리는 제련하기에 부적합했다. 겜칵은 식용이 가능했고, 맛 또한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몬스터라는 선입견 때문에 먹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마리당 가격은 10만 겔드 내외. 사실상 가치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주머니로 넣었다.
“뭐 이런…. 쓰레기네.”
강우와 핫도그의 두 눈이 마주쳤다. 핫도그는 겜칵의 시체에 대고 코를 킁킁거리다가 강우를 쳐다보다가, 다시 겜칵의 시체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강우는 겜칵의 시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가져라.”
핫도그는 강우의 눈치를 살폈다. 강우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너 먹어. 핫도그, 이것들 너 먹으라고.”
핫도그는 조심스레 겜칵의 시체 하나를 입에 물었다. 핫도그는 겜칵의 시체를 입에 문 상태로도 강우의 눈치를 살폈다. 강우가 핫도그에게로 손을 뻗었다. 핫도그는 몸을 낮추며 귀를 뒤로 뉘었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너 먹어.”
강우가 두어 번 쓰다듬고 손을 떼자 핫도그는 곧바로 겜칵의 시체를 문 채 구덩이로 향했다. 핫도그는 겜칵의 시체를 구덩이에 넣고, 또 다른 겜칵의 시체도 구덩이로 옮겼다. 핫도그는 겜칵의 시체들을 강우가 준 고기들과 함께 모았다.
핫도그는 먹을 것들을 정리한 뒤, 구덩이 언저리에 서있는 강우를 올려다보며 고맙다는 듯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밥값 아꼈네.”
강우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나저나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내가 겜칵처럼 커다란 것들을 못 봤을 리도 없고…. 대체 어디서 솟아난 거야?’
강우는 구덩이에서 벗어나 허리를 뒤로 젖히며 스트레칭을 했다.
‘할 것도 없네.’
강우는 종일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밤이었다. 강우는 서울에 있는 집으로 향하기 전, 핫도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 갔다 올게. 그동안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핫도그는 작게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강우는 서울 집 인근에서 T.C.C를 끄고, 집에 들어섰다. 강우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샤워를 한 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처음으로 해외를 가는 게 일이 될 줄이야.’
강우는 능력자로서 활동하던 것들을 떠올렸다.
‘진작 이 일을 했더라면…. 지금은 어땠을까? 더 높은 위치? 많은 돈? 정체를 밝힌 채 예거로 활동을 했을지도….’
강우는 양손 깍지를 껴 베개 삼아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분명히 처음에는 나중에 여자 만나고 그럴 때 불편할 거 같아서 정체를 숨겼었는데…. 지금은 왜 T.C.C를 착용하고 활동하는 거지? 퍼플 헤드 클랜이랑 레드 헤드 클랜 잡을 때야 언제 보복성으로 기습해올지 몰라서 그랬지만….’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등을 켜고, 거울 앞에 서서 T.C.C를 켰다. 검은색 홀로그램이 강우의 전신을 감쌌고, 어느새 거울 앞에는 인간과 몬스터의 중간쯤 돼 보이는 집행자가 서있었다.
‘뭐, 그냥…. 이제 이게 더 익숙하네.’
강우는 T.C.C를 끈 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강우는 이소아를 떠올렸다. 강우는 이소아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일본 갔다 오면 바로 자리를 만들어봐야지. 내일 또 연락해봐야지.’
강우는 이소아를 만났을 때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여러 기억들 중, 강우가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 있었다. 하운드가 이소아에게 달려든 순간이었다. 강우가 손을 뻗었을 때 검은색 기운이 잠시 피어올랐었다.
‘그때 그건 뭐였지? 내가 예거로서 자질을 갖추던 날 이후로 처음 보는 거였어.’
강우는 천장을 향해 팔을 뻗고, 양 주먹을 꽉 쥐며 힘을 줬다. 강우는 주먹뿐만 아니라,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도록 힘을 줬다.
“푸하.”
강우는 몸에서 힘을 빼고 침대에 대(大)자로 뻗었다.
‘어차피 불 꺼놔서 보이지도 않는데 뭐. 힘 줘서 될 거였으면 진작 드러난 적이 있었겠지. 잠이나 자자.’
강우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잠을 청했다.
강우는 모르고 있었다. 불을 꺼놔서 보이지 않았을 뿐, 양 주먹에는 검은색 기운이 모여들었다. 아직 강우도 알아차리지 못한 능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강우는 간단하게 아침식사와 샤워를 마친 뒤, 미리 싸뒀던 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인천공항까지 일반 자동차로 약 한 시간, 공중부양 자동차로 전용도로를 이용하면 30분이었다.
강우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T.C.C를 킨 채로 인천공항을 향해 달렸다. 전속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우가 인천공항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25분이었다.
강우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45분. 무투 클랜과의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15분이 남아있었다.
강우가 인천공항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개중에는 강우의 열렬한 팬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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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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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