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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77화 (77/195)

77화

쿠마는 약 2m 날아갔지만, 네 발로 바닥에 착지하며 곧장 이현지를 향해 몸을 틀었다. 쿠마가 입을 크게 벌린 채 양 앞발을 치켜들고 뛰어들었다.

강우는 여유롭게 양손을 뒤로 짚은 채 구경했다.

‘좆만한 년…. 죽진 말고 조금만 다쳐라. 혼 좀 나야 정신을 차리지.’

터엉!

이현지가 손바닥으로 쿠마의 아래턱을 올려쳤다. 쿠마는 입이 다물어지며 고개가 살짝 들렸지만,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쿠마는 그대로 양 앞발을 이현지에게 휘둘렀다.

콰쾅!

이현지는 뒤로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해냈고, 쿠마의 양 앞발은 바닥을 내리찍었다.

터엉!

쿠마는 바닥에 내리찍은 양 앞발을 곧바로 튕겨 이현지를 향해 뻗었다. 쿠마의 커다란 검은색 발톱이 이현지의 복부에 닿았다.

푸욱.

평소 이현지의 방어력이라면 쿠마의 발톱을 튕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상황, 이현지의 집중력이 흐트러져있었고, 쿠마의 왼쪽 앞발의 발톱 두 개가 이현지의 복부를 찔렀다. 이현지는 재빨리 집중력을 높여 방어했지만, 이미 발톱의 절반가량이 복부 안쪽을 파고들어있었다.

“크윽!”

거대한 뿔과 같은 발톱은 이현지의 내장까지 건드렸다. 이현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하아압!”

이현지는 촉촉해진 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현지의 전신에서 노란색 빛이 강하게 발산됐다.

쿠마는 발톱에 찔린 이현지를 들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이현지는 고목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쿠마는 이현지의 몸에서 발톱을 빼내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쿠마는 왼쪽 앞발 발톱을 이현지에게 꽂은 채 몸을 일으켰다.

“크어엉!”

쿠마가 오른쪽 앞발을 이현지에게 휘둘렀다.

터어엉!

이현지는 왼팔을 측면으로 들고, 오른손으로 왼팔을 받쳐 옆에서 날아온 쿠마의 오른쪽 앞발을 막아냈다.

“쿠오오옹!”

쿠마가 오른쪽 앞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쿠마는 오른쪽 앞발로 못을 박듯 크게 휘둘렀다.

콰앙! 쾅! 콰앙!

이현지는 양 팔을 들어 쿠마의 오른쪽 앞발을 막아냈다. 이현지의 양발은 땅을 파고들어 정강이 가운데까지 박혀있었다.

강우는 오른손을 바닥에 짚으며 일어날 준비를 했다.

‘슬슬 도와줘야겠구만.’

강우가 바닥에서 엉덩이를 떼는 순간이었다. 한 여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고개 숙여!”

퍼엉!

주황색 빛이 지나갔다. 주황색 빛은 이현지의 뒤에서부터 날아왔다. 주황색 빛은 이현지의 머리 위를 지나 쿠마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치이이익.

쿠마의 몸 가운데는 지름이 1m 가까이 되는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다. 쿠마는 잠시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고개를 숙였던 이현지는 몸에서 노란색 빛을 뿜어내는 것을 멈추고, 쿠마의 발톱을 몸에서 빼냈다. 작고 가녀린 이현지의 몸에 있기엔 너무나 커다란 두 개의 구멍이었다. 피가 꿀럭꿀럭 쏟아졌다.

“흡!”

이현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양 주먹을 꽉 쥐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노란색 빛이 이현지의 상처부위에 모여들어 일렁였다. 이현지의 복부 상처에서 흘러나온던 피는 어느새 멈춰있었다.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강우의 시선이 향한 곳은 주황색 빛이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뒤돌아서있었다. 여자는 강우를 향해 돌아봤다.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은…. 뭐지?”

이현지는 힘겹다는 듯 가뿐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 사람은…. 저희 한국지점과 함께 온…. 큭, 지원군 같은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여자는 강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이현지를 향해 손을 바깥쪽으로 저으며 말했다.

“넌 입 다물고 있어.”

이현지는 곧바로 입을 굳게 다물고 양손을 복부에 가져간 채 노란빛을 계속해서 뿜어냈다. 여자는 강우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여자는 올려 묶은 머리에 붉은색 비녀를 꽂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고, 검은색 가죽으로 된 부츠에 검은색 가죽 스키니 바지, 딱 맞는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다. 키는 부츠를 포함해 165cm 정도였고, 마른 체구였다. 얼굴은 가부키 화장은 한 것처럼 새하얬다. 눈썹은 직접 그려서 매우 가느다랬고, 눈꼬리는 매섭게 올라가 있었으며, 입술은 피를 찍어 바른 듯 새빨갰다.

여자가 매서운 눈초리로 강우를 보며 말했다.

“나는 무투 클랜 일본지점장 쿠라마다. 너는 누구냐?”

“집행자.”

쿠라마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 집행자?”

“그냥 사정상 닉네임을 쓰느라고.”

쿠라마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뭐…. 오타쿠 같은 건가?”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런 걸로 해두지.”

“네가 뭘 뒤집어쓰고 다니든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고….”

쿠라마는 강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이현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저 녀석이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넌 뭐한 거지? 왜 앉아있던 거야?”

“저 녀석이 끼어들지 말라던데? 자신이 알아서 한다고. 그러다가 안 될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한 거야.”

쿠라마는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이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정말이야?”

이현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게…….”

“정말이냐고!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

“네…. 맞습니다.”

쿠라마는 잠시 동안 이현지를 노려봤고, 이현지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쿠라마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어쨌든 하이퍼타우로스 수색을 도우러 왔다 이거지?”

강우는 고개를 돌리면서 스트레칭을 한 뒤, 말했다.

“뭐, 수색만이라기보다는…. 잡으러 왔지.”

쿠라마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혼자 하이퍼타우로스를 잡겠다고? 몇 급인데?”

이현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성 상급 정도의…. 능력자입니다. 이성 상급에서 랭커는 될 겁니…….”

쿠라마가 이현지의 말허리를 끊었다.

“넌 입 좀 다물고 있으라고.”

이현지가 눈을 내리깔며 “네.”하고 대답했다.

쿠라마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비아냥거렸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 이성 상급이 하이퍼타우로스를…….”

쿠라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다. 됐다. 그렇게 환상에 젖어 살 때가 좋은 거지. 누구든 자신의 한계에 한 번 부딪치고 나면, 그걸 극복하는 게 정말 힘들거든.”

쿠라마는 가식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계속 그렇게 살아.”

강우는 쿠라마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강우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렇게 계속 수다만 떨 거야? 얼른 올라가야 되지 않아? 무투 클랜이잖아. 몸으로 싸우는 게 주특기 아니었어?”

강우는 이현지를 한 번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어째…. 입들만 잘 놀리는 거 같아.”

이현지는 눈을 부라리며 강우를 노려봤다.

“야! 너 진짜…. 크윽….”

이현지는 목소리를 높이다가 부상의 통증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쿠라마가 이현지를 향해 도끼눈을 뜨며 말했다.

“마지막 경고다. 입 좀 다물고 있어.”

쿠라마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생각 같아서는 그 얄미운 입을 한 대 쳐주고 싶지만…. 틀린 말도 아니지. 얼른 가자. 시간만 버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강우는 쿠라마가 예상외의 반응을 보여 놀랐다.

‘처음에 말하는 싸가지에 비해선 의외로 냉정하네. 합리적인 편이고.’

이현지가 복부를 부여잡은 채 따라나서려 했다. 쿠라마가 이현지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넌 내려가. 부상을 입은 녀석은 아무 쓸모도 없어.”

“하지만….”

“부상을 입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야. 쿠마에게 그런 부상을 입고, 제대로 처리도 못했잖아? 그럼 네가 수색할 수 있는 범위는 기껏해야 산 중턱이다. 현재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몬스터들의 등급이 높아지고 있으니까.”

이현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갈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부상은 별거 아니에요!”

이현지는 허리춤에 묶어둔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보세요! 이렇게 미노타우로스도 잡았습니다.”

쿠라마는 이현지의 손에 들린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유심히 보다가 말했다.

“그걸 어떻게…. 미노타우로스의 뿔이 아무데나 굴러다닐 리는 없고…. 네가 잡기엔 너무 강한 몬스터인데….”

강우가 말했다.

“내가 잡았지.”

“뭐?”

“내가 잡았다고.”

강우는 이현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 녀석이 기절해있을 때 내가 잡았어.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머리통이 박살났을 걸?”

쿠라마는 이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정말이야?”

“아니, 그게…. 저도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를 부러트리고, 꽤 타격을….”

“시끄러워! 전력도 모자란데 거짓말까지? 정말 모자란 녀석이구나. 너에 대해선 한국지점 클랜장한테 말해두도록 하겠어. 거기다가 뿔 내려놓고! 얼른 내려가! 지금 가면 다른 클랜원들과 마주칠 수 있을 테니까.”

이현지는 쉽사리 내려가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쿠라마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설마 아래까지 데려다달라는 거야?”

“아, 아닙니다.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이현지는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이현지를 향해 싱긋 웃어줬다. 이현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쿠라마가 소리쳤다.

“내려간다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이현지는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내려놓은 뒤, 황급히 몸을 돌렸다. 이현지는 쿠라마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쿠라마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미노타우로스를 잡았다고?”

강우는 이현지가 내려둔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집어 들며 말했다.

“보다시피.”

쿠라마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강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말했다.

“내가 생각을 잘못했던 것 같군…. 그런데 왜 네가 이성 상급 취급을 받지? 미노타우로스는 우연히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야. 너는 아무리 낮게 쳐줘도 삼성 하급은 될 텐데….”

강우는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끈에 묶어 허리에 찬 뒤, 몸을 돌리며 말했다.

“곧 올라가겠지. 수다 그만 떨고 올라가지? 난 하이퍼타우로스를 잡아서 돈을 좀 벌고 싶거든.”

쿠라마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잘해보든가. 올라가지.”

강우와 쿠라마는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걸음을 옮기던 중 물었다.

“그런데 아까 그 계집애가 왜 그렇게 너한테 절절매는 거야?”

쿠라마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 난 클랜장이라고.”

“하지만 지점이 다르잖아.”

“무투 클랜은 모든 지점들이 다 연결돼있어. 모두 가까운 건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인원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지라 서로 다 알아. 개인적으로 친한 경우도 많고. 뭐 그런 게 아니라도 무투 클랜원이라면, 일면식이 없더라도 클랜장과 부클랜장에게 예의를 갖춰야 된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닥다리구만.’

강우가 물었다.

“그나저나 당신은 왜 혼자 올라오고 있었지?”

“넌 궁금한 것도 참 많군.”

“말하기 싫으면 말던가.”

쿠라마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왜냐하면 난 혼자 다녀도 충분하니까. 그리고 우리 클랜원 중 하나가 심각한 부상을 입어서 산 아래까지 내려다 놓고, 다시 올라오는 길이었다.”

“그렇구만…. 무투 클랜은 다들 서로를 엄청 아끼는 것 같네.”

쿠라마는 두 눈을 부릅뜨고 강우와 눈을 마주쳤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마음은 매일 연참을 하고 싶은데, 현재 법률적인 문제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해야 될 일들이 많아 시간이 여의치 않네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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