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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87화 (87/195)

87화

콰앙!

히로가 날린 커다란 바위가 게미누스의 안면에 직격했다. 게미누스는 고개가 살짝 돌아갔을 뿐, 별다른 타격은 입지 않았다.

“하아아아!”

쿠라마가 게미누스를 향해 날아갔다. 쿠라마의 전신에는 주황빛 화염이 이글거렸다.

퍼엉!

쿠라마가 게미누스의 옆구리에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터엉!

쿠라마는 곧바로 공중에 뜬 채로 몸을 돌려 뒤돌려차기를 했다. 쿠라마의 발뒤꿈치가 게미누스의 허리에 꽂혔다.

게미누스의 몸이 기울어졌다. 쿠라마는 바닥에 착지하며 “먹혔어.”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쿠라마의 공격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발을 치켜들었던 게미누스의 몸이 앞으로 기울게 해 공격을 가속시킨 꼴이 됐다. 게미누스의 발은 이태민 위를 그대로 덮쳤다.

쿠라마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안 돼!”

히로는 재빨리 바위를 움직여 게미누스의 발밑으로 날렸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콰아아아아앙!

게미누스의 발이 이태민을 짓밟았다. 쿠라마는 “으아아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몸에서 활활 타오르는 주황빛 날개를 펼쳤다. 쿠라마가 게미누스를 향해 달려드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괜찮아요!”

쿠라마는 히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히로는 게미누스의 발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놈의 발밑을 봐요!”

게미누스의 발은 들려있었다. 강우가 순식간에 이태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양손을 들어 게미누스의 발을 받치고 있었다. 쿠라마는 “잘했어!”라고 소리쳤다.

강우는 “뭐라도 좀 해!”라고 소리치며 게미누스의 발을 밀어냈다. 게미누스의 발이 다시 공중에 들어졌다. 게미누스의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하앗!”

히로는 게미누스의 발밑으로 옮기려 했던 바위를 게미누스의 가슴팍에 날렸다. 게미누스는 양손으로 바위를 받아냈다. 한 발을 든 채 중심이 무너져있던 게미누스는 뒤로 넘어가 쓰러졌다.

터엉! 콰아앙!

게미누스는 양손에 잡고 있던 바위를 옆으로 던져버렸다. 게미누스가 왼손을 바닥에 짚고 상체를 일으키려 할 때였다. 게미누스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게미누스의 위로는 쿠라마가 공중에서 쪼그려 앉은 듯 두 무릎을 굽힌 채 떠있었다. 쿠라마는 게미누스의 안면을 향해 양발을 뻗었고, 활활 타오르는 두 날개는 발끝으로 모여들어 커다란 창을 연상케 하는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콰아아아아앙!

쿠라마는 양발로 게미누스의 안면을 걷어차듯 내리찍었다. 게미누스의 안면이 쩌적, 소리를 내며 금이 갔다. 게미누스는 곧바로 쿠라마를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후웅-

쿠라마는 앞으로 몸을 날려 게미누스의 손을 피해냈다.

터엉!

강우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강우는 곧바로 게미누스의 몸 위로 떨어지며 오른발을 내세워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게미누스의 몸이 들썩이며 새우처럼 두 다리와 양팔이 앞으로 들리고, 뒤통수도 바닥에서 떨어졌다. 강우가 내리찍은 부위는 움푹 패이며 금이 가있었다.

게미누스가 두 주먹을 치켜들었다. 게미누스는 주먹 밑동으로 강우를 향해 내리쳤다.

터엉!

강우가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해냈고, 게미누스는 자신의 몸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쿠라마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조금만 더하면 돼.”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쿠라마는 전신에서 주황색 빛을 뿜어냈고, 강우는 양 주먹을 꽉 쥐며 튀어나갈 자세를 취했다.

히로는 여태까지 보여준 것 중 가장 크게 보라색 빛을 뿜어냈다. 히로가 양팔을 뻗어 손을 움찔거렸고, 주변의 나무들과 돌덩어리들, 흙이 들려 한 곳으로 뭉쳤다. 히로는 양손을 모아 무언가를 구기듯 손을 움직였고, 공중에 뜬 나무들과 돌덩어리들 그리고 흙이 둥글게 뭉치기 시작했다.

히로가 양손을 공중을 향해 치켜들었다. 히로의 위에는 지름 10m 이상의 거대한 보랏빛 덩어리가 떠있었다. 히로는 양손을 게미누스를 향해 뻗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쿠라마는 히로가 날리는 것을 보며 “대단해.”라고 중얼거렸다.

보랏빛 덩어리는 게미누스를 향해 날아갔다. 게미누스는 몸을 일으켜 보랏빛 덩어리를 정면으로 받아냈다.

콰콰콰콰콰콰.

게미누스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히로는 게미누스를 그대로 압사시킬 심산이었고, “하아아!”하고 소리치며 계속해서 힘을 썼다.

강우와 쿠라마가 눈을 마주쳤다. 둘은 서로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와 쿠라마가 게미누스의 양 옆으로 돌아갔다.

터엉!

강우와 쿠라마가 동시에 뛰어올랐다. 강우와 쿠라마는 게미누스의 양쪽 옆구리를 노렸다. 강우가 오른쪽 옆구리를, 쿠라마가 왼쪽 옆구리를 공격했다.

강우의 주먹과 쿠라마의 주먹이 게미누스에게 직격했다.

콰앙!

게미누스의 양쪽 옆구리 일부분이 떨어져나갔다. 바닥에 착지한 강우와 쿠라마는 두 번째 공격을 준비했다.

쿠구궁!

게미누스가 뒤로 넘어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게미누스의 양팔을 여전히 보랏빛 덩어리를 붙들고 있었다.

히로가 양손을 바닥으로 향하며 “하앗!”하고 소리쳤다.

콰, 콰, 콰, 콰, 콰, 쾅!

보랏빛 덩어리는 부서지면서 게미누스를 짓눌렀다. 게미누스는 몸이 완전히 넘어가 등이 바닥에 닿았고, 그 상태로 파묻혔다. 보랏빛 덩어리는 완전히 조각나 흩뿌려져있었고, 게미누스는 전신이 바닥에 1m 이상 파묻혀있었다.

쿠라마가 히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굉장했어요!”

강우는 바닥에 파묻힌 게미누스를 쳐다보다가 히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예전에 분명히 삼성 하급이라고 했는데…. 삼성 하급에서는 최상위권인 건가?’

히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양손을 자신의 두 무릎에 올렸다.

“힘드네요. 힘을 다 써버렸어요. 그나저나 태민 씨는 괜찮은가요?”

쿠라마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이태민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태민은 가까스로 강우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게미누스의 공격을 온 몸으로 받아내 만신창이였다. 이태민은 힘이 다 빠졌는지 기절이라기보다는 잠에 들어있었다.

쿠라마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태민이 한 방에 이렇게 됐는데, 녀석의 발을 그냥 받아낸 저 녀석은 대체 뭐야? 공격력뿐만 아니라, 방어력도 엄청나.’

강우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쿠라마를 보며 말했다.

“왜?”

“아무것도 아니야.”

쿠라마는 히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괜찮은 것 같아요.”

히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어차피 게미누스에게선 얻어낼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이곳을 빠져나가죠. 나머지 수색은 다른 능력자들이 오면 할 테니까요.”

“네,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

쿠라마가 말을 끝마치기 전이었다.

빠악!

히로에게 무언가 날아왔다. 그것은 주먹보다 조금 큰 돌덩이였다. 돌덩이는 히로의 얼굴 옆면에 직격했다. 히로의 치아 몇 개가 부러져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왼쪽 광대와 안와도 으스러졌다. 히로는 그대로 바닥에 픽 쓰러졌다.

히로는 양손을 안면으로 가져가 고통을 호소했다. 강우와 쿠라마의 시선은 파묻힌 게미누스가 있는 곳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는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황금빛을 가리는 무언가가 붕 뜨는 것이 보였다. 커다란 바위였다. 바위는 포물선을 그리며 히로에게로 날아갔다.

콰아앙!

쿠라마가 주황빛 날개를 바닥에 터트렸고, 그 추진력으로 뛰어올라 바위를 공중에서 박살냈다.

터벅터벅.

게미누스의 시체 위로 무언가 걸음을 옮겼다. 지상 위로 올라온 놈은 강우와 쿠라마를 쳐다봤다.

놈 또한 게미누스였다. 게미누스는 항상 짝을 지어서 다닌다. 두 놈이 한 쌍이다. 암수의 구별은 없었다. 강우 일행 앞에 있는 게미누스는 특별한 케이스였다. 일반적으로 게미누스는 두 녀석이 같은 크기,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달랐다. 한 녀석이 유난히 작았다. 강우 일행 앞에 지금 서있는 녀석이었다. 녀석의 키는 180cm 정도, 체형은 보통 사람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원래대로라면 너무나 약한 개체. 실제로 처음에는 그랬다.

게미누스 두 녀석은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흡수해 힘을 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작은 녀석은 사라지지 않은 채 큰 녀석의 몸속에서 힘을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들도 인지하지 못했다. 큰 녀석이 죽기 전까지도 몰랐던 것이다. 강우 일행이 쓰러트린 커다란 게미누스는 삼성 중급에서도 최하위에 속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서있는 작은 녀석은 힘을 흡수하면서 자란 삼성 중급에서 최상급에 속하는 녀석이었다. 만약 조금만 더 큰 녀석의 몸속에 있었다면, 세계 최초로 삼성 상급에 속하는 게미누스가 탄생했을 것이다.

강우 일행 눈앞에 있는 게미누스는 보통 게미누스와는 외형부터 달랐다. 크기도 평균 키 5m에 한참 못 미치는 180cm인데다가 눈동자가 없어야 할 두 눈은 검은색 바탕에 노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투구를 쓴 것 같은 머리, 이마 쪽에 솟아있어야 할 뿔은 머리의 양 옆으로 구부러진 두 개의 검은색 뿔이 솟아있었다.

마스크를 쓴 것처럼 보여야 할 얼굴에는 사람처럼 코와 입이 달려있었다. 원래의 게미누스가 두꺼운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면, 지금의 게미누스는 활동하기 편한 경갑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양손과 양발은 끝이 뾰족하고 검은 것만 제외한다면, 모양 자체는 사람의 것과 흡사했다. 몸 전체는 색이 바랜 듯한 누런색이었다.

게미누스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터벅터벅 걸어왔다. 쿠라마는 게미누스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저게 뭐야…. 저런 몬스터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어.”

강우는 양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지금 보고 있잖아. 싸워.”

“이런…. 게미누스가 맞긴 한 거 같은데….”

마이크의 에코가 잔뜩 들어간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다.”

게미누스가 한 말이었다. 강우와 쿠라마는 게미누스를 쳐다봤다. 게미누스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거의…. 완전해진 느낌이야.”

게미누스는 강우와 쿠라마를 노려봤다.

“너희만 아니었다면 정말로 완벽해질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별로 상관없지.”

몬스터들 중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종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중 게미누스가 끼어있진 않았다. 강우 일행 눈앞에 있는 게미누스는 큰 녀석의 힘을 흡수하며 지능 또한 빨아들였고, 진화한 것이었다.

게미누스가 전신에서 노란색 빛을 뿜어냈다.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몬스터가 능력을….”

쿠라마는 활활 타오르는 주황빛 날개를 크게 뻗어내며 말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인간형이라서 그래. 능력을 쓴다기보다는 빛을 가진 거지. 거대한 몬스터들이 빛을 품은 브레스를 뿜어내는 것처럼….”

게미누스가 자세를 취했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꽉 쥐며 “온다.”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쿠라마는 자세를 낮추며 눈을 매섭게 떴다.

게미누스는 강우와 쿠라마를 향해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 순간 강우는 ‘빠르다.’라고 생각했다. 쿠라마는 ‘죽인다.’ 혹은 ‘이긴다.’따위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쿠라마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게미누스는 쿠라마를 먼저 노렸다. 게미누스가 노란빛이 이글거리는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쿠라마의 뒤에서 활활 타오르던 주황빛 날개가 접혀 두 팔에 그대로 휘감겼다.

게미누스가 쿠라마를 향해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쿠라마 역시 오른쪽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쿠아아아아아앙!

게미누스와 쿠라마의 주먹이 맞부딪치며 주황빛과 노란빛이 서로를 밀어내려는 듯 장벽을 만들며 폭발을 일으켰고, 돌풍이 주변으로 퍼졌다. 쿠라마는 곧바로 주황빛 화염을 머금은 왼쪽 주먹을 휘둘렀다.

터엉!

게미누스는 왼손 손바닥으로 쿠라마의 주먹을 잡았다. 게미누스의 손아귀에서 주황빛 화염이 일어나며 폭발했다. 게미누스는 그 순간에도 쿠라마의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게미누스는 튕겨나가지도,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쿠라마는 게미누스와 맞부딪치고 있던 오른쪽 주먹을 다시 치켜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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