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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92화 (92/195)

92화

신노스케가 자리를 떴고, 강우와 쿠라마의 양손에는 돈가방이 들려있었다. 쿠라마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일단 방으로 돌아가자.”

“그래.”

강우와 쿠라마는 방으로 향했다.

둘은 강우의 방에서 자리에 앉았다. 쿠라마는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을 열어 돈을 다시 확인했다. 가방에 든 돈은 전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쿠라마는 돈가방을 닫은 뒤, 강우를 보며 말했다.

“전부 10억이야. 게미누스에 관한 돈 외에는 나중에 클랜 앞으로 된 통장에 따로 입금해줄 거야.”

“그렇군.”

쿠라마는 돈다발 열 묶음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은 뒤,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클랜 앞으로 들어오는 돈에서 우리 클랜의 한국지점과 일본지점이 나눌 것이고, 거기서 네 몫은 따로 갈 거야. 그리고….”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원래 이번 일이 후지산 수색 겸 하이퍼타우로스 사냥을 위한 거였잖아. 그거에 대한 돈은 또 따로 너한테 갈 거야. 둘 다 한국에서 받아야겠지만.”

“그렇지. 그건 무투 클랜 한국지점이 나한테 줄 돈이니까.”

쿠라마는 돈가방을 모두 강우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여기 9억은 네가 바로 가져가면 돼.”

“뭐?”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잡은 게미누스는 하나였었잖아. 잡은 건 너였고. 10억을 전부 너에게 줘야 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지만….”

강우는 10억 중 9억을 자신에게 준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어쨌든 넷이서 함께 일을 했는데 혼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넷이서 같이 한 건데 10억 중 9억을 나한테 준다고?”

쿠라마는 고개를 끄덕인 뒤, 결론을 내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게미누스가 골렘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이태민이 처리를 했다. 하지만 그 상태는 게미누스라 부를 수 없는 상태였다.

그 후 게미누스가 껍데기를 벗고, 이태민을 전투불능에 빠트렸다. 그 다음은 강우와 히로, 쿠라마가 힘을 합쳐 게미누스를 쓰러트렸다. 여기서 히로는 예거 파티 소속이기에 이 돈을 나눠 갖지 않았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돈을 나눠야 되는 것은 강우와 쿠라마, 이태민 셋이었다. 여기서 이태민은 실질적으로 게미누스를 쓰러트리는 데 공헌을 하지 못했다. 쿠라마 또한 껍질을 벗은 게미누스와 싸울 때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뿐이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싸웠던 게미누스를 쓰러트린 것은 순전히 강우 혼자만의 힘이었다. 쓰러트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그 자리에 강우가 없었더라면, 쿠라마를 비롯한 모두가 죽음을 맞이했을 것은 분명했다.

쿠라마가 말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일을 하면 똑같이 나누기는 해.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도 상황이었고, 너 덕분에 모두 살았잖아. 사실상 완전체인 게미누스는 너 혼자 잡았고.”

강우는 돈가방들을 보다가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대답했다.

“나야 좋기는 하지만….”

“생각 같아서는 10억 전부를 네게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태민 몫은 챙겨줘야 될 거 같아서.”

강우가 물었다.

“1억으로 괜찮을까? 그리고 너는?”

“클랜 앞으로 오는 돈에서 내 몫만 챙겨도 충분해. 그리고 이태민도 네 덕에 목숨을 건졌는데 1억이면 넘치지. 아마 그 녀석 성격에 그것도 다 안 받을 거야.”

“그럼?”

“아마 한국에서 네게 줄 돈을 좀 더 챙겨주겠지. 1억은 일단 도의적으로 네가 같이 일한 동료들을 위해 챙겨준다고 생각해.”

강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이미 충분하지. 이 정도로 돈을 벌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그럼 됐네. 잘 챙겨.”

강우는 돈가방들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걸 들고 가기는 좀 불편할 거 같은데…. 원래 짐도 있고 말이야.”

“너 힘세잖아.”

“아니, 그래도…. 들기가 불편하잖아.”

쿠라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가방이나 사러 가자. 거기에 네 짐까지 다 몰아넣으면 되잖아. 너 비행기표도 사야 될 거고.”

“그래.”

강우와 쿠라마는 돈가방을 챙겨 호텔방을 나섰다. 강우와 쿠라마는 호텔을 나가 로드샵들을 둘러봤다. 강우는 대충 훑어본 뒤, 큰 가방을 사려 했다. 브랜드도 아닌 그저 큰 가방을 구입하는 것이었는데도 쿠라마는 하나하나 꼼꼼히 따졌다.

강우는 결국 쿠라마가 골라준 가방으로 구입했다. 쿠라마는 한국지점의 클랜원들과 연락을 했다. 한국지점 클랜원들 중 일부가 귀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쿠라마는 그들에게 강우의 비행기표도 구입해놓고, 짐을 챙기라 했다.

쿠라마가 말했다.

“오늘 밤비행기래. 이따 공항으로 가서 클랜원들을 만나면 될 거야.”

“어, 그래…. 고맙네.”

강우는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아직 다섯 시간은 넘게 남은 거 같네.”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갈래? 이제 점심시간인데.”

“그럴까?”

강우와 쿠라마는 식사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둘이 들어간 곳은 유명한 스시집이었다. 강우와 쿠라마는 점심식사로 하기에는 꽤 풍성하게 음식을 주문했다. 회가 곁들여진 샐러드, 모듬 튀김, 스시, 사시미 그리고 생선이 들어간 미소국 등이었다.

강우와 쿠라마는 식사를 맛있게 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둘이 시간을 죽일 겸 향한 곳은 커피숍이었다.

강우와 쿠라마는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쿠라마가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인 뒤 말했다.

“너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뭐할 거야?”

“나? 글쎄…. 일단 해야 될 게 많지. 땅이랑 집도 사야 되고…. 이사도 해야 되고…. 금고도 사야 되고…. 또 보자…. 우리 집 개도 챙겨야 되고….”

쿠라마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개? 개 키워?”

강우는 핫도그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뭐, 그렇지. 응. 키워.”

“어떤 종이야?”

강우는 다시 머릿속에 핫도그를 그렸다. 핫도그와 닮은 보통 개는 없었다. 강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냥 잡종….”

“그래? 커?”

“어, 엄청 크지.”

쿠라마는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사진 있어?”

“아니, 없어.”

“사진도 없어?”

“키운지 얼마 안 됐거든.”

강우는 속으로 ‘사진이 있어도 너한테는 보여줄 수 없겠지만….’이라고 생각했다. 쿠라마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강우에게 들이밀었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야.”

쿠라마의 휴대폰에는 강아지 사진들이 가득했다. 아니,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꽤나 커다란 개였다. 쿠라마가 키우는 개는 도베르만, 셰퍼드, 도사견, 캉갈, 티벳탄 마스티프 등을 교배한 종이었다. 몸의 높이는 1m 이상, 체중은 100kg이 넘는 대형견이었다.

강우는 쿠라마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강아지는 아니고, 개네. 크네.”

“어때? 귀엽지?”

“귀엽다기보다는…. 멋있네. 큰 개 좋아하나봐?”

“그래야 안는 맛이 있지.”

강우는 쿠라마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쿠라마는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주머니로 넣으며 말했다.

“내 유일한 가족이야.”

강우는 한참 동안 쿠라마가 키우는 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강우 역시 자신이 키우는 개에 대해서 얘기했다. 키우는 개가 핫도그인지라 얘기를 좀 꾸며야 했지만. 예를 들어 핫도그가 겜칵을 잡은 이야기는 닭을 물어 죽인 이야기 정도로 축소돼있었다.

어느덧 강우가 공항에 돌아가야 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쿠라마는 예거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강우와 함께 기사를 확인했다.

쿠라마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야, 이게 말이 돼?”

“왜 그러는데?”

쿠라마는 휴대폰에 띄워놓은 인터넷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 좀 봐봐.”

강우는 쿠라마의 손가락을 따라 눈으로 기사를 읽었다.

<후지산 사태, 무투 클랜이 정리하다!>

『후지산 일대가 통행이 금지돼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유는 많은 몬스터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는 한 등산객이 예거 파티 측에 전화해 “하이퍼타우로스를 목격했다”는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예거 파티 측 예거들은 대부분 출장 중이었고, 하이퍼타우로스를 사냥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때 익명의 남자가 무투 클랜을 고용해 하이퍼타우로스를 처리해달란 의뢰를 했다.

무투 클랜은 이름 그대로 예거들 중 무투가들만이 모인 집단이다. 그 규모 또한 커 세계 곳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무투 클랜은 후지산 일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보와는 달리, 후지산에는 하이퍼타우로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무투 클랜 일본지점은 한국지점에 도움을 요청했다.

무투 클랜 한국지점과 일본지점은 후지산 사태를 잘 수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후지산 화산구 안쪽에 있었다. 또 다른 몬스터들의 등장이었다.

이성 상급 이상의 능력자들로 편성된 수색대는 화산 속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수색하던 중 한국지점 부클랜장 이형철이 부상을 입고, 일본지점 부클랜장 사카모토가 사망하기까지 이르렀다.

화산 속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게미누스였다. 게미누스는 항상 두 마리가 붙어 다니는 삼성 중급의 몬스터다.

이때 예거 파티 측에서 투입된 히로와 무투클랜의 일본지점장 쿠라마, 한국지점장 이태민, 한국지점 쪽 용병인 집행자가 힘을 합쳐 게미누스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이태민과 히로는 중상을 입어 치료 중이고, 집행자와 쿠라마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알려졌다.』

쿠라마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아주 지들 마음대로야. 이럴 줄 알았어. 진화된 게미누스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도 없고, 정작 게미누스를 죽인 건 너인데, 고작 두 번 언급되잖아.”

강우가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잖아.”

“이렇게 되면 네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쿠라마는 블랙마켓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갔다. 블랙마켓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후지산에 관한 기사는 비슷한 내용이었다.

조금 뒤적거리다 강우에 관한 기사도 올라와있었다. 기사의 제목은 ‘F.N.C 원나잇 토너먼트 챔피언 집행자, 그의 힘은 삼성 하급! 잠재력은 그 이상!’이었다. 기사의 내용은 강우가 무투 클랜과 힘을 합쳐 게미누스를 사냥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강우는 삼성 중급 몬스터 사냥에 가담할 정도로 능력이 있고, 삼성 하급 정도로 측정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쿠라마가 말했다.

“이거 봐. 너는 삼성 중급 이상으로 측정을 받는 게 정상이야. 아니, 사실 삼성 상급…. 혹은 사성 하급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고. 그 게미누스를 혼자 잡았으니까.”

쿠라마는 휴대폰에서 홀로그램 키보드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안 되겠어. 내가 제보하겠어. 사실은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강우가 홀로그램 키보드를 접으며 말했다.

“됐어.”

“왜?”

“이 정도로 충분해. 등급을 올리는 거야 또 다른 몬스터를 잡게 되면 올라가는 거니까.”

쿠라마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부당하잖아.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아?”

강우는 가방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돈은 똑바로 챙겨줬잖아.”

“그게 진화된 게미누스였다면 돈도 더 받았을 거 아니야.”

“그거야 내가 시체를 알아보지도 못하게 없애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거고.”

강우는 허공에 시선을 두며 중얼거렸다.

“지금 이 정도가 딱 좋아….”

강우는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무튼…. 아무 말도 하지 마. 알았지?”

쿠라마는 못마땅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래. 이제 시간 다 됐네. 공항으로 가야될 것 같아.”

쿠라마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벌써 이렇게 됐네. 가자.”

강우와 쿠라마는 커피숍을 빠져나가 공항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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