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공항에서는 무투 클랜 한국지점 클랜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낯은 익지만, 강우와 특별히 얘기를 나눠본 사람은 없었다.
클랜원들은 쿠라마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강우는 클랜원들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짐을 건네받았다.
쿠라마가 말했다.
“잘 가고, 다음에 또 보자. 나도 한국에 일 있어서 종종 가니까.”
“그래,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
“연락할게.”
강우가 휴대폰을 꺼내들며 말했다.
“연락처…….”
쿠라마가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꺼냇다. 강우의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쿠라마가 전화를 건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어.”
“아, 그래. 연락해.”
쿠라마는 강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강우는 쿠라마와 눈을 마주치다가 멋쩍음에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다음에 보자.”
“그래, 연락할게.”
강우는 한국지점 클랜원들과 함께 탑승수속을 준비했다. 쿠라마는 강우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강우 역시 몸을 돌려 쿠라마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쿠라마는 공항을 빠져나왔다.
‘가면 안쪽의 너는 어떨지 궁금하네.’
쿠라마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비행기에 몸을 실은 강우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엄청 오래 있었던 거 같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이소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이소아에게 답장은 없었다.
‘바쁜가보네.’
강우는 핫도그를 떠올렸다.
‘녀석은 말썽 안 피우고 잘 있으려나? 뭐, 집주인한테 연락이 오거나 하진 않았으니 괜찮겠지?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었으니….’
일본에서 한국까지의 비행은 금방이었다. 한국에 도착한 강우는 돈이 든 가방을 둘러메고, 옷가지가 든 가방을 끌면서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공항을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다. 무투 클랜원들 중 하나가 강우에게 다가왔다. 무투 클랜원은 강우에게 명함을 하나 내밀었다.
“제 전화번호는 아니고, 저희 클랜의 대표번호입니다. 일본지점 클랜장님하고도 친하시고, 저희 클랜장님, 부클랜장님도 잘 알고 계시니 걱정하실 건 없겠지만, 먼저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면 이쪽으로 연락을 주셔도 됩니다. 일거리를 찾으실 때도 그렇고요.”
“아, 네. 그럴게요.”
클랜원은 강우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강우는 몸을 돌려 서울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강우는 옷가지가 든 가방만을 내려놓고, 다시 나왔다. 강우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 곳은 핫도그가 있는 남양주 쪽의 집이었다.
한국에 도착한지 약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강우가 남양주에 다다랐다. 강우는 전셋집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우의 시선에 전셋집 그리고 나무들이 쌓여있는 핫도그의 구덩이 입구가 보였을 때였다.
퍼엉! 빠직, 빠지직!
구덩이 입구 주변에 쌓여있는 나무들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 가운데로 핫도그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컹! 컹!”
핫도그는 미친 듯이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강우는 가방을 내려놓고, 양손을 들며 말했다.
“뭐야, 잠깐!”
핫도그는 양 앞발을 치켜들며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쿠웅!
핫도그의 오른쪽 앞발이 강우의 가슴팍을 짓눌렀다. 강우는 뒤로 쓰러졌다. 강우의 등 뒤로는 바닥이 움푹 파이며 으스러졌다.
강우는 당장이라도 공격 및 방어를 할 수 있도록 손을 들었다.
‘뭐지? 잠깐 사이에 다시 야생성이 살아난 건가? 그런데 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
핫도그의 주둥이가 강우의 안면을 향해 다가왔다. 강우는 핫도그의 주둥이를 후려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으악!”
핫도그의 커다란 혓바닥이 강우의 얼굴을 뒤엎었다. 핫도그는 낼름거리며 몇 번이나 강우의 얼굴을 핥아댔다. 강우는 그제야 핫도그가 반가워서 달려들었음을 알았다. 강우는 웃으면서 “그만, 그만해.”라고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강우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핫도그는 꼬리를 거세게 흔들며 강우를 쳐다봤다. 핫도그가 얼굴을 들이밀었고, 강우는 오른손으로 콧잔등 부분을 쓰다듬어줬다. 강우는 왼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런데 넌 어째 침이 하나도 안 묻냐?”
헬하운드의 속은 마치 용암 그 자체와도 같았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는 용암만큼 뜨거웠고, 혈액과 위산 외의 수분은 모두 증발해버렸다. 위산 역시 용암과도 같았고, 먹는 음식은 모두 그대로 녹아 흡수됐다. 때문에 강우에게도 묻을 침 한 방울 역시 없었고, 배변이란 행위 자체도 없던 것이다.
강우는 그 사실을 지금 휴대폰으로 검색해 보고 있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혀바닥이 다 말라있어서 아픈 거 아닌가 걱정했네.”
강우는 핫도그를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하긴…. 네 덩치에 아픈 건 안 어울린다.”
강우는 자신이 쓰러졌던 자리를 한 번 쳐다본 뒤,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넌 반갑다고 장난치는 것도…. 웬만한 사람이었으면 죽었겠다. 능력자여도 중상은 입었겠어.”
핫도그는 강우에게 자꾸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강우가 다시 쓰다듬어주자 핫도그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웠다. 핫도그는 강우에게 배를 보인 채 네 다리를 쭉 피며 기지개를 켰다. 강우는 그런 핫도그가 귀여워 배를 슥슥 만져줬다.
강우가 구덩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핫도그는 얼른 몸을 일으켜 옆을 따랐다. 강우는 가방을 내려놓고, 구덩이 안쪽을 살폈다. 강우가 핫도그를 위해 구비해뒀던 고기들은 뼛조각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겜칵의 시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신 하나 남아있던 것은 타우로스의 머리통이었다. 강우는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타우로스를 사냥한 거야?”
핫도그는 혀를 길게 빼고 헥헥거리며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타우로스의 머리통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네가 타우로스를 사냥한 거야?”
핫도그는 대답을 하듯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며 “아무튼 말썽 안 피우고 잘 기다려줬으니 상을 줘야지.”하고 중얼거렸다.
강우는 거래를 했던 정육업체에 전화를 해 각종 고기들을 1톤 가까이 사들였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고기가 도착했다. 고기가 도착할 때 핫도그는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강우는 결제를 한 뒤, 고기들을 몽땅 구덩이로 넣었다. 핫도그는 고기들을 물고 구덩이 안쪽에서 옆으로 파놓은 공간에 고기를 모두 옮겼다.
강우는 구덩이 안쪽에 고기를 저장하는 핫도그를 내려다봤다.
‘집 짓고 할 동안 여기에 보관할까?’
강우는 돈이 든 가방을 둘러멘 뒤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강우는 고기들이 쌓여있는 곳 안쪽에 공간을 좀 더 만든 뒤, 가방을 밀어 넣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이거 잘 지켜야 된다?”
핫도그는 고기들을 정리하다 말고, 강우를 물끄러미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는 가방을 가리키며 목소리에 힘주어 말했다.
“이거 잘 지켜야 돼. 알았지? 이거도 먹으면 안 된다?”
핫도그는 알아들었다는 듯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핫도그를 쓰다듬었다.
“그래, 잘 지켜야 돼.”
강우는 다시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전화를 했다. 부동산업자와의 통화였다. 현재 전세로 들어가 있는 집과 핫도그가 있는 곳의 땅을 매입하기 위해서였다.
전세금을 제외하고 땅값과 집값 등 필요금액을 모두 포함해 강우가 지불해야 할 총 금액은 약 8억 겔드 상당이었다. 강우는 바로 매입을 결정했다.
거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강우는 며칠 동안 모든 계약을 마치고, 집과 땅을 완전히 양도받았다.
강우는 완전히 자기 소유가 된 땅과 집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나쁘지 않네.’
핫도그도 덩달아 기분이 좋은 듯 컹컹 짖어댔다.
강우는 사람들을 불러 공사를 했다.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핫도그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공사현장처럼 큰 장벽으로 둘러쌌다. 일종의 울타리인 셈이었다. 비를 피하게 하기 위해 지붕을 달고, 전등도 설치했다.
강우는 전등을 켜고 끄는 법을 가르쳤고, 핫도그는 앞발로 커다란 버튼을 눌러 전등을 작동시켰다. 강우는 핫도그의 아래턱을 만지며 씩 웃었다.
“역시 똑똑해.”
강우는 핫도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개집을 선물한 셈이었다.
강우는 600만 겔드가량의 금고도 구입해 집 안에 들여놨다. 금고 안에는 강우의 재산 대부분을 넣어뒀다. 강우는 집과 땅의 매입과 공사에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쓴 상태였다.
‘이래서야 금고를 산 의미가 없는데….’
그때 강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강우가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건 것은 이태민이었다. 이태민은 아직 정산을 치르지 않은 금액을 주겠다고 했다.
“계좌로 입금해드릴까요?”
“아니요. 현금으로 주셨으면 하는데요.”
“그럼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하죠.”
강우는 곧바로 무투 클랜에 방문하기로 했다. 무투 클랜의 한국지점은 수원에 위치해있었다. 강우는 무투 클랜과 일을 같이 하기는 했지만, 사무실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강우는 핫도그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한 뒤, 무투 클랜 사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투 클랜은 사무실보다는 큰 체육관 같았다. 5층짜리 건물 하나 전체가 무투 클랜의 소유였다. 1층은 로비 및 각각의 목적을 둔 여러 개의 사무실로 이뤄져있었고, 2층부터 3층은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 체육관이었다. 4층은 능력자들만을 위한 체육관이었다. 5층은 클랜장실, 부클랜장실 그리고 클랜원들을 위한 회의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강우는 무투 클랜 건물을 올려다보며 “제법 규모가 있긴 한가보네.”라고 중얼거렸다.
강우가 건물에 들어서자 입구의 안내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강우는 안내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여기 클랜장을 좀 만나러 왔는데요.”
“아, 네. 집행자님. 5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강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향했다. 5층에 도착하자마자 한 클랜원이 강우를 반겼다. 예전에 예거 등록 시험을 함께 치르기도 했었고, 스밀로돈 사냥을 함께 했던 김동준이었다. 김동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때 스밀로돈을 잡을 때….”
“네, 맞습니다.”
강우는 김동준의 몸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때 다쳤던 건 괜찮아요?”
“그럼요. 덕분에 건강합니다.”
김동준은 옆쪽으로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클랜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강우는 김동준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김동준은 현재 몬스터 사냥이나 호위와 같은 일보다는 이태민의 비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김동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아직까지 이성 하급도 못 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일성 상급 랭킹 10위권에 겨우 들었죠. 그래서 이렇게 진로를 바꿨습니다.”
“그래도 재능이 꽤 많으셨던 거 같은데….”
“아닙니다. 제가 예거 등록 시험을 치를 때 함께 있었던 이현지라는 여자가 있는데, 저희 클랜에 들어왔거든요. 그 여자는 벌써 이성 상급입니다. 방금 말씀하신 재능의 벽에 부딪쳤죠. 지금 일도 마음에 들고, 만족합니다.”
어느덧 클랜장실 앞에 다다랐다. 김동준이 문을 열었고, 강우는 클랜장실로 들어섰다. 강우가 들어서자 이태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오셨군요. 앉으시죠.”
강우는 이태민과 마주보며 앉았다. 이태민은 곧바로 가방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태민이 씩 웃으며 말했다.
“바쁘실 텐데 바로 계산부터 해드려야죠.”
“아, 네. 뭐….”
“처음 저희가 의뢰를 드렸을 때 금액과 추가로 나온 금액들에서 분할, 그리고 몬스터들을 처분한 금액에서 일부분, 집행자님이 그때 처리한 몬스터들의 일부분을 놓고 가셨더군요. 그것도 모두 처리해서 집행자님 몫으로 넣었습니다.”
강우는 그제야 시그라의 굳은 수액을 가져왔던 걸 떠올렸다.
‘아, 그거 처분을 안 했구나.’
강우는 이태민이 테이블 위로 올려둔 가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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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