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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97화 (97/195)

97화

핫도그가 들어가고 난 뒤, 강우는 손아귀에 검은색 구를 만들어냈다. 강우는 검은색 구를 들여다보며 모양을 변화시키려 했다.

강우의 생각대로였다. 검은색 구는 정사각형으로, 별모양으로, 길게 늘어지기도, 얇은 장판 모양으로도 변했다. 강우가 만들어낼 수 있는 탁구공 사이즈의 부피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모양 변화가 가능했다.

‘오…. 다 되는데?’

강우는 미노타우로스와 게미누스를 잡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어떻게 했더라?’

강우는 손아귀에 검은색 구를 띄웠다. 강우는 몬스터들을 잡을 때의 감각을 최대한 떠올리며 집중했다. 강우는 검은색 구가 회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커멓고, 완전한 구 형태이기에 얼마나 빨리 돌아가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잘 안 보이는데? 그러면….’

강우는 검은색 구에 가시 몇 개가 돋아나게 했다. 검은색 가시공이 빠르게 회전하며 잔상을 만들어냈다.

‘이 정도면 위력이 어떨라나…. 게미누스가 삼성 중급인데 한 방에 죽었으니까….’

강우는 검은색 구를 손아귀에 쥔 채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멈춰선 곳은 약 4m 정도 높이의 나무 앞이었다. 강우는 검은색 구를 회전시키며 나무에 박았다.

콰, 콰, 콰, 와직, 빠직, 콰지직.

순식간이었다. 나무 한 그루가 통째로 뽑혀 검은색 구로 빨려 들어갔다. 검은색 구는 강우의 의지대로 거둘 수 있었다. 강우가 검은색 구를 거두겠다는 생각을 했고, 검은색 구는 곧바로 사라졌다.

툭, 투툭.

탁구공보다 조금 더 작은 나무공이 바닥에 떨어졌다. 강우는 나무공을 집어 들었다. 나무공은 수액이 하나도 남지 않은 듯 바싹 말라있었고, 단단했다. 강우는 나무공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나무 정도로는 시험이 안 되는구만….”

강우는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좋았어. 이건 필살기….”

강우는 검은색 구를 늘려 기다란 막대를 만들어냈다. 강우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검은색 구의 크기로는 약 1m 길이의 가느다란 막대가 한계였다.

‘더 크고 굵으면 좋을 텐데….’

강우는 최무훈에게 트레이닝을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 그거야.’

강우는 검은색 막대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강우가 집중하자 검은색의 뭉툭한 막대가 모양을 변화시켰다. 강우가 만들어낸 것은 작은 단검이었다. 하지만 탁구공 사이즈의 부피로 만들어낸 단검은 너무나 가들고, 날도 짧았다.

‘이건 좀…….’

강우는 검은색 단검을 더욱 가늘고 날카롭게 다듬었다. 가시였다. 강우의 손에 들린 것은 가느다랗고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뾰족한 검은색 가시였다. 검은색 가시는 강우가 손으로 쥐는 부분을 제외하면, 남는 부분은 20cm 정도였다.

‘그럭저럭…. 나쁘진 않은 거 같은데….’

강우는 손에 쥔 검은색 가시를 시험하기 위해 다른 나무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가시 끝을 나무 기둥에 살며시 가져다 댔다. 강우가 천천히 나무에 가시를 박아 넣었다. 가시는 두부를 뚫고 들어가듯 너무도 쉽게 나무를 꿰뚫었다.

‘이거 괜찮은데?’

강우는 가시를 빼든 뒤, 나무에 대고 휘둘렀다.

우지직!

작고 얇은 가시는 나무를 부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했다.

‘좋아…. 그렇다면….’

강우는 가시의 한쪽 면에 날이 돋아나게 만들었다. 폭은 1cm 남짓으로 가느다랬지만, 송곳에 가까웠지만, 분명히 날을 가진 단검의 형태를 띠었다. 강우는 다른 나무의 앞으로 걸음을 옮겨 단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샥.

단검은 삶은 달걀을 베고 지나가듯 나무를 베었다. 강우가 나무를 손끝으로 톡 건드리자 나무는 그대로 넘어가 쓰러졌다. 강우는 손에 쥐고 있는 단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은데?”

강우는 단검을 접은 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우는 그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검은색 구나 단검처럼 쓸 만한 것이 나오지는 않았다.

어느새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강우는 잠을 자기 위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날이었다.

“지강우 씨! 지강우 씨!”

누군가 집에 찾아왔다. 강우는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T.C.C를 끄지도 않고 잤네.’

강우는 T.C.C를 끄고, 문을 열었다. 이전에 살던 집주인이 보낸 용달이었다. 용달차는 짐을 강우의 집 앞에 내려준 뒤, 돌아갔다.

강우는 혼자서 짐을 하나하나 나르기 시작했다. 침대도 분해하지 않고, 통째로 들고 옮겼다. 강우에겐 신문지 한 장을 들고 나르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강우는 짐 정리를 마치고 세면을 했다.

‘오늘은 뭐하지?’

강우는 인스턴트식품으로 대충 아침을 먹은 뒤 핫도그의 집으로 갔다. 핫도그는 강우의 말이 있기 전에는 집에서 나오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핫도그는 강우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뛰어들어 바닥에 뒹굴며 배를 보이고, 몸을 마구 비벼댔다. 강우는 그런 핫도그가 귀엽다는 듯 양손으로 마구 쓰다듬어줬다.

핫도그는 몸을 일으켜 구덩이에서 고기를 물고 꺼내왔다. 핫도그는 강우를 보고 나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강우는 밥을 먹고 있는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사람이 없는 곳이면 몬스터 잡아먹어도 돼. 무리는 하지 말고.”

핫도그는 양 앞발로 고기를 고정한 채 뜯어먹으며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밥 다 먹고 훈련 좀 더 하자.”

강우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핫도그가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핫도그가 식사를 마친 뒤였다. 강우가 핫도그의 집 밖으로 빠져나가며 손짓을 했다.

“핫도그! 나와!”

핫도그는 미친 듯이 달려나와 강우에게 몸통으로 부딪쳤다.

터엉!

강우는 뒤로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강우는 구르던 중 제자리에서 튀어오르며 몸을 일으켰다. 강우는 좌우로 고개를 까딱이며 중얼거렸다.

“어우…. 장난 아닌데?”

강우는 T.C.C를 킨 뒤, 목소리를 높였다.

“핫도그! 놀자! 그리고 훈련이다!”

강우가 핫도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핫도그도 강우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강우와 핫도그는 한참을 놀았다. ‘놀이’라는 표현을 붙였지만, 서로 몸을 부딪치고, 치고박는 그 모습은 ‘훈련’내지는 ‘전투’에 가까웠다.

강우와 핫도그는 아침부터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노는 것을 마쳤다. 강우는 중간중간 검은색 힘을 사용해보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핫도그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우가 검은색 힘을 볼펜으로 찍은 점처럼 작은 부피를 얇게 펴 타격용으로 사용할 때만 겨우 반응을 했다. 강우는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더 발견을 했다. 검은색 힘을 아주 얇게 펴 주먹에 감쌀 수 있었다. 주먹뿐만 아니라, 팔꿈치, 무릎, 발 등 어디에도 가능했다.

검은색 힘을 몸을 감싸고 타격을 가했을 때, 그 힘은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아주 가벼운 잽만으로도 삼성 하급에서 중급 정도의 힘을 담은 풀스윙 훅과 비슷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강우는 자신의 주먹을 들여다봤다.

‘이걸 쓰면 더 세지네….’

강우는 불과 하루 만에 성장하고 있었다. 검은색 힘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은 물론, 핫도그에게는 검은색 힘을 마음껏 쓸 수 없기에 맨몸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강우는 이토록 장시간 전투를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핫도그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힘 조절을 해야만 했다. 이는 오히려 강우의 힘을 더 키워주는 것이 됐다.

핫도그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일반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뉘었다. 죽이냐 혹은 죽느냐.

하지만 핫도그는 강우와 함께 장시간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오랜 시간 공격을 하고, 공격을 받으며 전투의 요령을 익히고, 맷집이 늘어났다.

강우와 핫도그는 놀이라는 이름으로 굉장히 효율 높은 훈련을 치르고 있었다.

핫도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엎드려 잠에 들었다. 강우는 눈썹을 찡그린 채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능력을 얻은 이후로 제일 피곤한 거 같네. 몸도 여기저기 쑤시고…. 핫도그 훈련시켜주려 했더니 내가 더 운동되네.’

강우는 집으로 들어가 T.C.C를 끄고 샤워를 했다. 강우는 옷을 갈아입은 뒤,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소아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강우 씨, 답장이 너무 늦었죠? 잘 지냈어요?- 강우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네, 저야 잘 지내죠. 잘 지냈어요?--요즘 바빠서 정신이 너무 없었어요. 그래서 연락도 못 드렸네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뭐하고 있어요?-

-협회에서 일 좀 봤어요. 아직 점심도 못 먹었네요.-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답장했다.

-그래요? 저도 아직 못 먹었는데. 그럼 같이 밥이나 먹을까요?--저야 좋죠. 저는 지금 용인 쪽인데, 강남 쪽으로 넘어가려고요.--그럼 저도 강남 쪽으로 갈게요. 이따가 봐요.-강우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지고 다시 갈아입었다. 강우는 머리 손질까지 마친 뒤, 집을 나섰다. 강우는 출발하기 전에 핫도그의 집을 들여다봤다. 핫도그는 자다가도 강우의 발소리에 고개를 들며 눈을 번쩍 떴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나갔다 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핫도그는 자신의 앞발 위로 턱을 얹으며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다시 한 번 “갔다 올게.”라고 말한 뒤,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남을 향해 내달렸다.

강우가 강남 쪽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강우와 이소아는 서래마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강우가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이소아는 이미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소아는 손을 흔들며 강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강우 역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레스토랑은 프랑스 요리 전문점이었다. 강우는 무엇을 주문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뭘 먹어봤어야 알지….’

강우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이소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코스요리가 괜찮아요. 저랑 같은 걸로 드세요.”

“아, 네. 그래요, 그럼.”

이소아는 능숙하게 주문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는 음식들이 차례로 나왔다.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 비싼 만큼 훌륭한 편이었다. 하지만 강우에게는 적은 양이었다. 에피타이저는 물론, 메인디시랍시고 나온 요리도 작정하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이소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음식이 입에 안 맞으신가요?”

“아니에요. 맛있어요.”

“잘 안 드시는 것 같아서…….”

강우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껴 먹느라 그래요. 양이 좀 적어서.”

이소아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했다.

“아…. 제가 생각이 짧았나 봐요. 여기가 맛있는 곳이라서…. 좋아하실 것 같아서 골랐던 건데…….”

“진짜 괜찮아요. 맛있어요. 전 프랑스라고 하면 바게트, 와인 그리고 달팽이밖에 몰랐거든요. 소아 씨 덕분에 맛있는 거 먹어보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는 맛도 있고, 양도 많은 곳으로 가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강우는 이소아의 마음씨가 좋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언제나 배려하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지금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다음에’라는 말이었다. 강우 역시 이소아와 지금 만나고 있으면서도 다음 만남을 떠올리기도 했다.

강우와 이소아는 화기애애한 식사자리를 이어나갔다.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시덥잖은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서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1회차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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