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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02화 (102/195)

102화

백인 여자들이었다. 양 사이드에 서있는 두 여자는 빨간색 미니스커트에 빨간 재킷 그리고 안쪽에는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시스루 티를 입고 있었다. 두 여자는 쌍둥이처럼 보였다. 둘 모두 새하얀 피부에 파란 눈까지 전형적인 백인이었다. 왼쪽에 서있는 여자는 금발 생머리였고, 오른쪽에 서있는 여자는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였다.

가운데 서있는 백인 여자는 검은색 재킷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스타킹 역시 검은색이었는데, 가터벨트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얀 피부에 대조돼 더욱 시커멓게 보이는 머리는 완전히 뒤로 넘긴 뒤, 이마 위쪽으론 볼륨을 준 상태로 올려 묶고 있었다. 입술 왼쪽 위에 점이 인상적이었고, 서클렌즈를 낀 듯한 커다랗고 검은 두 눈동자는 강우에게 고정돼있었다.

강우는 이근수의 시체를 한 번 쳐다본 뒤, 정면에 있는 가운데 여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너희들은 뭐지?”

여자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여자는 강우에게 천천히 다가와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미국 F.N.C 프로모터 제시카 크리본이에요.”

강우는 명함을 건네받아 들여다봤다. 강우는 명함을 들여다보다가 제시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미국 F.N.C 프로모터가 나한테는 무슨 일이지?”

강우는 이근수의 시체를 쳐다본 뒤, 제시카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저 녀석을 죽인 것도 그렇고…….”

캉, 캉, 제시카는 철문 위로 걸음을 옮겨 강우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철문 아래는 리치앙의 시체가 깔려있었다.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철문을 가리켰다.

“거기 아래는…….”

제시카는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제시카는 하이힐 굽으로 철문을 캉, 캉, 소리가 울리도록 내리찍었다.

“끄으으…….”

철문 아래서 리치앙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제시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머, 아직 살아있네?”

강우는 팔짱을 끼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래서 목적이 뭔데?”

“프로모터가 선수를 찾아온 이유가 뭐겠어요? 저희 단체와 함께 일을 해보자는 거겠죠?”

제시카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여기 뒤처리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여기 뒤처리?”

“네.”

제시카는 이근수의 시체와 쓰러져있는 예고르를 한 번 쳐다봤다. 제시카가 철문에 굽을 찍어대 캉, 캉, 소리가 울렸다.

“이것들 치워야죠.”

제시카는 이근수의 시체를 보며 말했다.

“저건 능력자가 아니라서 직접 죽이시면 살인죄가 되니까 수고를 덜어드렸어요.”

제시카는 생긋 웃으며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겨 말을 이었다.

“여기서 벌어진 일 때문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예요.”

“뭐…. 고맙다고 해야 되나?”

제시카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어차피 여긴 저희가 처리할 예정이었거든요. 도박이 이뤄지는 건 괜찮지만, 이곳은 너무 불투명하게 운영됐었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지?”

“이근수가 협회 측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쓴 것도 많고, 수익도 가로챈 게 많았으니까요. F.N.C는 모두 연결돼있거든요.”

제시카의 양 옆에 서있던 여자들은 이근수의 시체를 커다란 검은색 백에 담은 뒤, 지퍼를 올리고 있었다.

여러 명의 남자들이 대기실로 들어섰다. 남자들은 예고르와 리치앙을 들것으로 옮겼다. 환자 대우를 하지 않았다. 전혀 조심스러운 이송이 아니었다. 예고르와 리치앙은 실려가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남자들 중 하나는 대기실에 새로운 철문을 설치했다. 다른 한 남자는 지퍼백에 담긴 이근수를 어깨에 둘러멨다.

강우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제시카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난 가봐도 되나?”

“물론이죠.”

강우가 걸음을 옮기기 전, 제시카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저희 쪽하고 함께 일하실 생각은 없는 건가요?”

“지금 당장은. 딱히 일할 필요가 없거든.”

“제법 모아놓은 돈이 많으신가 봐요?”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강우가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제시카 옆을 지나치기 전이었다. 제시카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말투도 딱딱하고…. 꽤 공격적이시네요?”

강우는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특별히…. 부드러워야 될 이유도 없잖아? 오자마자 사람 죽이는 것부터 봤는데, 그러기가 더 힘들지.”

“뭐…. 어쨌든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당신은 스타성이 있거든요.”

“내가?”

제시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물론이죠. 당신은 아마 삼성 중급…. 혹은 상급 이상이겠죠. 하지만 대외적으론 아직 삼성 하급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블랙마켓 커뮤니티에서 꽤나 화제가 되고 있어요. 당신이 제대로 된 F.N.C 무대에서 뛴다면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죠.”

강우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무튼…. 관심 없어.”

강우는 대기실 문을 고치고 있는 남자를 옆으로 밀어내며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강우는 이성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도 죽일 건 아니지?”

“저희가 무슨 살인마 집단인가요? 그럴 리가 없죠.”

강우는 이성훈과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 제시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제시카는 생긋 웃었다. 강우는 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제시카의 부하직원들은 순식간에 대기실을 정리했다. 이근수의 시체도 회수, 예고르와 리치앙도 어디론가 데려갔다. 부서진 철문 또한 새로운 것으로 교체했다. 이성훈은 구석에서 눈치를 보며 서있었다. 제시카가 고개를 돌렸다. 제시카와 이성훈의 눈이 마주쳤다. 제시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기서 뭐해?”

“아니, 저…. 그냥…….”

“너 F.N.C 좋아하지?”

“네, 그래서 이 일도 하는 거고요.”

“그래? 그럼 이제부터 네가 한국 F.N.C 프로모터 해.”

이성훈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네?”

“이제부터 네가 한국 F.N.C 프로모터라고.”

“그게 무슨 말씀…….”

“프로모터로서 키워준다고. F.N.C 프로모터를 하려면, F.N.C를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지. 이근수의 재산이 너한테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이근수처럼 돈을 챙길 수도 없을 거야. 그래도 프로모터 월급이면 말단직원 연봉은 될 걸? 처음에는 고생 좀 하겠지만…. 어때? 해볼래?”

이성훈의 얼굴에 미소가 크게 번졌다.

“정말입니까?”

“응, 정말로.”

제시카가 대기실을 밖으로 걸음을 옮겼고, 이성훈은 이근수에게 맞은 아픔조차 잊은 채 그 뒤를 따랐다.

강우는 집으로 향했다. 강우의 손에는 제시카가 준 명함이 들려있었다. 강우는 명함을 버릴까 했지만, 만일을 위해 주머니에 넣어뒀다.

강우와 집의 거리 약 10km, 핫도그는 강우가 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핫도그는 벌써부터 꼬리를 흔들며 강우를 기다렸다.

강우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핫도그를 껴안고 뒹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놀이를 가장한 훈련으로 이어졌다.

한참 훈련을 하고난 뒤, 핫도그는 그대로 누워버렸다. 강우는 핫도그의 배 위에 누웠다. 강우는 핫도그 위에 누운 채 말했다.

“내 침대보다 낫네.”

강우는 한참을 핫도그와 푹 쉬었다.

그날 저녁이었다. 강우는 저녁식사를 한 뒤, 자신의 경기에 대한 기사를 보려고 블랙마켓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갔다.

강우에 관한 기사는 최근 게시물들로 가득했다. 강우는 조회수와 댓글이 많은 기사 하나를 클릭했다.

<집행자 새로운 국내 F.N.C 챔피언 등극! 김태호 격침!>

『집행자가 김태호를 격침시키고, 새로운 국내 F.N.C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경기 내용은 사실상 일방적이었다.

초반에는 김태호의 우세였다. 김태호의 공격들은 집행자에게 깨끗이 들어갔다. 하지만 집행자는 특유의 맷집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집행자는 전혀 타격이 없는 듯 반격을 시작했다.

집행자와 김태호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는 금세 갈렸다. 기술이나 특별한 능력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승패를 가른 것은 순수한 힘의 차이였다.

집행자는 김태호에게서 완벽한 승리를 거둬냈고, 국내 F.N.C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집행자가 더 이상 국내에서 경기를 치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챔피언인 김태호도 국내에 더 이상 맞설 선수가 없어서 해외진출을 앞둔 상태.

김태호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집행자에게 도전할 선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행자가 앞으로 해외진출을 해 경기를 치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집행자는 이번 경기를 통해 삼성 하급에서 최상위 혹은 삼성 중급까지의 평가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김태호는 현재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는 재활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해외진출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강우는 기사를 보며 스크롤을 내렸다. 아래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집행자 경기 봤냐? 쩔더라.

-집행자가 무슨 삼성 하급, 최소 중급이지.

-상대가 안 되더라.

-집행자 해외진출해라! 볼만할 듯.

-김태호 선수 팬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까움. 재기는 가능하려나….

-김태호 선수 지인입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재활하면 이전과 같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집행자 잘 나가네.

강우가 댓글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소아의 문자였다.

-강우 씨, 내일 시간 돼요?-

-그럼요. 내일 볼래요?-

-좋아요! 같이 영화나 보러 갈래요? 재밌는 거 개봉했던데.-

-무슨 영화인데요?-

-‘낙원’이라는 스릴러 영화인데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좋아요. 같이 보러 가요.-

-사실 이미 예매해놨어요. 오후 5시 영화인데, 시간 괜찮아요?--네, 좋아요. 그럼 제가 내일 저녁 살게요.-

-그럼 내일 봐요.-

강우는 씩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놨다.

‘데이트다.’

강우는 누워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이었다. 강우는 어느새 훈련이 일상이 돼있었다. 핫도그 덕분이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훈련을 할 땐 검은색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검은색 힘 또한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강우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색 힘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탁구공과 비슷했던 크기는 미세하게나마 커져있었다.

이소아와의 약속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위한 고기를 대량으로 주문한 뒤, 이소아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강우는 이소아를 만나러 가며 생각했다.

‘핫도그랑 같이 산책도 다니고 하면 좋을 텐데….’

강우는 하얀 늑대를 떠올렸다.

‘그 녀석은 아예 공개적으로 같이 다니던데…. 나도 좀 약한 몬스터 위주로 해서 핫도그랑 같이 다녀볼까? 그럼 T.C.C를 켰을 땐 같이 다녀도 될 거 같은데….’

강우는 휴대폰으로 예거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갔다.

‘하얀 늑대 그놈은 세계 여기저기 다 돌아다닌다고 했는데…. 그때도 다이어 울프랑 같이 다니나? 어떻게 같이 다니는 거지? 그 덩치면 다른 사람들이랑 비행기를 탈 수도 없을 텐데…. 해외에는 그냥 혼자 가나?’

강우는 검색을 통해 하얀 늑대가 다이어 울프와 함께 다니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화물항공기를 구입한 것이다.

‘전용항공기라니…. 돈을 벌어들이는 단위 자체가 다른가보네.’

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넣었다.

‘일단 핫도그가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나랑 같이 다니는 몬스터인 것부터 인식을 시켜야겠지…. 나중에 해외도 같이 다니려면 돈도 엄청 벌어야 될 거고….’

강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약속장소에 다다라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도 늦었고,

원래 오후에 업로드를 하기로 했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모자란 회차 부분은 조만간 연참을 통해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호흡이 제법 빠른 구간이 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많이 생각을 했던 부분이고, 꽤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기대를 해봅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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