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일주일 후, 강우의 하루하루는 예거로 등록을 한 뒤로 비교적 평범하게 흘러갔다. 핫도그라는 애완몬스터가 있다는 것 자체가 평범치는 않았지만. 그리고 강우도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강우의 일상은 단순했다. 핫도그와 놀이 겸 운동 겸 훈련 겸 전투를 마치고, 식사를 했다. 이따금씩 이소아와 데이트를 했다. 일주일쯤 지나니 조금은 단조롭다고 여겨졌다.
‘오늘은 뭔가 다른 게 하고 싶은데….’
강우는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핫도그는 헥헥거리며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핫도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 이제 실전에도 좀 나가볼 필요가 있어. 그런데 이 녀석 덩치가 너무 커서…. 뭔가 좀 티가 나게….’
강우는 오른쪽 주먹 밑동은 왼쪽 손바닥에 탁, 소리가 울리도록 내리쳤다.
“그래! 그거야!”
핫도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강우를 바라봤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좋은 선물을 해줄 테니까.”
강우는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어 무언가 열심히 검색을 했다. 강우가 찾는 것은 개목걸이였다. 마음에 드는 개목걸이는 많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핫도그가 찰 수 있는 개목걸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가 양팔로 감쌌을 때 겨우 손을 맞잡을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목, 주문제작 말고는 답이 없었다.
강우는 고민을 하다가 한소영을 떠올렸다.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하랬었지….’
강우는 곧바로 한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소영은 반갑게 강우의 전화를 받았다. 강우는 곧장 용건부터 꺼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랬지? 부탁할 게 좀 있는데.”
“아, 네. 말씀하세요.”
강우가 한소영에게 부탁하는 사항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핫도그에게 걸 수 있는 개목걸이였다. 특별 주문 제작이 들어가야 되는 부분인 만큼 디자인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강우가 원하는 디자인은 상당한 고급품이었다. 목 가운데 위치할 펜던트는 로즈골드로 만들고, 테두리는 티타늄으로 정했다. 핫도그가 불편하지 않도록 티타늄을 메탈 시계줄처럼 이어 붙인 디자인이었다.
두 번째는 인터넷에 기사를 내달라는 것이었다. 기사 내용은 강우와 핫도그에 대한, 정확히는 집행자와 핫도그에 관련된 기사였다. 집행자가 헬하운드를 길들여 키우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강우가 핫도그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다른 능력자들로부터 공격 받지 않기 위함이었다.
세 번째는 일이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몬스터사냥에 나설 계획이었다. 현재 강우라면 삼성 중급 몬스터 혹은 그 이상도 문제없었지만, 아직까지 강우의 평판은 삼성 하급에 머물러있었다. 또한 삼성 하급인 핫도그도 함께였기에 삼성 하급 이하의 몬스터들을 원했다.
또한 강우와 핫도그가 사냥을 다녀온 뒤, 기사 하나를 더 원했다. 핫도그는 사람이 아닌 몬스터를 공격한, 집행자와 함께 하는 이로운 몬스터라는 내용이었다.
한소영은 조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다 해드릴 수 있는 부분들이긴 한데…. 헬하운드를 키운다고요?”
“어, 사진은 내가 몇 장 보낼게.”
“어차피 사냥 건수가 잡히면 들르셔야 될 거예요. 그리고 기사 비용이랑 목걸이 비용도 꽤 나올 거고요.”
“얼마든지 상관없으니까 해놔.”
“네, 그럼 진행할게요. 계산은 모두 완료됐을 때 연락드리면, 그때 하시죠.”
“알았어. 일단 집행자가 핫도그를 키우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에 쓸 사진 보낼게.”
강우는 전화를 끊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핫도그는 커다란 뼈다귀 하나를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었다. 핫도그는 양 앞발 사이에 뼈다귀를 끼워 고정한 채 고개를 돌려가며 씹어댔다.
강우는 그 모습이 귀여워 휴대폰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다. 뼈를 씹던 핫도그와 강우의 눈이 마주쳤다. 핫도그는 고개를 틀어 뼈다귀를 씹던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강우가 손짓을 하자 핫도그는 먹던 뼈다귀를 내려놓고 뛰어갔다.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앉아봐.”
핫도그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강우는 휴대폰으로 핫도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 했다. 핫도그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어 화면에 함께 들어오지 않았다. 강우는 핫도그의 뒷목에 팔을 걸어 당겼다.
“가만히 있어봐.”
강우와 핫도그는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처음 사진 한 장, 강우가 웃자 핫도그도 표정을 따라하려는 듯 이빨을 드러냈다. 웃으며, 인상을 찌푸리며, 깜짝 놀라며, 핫도그가 강우의 얼굴을 핥으며….
강우는 찍은 사진들을 한소영에게 보냈다. 한소영은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너무 재밌네요. 헬하운드가 사람하고 이렇게 친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네요. 하여튼 기사 바로 준비할게요.-
-잘 부탁할게.-
-다 되면 연락드릴게요. 기사는 오늘 중으로 올라갈 거예요.-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집어넣은 뒤,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우리 핫도그 유명해지겠네.”
핫도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날 강우와 핫도그는 종일 함께 했다.
강우는 특별할 것 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핫도그와 놀고, 이따금씩 이소아와 데이트를 하고, 그것이 전부였다. 조금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강우가 한소영에게 부탁했던 기사가 보도된 것이다. 기사의 효과는 확실했다. 하얀 늑대가 다이어 울프를 다닌 선례가 있기에 더욱 그랬다. 일성 중급 이상의 몬스터를 길들인 사람은 전 세계에 하얀 늑대와 강우 단 두 명뿐이었다.
강우는 여느 날처럼 핫도그와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블랙마켓용 휴대폰에 전화가 울렸다. 한소영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말씀하셨던 목걸이 다 완성됐어요. 그리고 사냥 건수도 잡혔어요.”
“그래? 잘 됐네.”
“홍보기사 비용은 60만 겔드, 목걸이는 215만 겔드입니다.”
“뭐? 그렇게 비싸?”
한소영이 되물었다.
“기사 비용이요, 아니면 목걸이 값이요?”
“목걸이 값. 무슨 개목걸이가 215만 겔드나…….”
“로즈골드에 티타늄이니 당연하죠. 그나마 로즈골드는 도금으로 한 가격이에요.”
“알았어. 지금 가면 되나?”
한소영이 말했다.
“아, 사냥 건수 말인데요.”
“응, 말해.”
“혹시 오늘 바로 가능하신가요?”
“오늘 바로?”
“네, 이게 좀 급한 일이거든요.”
“일단 가서 얘기하지.”
강우는 전화를 끊었다. 강우가 핫도그에게 손짓을 했다. 핫도그가 곧바로 강우에게 뛰어왔다. 강우는 전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산책이다!”
강우가 뛰기 시작했고, 핫도그는 곧바로 따라 뛰었다. 핫도그는 사람과 함께 하는 그 어떤 동물보다도 강우에게 충성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핫도그는 절대 강우를 앞지르는 일이 없었다.
강우는 최대한 인적이 드문 길을 택했지만, 종종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핫도그를 본 몇몇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강우의 예상보다는 괜찮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행자가 길들인 헬하운드와 함께 뛰어간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강우는 금세 가평 블랙마켓에 도착했다. 블랙마켓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강우와 핫도그의 등장으로 블랙마켓이 시끌벅적해졌고, 급기야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도 나왔다.
한소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을 열고 나온 한소영은 강우와 핫도그를 보자마자 두 눈을 크게 떴다. 한소영은 핫도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우는 핫도그에게 손을 얹으며 물었다.
“얘도 들어갈 수 있나?”
한소영은 핫도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아니, 저…….”
한소영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좀 힘들 거 같은데요….”
“그래? 그럼 어디서 얘기하지? 여긴 사람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잠시만 기다리세요.”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고, 한소영이 다시 자신의 가게로 들어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소영은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나왔다. 한소영은 가게 문을 잠근 뒤, 강우를 향해 돌아봤다.
“제가 앞장설게요. 가시죠.”
한소영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뛰기 시작했다.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한소영의 뒤를 따랐다. 강우는 한소영의 옆으로 따라붙으며 말했다.
“빠른데?”
“잊으셨나요? 저도 소규모이긴 했지만, 클랜장이었어요.”
한소영은 인적이 드문 곳에 멈춰 섰다. 강우도 한소영을 따라, 핫도그도 강우를 따라 멈춰 섰다.
“이 주변이라면 아무도 없어요. 뭐, 대부분 누가 있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아니지만…. 얘기 나누기가 좀 그렇잖아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곤란한 부분도 있고요.”
“기사는 확인했어. 목걸이는?”
한소영은 가방을 열며 대답했다.
“가져왔죠.”
한소영이 가방에서 핫도그에게 채워줄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척 보기에도 강우의 마음에 쏙 들었다. 강우는 빼앗듯이 한소영의 손에서 목걸이를 낚아챘다. 강우는 목걸이를 핫도그에게 채워줬다. 핫도그는 목걸이가 마음에 드는지, 그냥 기분이 좋은 것인지 꼬리를 흔들어댔다.
“어? 이게 뭐야….”
강우의 시선이 고정된 곳은 목걸이의 펜던트였다. 그곳에는 ‘집행자’라는 이름과 강우의 블랙마켓용 휴대폰 번호가 새겨져있었다. 강우는 한소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게 뭐야?”
한소영은 멋쩍은 듯 시선을 슬슬 피하며 대답했다.
“그냥…. 개목걸이는 그런 게 있어야 되니까….”
강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잘했어. 얘가 미아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한소영은 핫도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네요.”
한소영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오늘 사냥 건수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가능하세요?”
강우는 핫도그의 몸통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얘랑 같이 나온 거 아니겠어?”
“그래요? 잘 됐네요.”
“어떤 몬스터를 잡는 건데?”
한소영은 몬스터 사냥 건수에 대해 얘기를 늘어놨다.
강우가 핫도그와 함께 사냥할 몬스터들은 서울숲에 출몰한 몬스터는 ‘호르너’였다. 호르너는 일성 하급부터 삼성 하급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고, 외형 또한 모두 달랐다. 호르너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굵게 구부러진 두 개의 검은색 뿔과 갈색, 고동색, 검은색이 뒤섞여 지푸라기처럼 뻣뻣한 털이 덥수룩하게 나있었다.
한소영이 말했다.
“목격된 것만 세 마리, 그 이상일 수도 있어요. 페이는 2,500만 겔드인데, 좋다고 할 수는 없어요. 모두 일성 하급이면 엄청나게 좋은 페이지만, 모두 삼성 하급이라면 공짜로 일하는 거나 다름없죠. 뭐, 몬스터들 시체는 전부 당신의 소유가 될 거라 아주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거 같은데?”
“몇 마리가 더 있을지 모른다는 거죠.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 모든 능력자들이 이 일을 안 맡는 거거든요. 사실상 국내에 삼성 중급 이상의 능력자들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서 예거 파티 쪽에서 사람이 나와야만 처리가 될 일이나 다름없죠.”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돈은 좀 더 받아야 되는데 그럼….”
“다른 일을 하셔도 돼요. 저도 일단 얘기만 꺼내본 거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한 목적으로는 최고일 거예요. 아무도 안 하려는 일이다보니 맡는 자체로 화제가 될 거고, 그것도 헬하운드와 함께 하는 일이라면…. 뭐,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괜찮네.”
“그리고 호르너들은 기본적으로 뿔은 꽤 값어치가 나가고, 운이 좋으면 가끔 좋은 걸 가지고 있기도 하거든요. 일성 하급이나 삼성 하급이나 똑같은 걸 떨어트리는 게 문제지만…. 어쨌든 일성 하급도 큰돈이 될 수도 있어서 복권이라고도 불리죠.”
“뭐…. 그럼 해보자고.”
강우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운이 꽤 좋은 편이거든. 근데 호르너에게서 나오는 게 뭔데?”
“송곳니요.”
“송곳니?”
한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호르너는 기본적으로 송곳니가 없어요. 그런데 가끔씩 송곳니를 가진 녀석들이 있죠. 그 송곳니도 색이 다양한데, 보석과 같은 취급을 받아요.”
“그럼 얼른 잡으러 가자.”
한소영이 가방을 뒤적거렸다.
============================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무리겠지만, 이번 달은 최대한 많이 연참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