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05화 (105/195)

105화

강우가 물었다.

“뭐해?”

한소영이 카메라를 꺼내들며 말했다.

“이번 사냥은 저도 참여를 해야 될 거 같아요. 같이 몬스터를 잡겠다는 말은 아니지만요.”

“촬영?”

한소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이번 사냥이 끝나고 쓸 사진이 좀 필요할 거 같아서요.”

“뭐, 그래. 그러자.”

“이번 일은 어차피 저도 같이 있으니, 일 끝나면 정산하시는 걸로 괜찮으시죠? 당신도 저에게 지불할 돈도 있고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와 한소영, 핫도그는 서울숲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서울숲 부근은 급조된 울타리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울타리는 발로 차면 곧바로 부서질 것처럼 허술해보였다. 강우는 울타리를 보며 말했다.

“이래서는 몬스터들이 다 튀어나오지 않을까?”

“호르너는 숲을 좋아해서 그 근처를 잘 벗어나지 않아요. 발견되는 곳도 항상 숲이고요. 숲에만 안 들어가면 사실 만날 일도 없는 몬스터죠.”

“그런가….”

“가시죠.”

한소영은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강우가 앞장서 서울숲에 들어섰다.

서울숲은 고요했다. 통제되고 있는지라 강우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강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한소영이 말했다.

“호르너는 숲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자신의 영역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해요. 분명히 공격을 해올 거예요.”

핫도그가 “크르릉….”거렸다. 강우는 핫도그를 향해 돌아보며 물었다.

“왜 그래?”

터엉!

핫도그가 갑자기 튀어나갔다. 강우와 한소영은 급히 핫도그의 뒤를 따랐다. 핫도그가 한 나무 앞으로 향했다. 핫도그는 나무 기둥을 물어 뽑아버렸다.

“키에에엑!”

호르너였다. 양팔도, 다리도 없고, 머리와 몸은 목 없이 그대로 이어져 마치 갈색 털뭉치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두 눈과 입은 아주 작았다. 몸길이는 1m도 안 됐고, 검지만한 검은색 뿔이 두 개 달려있었다. 코는 아예 없었다. 호르너 중 제일 허약한 종으로 일반 사람도 방망이 하나만 있으면 때려잡을 만큼 약했다.

호르너는 입을 벌리며 “키에에에엑!”하고 기괴한 소리를 냈다. 입 안쪽으로 보이는 이빨들은 초식동물의 것처럼 뭉툭했다.

콰득!

핫도그는 호르너의 몸통을 물어 단번에 즉사시켰다. 핫도그는 호르너의 시체를 입에 문 채 강우를 향해 돌아봤다. 강우와 있을 때 항상 장난기 넘치던 핫도그의 얼굴은 사냥개와 같은 사나움이 묻어났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핫도그는 눈을 감고 귀를 뒤로 젖혔다. 한소영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내려놔.”

핫도그는 곧바로 입을 벌렸고, 호르너의 시체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강우는 양손으로 호르너의 뿔을 뽑아들었다. 강우는 손에 호르너의 뿔을 쥔 채 한소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게 돈이 된단 말이지?”

한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뿔은 클수록 비싸요.”

강우는 한소영에게 뿔을 건네며 말했다.

“일단 이건 좀 맡아줄 수 있지?”

한소영은 뿔을 받아들며 대답했다.

“네, 이 정도야 문제없죠.”

강우가 말했다.

“나머지도 싹 쓸어버리러 가자고.”

핫도그는 호르너의 시체에 대고 코를 킁킁거리고 있었다. 강우가 물었다.

“먹고 싶어?”

핫도그는 강우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먹어.”

핫도그는 강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르너를 통째로 입에 물었다. 핫도그는 호르너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강우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걸 그냥 한 번에 삼켜?”

핫도그는 “크흐으…….”하며 입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냈다. 호르너를 곧바로 녹여서 흡수해버린 것이었다. 강우가 물었다.

“방금처럼 또 찾아낼 수 있어?”

핫도그는 물론이라는 듯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네가 앞장서.”

핫도그는 강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코를 킁킁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몇 미터 지나지 않아서였다. 핫도그가 나무의 위쪽을 올려다보며 “컹! 컹!”하고 짖어댔다. 강우는 핫도그가 바라보는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핫도그는 다시 한 번 더 “컹!”하고 짖었다. 이 와중에도 한소영은 강우와 핫도그의 모습을 모두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빠악! 우지지직, 쿵!

강우가 나무 기둥을 걷어차 쓰러트렸다.

“커억, 커억!”

나무 위에 있던 호르너가 튀어나왔다. 덥수룩한 진갈색 털, 펭귄 같은 몸통과 머리에 원숭이처럼 기다란 양팔을 가지고 있었다. 갈고리처럼 생긴 세 개의 손가락은 시커멨고, 두 다리는 팔 길이의 절반도 안 됐다. 두 발에도 손가락처럼 갈고리와 같은 발가락 두 개가 달려있었다. 성인남자 손바닥 크기와 비슷한 입 안쪽에 난 이빨은 초식동물의 것과 같았다. 머리에는 약 10cm 정도 되는 두 개의 검은 뿔이 솟아있었다. 강우 일행 앞에 나타난 호르너는 일성 중급으로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몸집이었다.

호르너는 “커억, 커억!”거리며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한 방에…….”

강우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쿠웅! 우두둑!

핫도그가 옆에서 뛰어들었다. 핫도그는 앞발로 호르너를 찍어 눌렀다. 호르너는 그대로 압사 당했다. 핫도그는 호르너의 시체를 앞발로 누른 채 강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강우가 말했다.

“네가 한 방에 죽였구나.”

강우가 뿔을 뽑고, 시체는 핫도그의 몫이었다.

강우 일행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핫도그는 계속해서 호르너들을 찾아냈다. 나무 밑, 나무 위, 풀숲, 어디에 있든 호르너들은 핫도그의 코를 피할 수 없었다.

열 마리가 넘는 호르너들 중, 황소, 양, 원숭이, 개 등 가지각색의 모습을 한 녀석들 송곳니가 있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강우는 이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우 일행이 맞닥뜨린 호르너들 중 가장 등급이 높았던 건 이성 중급이었다. 그리고 마주친 호르너들 중 강우가 죽인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핫도그가 한 방에 즉사시켰다. 핫도그는 불을 쓸 필요조차 없었다. 앞발 혹은 이빨로 5초 안에 죽였다. 그리고 여지없이 모두 뿔을 빼놓고는 핫도그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강우는 핫도그가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짜식…. 밥값 제대로 하는구나. 그런데 너 그렇게 먹고도 괜찮냐?”

한소영이 말했다.

“헬하운드는 다 녹여서 에너지로 변환시켜버리니 상관은 없어요. 한 번에 많이 먹어서 에너지를 저장시키기도 한다고 해요. 그나저나 놀라운데요?”

“뭐가 놀라워?”

“헬하운드가 불이 아니라, 몸을 이용한 공격을 너무 다채롭게 하니까요. 게다가 그것만으로도 이성 중급의 몬스터를 한 번에 죽여버렸어요. 원래 삼성 하급인 헬하운드가 이성 중급의 몬스터를 잡는 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불을 쓰지 않고도 이런 경우는….”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녀석은 특별하니까.”

핫도그가 재빨리 몸을 돌리며 그르렁거렸다. 강우와 한소영의 시선도 핫도그가 몸을 돌린 방향으로 옮겨졌다. 한소영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무래도 서울숲이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하는 녀석들이 나온 거 같네요. 그것도 보통이 아닌 녀석들로요. 아마 저 녀석들이 목격됐다던…. 그 녀석들 같네요.”

호르너 세 마리가 강우 일행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키는 약 3m 50cm, 뿔의 길이까지 합하면 4m 가까이 됐다. 곰과 비슷한 몸통에 갈색, 고동색, 검은색 털이 제멋대로 뻗쳐있었다. 머리는 크고, 둥글넓적했다. 누르스름한 송편처럼 생긴 두 눈에는 눈동자가 없었고, 주먹만하고 납작한 코는 개의 것과 모양이 비슷했다. 입은 웬만한 성인남자의 상체 정도는 한 번에 집어삼킬 만큼 커다랬다.

강우 일행 앞에 나타난 호르너 세 마리는 하마의 것과 비슷한 두껍고 짧은 두 다리로 이족보행을 했다. 두 앞다리는 곰의 것처럼 크고, 굵으며, 묵직했다. 양 사이드에 있는 두 마리는 삼성 하급이었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놈은 삼성 중급에 가까운 하급, 송곳니를 가진 녀석이었다. 네 개의 송곳니는 각각 붉은 루비 같은, 푸른 토파즈 같은, 주황빛 호박 같은, 검은 오닉스 같았다.

강우는 가운데 송곳니를 가진 호르너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송곳니다!”

송곳니를 가진 호르너는 여유를 부리듯, 마치 사람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송곳니를 가진 호르너는 가래를 끓듯 “그르륵….”거렸고, 곧바로 양 옆에 있던 호르너 두 마리가 강우 일행을 향해 뛰어들었다.

강우가 뛰어오는 호르너들을 노려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컹!”

핫도그가 강우의 앞으로 나서 호르너들과 맞섰다. 강우는 핫도그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실룩였다. 기쁨 그리고 기특함에서 오는 가벼운 웃음, 하지만 걱정도 묻어있었다.

퉁!

호르너 두 마리가 동시에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호르너 두 마리가 양 앞발을 치켜들었다. 네 개의 앞발이 핫도그의 위로 날아들었다. 핫도그의 가슴팍은 깊게 빨아들인 담뱃불처럼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

핫도그가 입에서 화염을 뿜어냈다. 거센 불길은 공중에 뛰어올랐던 호르너 두 마리를 집어삼켰다. 호르너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했다. 고통에 몸부림치지도 못했다. 순식간에 새까만 재로 변해 바람에 날린 검은 밀가루처럼 휘날렸다.

강우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이런…. 뿔까지 재가 됐네….”

한소영의 두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말도 안 돼….”

한소영은 그제야 자신이 그 장면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

터엉!

강우는 곧바로 송곳니를 가진 호르너를 향해 뛰며 소리쳤다.

“핫도그! 기다려! 저 녀석 이빨까지 다 태워버리면 안 되니까!”

핫도그는 경계 상태를 유지하며 강우를 바라봤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며 호르너에게로 뛰어들었다.

“뒈져라.”

호르너는 두 앞발을 모아 치켜들었다.

후웅-

호르너가 날아오는 강우를 향해 수직으로 두 앞발을 휘둘렀다.

퍼엉!

강우의 오른쪽 주먹과 호르너의 두 앞발이 맞부딪쳤다.

“그러억! 그러러억!”

호르너가 기괴하게 울부짖었다. 호르너의 두 앞발은 사라져있었다. 강우의 주먹과 맞부딪치며 두 앞발이 통째로 뜯겨나갔다.

강우는 그대로 호르너의 코 위로 무릎을 꽂아 넣었다.

터엉, 우드득!

호르너의 코 부분이 움푹 들어갔다. 강우는 왼손으로 호르너의 머리를 짚은 채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콰앙!

강우는 오른쪽 주먹 밑동으로 호르너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호르너는 몸에 전기라도 맞은 듯 잠시 흔들거린 뒤, 앞으로 고꾸라졌다.

강우는 바닥에 착지한 뒤, 호르너를 내려다봤다. 호르너의 숨은 이미 끊어져있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호르너의 두 뿔을 뽑아낸 다음 뒤집었다. 강우는 호르너의 입을 벌려 가지각색의 송곳니들을 모두 뽑았다.

강우는 핫도그를 향해 몸을 돌리며 활짝 웃었다.

“끝났다!”

핫도그는 꼬리를 흔들며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호르너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먹어!”

핫도그는 곧바로 호르너의 시체로 달려들어 뜯어먹기 시작했다. 강우는 한소영에게로 다가가 뿔과 송곳니를 내밀어 보였다.

“어때?”

“바로 계산해드릴까요?”

“그럼 좋지.”

한소영은 뿔과 송곳니를 건네받아 가방에 집어넣었다. 한소영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돈 좀 버시겠어요.”

“그래?”

“네, 전부 계산해드릴게요. 잠시만요.”

강우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한소영에게 내밀었다.

“아, 이것도 같이 쳐줘.”

강우가 내민 것은 일본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시그라의 수액이었다. 한소영은 시그라의 수액을 받아들며 물었다.

“이건 어디서 나셨어요? 꽤 귀한 건데….”

“예전에. 전부 얼마야?”

“잠시만요.”

한소영은 가방 안에 있던 호르너의 뿔들과 송곳니, 시그라의 수액까지 모두 계산한 다음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일일히 감사인사를 따로 못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항상 큰 힘을 얻고,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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