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김경훈은 두 눈을 부라렸다. 두 눈썹은 미간을 향해 모이며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네가 그렇게 후회하게 될 거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왜 그냥 물러가라고 했을 때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지.”
김경훈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강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이성급 랭커라고 해도 삼성 하급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방금 강우가 쓰러트린 세 남자는 삼성 하급. 김경훈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강우는 삼성 하급에서도 최상급 혹은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김경훈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저 새끼가 뭘 믿고 저러지…. 힘을 숨겼다고? 그래봤자…….’
김경훈이 두 눈을 번뜩였다.
“죽을 준비는 됐나?”
츠, 츠, 츠, 츠, 츠, 츠, 츠, 츠, 츠.
김경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뱀 같은 형태의 보라색 빛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보라색 빛들의 끝이 모두 뾰족해졌다. 보라색 빛 하나하나는 가래떡 굵기 정도였다. 길이는 제각각인데다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 조절이 가능해보였다.
강우는 김경훈의 사방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보라색 빛줄기들을 쳐다봤다.
‘저걸로 공격하는 건가? 적어도 30개 이상…. 뭐, 그래봤자…….’
강우의 예상은 빗나갔다.
보라색 빛들이 더 가늘게 나누어졌다. 그 개수만 수백 개. 마치 보라색 혈관다발이 김경훈 주변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푸, 푸, 푸, 푸, 푸, 푸, 푸, 푸, 푸, 푹.
삐죽한 보라색 빛들이 동시에 김경훈에게 날아들었다. 보라색 빛들은 김경훈의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강우는 미간을 자해를 하는 김경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하는 짓이야?”
뒤에서 지켜보던 핫도그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핫도그는 잠시 김경훈을 보다가 이내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했다.
보라색 빛이 모두 김경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보라색 빛들은 순식간에 김경훈의 전신에 퍼져나갔다. 보라색 빛이 뚫고 들어간 부위는 작은 상처들이 남았고, 피가 주룩주룩 흘렀다. 강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가 뿜어져 나온 만큼 김경훈의 몸 부피가 줄어들고 있었다. 살집이 있던 김경훈은 어느새 바싹 졸인 것처럼, 숨만 쉬어도 근육의 움직임이 보일 것처럼 몸이 변해있었다.
김경훈의 몸속으로 들어간 보라색 빛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굵은 혈관처럼 자리를 잡았고, 피부 안쪽에서부터 빛을 뿜어냈다. 김경훈은 잠시 눈을 감았다.
파앙!
김경훈이 양 주먹을 꽉 쥐고, 두 눈을 부릅뜨며 강우를 쳐다봤다. 김경훈 몸 안쪽 보라색 빛들은 두피까지 뻗어나갔고,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뻗쳤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보라색 빛이 미세하게 뿜어져 나왔다. 김경훈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고, 그 호흡에는 보라색 빛이 서려있었다. 강우를 노려보는 김경훈의 두 눈도 보라색 빛이 서려있었다.
이능(異能), 신체변형. 흔치 않은 능력이었고, 강우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강우의 마스크가 쩍 갈라지며 입이 크게 생겼다. 뺨까지 벌어지는 커다란 입, 검은색 힘으로 연출된 것이었다. 강우의 의도라기보다는, 기분에 따라 저절로 반응했다. 입이 벌어지며 마치 상어의 것과 같은 검은색 커다란 이빨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악마가 있다면, 그 악마가 웃는다면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뭐야, 살 좀 빼는 게 전부야? 그거 믿고 그러는 거야?”
김경훈은 몸을 이리저리 풀었다. 김경훈이 움직일 때마다 뚜둑, 뚜둑, 관절이 맞춰지는 소리가 들렸다. 김경훈이 양 주먹을 꽉 쥐며 자세를 취했다.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도 가죽이 구겨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김경훈은 강우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붙어보면 알겠지….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다.”
김경훈은 자신감을 가질만했다. 김경훈은 허세가 아닌, 진짜 삼성 중급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김경훈이 걱정하는 요소는 단 하나, 핫도그였다. 일반적인 헬하운드는 삼성 하급, 김경훈보다는 등급이 낮다. 하지만 몬스터와 사람의 등급은 달랐다. 상성이라는 요인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삼성 중급의 능력자가 삼성 하급의 몬스터를 혼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김경훈은 핫도그를 흘낏 쳐다보다가 다시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집행자를 최대한 빨리 처리한 뒤, 자리를 떠야 된다. 혼자서는 무리야. 제길…. 한 명만 싸울 수 있었어도 저걸 걱정하진 않았을 텐데….’
강우는 이미 삼성 중급 이상의 몬스터를 혼자서 잡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더 강해져있었다. 집행자, 힘의 끝, 그것은 강우 자기 자신조차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핫도그 또한 다른 헬하운드들과는 격을 달리했다. 겉모습조차도 이미 달랐다. 김경훈은 그저 사람의 손에 키워졌기에, 잘 먹어서 영양 상태가 좋아서, 모습이 조금 다르겠거니,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론 삼성 하급으로 알려져 있는 집행자와 헬하운드, 김경훈이 강우와 핫도그의 진짜 힘을 알 리는 없었다.
텅!
김경훈이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김경훈은 순식간에 강우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김경훈이 발돋움을 한 자리는 푹 꺼져있었다.
후웅-
김경훈이 라이트 훅을 크게 휘둘렀지만, 강우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피해냈다. 강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져있었다.
‘생각보다 빠르네?’
터엉!
강우가 김경훈의 복부를 걷어찼다. 김경훈이 뒤로 멀리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쾅.
김경훈은 날아가는 도중 두 발을 바닥에 꽂아 멈춰 섰다. 김경훈은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말했다.
“확실히 그냥 삼성 하급은 아니군.”
강우는 검은색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맨몸으로 낼 수 있는 힘의 최대치로 걷어찬 것이었다. 김경훈은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김경훈은 다시 강우에게로 튀어오며 소리쳤다.
“그래도 나한테는 안 돼!”
김경훈이 오른쪽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텅!
강우가 왼팔을 들어 김경훈의 팔이 접히는 부분에 걸어 막아냈다. 파팍, 김경훈은 곧바로 왼쪽 팔꿈치로 강우의 오른쪽 눈을 노렸다. 강우는 손바닥으로 김경훈의 팔꿈치를 막아내고, 왼쪽 무릎차기를 했다. 김경훈은 곧바로 오른쪽 자리를 들어 강우의 무릎차기를 막아냈다. 김경훈이 몸을 틀었다.
팡!
백 스핀 블로우, 김경훈은 그대로 한 바퀴 돌아 오른쪽 주먹 바깥쪽으로 강우를 공격했다. 강우는 오른팔을 옆머리에 붙여 가드했지만, 몸이 크게 휘청일 정도의 충격이었다.
‘이것 봐라?’
강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잔뜩 머금어져있었다. 김경훈은 양 주먹을 꽉 쥐고, 자세를 낮추며 눈을 번뜩였다.
“웃어? 이걸 먹고도 웃을 수 있나보자.”
김경훈이 양 주먹을 동시에 강우의 복부에 대고 내질렀다.
투쾅!
강우는 왼팔로 복부를 가린 채 김경훈의 공격을 받아냈다. 강우의 몸이 붕 떴다. 강우는 멀리 뒤로 날아갔다. 강우는 뒤로 날아가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이야…. 세네. 이 정도면 쿠라마…. 그래 쿠라마하고 비슷하겠는데? 그나저나 그 녀석은 잘 지내나?“
파, 파, 파, 파, 파, 파-
김경훈이 강우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파앙!
김경훈이 오른쪽 주먹을 치켜든 채 강우를 향해 뛰어들었다.
“넌 지금 이 상황이 재밌나? 곧 죽을 텐데?”
터어어엉! 콰아아앙!
김경훈이 오른쪽 주먹을 크게 날렸고, 강우의 가슴팍에 꽂혔다. 강우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김경훈은 고개를 돌려 핫도그를 확인했다. 핫도그는 가만히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경훈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주인이 당해도 안 덤빈다.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 그럼 얼른 끝내야….’
김경훈이 강우가 날아간 방향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파앙!
강우가 김경훈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김경훈은 황급히 양팔을 교차시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김경훈은 뒤로 멀리 밀려났지만,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 강우는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 대고 목을 풀며 걸음을 옮겼다.
“진짜 튼튼하네.”
김경훈은 교차시켰던 팔을 내리며 말했다.
“누가 할 소리를….”
김경훈은 양 주먹을 꽉 쥐고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네 공격은 나에게 전혀 먹히지 않아. 이제 끝내주마.”
뿌득, 뿌드드득, 꾸득.
김경훈의 전신에 굵은 핏줄이 섰다. 보라색 빛이 형태를 이뤄 피부 위로 드러난 것이었다. 보라색 빛은 혈관처럼 얼굴까지 올라왔다. 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전신정맥류냐? 참…. 보고 있기 불편하네…….”
김경훈이 강우에게 튀어왔다. 빨랐다. 김경훈은 눈 깜짝할 새에 강우의 앞에 다가왔다. 김경훈이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김경훈이 오른쪽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순간이었다. 강우의 손을 치켜들었다. 검은색 힘이 강우의 손을 감싸고 있었다.
쩌어억-! 쿵! 쾅, 타탕.
강우는 오른쪽 손바닥으로 김경훈의 안면을 내리쳤다.
지상 최대의 싸대기.
강우의 손바닥은 김경훈의 왼쪽 안면을 후려쳤다. 맞는 순간 김경훈의 왼쪽 안와가 부서졌다. 김경훈은 그대로 오른쪽 안면부터 바닥에 내리꽂혔다.
강우는 완전한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내리쳤다. 덕분에 김경훈은 안면으로 바닥에 부딪친 뒤 튕겨나갔다. 김경훈은 멀리 날아가 바닥을 구르며 쓰러졌다.
“끄으으……. 이게 무슨…….”
강우는 천천히 쓰러져있는 김경훈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끝내야지?”
“으으…. 씨발…. 말도 안 돼…. 씨바-알! 이건 말도 안 된…….”
콰자작!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짧게 끊어 쳤다. 김경훈의 치아와 턱이 부서졌다. 김경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알만을 굴려 강우를 올려다봤다. 강우는 손에서 검은색 힘을 거두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강우의 얼굴에 검은색 힘으로 만들어졌던 입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강우는 걸음을 옮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핫도그, 끝내. 먹으면 안 된다.”
핫도그가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핫도그의 입 주변으로 아지랑이가 피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핫도그가 뿜어낸 화염은 콧수염을 기른 남자, 장발 남자, 근육질 남자 그리고 김경훈을 차례로 집어삼켰다.
핫도그는 금방 불을 뿜어내는 것을 멈췄다. 화염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새까만 재의 일부분만이 남아있었다.
강우는 손을 까딱이며 말했다.
“가자.”
핫도그는 얼른 걸음을 옮겨 강우의 옆으로 붙었다.
강우와 핫도그는 새까만 재가 된 네 남자를 뒤로 한 채 걸음을 옮겼다.
강우와 핫도그가 남양주에 용인까지 가는 동안 열여섯 번, 덤벼든 예거 혹은 능력자 혹은 몬스터보호협회 사람들이 열여섯 번 덤벼들었다. 그 중에 가장 강했던 건 김경훈이었다. 그 외에는 대부분 검은색 힘도 쓰지 않은 강우의 잽이나 스트레이트 한두 방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이들 말고도 강우와 핫도그에게 덤벼들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강우와 핫도그를 상대로 덤벼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강우와 핫도그에게 덤벼든 사람들이 모두 간단하게 격퇴된 사실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김경훈 일행에 관한 것은 퍼지지 않았다. 그저 그들은 후에 행방불명이 됐다는 사실만 몇몇 사람들이 알았을 뿐이었다.
강우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있었다. 강우의 등급은 삼성 하급에서 삼성 중급으로 올라가있었다.
이에 국내에 있는 여러 단체들은 저마다의 입장을 밝혔다.
예거 파티 측에서는 “아직까지 누군가를 먼저 공격한 적은 없었다. 몬스터를 끌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 몬스터를 잡겠다고 굳이 적으로 만들지는 말 것. 국내에 있는 만큼 대비는 해둬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지켜볼 것. 몬스터들을 모조리 사냥하겠다는 예거들에게 이 같은 공지를 반드시 알릴 것. 현재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예거들 중 집행자를 이길 수 있는 예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수많은 예거 클랜들은 저마다 방침이 달랐다. 크게 나누면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부딪치지 말 것이었고, 두 번째는 영입 1순위였다. 세 번째는 척살령이었다. 반드시 집행자를 죽이자고.
몬스터보호협회 측은 일관됐다. 국내에 헬하운드는 그리 많지 안으니, 집행자를 죽여서라도 반드시 헬하운드를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다. 몬스터보호협회는 더 이상 몬스터들을 보호하는 집단으로 보기 힘들었다. 몬스터 콜렉터들이 모인 단체에 가까웠다.
그 외 블랙마켓 등에서 활동하는 능력자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걸음을 옮기며 휴대폰으로 이 같은 사실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강우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가장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몬스터보호협회.
‘너희들은 찾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쓸어버리겠어.’
강우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중, 블랙마켓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강우가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 쿠라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때 강우와 핫도그는 몬스터보호협회에서 운영하는 몬스터 파크 용인지점에 다다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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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