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17화 (117/195)

117화

강우는 전화를 받았다.

“야, 지금 완전 난리도 아니야.”

쿠라마는 현재 강우가 습격을 받았고, 모든 능력자들을 처리한 것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강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알고 있어.”

“괜찮은 거야?”

“물론이지.”

쿠라마가 물었다.

“그런데 너 목소리가 바뀌었다?”

강우는 T.C.C를 차고 있던 부분에 손을 가져가며 대답했다.

“아, 목소리. T.C.C가 고장나서.”

“그래? 그럼 새로 사야되는 거 아니야? 구해다줄까? 일본에는 오타쿠들이 워낙 많아서 그것도 구하려면 구할 걸?”

“아니, 괜찮아. 이제 안 쓰거든.”

“뭐? 그럼 이제 얼굴을 까고 다니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다른 걸로 가리고 다녀.”

강우는 굳이 검은색 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형상화해서 싸우지 않는 이상, 검은색 힘은 감출 수 있었다. 강우는 일본지점에서 몬스터들을 잡을 때와 안석훈을 죽일 때를 제외하고는 검은색 힘을 가면처럼 쓰고 다니는 것, 그리고 손에 장갑처럼 두른 것 이외에는 쓴 적이 없었다. 강우는 나노 슈트 트레이닝복과 세트인 장갑을 끼고 다녔기에 검은색 힘이 드러날 일은 없었다.

‘뭐, 이제는 드러나도 딱히 문제될 건 없겠지만…. 누구랑 붙을 때 내 능력을 모르는 상태인 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니까.’

강우가 말했다.

“그나저나 나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전화한 거야?”

“뭐, 그렇지…. 이제 엄청 바쁘겠네?”

강우는 쿠라마의 말투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말끝을 흐리는, 할 말이 있는데 망설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우가 되물었다.

“뭐가 바빠?”

“네가 몬스터….”

쿠라마의 목소리가 변했다.

“그래, 너 몬스터를 키우잖아. 그것도 헬하운드…. 미쳤어?”

쿠라마는 가족을 모두 몬스터에게 잃었고, 모든 몬스터는 죽여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쿠라마는 강우에게 당장 몬스터 키우는 것을 그만두라고 했다. 당연히 강우는 쿠라마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고 있었다. 쿠라마와 강우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강우가 말했다.

“내가 몬스터를 키우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몬스터는 다 죽여야 돼. 네가 키우는 헬하운드도 죽여야 된다고.”

핫도그를 죽여야 된다는 말에 강우도 감정이 상했다. 쿠라마는 몬스터를 키우는 강우가 이해되지 않았다.

강우와 쿠라마 둘 모두 완강했고,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쿠라마는 한숨을 푹 내쉬곤,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반드시 세상에 있는 몬스터를 전부 죽일 거야.”

“나는 네가 어떤 몬스터를 죽이든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키우는 이 녀석만큼은 반드시 지켜낸다. 내가 너를 구했던 것처럼.”

쿠라마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쿠라마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생각 차이를 좁히긴 힘들 것 같네.”

“그러게.”

둘은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쿠라마가 나지막이 말했다.

“끊을게.”

“그래.”

강우는 전화를 끊은 뒤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강우와 쿠라마 둘 모두 알고 있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서로 연락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없을지도 혹은 언젠가 적으로 만나게 될지도 몰랐다.

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넣었다. 씁쓸했다.

“다 적이구만…. 다 적이야.”

강우는 핫도그와 눈이 마주쳤다. 핫도그는 강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핫도그가 앞발을 들어 강우의 어깨에 얹었다. 강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강우는 웃음기를 얼굴에 머금은 채 핫도그를 쓰다듬었다.

“그래, 너는 적이 아니지. 네가 유일한 내 편이다.”

강우는 핫도그와 몬스터 파크로 걸음을 옮겼다.

그 무렵 쿠라마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쿠라마의 얼굴에는 씁쓸함과 슬픔이 가득 묻어났다. 쿠라마는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말이나 하려고 전화했던 게 아닌데…….”

쿠라마는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강우와 핫도그의 등장으로 몬스터 파크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금세 몬스터 파크에 들어가려던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천천히 몬스터 파크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탁.

몬스터 파크 측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일렬로 서 강우와 핫도그의 앞을 막아섰다. 직원들 중 한 남자가 말했다.

“지금 어디 가시려는 거죠?”

강우의 안면에 선이 그어지고, 입이 생겼다. 강우는 한쪽 입꼬리만을 올리며 말했다.

“당연히 몬스터 파크에 들어가려는 거지.”

남자는 고개를 저은 뒤 대답했다.

“그건 곤란합니다.”

“어째서?”

남자는 핫도그를 한 번 쳐다본 뒤,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이유는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

강우는 양쪽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입꼬리는 뺨의 중앙을 넘어서까지 올라갔다. 그 미소는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그러려고 온 건데?”

남자는 잠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남자는 한숨을 내쉰 뒤, 강우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남자는 다가오면서도 핫도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안 물어.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남자는 강우에게 다가와 작게 말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셔서 이러시는 겁니까? 여긴 몬스터보호협회가 운영하는 몬스터 파크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몬스터가드들이 당신과 당신의 몬스터를 습격할 수도 있습니다.”

“너도 몬스터보호협회 직원이잖아.”

남자는 답답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저는 그저 돈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것뿐입니다. 곧 있으면 몬스터가드들이 올 겁니다. 얼른 이곳을 떠나세요.”

강우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넌 나한테 왜 이렇게 친절한 거야?”

“당신의 F.N.C 경기들을 봤거든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F.N.C가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네…. 조만간 또 경기 뛰어야 되나….’

남자가 말했다.

“하여튼 지금 빨리 돌아가세요. 돈 때문에 여기서 일하고 있지만, 몬스터보호협회는 미쳤습니다. 당신의 몬스터를 손에 넣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거예요. 빨리 여기서…….”

남자가 말을 끝마치기 전이었다.

방송이 흘러나왔다.

“몬스터 파크를 찾아주신 입장객 여러분들에게 알립니다. 내부사정으로 인해 오늘 관람은 지금을 끝으로 폐장될 예정입니다. 입장료는 모두 환불해드리고 있습니다. 입장료 환불은 후문 매표소 혹은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몬스터 파크 직원들이 관람객들의 퇴장을 유도했다. 관람객들 몇몇은 불평을 내뱉었지만, 추가적으로 후문에서 무료입장권 배포 및 사은품을 증정한다는 안내에 불만이 쏙 들어갔다. 관람객들의 퇴장은 몬스터 파크 내 이동열차 및 카트를 통해 빠르게 이뤄졌다.

남자는 계속해서 강우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얼른 가셔야 돼요.”

“아아…. 나 멀리서 왔어.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은 좀 하고 가야지.”

“정말…….”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너 좋은 녀석이구나. 그런데….”

“그런데요?”

강우는 남자의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미 늦은 거 같은데?”

남자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에는 몬스터가드들이 몰려와있었다. 강우는 남자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여기서 멀리 떨어져라.”

강우는 남자를 몬스터가드들을 향해 던졌다. 거세게 던진 것은 아니었다. 일반 사람에게 던졌더라도, 던져진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였다.

몬스터가드들 중 하나가 남자를 받았다. 몬스터가드는 남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강우를 노려봤다. 남자는 강우를 향해 돌아봤다. 강우는 가라는 듯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남자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

강우의 앞에 있는 몬스터가드는 네 명의 여자와 일곱 명의 남자로 구성돼있었다. 가운데 서있는 안경을 쓴 30대 초반의 남자가 강우를 보며 싱긋 웃었다.

“안녕하세요. 몬스터 파크 용인지점 부팀장이자 몬스터가드, 오현우입니다. 직접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를 덜었군요.”

강우는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수고? 무슨 수고?”

“당신의 몬스터를 저희에게 양도하러 오신 게 아닙니까?”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오는 길에 몬스터가드들도 몇 명 병신 만들고 왔는데. 아직 소식 못 들었어?”

오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들었습니다. 생각이 좀 바뀌신 줄 알았죠. 뭐, 상관없습니다. 당신에게 선택권은 없으니까요.”

“어떻게 할 건데?”

오현우는 양 옆에 서있는 몬스터가드들에게 눈짓을 했다. 몬스터가드들이 동시에 강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네 명의 몬스터가드들 손에는 올가미가 들려있었다. 강우가 이소아와 함께 일했을 때 사용했던 올가미였다.

‘저건…….’

강우는 입가에만 미소를 머금은 채, 두 눈은 웃지 않으며 말했다.

“아아…….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버렸어.”

몬스터가드 남자 하나가 전신에서 푸른빛을 뿜어내며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팟, 파팟, 파파팟.

남자는 지그재그로 빠르게 이동했다.

퓻!

남자는 어느새 강우의 뒤에 돌아와 있었다. 남자는 양손을 치켜들었다.

퍼억!

강우가 뒤로 주먹을 날려 남자의 안면을 후려쳤다.

“커헉!”

턱, 터턱, 우드득!

강우는 남자의 손목을 잡고, 팔을 돌려 부러트렸다.

“아아아악!”

남자는 주저앉으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콰앙-!

강우는 남자의 등을 밟아 짓뭉갰다.

뚜둑, 뚜두둑.

남자의 갈비뼈는 다 부러지고, 으스러져 폐를 관통했다. 남자는 코와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몸을 이따금씩 떨었다.

강우는 몬스터가드들을 보며 말했다.

“이 녀석은 날 죽이려고 했으니까 정당방위지?”

오현우가 눈썹을 찡그린 채 소리쳤다.

“뭣들하고 있어? 얼른 잡아! 저 놈은 죽여도 된다! 헬하운드는 반드시 생포하도록!”

강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엔 존댓말하더니 조금 열 받는다고 이제 막 사람을 죽이라고 그러네.”

몬스터가드 다섯 명이 강우를 향해 달려왔다. 올가미를 든 네 명은 핫도그를 둘러쌌다.

네 남자와 여자 하나. 네 남자는 각각 붉은빛, 노란빛, 주황빛, 남색 빛을 뿜어내며 동시에 달려들었다.

붉은빛의 주먹이 강우에게 날아들었다. 턱, 강우는 손바닥으로 주먹의 옆을 밀어냈다. 파팍, 노란빛의 발차기가 강우의 몸통을 노렸다. 빠각, 강우는 날아오는 발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발차기를 한 남자의 발목이 부서졌다. 남자는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퍼엉!

주황빛의 커다란 손바닥이 강우의 몸통을 밀어 쳤다. 강우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이 새끼들이…….”

강우는 무언가 낌새가 이상함을 느꼈다. 강우가 고개를 들었다. 위에는 남색 빛의 거대한 망치가 떠있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망치는 가로 길이만 5m 이상, 세로 길이는 8m 이상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망치는 바닥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강력했다. 강우는 망치에 완전히 모습이 가려졌다. 망치를 만들어낸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야, 삼성 중급이라더니. 별거 아니군.”

주황빛의 남자가 말했다.

“오늘 삼성 중급으로 올라온 놈이야. 삼성 하급인 나랑 별로 다를 것도 없지.”

붉은빛의 남자가 말했다.

“삼성 중급에서만 단계가 몇 개인데…. 그래도 생각보단 싱겁네. 저 정도라면 나도 삼성 중급이겠어.”

남색 빛의 남자가 비웃듯이 말했다.

“넌 아닐 걸? 처음에 휘두른 주먹도 막혔잖아? 넌 삼성 하급에서도 8단계잖아?”

“너도 9단계잖아! 겨우 1단계 차이라고!”

발목이 부러진 채 쓰러져있던 남자가 소리쳤다.

“씨발! 지금 잡담할 때야! 아아아아! 씨발! 내 발목!”

뒤에 있던 여자가 말했다.

“저기가 더 심각해.”

처음에 강우에게 덤벼들었던 남자의 숨이 느려지고 있었다. 남색 빛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녀석은 늦었어. 못 살…….”

남자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지진이라도 난 듯 지면이 울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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