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울림은 몬스터가드들 발밑으로 가까워졌다. 모두의 시선은 땅 아래로 가있었다. 여자가 무언가 알아차린 듯 소리쳤다.
“조심해! 아래다!”
퍼엉!
남색 빛의 남자 옆으로 땅이 솟구쳤다. 땅에 지름 2m 정도의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 안에는 강우가 서있었다.
“이미 늦었어.”
강우가 남색 빛의 남자 발목을 붙잡았다. 남색 빛의 남자는 급하게 땅에 꽂혀 있는 거대한 망치를 끌어냈다. 망치가 강우를 향해 날아가기 전이었다.
쿠직.
뼈가 부서지고, 살이 터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남색 빛의 남자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고, 강우의 뒤에 떠있던 망치가 사라졌다. 강우는 망치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곤 생각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능력까지 사라지는군.’
강우가 남자의 발목에서 손을 땠다. 남자의 발목은 줄줄이 소시지의 이음새처럼 가늘어져있었다. 강우가 쥐었던 부분은 팔팔 끓인 소시지처럼 살이 다 터져나갔고, 뼈는 끊어져있었다.
툭.
남자의 발이 다리에서 떨어져나갔다. 남자는 양손을 다리에 가져가며, 다친 부위에는 차마 손을 대지 못하며, 뒤로 쓰러져 울부짖었다.
“내 다리! 내 다리이이이이이-!”
강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해서 거긴 다리가 아니야.”
콰앙-!
강우는 남자의 정강이를 주먹 밑동으로 내리쳤다.
“아아아아아악!”
강우가 내리친 부위는 완전히 납작해졌다.
“여기가 다리지.”
강우는 구덩이에서 나와 몬스터가드들을 훑어봤다. 강우는 주황빛을 쓰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너도 나한테 한 방 먹였었지? 편하게는 못 죽을 줄 알아라.”
터-엉! 뿌드드득! 쾅!
강우가 쓰러져있는 남자의 등을 걷어찼다. 걷어차이는 순간 남자의 등뼈가 부서졌고,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남자는 신음을 내며 일어나지 못했다. 평생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부서진 등뼈 아래로는 전부 마비가 왔으니까.
“으아아아아아!”
붉은빛의 남자가 전신에서 강렬하게 빛을 뿜어냈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 네가 먼저 덤비려고?”
터-엉!
붉은빛의 남자는 강우를 뒤로한 채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강우는 붉은빛의 남자를 뒤를 바라보다가 다른 몬스터가드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오현우는 붉은빛의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야! 지금 임무 중에 이탈인 거냐! 그 책임은 아주 무거워! 책임을 져야 될 거야! 다시는 몬스터보호협회에…….”
붉은빛의 남자는 들은 척도 않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현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이런 씨팔…….”이라고 중얼거렸다.
강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몬스터가드들을 쳐다봤다.
“어떻게 해줄까?”
주황빛의 남자가 전신에서 빛을 강하게 뿜어냈다. 주황빛이 뭉쳐 커다란 손의 형태를 갖췄다. 웬만한 사람의 몸보다 커다란 두 손은 남자의 뒤로 날개처럼 나와 있었다.
여자는 손에 직사각형 모양의 하드케이스 가방을 들고 있었다. 여자가 가방 손잡이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가방에 선이 갔다. 가방은 순식간에 모양을 변형해 여자의 오른팔을 휘감았다. 여자의 오른팔은 어느새 갑옷을 두른 듯한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여자의 손이 있어야 할 곳으로는 포신(砲身)이 나와 있었다.
강우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재밌네. 다른 곳은 변신 안 하나?”
오현우는 전신에서 푸른빛을 뿜어내며 말했다.
“웃을 상황이 아닐 텐데.”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두고 보자는 놈치고 무서운 놈 없다는 말도 모르냐?”
강우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핫도그의 앞에 선 몬스터가드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핫도그는 가만히 선 채 노려보기만 했다. 남자 하나가 올가미를 넓히며 나지막이 말했다.
“우선 내가 이걸 목에 걸게. 나한테 시선이 쏠렸을 때 다 같이 목에 올가미를 걸어. 올가미를 건 다음 등 쪽으로 돌면서 시간만 끌면 돼.”
나머지 셋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른 침을 삼켰다. 남자가 올가미를 손에 꽉 쥔 채 전신에서 주황빛을 뿜었다. 남자가 빠르게 이동해 핫도그의 옆으로 향했다.
타타타타타타타탁.
남자는 스피드에 자신이 있었다. 핫도그가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핫도그의 등을 향해 뛰어올랐다.
“됐다!”
쾅!
핫도그는 남자의 움직임보다 빠르게 지면에서 낮게 튀어 오르며 몸을 돌렸다. 핫도그는 곧바로 앞발을 휘둘러 남자를 찍어 눌렀다.
“끄으으…….”
남자는 핫도그에게 한 번 밟힌 것만으로 전투가 불가능해졌다. 다른 몬스터가드 셋은 망설임이 없었다. 남자가 짓밟히고 있는 사이 핫도그에게 뛰어들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핫도그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세 명에게 화염을 내뿜었다. 핫도그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고 있었다. 핫도그가 뿜어낸 화염은 평소처럼 불기둥이라기보다는 불덩어리에 가까웠다.
“꺄아아아아아악-!”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전신이 화염에 휩싸인 여자는 바닥을 마구 굴렀다. 여자의 비명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이내 들리지 않았다. 여자는 전신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숨이 끊어졌다. 나머지 두 명은 화염의 열을 견뎌내지 못하고 공중에서 시커멓게 타버렸다. 신체 일부분은 재로 휘날렸고,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숯처럼 변한 전신이 부서졌다. 세 명은 차라리 운이 좋은 편이었다. 즉사했기에 고통도 없었다. 어설프게 방어력이 더 좋았던 여자 하나만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었다.
핫도그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핫도그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핫도그 역시 ‘나 잘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강우는 핫도그에게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어.”
핫도그는 곧바로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채 강우를 지켜봤다.
강우는 앞에 있는 세 명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우리도 이만 끝낼까?”
주황빛 남자가 강우를 향해 손을 세로로 크게 저었다.
“그래! 끝내주지!”
주황빛의 커다란 주먹이 강우를 향해 수직으로 내려왔다.
쿠우웅-!
강우는 왼손을 들어 주황빛 주먹을 막아냈다. 강우가 서있는 바닥에 금이 갈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강우는 너무도 여유로워보였다.
“하앗!”
주황빛 남자가 다른 손을 강우에게 뻗었다. 주황빛의 커다란 손이 강우를 향해 날아왔다.
콰악!
주황빛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주황빛 손이 강우의 몸통을 잡았다. 남자는 강우에게 내리쳤던 주먹을 몸으로 옮겼다. 남자는 주황빛 손으로 강우의 몸통을 붙든 상태로 여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지금이…….”
퍼억!
강우의 왼손이었다. 강우는 주황빛 주먹을 막았던 왼손으로 주먹을 쥐며 남자에게 뻗었다. 강우는 엄지를 튕겨 공기를 쐈고, 남자의 옆얼굴에 정통으로 들어갔다. 강우는 검은색 힘도 사용하지 않았다. 남자는 삼성 하급 수준은 됐기에 강우의 공격을 대비했다면 충분히 막아내거나, 적어도 큰 부상은 피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고, 무방비 상태로 강우의 공격을 맞았다. 남자의 왼쪽 옆얼굴 한 가운데는 코가 있는 부위까지 움푹 들어갔다. 남자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강우의 몸통을 쥐고 있던 주황빛 손이 사라졌다.
강우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뭐야?”
여자는 가방을 변형시켜 오른팔에 장착한 무기를 강우에게 겨누고 있었다. 여자의 무기 끝에는 보라색 빛이 강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메가맨 같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무언가가 강렬한 타격을 날렸다. 타격은 강우의 오른쪽 팔뚝에 꽂혔다. 강우의 몸이 옆으로 틀어졌고, 멀리 날아갔다.
치이이이익.
강우는 양발로 서서 균형을 잡았다. 양발을 바닥에 붙이고서도 3m 정도 더 밀려났다. 강우는 똑바로 서서 타격을 받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에게 타격을 날린 것은 보라색 빛의 꼭두각시였다. 오현우가 만들어낸 꼭두각시는 마치 조선시대의 장군과 같은 모습이었다. 얼굴의 양옆까지 덮는 투구에 놋쇠미늘을 연결해 만든 두석린갑까지. 꼭두각시에는 길게 보라색 빛의 실이 잔뜩 연결돼있었고, 실들은 전부 오현우의 손끝에 닿아있었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이야…. 오늘 신기한 거 많이 보네. 삼성급 넘어가니까 재밌는 거 많구나!”
꼭두각시는 허리에 찬 커다란 대검을 빼들었다. 꼭두각시는 양손에 대검을 꽉 쥐었다. 검 끝은 강우를 겨누고 있었다.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야, 그런데 네가 부팀장이라며? 그럼 여기서 마지막 보스나 다름없는데, 그럼 제일 마지막에 덤벼야 되는 거 아니냐?”
오현우는 보라색 빛의 실이 잔뜩 엮인 양손을 치켜들었다. 꼭두각시가 대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뭐?”
강우의 옆으로 보라색 빛이 강하게 비췄다. 강우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여자는 포신을 강우에게 겨누고 있었고, 그 끝에는 보라색 빛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넘쳐흐르고 있었다. 강우는 “이런…….”하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보라색 빛의 에너지파가 강우를 향해 뻗어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보라색 빛의 에너지파가 강우를 덮쳤다.
퀴유우우웅-
보라색 빛이 걷혔다. 여자는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엘리미네이션(elimination). 시간은 좀 걸리지만…. 이걸 맞은 적은 확실하게 지워버린다.”
오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잘했…….”
오현우의 두 눈이 커졌다.
“오른쪼오오오옥-!”
턱.
여자의 머리에 무언가 얹어졌다. 여자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옆에는 강우가 길게 찢어진 입으로 웃고 있었다.
강우는 여자가 쏜 보라색 빛 에너지파가 다가왔을 때, 순간적으로 양발에 검은색 힘을 둘러 음속으로 움직여 피해낸 것이었다.
강우는 여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안 맞으면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소용없지.”
콰자자자자작!
강우는 여자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그대로 짓눌러버렸다. 여자의 몸이 완전히 무너졌다. 경추와 척추, 골반, 다리뼈 등 모든 것이 부서져버렸고, 마치 전신이 진흙으로 이뤄진 것처럼 남작해졌다. 강우가 손을 땠을 때 여자의 머리는 바닥에 붙어있다시피 했다. 부서지지 않은 양팔만 바깥쪽으로 튀어나와있었다. 여자의 두 눈동자는 카멜레온처럼 서로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개새끼야아아아-!”
오현우는 분노에 가득 차있었다. 강우는 말 그대로 찌그러진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 네 여자친구였어?”
강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잔뜩 드리워져있었다. 강우는 얼굴에서 미소를 걷어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너네 단체 때문에 여자친구를 잃었었지….”
오현우가 양손을 크게 저었다. 꼭두각시가 강우를 향해 튀어나갔다.
후웅-
꼭두각시의 대검이 강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투웅!
강우가 사라졌다. 오현우의 두 눈은 강우를 찾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이런…. 발에서 힘을 거두는 걸 깜빡했네. 좀 더 즐기고 싶었는데.”
오현우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강우는 어느새 오현우의 뒤로 와있었다. 오현우는 재빨리 뒤로 몸을 날리며 꼭두각시를 이끌었다.
파앙!
오현우가 뒤로 날아가기도 전에, 꼭두각시가 강우에게 오기도 전이었다. 오현우가 몸을 날린 순간, 강우는 양손을 박수를 치듯 날렸다. 강우의 양손은 오현우의 양쪽 귀가 있는 부분을 강타했다.
“아아아아아아악!”
오현우가 바닥을 굴렀다. 오현우의 양쪽 귀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강우의 손이 내리친 부분 역시 불어터진 만두피처럼 살갗이 터져있었다.
꼭두각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강우는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제법인데? 그 상태로도 능력을 유지하고….”
오현우는 고막이 터져 강우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오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오현우는 크게 어지럼증을 느끼며 옆으로 쓰러졌다. 강우의 공격에 고막뿐만 아니라, 달팽이관에 이어 반고리관, 전정기관까지 모두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강우는 천천히 오현우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오현우는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기 위해 꼭두각시를 움직이려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꼭두각시는 허우적거리며 이상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강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봉산탈춤이라도 추는 거야?”
강우는 오현우의 얼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제 끝내야지?”
빠각!
*메가맨 : 일명 ‘록맨’이라 불리는 고전게임. 1987년에 시작된 시리즈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시리즈들이, 특히 과거에 나온 것들 중 몇몇은 난이도가 너무나 높아 깊은 빡침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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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어느덧 선작 숫자가 10,000이 넘었네요.
감개무량합니다.
사실 예거는 선작수 10,000이 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재밌는 글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은 쏟겠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시는 응원들에 매번, 일일히 인사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항상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