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19화 (119/195)

119화

강우가 오현우의 얼굴을 걷어찼다. 오현우는 그대로 목이 부러져 즉사했다. 강우는 양손을 주머니로 넣으며 몸을 돌렸다.

‘싱거워. 그나저나 아직까진 제대로 힘을 쓸 필요도 없네. 아마 삼성 중급까진 맨몸으로도 충분하겠어.’

강우는 몬스터 파크 입구로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 대놓고 다 죽여놨으니…. 앞으론 좀 더 바빠지겠네.’

강우는 몬스터 파크로 들어서며 말했다.

“가자.”

핫도그는 강우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몬스터 파크로 들어섰다. 몬스터 파크는 유원지답게 잘 꾸며져 있었고, 입구부터 다양한 몬스터들의 조각상이 반겼다. 강우는 몬스터 파크를 둘러보면서 몬스터보호협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긴, 어차피 나를 죽여서라도 핫도그를 데려가려고 했으니 별로 다를 건 없나?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몬스터 파크까지는 올 것도 없었네.’

강우는 미소를 머금은 채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목적은 이루고 가야지?”

핫도그는 강우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강우는 갑작스레 뛰면서 소리쳤다.

“핫도그! 여기 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죽이자!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어치워!”

핫도그는 덩달아 함께 뛰기 시작했다. 핫도그는 신이 난 듯 “컹! 컹!”하고 짖었다.

몬스터들을 가둬놓는 우리는 티타늄으로 이뤄져있었다. 안에 갇힌 몬스터들이 빠져나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당연한 장치였다.

따라서 티타늄 우리로 가둬놓을 수 있는 몬스터들만이 있었다. 몬스터 파크에 있는 몬스터들 중 가장 강한 것들이 이성 상급이었다. 그마저도 티타늄 우리뿐만 아니라, 목줄과 사지에 특수 올가미, 쇠사슬 따위가 채워져 있었다.

강우는 우리 안에 갇힌 몬스터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군…. 어쩐지 좋은 일을 하는 게 되버리네.”

콰앙-!

쿠아아아아아!

“끄에에에엑!”

퍼-엉-!

콰아아아아아!

“크오오오오옥!”

강우와 핫도그는 몬스터들을 차례로 죽였다. 몬스터 파크 내에 강우와 핫도그를 애먹일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구속돼있으니, 양손을 주머니에 꽂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산책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한가로운 주말, 소파에 옆으로 누워 리모컨을 띡띡 누르는 것처럼 여유로운 일이었다.

강우는 돈이 되는 것들은 하나씩 전부 챙겼고, 핫도그는 맛있는 몬스터들을 골라 잡아먹었다. 왠지 모르게 몬스터들은 죽으면서도, 후련해보였다. 강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핫도그 역시 같았다. 둘 다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몬스터 파크 내에 있는, 자유롭게 풀어진, 몬스터 체험 코스에 있는, 사람에게 길들여진 일성 하급의 몇몇 몬스터들과 핫도그를 제외하고는 전부 죽었다. 몬스터 파크의 직원들이 도망치기 시작한 건 강우가 몬스터가드들을 죽이고 있을 때부터였다.

강우는 몬스터로부터 얻은 전리품들을 보며 씩 웃었다.

“그래도 거의 1억 겔드는 되겠는데?”

핫도그는 맛있는 몬스터들을 실컷 먹어 기분이 좋았다. 핫도그는 헥헥거리며 강우를 바라봤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얼른 돈 모아서 같이 다른 나라도 가고 해야지? 전 세계에 있는 몬스터보호협회를 쓸어버리는 거야. 너랑 나랑 같이.”

핫도그는 그러자는 듯 “컹!”하고 짖었다.

강우는 몬스터 파크를 둘러봤다.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처참했다. 몬스터 파크 내 시설물들은 대부분 처참히 파괴됐고, 몬스터들의 시체와 피로 낭자했다. 지옥에 유원지가 있다면 그런 모습이었을까.

강우는 이후의 파장을 예상하고 있었다. 몬스터 파크를 무너트린 것은 수많은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몬스터보호협회 및 그와 함께 하는 예거 클랜이나 블랙마켓의 능력자들은 당연한 것이었고, 일부 일반인들에게까지 원성을 살 것이 뻔했다.

강우는 이에 대한 대비책 또한 생각을 했다.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고, 이에 강우의 편에 서줄 사람들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또한 강한 몬스터를 잡는 능력자는 그 자체에 열광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특히 몬스터보호협회에 반하는, 쿠라마처럼 몬스터들을 죽여야 된다는 입장의 사람들 또한 많았기에 효과는 확실했다.

문제라면 강우가 핫도그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었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몬스터를 무조건적으로 죽여야 된다는 입장이었기에.

‘전 세계를 적으로 두고 살 수는 없는 거니까…. 그나저나 핫도그와 함께 하는 것이 문제네…. 이 녀석과는 이제 평생 함께 해야 할 텐데….’

핫도그는 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어줬다.

‘최악의 경우…. 몬스터보호협회뿐만 아니라, 예거 파티, 예거 클랜, 그 외 능력자들까지 전부 적이 되겠어. 중립을 지키는 녀석들도 몇몇 있겠지만…. 그 중에 나와…….“

강우는 두 눈을 번뜩였다.

‘그래! 내가 클랜을 만들면 되겠군! 내 아래로도 좀 있어야….’

강우의 대비책이 한 가지 더 생긴 셈이었다. 강우가 세 번째 대비책에 대해 생각할 때였다.

“저 새끼입니다!”

강우가 시선을 옮겼다. 두 남자가 강우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하나는 아까 도망쳤던 붉은빛의 몬스터가드였다. 붉은빛의 남자 옆에는 한 남자가 검은색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함께 뛰어오고 있었다.

두 남자는 약 10m를 남겨두고, 걸음을 멈췄다. 강우는 한쪽 입꼬리만을 씩 올리며 말했다.

“뭐야, 친구 부르러 갔다온 거였어?”

붉은빛의 남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이제 죽었어. 이 분은…….”

강우가 싸늘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움찔거리며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강우가 주는 공포감, 그것은 압도적이었다. 맞부딪치면 반드시 죽을 거라는 확신을 줬기 때문이었다.

반면 붉은빛의 남자와 함께 온 긴 생머리의 남자는 차분했다. 180cm 정도의 키에 수려한 외모, 마른 체구였다.

긴 생머리의 남자가 강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집행자군요.”

“그렇다.”

긴 생머리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곤, 다시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셨습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뭐가?”

“지금 이곳의 피해액은….”

긴 생머리 남자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곤,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대충 둘러봐도 수백억 겔드는 될 것 같네요….”

“미안하지만 보상할 마음은 없어.”

긴 생머리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딱히 그런 걸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당신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죽게 될 것이고, 당신의 애완견은 제가 거두도록 하죠. 헬하운드 정도면 꽤나 뽑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강우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긴 생머리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네 둘만 온 거냐?”

“그렇습니다만….”

강우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몬스터가드들이 나한테 덤벼들었다가 전부 죽은 거 몰라? 그런데 겨우 둘이서? 그것도 하나는 아까 도망친 놈이랑?”

긴 생머리 남자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저는 현재 대한민국 몬스터보호협회에서 두 번째로 강합니다. 그러니까 몬스터 파크의 용인지점 팀장도 하고 있는 거고요.”

강우는 안석훈을 떠올렸다.

‘그 녀석이 몬스터보호협회장이었지. 지금은 아마 다른 녀석이 하고 있으려나? 어쨌든….’

강우는 눈앞의 남자를 보며 씩 웃었다.

‘안석훈보다도 약하다는 거잖아?’

긴 생머리 남자가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며 땅에 굴렀다.

콰-앙!

땅이 푹 꺼지고, 주변으로 파편이 크게 튀었다. 긴 생머리 남자의 전신에서 남색 빛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저는 윤성민입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네 이름은 왜 알려주냐?”

“당신이 새롭게 알게 되는 마지막 사람일 테니까요.”

콰앙!

윤성민이 강우를 향해 뛰었다.

텅!

강우는 윤성민을 뛰어넘어 붉은빛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윤성민은 고개를 돌리며 “이런!”이라고 외쳤다.

쿠직!

강우는 오른발로 남자의 안면을 밟으며 바닥에 착지했다. 남자는 뒤로 자빠지며 뒤통수가 깨지고, 얼굴은 강우의 발모양대로 움푹 들어갔다. 남자는 잠시 몸에 경련을 일으키다가 축 쳐졌다.

“이런 비겁한…!”

윤성민은 강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검지로 윤성민의 뒤를 가리켰다.

“뒤를 봐.”

“뭐…?”

윤성민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윤성민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에는 핫도그가 서있었다. 윤성민은 뒤로 몸을 날리며 양손을 핫도그에게로 내밀었다.

“이런 젠…….”

콰아아아앙!

핫도그가 앞발로 윤성민을 찍어 눌렀다. 윤성민은 인상을 찌푸리며 움직였다.

콰콰콰콱, 콰콰콰콱, 콰콰콰콱-

핫도그는 긁어대듯 윤성민을 향해 앞발을 움직였다. 윤성민은 입김에 휘날리는 휴지조각처럼 바닥을 굴렀다. 윤성민은 순식간에 피투성이 걸레조각이 됐다. 윤성민은 “끄으으으….”하고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강우는 천천히 쓰러진 윤성민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윤성민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말 그대로 쓰레기네.”

윤성민은 엎드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강우를 올려다봤다.

쿠직!

강우는 윤성민의 뒷목을 밟아 숨을 끊었다.

강우와 핫도그는 유유히 몬스터 파크를 빠져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순식간에 알려졌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봐도 화두는 ‘집행자 몬스터 파크’라는 키워드였다. 강우는 하루만에 삼성 중급에 올라갔고, 삼성 중급에서도 강자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참 모자란 평가였지만.

강우는 걸음을 옮기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기사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강우가 찾는 것은 하얀 늑대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 녀석도 몬스터랑 다니니까….’

강우는 하얀 늑대에 관한 기사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을 찾았다. 그리고 그 기사 하나만으로 하얀 늑대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얀 늑대, 아홉 번째 오성급 예거>

『올해 최연소 사성 상급을 달성해 화제를 모았던 하얀 늑대가 아홉 번째 오성급 예거로 발탁됐다. 이는 사성 상급이 된지 1년도 되지 않아 전 세계에 여덟 명밖에 없던 오성급 예거들 중 한 명을 더 추가하는, 역사에 남을 일이다.

하얀 늑대가 오성급 예거로 발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25일,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이어진 긴 전투 덕분이었다.

하얀 늑대는 사성 중급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몬스터 ‘스파이크’를 잡아냈다. 스파이크는 아주 강력한 몬스터다. 다른 오성급 예거들도 스파이크를 단독으로 잡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 정도다. 하얀 늑대는 자신의 파트너인 ‘실버 팽’(다이어 울프)과의 협공으로 스파이크를 잡아냈다.

이에 하얀 늑대는 새로운 오성급 예거로 합류하게 됐다.

한편, 예거 파티 측은 새로운 인재 등용에 힘을 쏟고 있다. 예거 파티 측 관계자는 “근래 들어 강력한 몬스터들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또한 몬스터보호협회, 일부 예거 클랜, 블랙마켓의 능력자들과도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우리는 예거 파티에 들어오는 이들이 더욱 뛰어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예거 파티에 들어와 세상의 평화를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강우는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홉 번째 오성급이라…. 저 정도면 함부로 덤벼들지를 못하겠구만.”

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할 게 많구만…….”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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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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