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20화 (120/195)

120화

강우의 굵직한 목표들은 이랬다.

첫 번째, 몬스터보호협회의 괴멸.

두 번째,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클랜 형성.

세 번째, 예거 파티 측은 아니지만, 오성급에 다다르기.

네 번째, 몬스터들을 없애 민심 얻기.

강우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생각에 잠겨있었다.

‘뭐, 어차피 클랜이 되고, 민심을 얻으려면 몬스터 사냥은 필연적이구만. 하긴, 살아가기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몬스터들만 사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강우의 계획 중 인류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세워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자신만을 위한 계획이었다. 강우 자신, 개인의 편안함과 복수, 눈에 거슬리는 것을 처리하는 것 등.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랬다. ‘무력’으로 지배하는 것. 세상을 통합하고, 전 세계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그러한 원대한 꿈은 아니었다. 단지 세상의 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고 싶음이었다.

강우는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다소 괜히 일을 크게 벌렸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금세 그런 작은 떫은맛도 사라졌다. 강우는 자기 자신을 믿었고, 자기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도 확신했다.

‘해보자. 경우에 따라서는 대부분의 능력자들과는 적이 되려나? 혼자 일일이 전부 잡을 수는 없으니, 얼른 동료들을 구해야 될 텐데….’

강우는 핫도그와 속도를 높여 이동하기 시작했다.

강우의 이러한 결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도 부합되는 것이었다. 누구나 사회적 욕구를 지니고 있고, 그것들 중 대표적인 것이 지배욕이다.

남들 위에 서고 싶다.

남을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다.

강우의 케이스는 딱히 남을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이에 남들 위에 서고 싶은 욕구라 볼 수 있었다. 클랜을 만들어 휘하에 클랜원들을 두고 싶어 하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어느 정도는 타인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은 지배욕도 없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강우는 남에게 명령을 받기를 싫어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투지를 불태운다. 좀 더 원초적인, 전투에서 이겨 목숨을 지키고, 목숨을 쟁취하는 것이지만.

강우는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수라의 길인가…….’

강우가 향하는 곳은 가평 블랙마켓이었다. 한소영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몬스터 파크에서 몬스터들에게서 얻은 전리품을 청산하기 위함도 있었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강우는 어느새 가평 블랙마켓에 다다라있었다.

블랙마켓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능력자들이 득실거렸다. 그리고 강우와 핫도그의 등장,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몇몇은 강우와 핫도그의 등장을 반기며 사진을 찍거나, 다가와서 말을 걸기도 했다.

반면에 몇몇은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이 강우와 핫도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강우와 핫도그에게 덤벼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평 블랙마켓에 모여 있는 능력자들은 기껏해야 삼성 하급이 제일 강한 사람들이었다.

삼성 중급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는 강우도 문제였지만, 삼성 하급 몬스터 헬하운드, 핫도그 역시 문제였다. 핫도그는 이미 그 영역을 한참 뛰어넘고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삼성 하급 몬스터는 삼성 중급 최상위 능력자라도 일대일로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둘이 함께였으니, 현재 블랙마켓에 있는 능력자들 전부가 한 번에 덤벼들어도 감당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강우 역시 그런 분위기를 읽고 있었다.

‘역시 등급이 좀 높아야 편해지는구만….’

강우는 한소영의 가게 문을 두드렸다. 한소영이 가게 문을 열고 나왔다. 한소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우와 핫도그를 바라봤다.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지?”

한소영은 강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오랜만이에요!”

강우는 당황하며 눈동자를 굴려 한소영을 바라봤다. 한소영은 이내 정신이 든 듯 강우에게서 떨어지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뭐, 죄송까지야….”

한소영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시죠. 사람이 너무 많으니…….”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와 한소영, 핫도그는 자리를 옮겼다. 중간에 몇몇 능력자들이 뒤를 따라왔지만, 핫도그가 고개를 돌려 으르렁거리자 줄행랑을 쳤다.

강우 일행은 인적이 드문 곳에 다다라서야 걸음을 멈췄다. 한소영이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쩐 일이에요?”

“보고 싶어서.”

한소영은 얼굴을 붉히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도 참…….”

강우는 몬스터 파크에서 가져온 전리품들을 한소영에게 몽땅 건네며 말했다.

“이것들 좀 처분해줘.”

한소영은 물건들을 들여다보다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등급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꽤나 상태가 좋네요.”

“그래?”

“네, 아무래도 관리되던 몬스터들에게서 가져온 것이니 그럴 수밖에요.”

“어떻게 알았어?”

한소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더 이상한 거예요. 당신은 지금 전 세계에 있는 몬스터보호협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어요.”

“블랙리스트? 내가 검게 입고 다녀서 그런가?”

한소영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설마 그것도 웃기라고 한 개그는 아니겠죠…?”

강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사과하지.”

강우와 한소영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한소영은 웃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말했다.

“당신이 그러니까 더 웃기네요. 뭔가 좀 변한 것 같아요.”

“뭐가?”

“겉모습도 바뀌었고…. 그냥 뭔가 좀 느낌이 다르네요.”

“그래?”

한소영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쩔 생각이에요?”

“뭘 어째?”

“지금 벌인 일들이요. 전 세계에 있는 몬스터보호협회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구요. 몬스터보호협회뿐만 아니라, 당신을 노릴 거예요.”

강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거야 뭐…. 괜찮아.”

“그렇게 남의 일처럼 얘기해도 되는 거예요?”

“그다지 걱정은 안 돼서 말이지.‘

한소영은 강우와 두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당신은 혼자잖아요. 전 세계에 있는 몬스터보호협회에다가 그에 가담할, 당신에게 적이 될 능력자들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아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몬스터보호협회의 자금력은 예거 파티와 맞먹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아마 그 자금력으로 용병들도 엄청나게 끌어들일 거라고요.”

강우는 한소영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음을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강우는 안석훈을 떠올렸다.

‘자금력이라…. 그러고 보니 안석훈 그 놈은 진실생명보험 쪽 돈을 꽤나 빼돌렸겠지? 아마 죽은 김현태 회장의 돈은 대부분 가로챘겠지…. 그런 식으로 덩치를 불려나가는구만…. 몬.보.협(몬스터보호협회) 쪽 사람이 여기저기 스파이로 많이 있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더 클지도……. 그리고 이놈들의 진짜 목적은 뭔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어.’

한소영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네? 제 말 듣고 있어요?”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아…. 알고 있다고. 안 그래도 물건 처분뿐만 아니라, 그런 부분 때문에 상담하러 온 거야.”

“상담이요? 어떤…….”

강우가 한소영에게 물으려는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클랜원 모집에 관한 것이었다. 강우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 기간이 길지도 않았고, 다른 능력자들과 일을 한 경우도 적었다. 그나마도 이전 한소영의 클랜 L.W.W는 해체했고, 무투 클랜은 쿠라마와의 사이가 틀어지며 연락하기가 껄끄러웠다. 다른 클랜에 속해있는 클랜원을 빼오기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게다가 지난 6개월간 강우는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능력자들 중에서는 아주 드물 정도로 인맥이 좁았다.

두 번째는 전용기에 관한 것이었다. 강우는 전용기를 이용해 핫도그와 함께 해외로 나갈 생각이었다. 이것은 강우가 클랜을 창단하는 것과도 연결됐다.

국내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은 삼성급 정도가 한계였고, 이에 따라 능력자들도 해외로 나갔다. 강우가 더 강하고 많은 몬스터들을 잡기 위해서는, 더 강한 능력자들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진출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핫도그는 일반 비행기에 탈 수 없었다. 핫도그와 함께 해외로 나가기 위해 전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한소영이 말했다.

“우선 클랜원 모집은…. 힘들 것 같아요.”

“어째서?”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안 돼요. 당신의 현 상황은 워낙 위험하기에 일반적인 클랜을 창단하는 것보다야 어렵겠지만…. 그래도 보수만 맞는다면 당신의 밑에서 움직일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강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왜 힘들다는 거야?”

“아시잖아요. 과연 국내에서 당신에게 필요한 인재가 얼마나 있을까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국내에 있는 능력자들 중 등급이 높아봐야 삼성 하급이 한계였다. 더 높은 능력자들도 분명 있긴 했지만, 대부분 잠깐 한국에 머무르는 정도, 일을 위해서는 해외로 나갔다.

“맞는 말이야.”

한소영이 말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당신은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잖아요? 사실 당신이 국내에 머무를 일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능력자를 만나야겠죠. 뭐, 결국은 실력의 문제죠.”

“그렇구만…. 일단 해외로 나가야 돼….”

강우는 한소영과 두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비행기는? 전용기를 구할 수 있어?”

“구할 수는 있죠. 그거야 일반인도 돈만 있으면 다 구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 얼마나 들지?”

한소영은 약간 난처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문제가 좀 많이 될 거예요.”

“얼만데 그래?”

“전 세계를 돌아다니실 거잖아요? 그럼 단거리 소형제트기는 불가능하죠. 결국 대형 점보제트기가 필요한데, 비행기를 직접 운전하실 수도 없잖아요? 조종사를 고용하실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항로가 완벽하게 잡혀서 목적지로 가는 자동운전 비행기가 나으시겠죠?”

강우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그래서, 자동운전이 가능한 대형 점보제트기는 얼만데?”

“4,000억 겔드요.”

“뭐?”

“4,000억 겔드….”

강우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맙소사…. 4,000억?’

강우는 한소영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방금 내가 건넨 전리품이 총 얼마지?”

“제 수수료를 제하면…. 9,700만 겔드요.”

“겨우 그거야?”

“아무래도 대부분 이성급 이하의 몬스터들이었고, 삼성 하급도 돈이 안 되는 녀석이었거든요….”

강우는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핫도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강우를 바라봤다.

‘저 녀석을….’

강우는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아니지, 난 저 녀석이 없으면 안 돼. 항상 함께여야 한다.’

강우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좀 빡센 임무들을 골라서 받고, 몬스터들의 전리품도 계산하고…. 이래저래 바쁘게 움직이면 하루에 2억 겔드는 벌 수 있지 않으려나? 아니…. 그래도 2,000일 동안 일을 해야 된다. 제길……. 그렇게까지 미뤄지는 건가…….’

강우는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여유를 부리고 있긴 하지만, 날 노리는 것들은 전 세계로 번졌다. 언제 더 강한 녀석들이 덮쳐올지 몰라. 나는 크게 걱정이 안 되지만, 핫도그의 경우는…….’

강우는 핫도그를 유심히 바라봤다. 핫도그는 강우와 두 눈을 마주치다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저 녀석은 대체 몇 등급이지? 원래 헬하운드라면 삼성 하급이지만…. 핫도그는 분명히 삼성 하급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거야 원…. 나도 삼성 중급 이상으론 붙어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고민들은 폐병 환자의 마른기침처럼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강우는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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