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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22화 (122/195)

122화

강우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임진왜란 때 타고 다녔을 것 같은 이 배로 이동을 한단 말입니까? 아예 거북선을 타고 가자고 하지 그랬어요.”

한두식은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가벼운 몸놀림으로 선박에 올라탔다. 한두식은 강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급하다고 하지 않으셨나?”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뛰어올라 선박에 올라탔다.

강우의 블랙마켓용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한소영의 문자였다.

-그쪽 사람하고 만났나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이번 일은 당신도 위험할 수 있어요. 어떤 몬스터일지 모르니, 대비책을 세우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여차하면 언제든지 그냥 돌아오셔도 돼요. 이번 일에는 이쪽에서도 정신이 없었는지 위약금에 대한 내용도 없어요. 그러니까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세요. 무운을 빌게요.-강우는 답장을 보냈다.

-걱정 마. 금방 처리하고 간다. 아오지 탄광이랑 백두산에 돈 되는 몬스터들이 많길 기도해. 너도 수수료 두둑하게 챙겨야지.--네, 그럴게요. 잘 다녀와요.-

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집어넣고, 한두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중국 쪽을 통해 넘어간다고 해서 중국 사람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저는 새터민입니다. 직접 넘어왔었으니, 누구보다 잘 알죠. 한국으로 넘어온지도 벌써 40년이 다 되가네요. 그때만 해도 몰랐죠. 이렇게 다시 내 발로 북한을 왔다 갔다 할 줄은.”

강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국에서 오래 사셔서 그런가, 북한 억양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네요.”

“그럼요. 40년이니까요. 긴 세월이죠.”

한두식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리고 요즘 때가 어느 땐데요. 북한 사람들도 대부분 표준어 씁니다. 뭐, 억양은 조금 묻어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요.”

한두식은 선장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출발합시다.”

대기하고 있던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움직였다. 배는 평범했다. 강우는 내심 겉모습과는 달리 빠르게 움직인다거나, 무언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보이는 그대로 오래된 고물 선박이었다.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일은 30시간 이내에 끝날 거라고 했는데, 이래서야…….”

“걱정 마시죠.”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잠자코 있었다.

항구에서 3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배가 멈췄다. 강우가 한두식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저기요, 배가 멈췄잖아요.”

“다 왔습니다.”

“출발한지 몇 분이나 됐다고….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한두식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왔다. 한두식은 가방에서 지퍼가 달린 잠수복을 꺼냈다. 한두식은 잠수복을 건네며 말했다.

“입으시죠.”

“갑자기 잠수복은 뭡니까?”

한두식은 검지를 세워 아래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길이 아래 있거든요.”

잠수함이었다. 북한으로의 밀입국은 잠수함을 통해 이뤄졌다. 잠수함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고, 탑승자들이 직접 잠수를 해야 됐다.

강우는 잠수복을 사양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도 방수가 되니까 괜찮습니다.”

한두식은 잠수복을 입으며 말했다.

“좋은 거 입고 다니시네.”

한두식은 배의 난간에 섰다.

“가시죠.”

한두식이 바다로 입수했다. 강우는 한두식을 따라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

수심 200m 이상, 잠수함이 대기하고 있었다. 잠수함의 옆으로 통로가 나왔다. 한두식이 통로로 먼저 들어섰고, 강우가 뒤따랐다.

통로를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무언가에 막힌 듯 더 이상 잠수함으로 들어차지 않았다. 물의 끝이 벽처럼 이뤄져있었다. 한두식이 물의 벽을 통과했다. 쿵, 한두식의 발바닥에 강력한 자석이 달린 듯 바닥에 들러붙었다. 혹은 한두식이 바닥에 발을 세게 구른 듯했다. 한두식은 힘겹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지나자 한두식은 평소처럼 걸을 수 있었다. 한두식은 걸음을 멈추고, 강우를 기다렸다.

강우도 물의 벽을 통과했다. 들어서자마자 무언가가 짓누르는 듯했다. 물의 벽을 지난 통로 안쪽만 중력이 높은 것처럼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물은 완전히 차단됐고, 안쪽으론 공기가 있었다. 강우는 통로 안쪽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신기하네…. 무슨 원리지?”

강우는 한두식과는 달리, 아무런 저항 없이 평소처럼 걸었다. 몇 걸음 옮기자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도 사라졌다. 강우는 고개를 돌려 물의 벽을 바라봤다. 물의 단면은 밑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강우는 물의 벽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위에서부터 강우의 손등과 팔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전해졌다.

‘공기인가?’

한두식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역시 삼성 중급…. 그것도 최상위라 그런가 다르긴 다르네요. 일반사람이라면 압력에 쥐포처럼 납작해져서 죽을 겁니다.”

“뭐…. 알았으니까 얼른 갑시다.”

뒤에 있는 통로는 어느새 닫혀있었다. 한두식과 강우는 잠수함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수함 내부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잠수함을 조종하는 사람 두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두식은 강우를 보며 말했다.

“이제 중국과 북한 국경을 향해 갈 겁니다.”

“국경이라…. 얼마나 걸립니까?”

“넉넉잡아 두 시간이면 갑니다. 이래봬도 이 잠수함은 꽤나 최신형이거든요.”

잠수함은 압록강을 향했다.

잠수함은 바다를 통해 이동하다가 한 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물이 들어차있는 터널이 있었다. 잠수함이 터널로 이동을 하다가 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강우는 한두식을 따라 잠수함에서 나왔다.

강우와 한두식이 잠수함을 통해 도착한 곳은 땅굴이었다. 잠수함으로 들어온 터널은 북한 압록강 인근의 땅굴로 이어졌다. 한두식은 잠수복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은 뒤, 땅굴로 들어서 앞장섰고, 강우는 뒤를 따랐다.

강우와 한두식은 뛰어서 빠르게 이동했다. 땅굴은 경사가 있었고, 지상으로 향했다. 약 5분가량을 달리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우와 한두식이 지상으로 나왔다.

북한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강우는 주위를 둘러봤다. 특별할 것은 없었다. 땅굴은 산속에 있는 것이었다. 강우는 한두식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되는 거죠? 국경은 어딥니까?”

“이미 북한에 도착하신 겁니다.”

강우는 지나온 땅굴을 슬쩍 본 뒤 말했다.

“북한으로 바로 이어지는 거였나….”

한두식은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강우가 물었다.

“뭘 그렇게 찾는 겁니까?”

한두식은 한 곳에 시선을 멈췄다. 한두식은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저기 오네요.”

인민군복을 입은 남자와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5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자글자글한 주름, 얼굴은 골격이 드러날 정도로 말랐다. 키는 170cm가 채 되지 않았다.

여자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앞머리를 옆으로 빗어 넘긴 숏컷에 화장기는 전혀 없었지만,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는 날이 선 듯했다. 키는 160cm 정도에 마른 체형이었다.

남자가 강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소. 나는 마고혁이라 하오. 집행자, 당신에 대한 얘기는 이미 전해 들었소.”

“아, 네…. 반갑습니다.”

한두식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말투가 좀 별나죠? 남한의 억양을 배운답시고 사극이랑 무협영화만 챙겨보더니 말투가 저런다니까요.”

“아, 네…….”

강우는 마고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별난 사람이네….’

여자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임무를 함께 할 김린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네. 집행자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김린경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일단 걸으시면서 들으시죠. 한시라도 빨리 일을 해결해야 되니까요.”

한두식이 말했다.

“저는 지금부터 정확히 24시간 뒤부터 이곳에 와있겠습니다.”

“당신은 안 가는 겁니까?”

“저는 밀입국만 시켜드리는 역할입니다.”

“알겠습니다.”

강우는 마고혁과 김린경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강우 일행은 곧장 아오지 탄광을 향했다. 걸음을 옮기는 중 마고혁이 물었다.

“우선 저희의 전력도 알고 계셔야 되지 않겠소?”

“그야 뭐…. 그렇죠.”

“나는 현재 삼성 중급이외다. 집행자, 당신도 삼성 중급이라 들었소.”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김린경이 말했다.

“저도 현재 삼성 중급입니다.”

강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두 분 모두 삼성 중급…. 그런데 왜 비싼 돈을 들여서 저를…….”

김린경이 말했다.

“집행자 님의 활약상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삼성 중급에서도 최상위를 달리고 계시죠. 사실상 삼성 상급이라 봐도 무색하다고 여겨집니다. 전력에 큰 도움이 되죠.”

마고혁이 말했다.

“만약 우리가 삼성 중급 이상의 몬스터와 붙게 된다면, 삼성 중급의 능력자 둘이 사냥하는 것과 삼성 중급 능력자 셋이 함께 하는 건 비교도 할 수 없소. 그 전력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봐야 하오.”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번 임무는 그럼 셋이서만 진행하는 건가요?”

“한 명 더 있소. 그분은 지금 아오지 탄광 입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소.”

김린경이 말했다.

“그럼 속도를 좀 높이죠.”

강우 일행은 아오지 탄광을 향해 달렸다.

아오지 탄광 입구 근처, 한 남자가 강우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고혁과 김린경은 남자를 보자마자 경례를 했다.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역시 인민군복을 입고 있었다. 마른 체구에 가느다란 새우 눈, 높고 세로로 긴 코에 긴 턱까지, 인상부터 날카롭고 사나웠다. 남자의 어깨에는 별 두 개가 달려있었다.

남자는 강우를 보며 말했다.

“중장 한동근이다. 네가 집행자인가?”

강우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그렇다. 내가 집행자다.”

한동근과 강우가 두 눈을 마주쳤다. 한동근은 강우의 태도가 거슬리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마고혁과 김린경은 숨을 죽인 채 눈치를 살폈다.

한동근은 입을 굳게 다물고 강우를 노려봤다. 강우 역시 한동근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꽉 다물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 긴장감은 공기마저 후끈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한동근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 기개가 있는 친구로구만!”

한동근은 웃으면서 강우의 어깨를 탁, 탁, 쳤다. 강우는 한동근이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려 어리둥절했다.

한동근이 말했다.

“불쾌했다면 미안하네. 자네와 싸울 생각은 없어.”

“뭐…. 나도 딱히 싸울 생각은 없어. 난 돈을 벌러 온 거니까.”

한동근은 또다시 이어진 강우의 반말 때문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거야 원! 한 방 먹었군! 내가 먼저 시작했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김린경이 강우의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죄송합니다만…. 존댓말을 써주실 수 없겠습니까? 저희의 상관입니다. 그것도 한참 높은……. 저희한테는 존댓말을 써주시면서, 저희 상관한테 반말을 하시면 저희 입장이…….”

강우는 김린경과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 한동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한동근과 눈을 마주치다가 입을 열었다.

“빨리빨리 진행하죠? 아오지 탄광으로 가면 됩니까?”

한동근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아오지 탄광 입구부터 청소에 들어간다. 이번 임무의 지휘관은 나니까 잘 따라주도록.”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2015년 을미년,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하시고자 하는 일 전부 잘 되시고, 항상 웃음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p.s : 새해를 맞이하여 연참을 하려고 했으나, 다른 일로 마감이 있어서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조만간 꼭 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다른 소식도 함께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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