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한동근은 자신의 소개부터 아오지 탄광의 입구 상황까지, 설명을 늘어놨다.
한동근은 강우와 같은 삼성 중급 최상위에 속했다. 마고혁과 김린경도 삼성 중급이었지만, 그 힘의 격차는 분명했다. 삼성 중급을 세분화하면 10단계로 나뉘는데, 단계가 낮아질수록 강한 것이었다. 삼성 상급의 경우는 중급보다 많은 15단계로 나뉘었고, 가장 상위인 1단계에서는 1위부터 10위까지 나뉘는 랭커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위의 사성 하급은 총 100단계가 존재했고, 사성 중급부터는 다시 이전처럼 단계가 없어졌다. 같은 등급이어도 실력의 격차가 하늘과 땅처럼 나는 경우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폭이 넓었다. 또한 능력의 상성에 따라, 몬스터 사냥에 특화인지, 대인 격투에 특화인지, 몬스터 사냥에서도 소형 몬스터, 대형 몬스터, 일대일, 일대다수 등 분야를 달리했고, 대인 격투도 일대일 특화인지, 다대일 특화인지에 따라 다르기에 등급 평가가 더욱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었다.
즉, 단계가 존재하는 등급은 삼성 중급부터 사성 하급까지만 해당됐다.
마고혁의 경우 현재 삼성 중급 8단계, 김린경의 경우 삼성 중급 9단계였다. 한동근은 삼성 중급 1단계로 상급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강우의 경우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실력, 평가되고 있는 단계는 삼성 중급 1단계와 2단계 사이였다.
그리고 하나 더, 이번 임무의 경우 밀입국을 통해 비밀리로 치러지는 것이었다. 때문에 강우의 등급 평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현재 아오지 탄광 입구에서 발견된 몬스터들은 삼성 하급인 ‘헝거’였다. 헝거들은 어두운 녹색 몸에 해골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알이 없는 두 눈은 항상 노랗게 빛났다. 그 빛은 뚫려있는 코 부분에서도 뿜어져 나왔다. 쩍 벌어진 입과 몸 여기저기에서는 노랗게 빛나는 액체가 흘러내렸는데, 유황이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모양새였다.
헝거는 보통 성인남성과 비슷한 체구였는데, 등이 새우처럼 굽어있어 이동할 때는 주로 양팔과 양다리 모두 사용했다. 손가락 끝은 나뭇가지 끝처럼 삐죽했고, 손은 체구에 맞지 않게 유난히 컸다.
한동근이 말했다.
“내가 본 헝거만 네 마리 이상. 그보다 더 있을 수도 있어. 아오지 탄광 내부 전체가 헝거 천지일 수도 있고.”
강우가 물었다.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뭔가?”
“헝거는 돈 좀 됩니까?”
한동근과 마고혁, 김린경은 황당한 표정으로 말없이 강우를 쳐다봤다. 한동근이 웃음을 터트리며 적막을 깼다.
“하하하하하! 긴장감이라곤 없구만!”
강우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삼성 하급 몬스터니까…. 요?”
“삼성 하급일지라도, 헝거를 예로 들었을 때, 능력자로 치면 삼성 중급에서 중위권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네. 자네 정도라면 일대일은 문제없겠지만, 다대일은 위험할 수도 있어.”
한동근은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물론, 우리는 함께 작전을 수행하니, 더 많은 숫자도 문제없겠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말해보게.”
“그래서 헝거는 돈이 됩니까?”
한동근이 “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아, 그걸 깜빡했구만. 아쉽게도 헝거의 시체는 돈이 될 게 없네. 뭐, 그 윗급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윗급이요?”
“헝거들의 우두머리격인 ‘헝거맨’이라면 돈이 되지. 헝거와는 전혀 다른 몬스터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발견된 적이 한 번도 없다네.”
강우는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그렇군요. 하여튼 얼른 가죠. 백두산 수색도 해야 되지 않습니까….”
한동근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지. 다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조용히 움직이도록.”
김린경과 마고혁은 “네.”하고 대답을 했다. 강우는 고개만을 끄덕거렸다.
강우 일행은 한동근이 앞장서서 움직였다. 200m도 가지 않아 한동근이 자세를 낮추며 나지막이 말했다.
“저기 앞에 놈들이 있다. 숫자는 다섯.”
헝거들은 아오지 탄광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한 놈은 바닥에서 뒹굴었고, 다른 두 놈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며, 또 다른 두 놈은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한동근이 말했다.
“내가 먼저 들어간다. 속전속결. 두리번거리는 두 놈을 먼저 노린다. 내가 하나를 잡을 테니, 다른 하나는 김린경, 마고혁 자네 둘이서 해결한다.”
한동근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자네는 저기 누워있는 놈을 처리해주게.”
“나머지 두 마리는요?”
“저것들은 넷이서 함께 끝낸다.”
한동근의 전신에서 푸른빛이 일렁거렸다. 한동근의 푸른빛은 강우가 처음 보는 종류였다. 푸른빛은 겉에서 뿜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동근의 피부 아래서 빛나고 있었다. 때문에 빛 자체는 아주 작았다. 한동근의 두 눈이 파랗게 변해 빛났다. 눈동자와 흰자의 구분이 사라져있었다.
“간다.”
타타타타탁, 텅!
한동근이 두리번거리는 헝거 두 마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한동근이 움직이는 대로 두 눈에서 뿜어지는 푸른빛이 길게 선을 남겼다. 김린경과 마고혁은 선을 따라 움직였다.
타타타타탁.
강우는 누워있는 헝거를 향해 뛰었다.
두 헝거가 한동근을 올려다봤다. 한동근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한동근의 오른손이 파랗게 빛났다. 한동근의 오른손 끝이 마치 푸른 송곳처럼 삐죽해졌다.
푸욱!
한동근의 오른손은 헝거의 정수리를 뚫고 들어갔다. 한동근은 팔꿈치 아래까지 헝거의 머리에 손을 박아 넣었다. 헝거의 머리는 억지로 손을 쑤셔 넣어 벌린 오렌지처럼 열렸다. 헝거의 벌어진 머리에서는 노란빛의 체액이 줄줄 흘렀다.
“합!”
한동근이 헝거의 머리에 팔뚝을 박은 채 끌어내렸다. 퍼석, 헝거의 몸이 반으로 쪼개졌다. 등의 일부분만이 아직 연결돼 완전히 2분의 1로 나뉘지 않은 정도였다.
“그아아악!”
옆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던 헝거가 한동근에게 달려들었다. 한동근은 곁눈질로 달려드는 헝거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써컹!
헝거의 두 다리가 잘려나갔다. 노란빛의 체액이 콸콸 뿜어져 나왔다. 김린경의 검이었다. 김린경은 능력자 전용무기를 사용했다. 검자루만 있는 무기였는데, 빛의 형상화를 더욱 쉽게 도와주는 용도였다.
김린경과 두 다리가 잘린 헝거의 거리는 약 10m. 김린경은 순간적으로 날 길이만 10m가 넘는 주황빛 검을 만들어내 헝거의 두 다리를 베어낸 것이다.
두 다리가 잘려나간 헝거는 고통스러운 듯 “그아아악! 그아악-!”거리며 괴성을 질렀다.
“내가 마무리하지.”
두 다리가 잘려나간 헝거 위로, 마고혁이 공중에 떠있었다.
텅!
강우가 뛰어올라 누워있는 헝거의 위로 향했다. 헝거는 자신의 동족이 당하는 모습을 본 뒤, 강우가 위로 날아오는 것을 발견하곤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늦었어.”
쿠우웅-!
강우가 오른발로 헝거의 복부를 짓밟았다.
“구웩!”
헝거는 우유팩을 밟아 터트린 것처럼 뚫려있는 두 눈과 코, 입에서 노란빛 체액을 왈칵 쏟아냈다.
“그아악-!”
헝거는 양손을 뻗어 강우의 다리를 붙잡으려 했다.
“안 되지.”
강우가 오른쪽 다리를 들었고, 헝거의 양손은 교차하며 허공을 저었다.
쾅!
강우가 헝거의 안면을 짓밟았다.
쾅, 쾅, 쾅쾅쾅쾅쾅쾅, 쾅-!
강우는 가슴, 복부, 어깨, 안면 등 헝거를 마구 짓밟았다. 강우가 밟는 것을 멈추고 헝거를 내려다봤다. 헝거는 마구 짓밟힌 진흙마냥 곤죽이 돼있었다. 어두운 녹색 피부는 온통 노란빛 체액으로 뒤덮여 보이지 않았다. 헝거는 오른쪽 손가락을 제외하곤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헝거의 오른쪽 검지와 중지 끝만이 산들바람에 떨리는 잎사귀마냥 조금씩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콰앙-!
강우는 헝거의 오른손을 짓밟아버렸다. 강우에게 짓밟힌 헝거는 더 이상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강우가 발을 뗐고, 짓밟힌 손은 완전히 납작하게 눌리며 터져버렸다. 부분부분 어두운 녹색의 피부 조각만 보일 뿐, 강우의 발 모양으로 움푹 파인 자리에 노란색 체액만이 그득했다.
강우는 한동근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고혁이 양손에 보라색 빛을 모은 채 두 다리가 잘린 헝거 위에 떠있었다. 마고혁이 헝거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마고혁의 손에서 보라색 빛이 액체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아아아아아아악-!”
헝거가 고통에 찬 괴성을 질렀다. 마고혁의 능력은 독이었다. 마고혁의 보랏빛 독은 헝거를 휘감았다. 보랏빛 독은 헝거의 전신에 스며들고,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파고들었다. 헝거의 노란빛 체액은 어느새 탁한 보라색으로 변해있었다. 두 다리의 잘린 단면은 푸르딩딩하게 변해 벌써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고혁은 바닥에 착지해 죽어가는 헝거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그아악-! 그아아아악-!”
티격태격하던 헝거들이 김린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채앵-!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헝거가 크게 손을 휘둘렀고, 김린경이 주황빛 검으로 막아냈다.
치이이이익-.
김린경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크윽.”
옆에서 다른 헝거가 김린경에게 뛰어들었다. 김린경은 헝거가 옆에서 뛰어든다는 것은 인지했지만, 몸은 반응할 수 없었다.
‘젠장!’
푸슉!
“그아악….”
한동근이었다. 한동근이 고속으로 이동해 날카로운 손을 위로 찔렀다. 한동근의 삐죽하게 변형된 손은 아래서부터 헝거의 복부를 꿰뚫고, 등으로 튀어나왔다. 헝거는 몸이 한동근의 팔뚝에 걸려 버둥거렸다. 헝거가 발버둥 칠수록 밑으로 내려가 몸에 난 구멍이 점점 커질 뿐이었다.
후웅- 텅, 터텅!
하동근은 팔을 크게 저어 헝거를 내동댕이쳤다. 헝거는 몇 번 튕기다가 바닥을 굴렀다. 구르기를 멈췄을 땐, 하늘을 보고 있었다. 헝거는 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끝이 아니었다. 김린경을 공격했던 헝거가 남아있었다. 놈은 김린경에게 다시 뛰어들었다.
챙, 채앵-!
헝거가 손을 휘둘렀고, 김린경을 검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헝거가 몸을 낮추고 김린경의 옆구리를 노렸다. 검을 세워서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텅-!
김린경은 팔을 내려 옆구리를 가렸지만, 몸이 붕 뜨며 날아갈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었다. 김린경은 5m 이상 날아갔지만, 바닥에 한 번 굴러 낙법을 친 뒤, 곧바로 일어났다.
“제기랄….”
“그아아아악-!”
헝거가 양손을 들고 김린경에게로 뛰어들었다.
퍼엉-! 펑!
마고혁은 헝거를 향해 보랏빛 액체를 쐈지만, 명중시키지 못했다. 다시 쏘려고 했을 땐 이미 헝거가 김린경에게 너무 가까워져있었다.
‘지금 공격했다간 린경이까지…….“
뚝, 뚜둑.
한동근의 두 다리가 변형됐다. 동물관절처럼 무릎이 반대로 꺾였다. 관절이 거꾸로 되고, 발목은 길어지며, 땅에 디디는 발의 세로 길이가 짧아졌다. 한동근의 부츠가 찢어졌다. 한동근의 발은 발가락까지 모두 가로로 넓어지며 갈고리 같은 모양으로 변했다.
한동근의 능력, 하피우로스. 다리가 네 개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의 관절처럼 뒤바뀌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또한 양발은 독수리의 발톱과 같은 날카로움을 지니고, 양손은 다섯 개의 굵은 송곳 같은 예리함을 가졌다. 한동근의 능력 이름은 ‘하피(harpy)’와 ‘켄타우로스(Kentauros)’를 합쳐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한동근은 모든 능력을 발휘한 상태도 아니었다.
퓽!
한동근이 김린경에게 뛰어드는 헝거를 향해 튀어나갔다.
콰아앙-!
“그억…….”
헝거가 김린경에게 닿기 전이었고, 한동근이 헝거에게 닿기 전이었다.
강우가 날아들어 헝거의 등을 짓밟았다. 헝거의 등은 강우의 발에 밟힌 모양 그대로 움푹 들어갔다. 헝거의 등 안쪽은 복부 안쪽에 닿았고, 헝거의 복부 바깥쪽이 땅에 닿는 순간 터져버렸다.
푸아악!
노란빛 체액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한동근과 마고혁, 김린경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강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새해 첫 날은 잘 보내셨는지요 ^^?
2015년은 항상 웃는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두 가지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마스터피스(Masterpiece)'의 연재 소식입니다.
예거를 우선시하겠지만, 가능하면 두 작품 모두, 매일 동시연재를 해볼 생각입니다.
두 번째 소식은 또 다른 저의 소설에 관한 소식입니다.
이곳에 전부 남길 수는 없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가 댓글에 남기는 주소 링크혹은 제 뜰에 있는 링크를 통해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보시는 독자분들마다 다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마스터피스와 저의 또 다른 글 모두 예거보다 더 재밌다고 생각됩니다. ^^제게는 세 작품 모두 애착이 넘치니, 모두, 그저 많이 읽히고, 사랑 받길 바라지만요. ^^;
후기가 길어졌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