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강우가 한동근과 마고혁, 김린경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가시죠.”
마고혁과 김린경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굉장하다. 정말 강하다. 괜히 삼성 중급의 최상위가 아니야. 중장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강해.’
‘놀랍구려…. 내 이렇게 강한 사람은 중장님 이후로 처음이오.’
한동근 신체변형을 되돌리곤, 역시 놀랍다는 듯 강우를 쳐다봤다.
‘삼성 중급 최상위가 헝거를 한 방에 죽이는 일이야 불가능할 것도 없다. 그래도 놀랍군. 공격력이 저렇게 센데, 속도까지…….’
강우가 한동근을 쳐다보며 물었다.
“안 갑니까?”
“가지.”
강우 일행은 한동근이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근이 말했다.
“헝거들은 동족끼리 친한 편이야. 서로를 돕고, 지키고, 위하지. 앞에서 이렇게 많이 죽였는데도 더 안 나오는 거 보면, 이게 전부거나 탄광 안쪽 깊이 들어가야 몇몇 있겠군.”
마고혁이 말했다.
“조심해야 할 것 같소.”
마고혁의 시선은 김린경을 향해있었다. 김린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린경은 검자루 말고도 팔찌, 무릎 보호대, 목걸이 등을 끼기 시작했다. 전부 능력자 전용 무기들이었다.
강우 일행은 아오지 탄광으로 들어섰다.
탄광 내부는 밝진 않지만, 앞에 무엇이 있는지 분간은 될 정도였다. 김린경이 전신에서 빛을 뿜어내 주위를 밝혔다. 초입부터 여기저기 핏자국이 보였다. 탄광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김린경이 중얼거렸다.
“온통 핏자국…. 그런데 시체는 하나도 보이질 않는군요.”
한동근이 말했다.
“모두 잡아먹혔을 테지.”
강우가 물었다.
“다 돌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김린경이 말했다.
“수색은 지금 걸음으로 두 시간 조금 안 걸릴 거예요.”
마고혁이 말했다.
“나올 때는 빠르게 이동하면 되니,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진 않을 것이오.”
강우 일행은 천천히, 더 깊숙이 걸음을 옮겼다.
20분 후.
강우 일행이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툭, 투툭, 투투투툭.
무언가 천장에서 떨어졌다.
강우는 반사적으로 빠르게 잽을 날렸다.
팡, 파팡, 팡, 팡, 팡, 팡!
터져나간 것들은 카씽이었다.
강우가 무투 클랜과 함께 후지산으로 출장을 갔을 때, 사카모토에게 기생했던 몬스터였다. 강우 일행은 다들 여유로웠다. 강우 일행 중에서는 카씽이 기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동근은 바닥에 떨어진 카씽을 밟고 지나가면서 말했다.
“별 게 다 있군.”
김린경이 말했다.
“아직까지는 특별할 게 없네요.”
마고혁이 말했다.
“그래도 방심은 안 되오.”
마고혁이 말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앞장서던 한동근이 걸음을 멈췄다. 한동근은 움직이지 말라는 듯 뒤로 손을 뻗었다. 한동근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젠장…….”
투쿵, 투쿵, 투쿵투쿵, 투쿵투쿵투쿵투쿵!
한동근이 신체변형을 하며 소리쳤다.
“준비해-!”
앞에서는 커다란 몬스터가 두 발로 달려오고 있었다. 강우 일행의 앞에 나타난 몬스터는 ‘페투’였다. 페투는 키가 2m부터 7m 이상까지 다양한 크기였다. 페투는 두껍고 짧은 팔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배는 임신을 한 듯 잔뜩 부풀어있었다. 배의 한 가운데는 거대한 눈알 하나가 박혀있었는데, 초록색 바탕에 파충류의 것처럼 세로로 긴 검은색 눈동자는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도 모든 것을 분간할 수 있었다.
얼굴부터 전신은 마치 화상을 입은 듯 살갗이 여기저기 뭉개져있었다. 페투의 주무기는 양손과 꼬리 그리고 강한 내구력이었다. 양손 합해 여덟 개의 손가락은 하나하나가 칼날과도 같았고, 굵은 꼬리는 휘감는 용도 따윈 없이 순수하게 타격용이었다.
페투는 크기에 따라 삼성 하급부터 삼성 중급 최상위권까지 속하는 몬스터였다. 강우 일행 앞에 나타난 페투는 키 4m가 조금 안 되는 놈으로 삼성 중급이었다.
마고혁에 페투를 향해 양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내가 처리하겠소!”
마고혁이 페투를 향해 보랏빛 액체를 뿜어냈다. 보랏빛 액체는 달려오는 페투의 배 중앙, 커다란 눈에 적중했다. 보랏빛 액체는 페투의 커다란 눈을 완전히 뒤덮었다. 공격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페투의 커다란 눈은 인공눈물을 넣은 듯, 시원하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마고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저런 말도 안 되는….”
페투의 오른손이 마고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파칭-! 쿠궁-!
한동근이 마고혁의 앞으로 나섰다. 한동근은 삐죽하게 만든 양손으로 페투의 공격을 막아냈다. 양발은 이미 땅속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한동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겁군.”
파창-!
한동근이 페투의 손을 튕겨냈다. 페투의 손은 튕겨나가며 벽에 부딪쳤다.
쿠궁.
페투의 왼손이 한동근과 마고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한동근이 또다시 방어를 하려 할 때였다.
쾅-!
김린경이 끼어들어 페투의 왼손을 막아냈다. 김린경이 장착한 팔찌는 방패를 만드는 보조 장치였다. 주황빛의 커다란 직사각형 방패가 김린경의 양쪽 손목을 기준으로 생성됐다. 김린경은 방패를 내세워 페투의 공격을 막아냈다.
“지금입니다!”
한동근의 두 다리가 변형됐다. 한동근은 그대로 페투의 배 한가운데 있는 눈알을 향해 돌진했다.
퍼엉-!
한동근은 페투의 눈알을 뚫고, 등으로 튀어나왔다. 페투는 죽지 않았다. 놈은 “그으으으-!”하고 괴성을 지르며 양손을 치켜들었다.
김린경은 주황빛 방패를 내세워 방어를 준비했다. 마고혁은 김린경의 방패 위로 보랏빛 구름을 만들어냈다. 페투의 양손이 김린경과 마고혁의 위로 날아들었다.
뿌득, 찌직, 찌지직-!
강우가 페투의 목덜미로 올라탔다. 강우는 양손으로 페투의 머리를 붙잡고 잡아뜯어버렸다. 강우는 뜯어낸 페투의 머리를 옆으로 던져버렸다. 뜯겨나간 페투의 머리는 툭, 투툭, 바닥을 굴렀다.
쿠웅-!
페투의 양손은 김린경과 마고혁에게 닿지 못했다. 페투는 그대로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강우가 물었다.
“이건 돈 좀 되나?”
김린경이 되물었다.
“네?”
강우는 자신의 발아래 있는 페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돈 좀 되냐고….”
한동근이 웃으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네는 정말 긴장감이 없구만. 이 상황에서도 돈 타령이라니….”
“돈 벌려고 몬스터를 잡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알아봐야죠.”
“그럼 이거 미안하게 됐는걸.”
강우가 물었다.
“뭐가요?”
“그게 말이지…. 페투에게서 돈이 되는 부위라곤 유일하게 배의 중앙에 있는 눈알이거든. 그런데 그걸 내가 파괴해버려서 말이지….”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걸 부수면 어떡합니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지 않은가? 언제 무슨 몬스터가 튀어나와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그러니까 눈알을 보존하면서 잡기엔 너무 여유가 없었단 말이지.”
“여유가 없긴요. 지금 보니까 충분했겠구만.”
한동근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가? 걱정 말게. 이번 일이 끝나면, 반드시 자네 보수에 보너스를 더 얹어줄 테니까.”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약속한 겁니다?”
한동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는 앞장서 걸으며 말했다.
“그럼 얼른 탄광 일을 끝내버립시다. 백두산 수색도 해야 하니.”
강우 일행은 아오지 탄광 더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던 중이었다. 갈림길이 나왔다. 총 다섯 개의 갈래였다. 김린경이 첫 번째와 두 번째 갈림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 두 길은 짧아요. 금방 오갈 수 있어요.”
마고혁이 다섯 번째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은 짧으면서 길의 폭 또한 매우 좁소. 두 명씩 걸어도 어깨가 닿을 정도로 말이오.”
한동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동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한동근은 세 번째 길과 네 번째 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게다가 이 두 길은 모두 탄광 끝까지 닿을 정도로 깊지…. 끝자락에는 두 길 모두 넓은 공간으로 이어진다. 똑같은 장소로.”
한동근은 고민이 짙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문제는 한쪽 길만 선택할 수 없어. 한쪽 길에만 몬스터가 있을 수도, 두 길에 모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어쨌든 확인을 해야 되니까.”
김린경이 말했다.
“세 번째로 다 같이 들어갔다가, 끝 지점에서 네 번째 길로 빠져나오면 안 되나요?”
한동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가 세 번째 길로 움직이고 있을 때. 네 번째 길에서 몬스터가 나와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놈이 있을 수도 있어. 혹은 탄광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내가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다른 사람을 불러서 세워놓을 수는 있지만, 현재 북한에 있는 능력자들 중 탄광에서 나오는 녀석을 막을 사람이 없어….”
한동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네 번째 길은 유난히 좁아. 저기는 오히려 여러 명이서 들어가면 더 거추장스럽기만 해. 어차피 몬스터가 여러 마리더라도 일렬이니까…. 다 같이 들어가더라도 떨어져서 거리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혼자 가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
강우가 말했다.
“그러니까 결국 정리하면, 첫 번째, 두 번째는 다 같이 들어갔다 오고, 다섯 번째는 한 명이 탐색, 그 다음 세 번째 길은 세 명이, 네 번째 길은 한 명이 들어간 다음, 끝 지점에서 만나자는 거죠?”
한동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는 갈림길을 유심이 보다가 한동근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길로 들어갔을 때,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벽을 부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럼 길이 이어져서 도움을 받는 게 가능할지도….”
김린경이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요. 이 길들은 들어갈수록 서로 멀어져요. 초입부와 끝 지점 쪽은 거의 붙어있지만, 중간 지점은 벽의 두께가 수십 미터에 달하거든요.”
마고혁이 말했다.
“첫 번째, 두 번째, 다섯 번째 길의 수색을 마친 뒤! 네 번째 길에는 내가 혼자 들어가겠소! 반드시! 임무를 완수한 다음! 끝 지점에서 만나리다!”
한동근이 말했다.
“넌 무리다.”
“가능하오.”
“들어가는 거야 가능하겠지. 하지만 우리와 다시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헝거만 다섯 마리 정도 있다고 치면…. 네가 감당할 수 있겠나?”
한동근은 잠시 당황한 듯 대답하지 못했다. 한동근은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저곳은 길이 좁습니다. 헝거들 역시 저에게 하나씩 덤빌 수밖에 없죠. 페투와 같은 놈은 아예 있을 수가 없고요. 괜찮을 겁니다.”
“그래도 안 돼. 네 번째 길로는 내가 간다.”
강우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정하고, 일단은 첫 번째, 두 번째, 다섯 번째 길들부터 갑시다.”
모두의 시선이 강우에게로 집중됐다. 한동근이 말했다.
“그러도록 하지.”
강우가 첫 번째 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럼 얼른 가죠.”
한동근이 말했다.
“그럼 여기에 한 명이 남도록 하지. 그 새 다른 길에서 몬스터가 나오면 안 되니까. 길들은 모두 짧으니, 무슨 소리가 나면 금방 합류할 수도 있고.”
마고혁이 말했다.
“그럼 내가 남겠소이다.”
한동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여기서 잘 지키고 있게.”
“네!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일순 강우와 한동근, 김린경은 풉, 하고 웃음을 지었다. 마고혁은 영문을 모른 채 물었다.
“왜 웃는 것이오?”
한동근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못한 채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김린경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옵니다.’ 같은 말투는 여자들이나 쓰는 거예요.”
마고혁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 그랬었나…. 이런 부끄러울 데가…….”
강우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럼 갔다올게요.”
“다녀오시옵……. 아니, 다녀오시오!”
마고혁은 전신에 보랏빛을 두른 채 다른 네 갈림길을 응시했다. 마고혁을 제외한 강우 일행은 첫 번째 갈림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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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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