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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26화 (126/195)

126화

마고혁을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갈림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혼자서 수색하는 건 내가 하겠소!”

한동근이 말했다.

“그건 이전에 얘기했듯이…. 안 돼. 자네는 여기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혼자 감당해낼 수 없어.”

마고혁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가능하오. 감당할 수 있소. 내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반드시 임무는 해낼 터이니 걱정 마시오. 어떤 몬스터가 나오든! 반드시 그 사실을 알리겠소.”

“다섯 번째 길은 그게 가능하겠지. 하지만 우리와 따로따로 들어갔을 땐? 세 번째 길과 네 번째 길은 끝 지점이 같아. 그래서 각각 들어가야 된다. 그때 네가 죽으면? 중간지점은 서로간의 길이가 수십 미터나 되는데 어떻게 하려고?”

마고혁은 인상만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동근이 말했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를 만났을 때, 여기서 가장 생존확률이 높은 건 나다. 내 기동력은 알지?”

“알고 있소….”

“우선 내가 다섯 번째 길을 다녀오겠다. 그래도 괜찮겠나?”

마고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시오.”라고 대답했다. 한동근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동근이 다섯 번째 길로 들어섰다. 마고혁은 초조한 듯 자꾸만 손을 꼼지락거렸다.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서있었다.

그것은 강우에게 결여된 부분이었다.

모든 능력자들은 항상 목숨을 내놓고 몬스터 사냥을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내가 혹은 동료가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우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힘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여태까지 강우가 살아온 세상에 한해서는 위협적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강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죽어도 괜찮다, 따위의 생각은 아니었다. 죽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우는 자신이 맞이할 죽음이 노화에 의한 자연사라고 확신했다.

강우는 다른 사람의 죽음에 있어서도 무감각했다. 잠시나마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눈앞에서 죽었고, 그 죽음 뒤에는 거짓과 음모가 있었으며, 복수의 대상은 자신의 손으로 지워버렸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타탁, 타탁, 타탁, 타탁, 턱.

다섯 번째 길로 들어섰던 한동근이 나왔다.

마고혁이 물었다.

“벌써 나온 것입니까?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소?”

한동근은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따로 갈 필요가 없겠어.”

“그게 무슨 말이오?”

“따라들 오게.”

한동근이 앞장서서 다섯 번째 길로 들어섰다. 강우와 마고혁을 서로를 한 번 쳐다보곤, 한동근의 뒤를 따랐다.

강우 일행이 걸음을 얼마 옮기지 않아서였다. 강우와 마고혁은 한동근이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길은 하나가 돼있었다. 입구는 세 개였지만, 조금 들어서면, 8차선 도로만큼 넓은 길이 펼쳐졌다. 길 여기저기에는 헝거의 노란빛 체액이 묻어있고, 이따금씩 헝거의 시체가 벽, 천장, 바닥에 하나가 돼있었다. 노란빛 체액 덕에 빛을 밝히지 않을 정도로 환했다.

한동근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몬스터들이 대공사를 해놨어…. 불까지 밝혀놓고…. 나 참…….”

마고혁은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안에 몬스터들이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한 것 아니오…?”

“그렇지. 그것도 헝거보다 강한 녀석이…….”

강우가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얼른 여기 일끝내고, 백두산으로 갑시다.”

한동근이 강우의 어깨를 잡아 멈춰 세웠다. 강우가 고개를 돌려 한동근을 쳐다봤다. 한동근이 말했다.

“조심해야 돼. 여기 안쪽에 있을 몬스터는 헝거맨일 확률이 높다. 헝거맨하고는 싸우면 안 돼. 만약 헝거맨이라면, 우리 셋이서 처리할 수준이 아니다. 중국 쪽에 지원요청을 하고 기다려야 된다.”

강우는 한동근과 눈만 마주치곤,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동근이 말했다.

“내 말 듣고 있는 건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놈이 있을 확률이 높다면서요? 그런 생각이면 아예 가지 말아야 되지 않나…?”

“그건 안 되네. 뭐든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지원부터 요청할 수도 없는 거고. 이미 우린 자네를 고용하면서도 재정적으로 힘들다고. 게다가 헝거맨이면 최소 삼성 상급 능력자들을 단계가 높은 한 명 혹은 둘 이상을 불러야 되는데……. ”

강우는 한동근의 말허리를 잘랐다.

“네,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그 헝거맨이란 놈이 있는지, 없는지, 있으면 얼굴 좀 보러 가봅시다.”

한동근은 ‘불안한데….’라고 생각하면서 함께 걸음을 옮겼다. 마고혁은 벌서부터 전신에 보랏빛을 두르고 잔뜩 경계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아아아악!”

헝거 두 마리였다. 헝거 하나는 한동근에게로, 하나는 강우에게로 뛰어들었다.

파팍, 푹, 텅!

한동근은 발로 헝거의 안면을 걷어찼다. 한동근은 헝거가 뒤로 밀려날 때 곧바로 손을 뻗어 복부를 꿰뚫었다. 한동근은 팔에 꿰뚫려있는 헝거를 귀찮다는 듯 옆으로 던져버렸다. 헝거는 벽에 처박힌 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헝거가 양손을 치켜든 채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꽉 쥐고, 헝거를 날려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철퍽-

“그아아아아악-!”

마고혁이 뒤에서 헝거에게 보랏빛 독액을 쐈다. 보랏빛 독액은 헝거의 몸 일부분을 녹여버렸다. 헝거의 몸 군데군데는 염산이 끓듯 치이익, 소리가 울리며 기포가 일어났다.

“그아아아아악-!”

헝거는 바닥에서 뒹굴며 괴성을 질렀다.

“시끄러군.”

빠자작!

강우가 헝거의 머리통을 밟아 으깨버렸다.

강우 일행은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번인가 더 헝거들과 맞닥뜨렸다. 최소 한 마리, 최대 네 마리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강우가 물었다.

“얼마나 더 가면 되죠?”

한동근이 대답했다.

“거의 다 왔을 거야. 고맙게도 헝거들이 조금씩 덤벼드는군.”

마고혁이 말했다.

“맞소. 오면서 처리한 헝거들이 한 번에 덤벼들었더라면 고생 좀 했을 것이오.”

“고생만 했겠나….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 못했을 수도 있지….”

강우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 온 건가요?”

정면의 길이 막혀있었다. 아주 커다란 벽, 그것은 손으로 다듬어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벽 가운데는 이음새가 있었다.

한동근이 벽을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문인가?”

마고혁이 벽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문이라기엔 아무런 손잡이도 없고….”

마고혁은 벽에다 손을 대고 밀어보며 말을 이었다.

“이런 걸 어떻게 열고 닫겠소? 그냥 탄광 끄트머리에 금이 간 것 같소만….”

강우가 양손을 벽에 짚으며 말했다.

“제대로 밀어보면 알겠죠.”

마고혁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요?”

강우가 벽을 밀어대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앗!”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강우가 양손으로 벽을 힘껏 밀자, 이음새 부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동근와 마고혁의 두 눈은 휘둥그레진 채 강우에게 집중돼있었다.

벽에 주먹 하나가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틈이 생겼다.

“감질나네.”

강우가 양손을 벌어짐 틈새로 넣었다. 강우는 양손은 왼쪽 벽 이음새에 걸쳤다. 강우는 “으아!”하고 기합을 넣으며 힘을 줬다. 양손에는 검은색 힘이 둘러져있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 콰아아아아앙!

지면이 떨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강우가 밀어내버린 벽의 높이는 약 3m, 폭과 두께는 약 10m였다. 그 무게는 수백 톤이었다.

한동근과 마고혁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백 톤의 무게를 밀어내버리는 광경은 생애 처음이었기에.

놀라고 있을 틈이 없었다.

“그아악-!”

“그악, 그악, 그악, 그악.”

“가악!”

“가아아악!”

헝거들의 괴성이었다. 백 마리 이상의 헝거들이 몸을 들썩이며 강우 일행을 노려봤다. 그리고 가운데는 유난히 덩치가 큰, 무언가가 서있었다.

헝거맨이었다.

헝거맨은 삼성 상급 15단계의 몬스터였다. 헝거맨은 헝거와 이름은 비슷했지만, 그 모습은 달랐다. 헝거맨은 3m 정도의 키에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담주색 피부는 질긴 가죽과 같아 총알도 뚫을 수 없었다. 두상은 마치 몸뚱이가 짧은 잉어와 같이 생겼는데, 코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잿빛 투구를 쓰고 있어 입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입은 사람의 머리를 한 번에 삼킬 수 있을 만큼 커다랬다. 유난히 길고 굵은 양팔에도 잿빛 장갑과 팔 보호대가 둘러져있었다. 어깨부터 손까지 모두 보호대로 가려져있었고, 특히 오른쪽 장갑은 그 모양이 특이했다. 오른쪽 장갑은 완전한 구(毬) 형태로 휘둘러서 무언가를 부수는데 특화돼있었다. 왼손은 일반 장갑과 같았지만,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었다. 몸통과 다리에도 잿빛 보호대가 둘러져있었다. 보호대는 전부 총알도 튕겨낼 만큼 두껍고 단단했다. 두꺼운 양쪽 다리는 트리케라톱스의 것과 비슷했다.

헝거맨의 가장 큰 특징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강력한 힘이었고, 두 번째는 갑옷과 같은 피부 위로 갑옷과 같은 보호대를 장착하고 있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헝거들을 조련하는 것이었다.

현재 강우 일행이 들어선 곳은 헝거맨이 헝거들을 조련하는 조련실이었다. 강우가 치워버린 벽, 거대한 바위덩어리는 헝거맨이 헝거들을 시켜 입구를 막아놓은 것이었다.

헝거들이 힘을 합치는 법을 배우고, 함께 무리행동을 하는, 이른바 협동심을 기른 것이었다.

헝거맨이 손가락 하나를 펴서 강우 일행을 가리켰다.

“그오옷! 그아아앗-!”

헝거맨이 괴성을 질렀고, 헝거들이 강우 일행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한동근이 손끝을 세우며 소리쳤다.

“제기랄! 도망쳐야…….”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어느새 헝거들이 강우가 밀었던 문을 다시 닫고 있었다. 한동근이 강우를 향해 소리쳤다.

“다시 문을 열어! 그 동안 우리가 시간을 벌겠다!”

가장 앞서나온 헝거 한 마리가 한동근에게 뛰어들었다. 한동근은 발로 헝거의 몸통을 걷어찼다.

터터터텅.

걷어차인 헝거가 뒤로 달려오는 헝거들과 부딪쳤다. 하지만 헝거들의 숫자는 너무나 많았다. 헝거들은 쓰러진 헝거들의 위로 뛰어넘었다.

뒤에서 돌을 밀어내 문을 닫은 헝거들은 강우에게 뛰어왔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꽉 쥐며 달려들길 기다렸다.

“흐아아아아아아-!”

마고혁의 기합이었다. 마고혁은 천장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보랏빛이 연기처럼 뭉게뭉게 피어나 뭉쳤고, 곧 보랏빛 구름이 됐다.

마고혁이 손을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보랏빛 소나기가 쏟아졌다. 강우와 한동근의 위로도 보랏빛 소나기가 쏟아졌다.

보랏빛 소나기를 맞은 헝거들은 “그아아악-!”하고 괴성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목숨을 끊을 정도로 강렬한 타격은 아니었지만, 헝거들의 움직임을 잠시 멈추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강우와 한동근은 보랏빛 소나기로부터 조금도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마고혁이 강우와 한동근의 몸 주변으로 보랏빛 장막을 쳐줬기 때문이었다.

헝거맨이 강우 일행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헝거맨은 보랏빛 소나기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헝거맨이 강우 일행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동근은 다급히 몸을 돌려 길을 막는 헝거들을 쳐내며 입구로 향했다.

“얼른 열어!”

쿵, 쿵, 쿵, 쿵, 쿵쿵쿵쿵쿵쿵, 콰아앙-!

헝거맨이 빠르게 뛰어왔다. 육중한 몸에 묵직한 보호대까지 두른 것에 맞지 않는 속도였다. 헝거맨이 뛰어올라 문 앞을 막아섰다. 헝거맨 아래에 깔린 헝거들은 모두 즉사했다.

마고혁이 만들어낸 보랏빛 구름은 어느새 사라지고, 보랏빛 소나기도 멈춰있었다. 헝거들은 일부만을 제외하고, 대부분 약간의 화상이 전부였다.

강우 일행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헝거들은 약 백 마리. 그리고 헝거맨이 문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강우는 헝거맨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그냥 문을 여는 건 힘들 것 같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힘찬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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