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28화 (128/195)

128화

쿠웅-!

강우가 뛰어올라 마고혁이 있는 곳에 착지했다.

터엉-!

강우는 왼손으로 마고혁의 옷 뒷덜미를 잡고 다시 뛰어올라 거리를 벌렸다. 달려들던 헝거들은 자기들끼리 몸을 부딪쳤다.

강우가 벽 뒤로 손을 밀어 넣었다. 지금 있는 공간의 문, 강우가 처음 열었던 벽이었다.

“흡!”

강우는 손에 검은색 힘을 두른 채 힘껏 거대한 바위를 던지듯 밀었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

거대한 바위가 빙글빙글 돌며 헝거맨을 향해 날아갔다. 바위의 경로에 있는 헝거들은 튕겨나가거나 깔려서 죽었다.

쿠우우우우웅-!

헝거맨은 왼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바위를 멈춰냈다. 하지만 타격은 있었다. 헝거맨의 전신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강우는 씩 웃고있었다. 강우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강우는 헝거맨과 헝거들이 있는 방향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강우가 손등을 보였고, 주먹을 꽉 쥐었다.

퀴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강우가 밀어낸 바위에는 검은색 힘이 담긴 구체가 붙어있었다. 구체의 크기는 테니스공 정도였다. 강우가 주먹을 쥐자 구체가 회전하며 주변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그아아아악-!”

“그오오오옥-!”

헝거들과 헝거맨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찌직, 찌지지직, 살갗이 터지고, 찢어지는 소리가 고통에 찬 괴성과 함께 하모니를 이뤘다.

헝거들과 헝거맨은 완전히 압축돼버렸다. 백여 마리의 헝거들과 그 커다란 헝거맨이 테니스공 하나 크기로 변해버렸다. 검은색 구가 사라지고, 압축된 시체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마치 쇠공처럼 묵직했다. 마고혁은 강우가 뒷덜미 옷을 잡고 있어서 검은색 구에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마고혁이 악을 쓰며 울부짖었다.

“무슨 짓인가아아아아아아-! 대체 뭘 한 거야-?”

“뭐, 뭐야? 살려줬더니…….”

마고혁의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돼있었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왜 진작 힘을 쓰지 않았는가? 다 살릴 수 있지 않았는가-! 처음부터 이렇게 강했으면,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있지 않았는가-! 게다가 중장님의 시신은…. 으아아아아아아-!”

한동근의 시체는 강우의 검은색 구에 헝거맨, 헝거들과 함께 말려들어가 압축돼버렸다. 아오지 탄광의 끝 지점에는 강우와 마고혁, 시체들이 압축된 공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마고혁은 비틀거리며 시체들이 압축된 공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고혁은 털썩, 무릎을 꿇고 양손을 부들부들 떨며 시체들이 압축된 공을 쳐다봤다.

“대체…. 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그 순간에도 강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맞다. 헝거맨은 돈이 좀 될 거라 했는데…. 저렇게 압축을 시켜버렸네…….’

마고혁은 강우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리고 소리쳤다.

“대체 왜 그랬는가! 왜 그런 것인가! 왜 처음부터 힘을……. 아니, 힘을 아꼈더라도! 왜 구해주지 않았는가-!”

강우는 양손바닥을 들며 고개를 까딱였다.

“불가항력이었어. 내가 일부러 죽이려고 했겠어? 그럼 당신도 안 구해줬지. 놈이 갑자기 그쪽으로 뛰어가서 길동무를 삼을 줄이야…. 진짜 생각도 못했다니까?”

마고혁이 고함을 질렀다.

“웃기지 마아아아아아-! 나를 구할 때의 속도는? 그 속도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이 정도 힘을 내는 자가! 대체 왜-!”

강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도 죽게 내버려둬야 됐나?”

“뭐…?”

“나랑 같은 삼성 중급이, 그것도 최상위 단계란 녀석이 그렇게 쉽게 죽을 줄 알았나? 그것도 한 방에 말이지.”

마고혁이 다시 고함을 쳤다.

“결국 방관했단 말이지 않은가-!”

“시끄러워….”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너…. 그러다 죽는다?”

마고혁은 분노에 치를 떨었지만,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더 이상 입을 열었다간 그 자리에서 죽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제길…. 내 반드시…. 반드시 복수한다.’

강우가 말했다.

“가자.”

마고혁은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무슨 말인가? 어딜 간단 말이냐?”

“백두산 수색하러 가야지.”

마고혁이 입술을 실룩거렸다. 마고혁은 당장이라도 다시 소리치며 말 그대로 지랄을 떨고 싶었지만, 감정을 꾹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

“임무는…. 취소다. 여기서 끝이다. 백두산은 가지 않는다.”

“그래도 돼? 네가 멋대로 정할 수 있는 거야?”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다. 얼른 가라.”

“그럼 얼른 내놔.”

마고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무엇을 말이냐?”

“25억 겔드.”

“양심이 있는 건가? 지금…….”

터텅.

강우는 순식간에 마고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강우는 마고혁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뭐야…. 못 주겠다는 건 아니겠지?”

“준다. 하지만 12억 5천만 겔드만 준다. 두 개의 일에서 하나만 처리를 했으니……. 허억.”

강우가 마고혁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네가 멋대로 임무를 더 이상 속행하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왜 내 돈도 적어지냐? 계약대로 내놔야지. 안 그래?”

마고혁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대답했다.

“그 돈이면…. 주민들 몇 명이 먹고 살 수 있는지 아는가…? 네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돈을 줄 수는 없다.”

“그래?”

털썩.

강우는 마고혁을 손에서 놨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 돈으로 먹고 살 사람이 없으면 되는 거지?”

“뭐? 그게 무슨…….”

“북한에서 날 고용한 이유가 나만큼 강한 사람이 없어서였잖아? 그나마도 죽은 한동근과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했을 거고. 그럼 지금 북한에서 날 막을 수 있는 놈은 단 하나도 없겠지. 그러니까 싸그리 죽여준다고.”

마고혁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미쳤는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하면 자네는 무사할 줄 아는가?”

“증언할 길이 없게 모조리 죽여버리면 상관없지 않을까?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야. 그리고 뭐, 몇몇 놓쳤다고 치자. 그래도 상관없어. 이미 다들 죽은 후잖아?”

강우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드리워있었다. 입꼬리는 양 뺨까지 올라갔다. 마고혁은 강우를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악마다…. 우린 악마를 부른 것이다…….’

지금 북한에서 강우는 절대적인 무력을 갖고 있었다.

마고혁은 이내 굴복하고 말았다.

“알았다…. 25억 겔드…. 준비돼있다.”

“어디 있지?”

“내가 안내해주지.”

마고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텅, 터텅-!

강우가 마고혁의 옷 뒷덜미를 잡고 탄광 밖을 향했다. 당황한 마고혁이 소리쳤다.

“뭐하는 짓인가? 놓으시게!”

“그 몸으로 어느 세월에 가려고? 안내나 해.”

강우는 마고혁을 잡은 채로 뛰었다. 탄광의 끝 지점에는 헝거맨과 헝거, 한동근의 시체가 압축된 공만이 남아있었다.

한동근이 시신 수습을 하라고 연락을 보냈던 이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김린경의 시신은 아직 방치돼있었다. 강우는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를 보는 것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강우는 김린경의 시체 위를 뛰어넘었고, 마고혁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강우에게 지급될 25억 겔드는 땅에 묻혀있었다. 강우가 북한에 들어올 때 이용했던 땅굴 근처였다.

25억 겔드는 현금이 아닌 금괴로 들어찬 가방이었다. 강우는 가방을 열어서 금괴를 들여다보다가 마고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괜찮네. 수고하쇼.”

마고혁이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25억 겔드가 조금 넘을 것이오…. 다시는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소…….”

“아아, 걱정 마. 또 볼일 없을 거니까.”

“그럼 난 가보겠소….”

강우가 몸을 돌리는 마고혁을 불러 세웠다.

“잠깐.”

“뭐요?”

“부르고 가.”

마고혁은 무슨 말이냐는 듯 눈썹을 찡그린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우는 땅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여기로 데려온 한두식이란 사람 부르라고.”

“알겠소.”

마고혁이 몸을 돌렸다. 강우가 다시 마고혁을 불러 세웠다.

“어이.”

마고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돌아봤다.

“또 뭐요?”

“지금. 나 기다리는 거 싫어하거든. 그리고 한 번만 더 인상 쓰면 그냥 죽여버린다.”

“알겠소…….”

마고혁은 한두식에게 연락을 취했다. 약 두 시간 뒤, 한두식이 도착했다. 강우는 그제야 마고혁을 보내줬다. 강우는 한두식과 함께 유유히 북한을 빠져나왔다.

강우는 인천항에 도착해 한두식과 헤어진 뒤, 곧바로 한소영에게로 향했다. 강우를 본 한소영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한소영은 강우가 임무에 실패해 급히 귀환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우가 내놓은 금괴를 보고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소영은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고, 강우는 전후사정에 대해 얘기했다. 한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충 알겠네요.”

“보복하러 올까?”

한소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북한에 그 정도 여력은 없을 거예요. 게다가 큰 사고도 아니었잖아요. 몬스터 사냥에 나갔다가 전멸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는데, 네 명 중 두 명만이 죽었으니까요.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긴 힘들죠. 쉬운 임무도 아니었고…….”

강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흠…. 잘 됐네.”

한소영이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런데…….”

“그런데 뭐?”

“왜…. 안 구해준 거예요?”

강우가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뭐?”

“얘기 들어보니까…. 구해줄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그냥 죽게 내버려둔 이유가…….”

“내가 잘못했나?”

한소영은 강우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잘못했다기보다는…. 구해줄 수 있었다면 구해주는 게…….”

“그 순간에 그렇게 죽을 줄 몰랐지. 나랑 같이 투입되는 녀석들이 그렇게 약할 줄이야. 나랑 등급이 같으면서 그런 임무에 투입되고, 네가 생각해도 내 잘못은 아니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리고 굳이 살려줘야 되는 건가? 일 때문에 처음 만났던 사이야. 과연 내가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녀석들이 목숨 걸고 나를 구하려 했을까? 아닐 걸?”

강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요즘 세상에 누굴 돕는 거 자체가 정신 나간 거지.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워서 주인을 찾아줘도, 지갑에 있던 돈이 사라졌다며 지갑 찾아준 사람 신고하는 세상이야. 성폭행 당하는 여자 구해주느라 범인 때렸다가 폭행범이 되지. 신고하면 되지 않냐고? 신고하는 순간 1순위 용의자가 돼. 나만…. 나만 살아남고, 잘 되면 돼.”

“당신……. 너무…….”

“내가 미친 거 같아? 내가 핫도그를 데리고 다니기만 해도 얼마나 많은 능력자들이 습격해오는 줄 알아? 예거 파티에서도, 클랜에서도, 블랙마켓 놈들도, 몬스터보호협회까지. 어차피 다 적이다. 다 적이야…….”

한소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강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얼른 그거나 처리해서 네 몫 떼고, 돈이나 줘. 일 생기는 대로 연락하고. 4,000억 모아야 되니까.”

한소영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네, 그럴게요.”라고 대답했다.

한소영은 곧바로 금괴를 전부 처분할 수는 없었다. 강우는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23억 8천만 겔드를 받을 수 있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2041년 새해를 맞이하고, 비슷한 일상이 시작됐다. 전용기를 위해 돈을 모으는 생활.

대부분의 일들은 국내에서 이뤄졌다. 국내에서 하는 일은 언제나 핫도그와 함께였다. 이따금씩 습격해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강우가 검은색 힘도 사용하지 않고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심은 할 수 없었다. 어느 단체든 높은 등급의 능력자는 있었다. 다행히도 국내에는 강우보다 높은 등급의 능력자가 없었지만.

핫도그를 잡겠다고 해외에서 국내로 오는 능력자들은 아직 없었다.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다른 단체들은 몰라도 몬스터보호협회만큼은 끝까지 핫도그를 노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갔다.

2042년 1월.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몇 마디 남기겠습니다.

긴 글(저의 잡설^^;)을 읽기 싫으신 분들을 위한 한 줄 요약, 사실상 예거는 이번에 1부 완결을 맞이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래는 약간 횡설수설할 수도 있습니다만... 몇 자 적겠습니다.

원래 지난 챕터, '괴물'은 보다 길어질 예정이었습니다.

'괴물'이 의미하는 것은 탄광에서 나온 몬스터들뿐만 아니라, 진짜 '괴물'은 백두산 수색, 여기서 눈치 채신 분들도 계셨겠지만, 옛날부터 괴담(?)으로 돌던 백두산 천지 '괴물'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합류하는 인원이 있을 예정이었고, 여기서도 사상자가 발생, 챕터 괴물의 의미는 주인공인 '강우' 또한 그 안에 속하는...

그런 의미에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반짝하고 떠올랐지만, 과정에서 나름 고심을 했던 부분이고, 처음으로 거대 몬스터의 등장 및 강우의 또 다른 변화 등, 꽤나 재밌는 챕터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그 근처도 가기 전에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쭉 밀어붙일 수도 있었겠지만, (폭참을 통해 기다리지 않고 쭉쭉 진도가 빠졌다면 답답함이 덜했을 테지요)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렇게 전개하게 됐습니다.

(지금 전개하는 내용은 본래 의도한 바입니다. 약간의 건너뛰기가 있을 뿐입니다)본 내용에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렇게 의도했었다...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더 드리고 싶은 말이 있지만,

이미 너무 길어졌기에 이만 줄이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선택도

저는 기본적으로 '내가 재밌고,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라는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는 글을 쓰자.'라는 것도 있습니다.

예거의 경우는 저도 재밌게 쓰고 있지만, 나름 트랜드에 맞추려 노력도 했던 부분이 많은, 그런 소설입니다.

반면에 마스터피스는 거의 제 생각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있는 소설입니다.

쓰다 보니 더 길어졌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말에 두서가 없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쭉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또한 마스터피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 뜰, 블로그를 통해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 다른 글 또한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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