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외전. 1년 중>
강우는 매일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남들이면 생사를 걸고 진행해야 할 몬스터사냥, 하지만 강우에겐 그저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일 뿐이었다.
강우는 해외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핫도그와 함께 국내에서 발생되는 몬스터들을 잡고 다녔다. 강우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이성급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이따금씩 삼성 하급이 고작이었다. 이 역시 대부분 핫도그가 항상 너무나 간단하게 몬스터들을 잡아버렸다. 사실상 핫도그만 풀어놔서 국내의 몬스터들을 잡고 다니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가끔씩은 강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 삼성 중급의 몬스터를 사냥하러 갈 때였다. 하지만 언제나 조금이나마 검은색 힘을 쓰면 너무도 쉽게 죽어버렸다.
그 다음 강우가 결정한 것은 검은색 힘을 절대 쓰지 않고 싸우는 것이었다. 가끔 있는 삼성 중급 몬스터와의 싸움은 제법 즐거움을 줬다.
강우는 일본에 당일치기 출장을 와있었다.
“좋아! 이거야!”
콰앙-!
강우는 뒤로 몸을 날려 자신의 몸통만큼 커다란 주먹을 피해냈다. 강우에게 주먹을 날린 것은 삼성 중급 최상위 몬스터 ‘고토’였다. 고토는 검은색 염소의 머리에 인간과 흡사한 몸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다. 두 눈은 눈동자가 없었고, 노란색 안광을 뿜어냈다. 시커먼 털은 얼굴부터 뒷덜미까지 뻗어있었다.
키는 뿔을 포함해 4m 가까이 됐고, 이미 죽은 시체의 것처럼 회색빛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양손에는 시커먼 티타늄장갑을 끼고 있었으며, 하반신 역시 갑옷을 두르고 있었고, 두 발에도 시커먼 티타늄부츠를 신고 있었다.
고토는 내구력만으로 따지면 삼성 상급이나 다름없었고, 지능 또한 높았으며, 양쪽 허벅지 옆에는 항상 쇠몽둥이를 가지고 다녔다.
고토는 강우를 노려보며 더듬더듬 말했다.
“인…. 간. 죽인다…. 건방진….”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염소새끼가 사람 말도 흉내 내네.”
고토가 양쪽 허벅지에 차고 있는 쇠몽둥이를 꺼내들었다. 쇠몽둥이는 불에 그을린 것처럼 시커멨고, 약 1m의 길이에 1.5L 페트병만큼 굵었다.
고토가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쾅, 쾅, 쾅, 쾅!
고토는 강우를 향해 쇠몽둥이를 마구 휘둘러댔다. 강우는 스케이트를 타듯 백스텝을 이용해 뒤로 쭉쭉 빠졌지만, 고토는 계속해서 쇠몽둥이를 휘둘러대며 강우를 쫓아왔다. 어느새 강우는 벽에 몰려있었다.
떠어어엉-! 쿵!
강우가 오른팔을 들어 고토가 왼손으로 휘두른 쇠몽둥이를 막아냈다. 강우의 양발 주위로 땅이 부서질 만큼 큰 충격이었다. 고토는 곧바로 오른손에 든 쇠몽둥이를 옆으로 휘둘렀다.
“젠장.”
강우는 왼팔을 접어 몸에 바짝 붙였다.
떠어엉-!
강우가 옆으로 멀리 날아갔다.
콰앙-!
강우는 벽에 부딪쳐서야 몸이 멈췄다. 강우는 곧바로 똑바로 서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야…. 장난 아니네.”
고토는 강우가 멀쩡히 일어난 것을 보고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껏 자신이 상대한 인간들 중 쇠몽둥이를 뽑아들게 한 것도 강우가 처음이었고, 그것을 맞고 버텨낸 것은 물론, 너무나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강우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간다.”
터텅-!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치켜든 채 20m 이상의 거리를 한 걸음에 날아들었다. 고토는 황급히 쇠몽둥이를 들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떠어엉-!
강우의 주먹은 고토의 왼손에 든 쇠몽둥이 위에 꽂혔다. 쇠몽둥이는 강우의 주먹 자국이 선명하게 찌그러졌고, 그 충격으로 고토가 뒤로 날아갔다. 고토는 그대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찌그러진 쇠몽둥이를 놓쳤다. 고토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받아라-!”
강우가 고토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콰아앙-!
강우난 고토의 옆얼굴을 짓밟아 땅에 처박았다. 고토는 얼굴에 바닥에 처박히면서도 오른손에 든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떵-!
강우는 오른손 훅으로 쇠몽둥이를 찌그러트리며 날려버렸다.
터엉-!
고토가 양손을 바닥에 짚은 채 머리를 거세게 쳐들었고, 강우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고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공격할 준비를 했다.
“공중…. 못 움직인다….”
강우가 씩 웃으며 “미안. 세상은 네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라고 중얼거리며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검은색 힘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치의 힘.
강우가 공중에서 고토를 향해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투웅-! 빠가가각-!
강우의 주먹질로 인한 압축되며 튀어나간 공기가 고토의 머리를 강타했다. 고토의 두 뿔이 부러지고, 두개골까지 으스러졌다. 고토의 두 콧구멍에서는 폐수마냥 거무죽죽한 피가 흘러나왔다. 바닥에 착지한 강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토를 보며 씩 웃었다. 고토는 비틀거리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들며 가볍게 뛰어올랐다.
“돼.”
쿠웅-!
강우는 고토의 머리 중앙을 내리쳤다. 고토의 두개골이 완전히 부서졌다. 고토는 그대로 쓰러져 죽었다.
강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토에게서 돈이 되는 부위를 알아봤다. 강우는 고토의 두 장갑과 부츠, 쇠몽둥이, 부러진 두 뿔을 처분해 보너스까지 두둑하게 챙길 수 있었다.
강우는 곧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얼굴을 가린 검은색 마스크를 거두고, 평범한 모습으로 거리를 거닐었다. 핫도그의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일성 하급 몬스터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애완몬스터 전용샵이 세계적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였다. 강우는 몬스터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구입했다.
‘핫도그가 좋아하겠지?’
강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항을 향했다.
강우가 길을 가는 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강우가 걸어오던 방향으로 도망쳤다.
‘뭐지? 몬스터인가?’
강우는 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쿠쿵, 쾅!
몇몇 능력자들이 미노타우로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능력자들은 모두 백인으로 이뤄져있었고, 미노타우로스는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로 많이 지쳐있었다.
강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지나치려 했다. 한 여자가 강우를 향해 소리쳤다.
“여긴 위험해요! 돌아가요!”
강우는 여자를 한 번 쳐다본 뒤,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여긴 위험하……. 아악!”
쿵!
강우에게 말을 건네던 여자가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받고 날아왔다. 여자는 강우의 코앞에 떨어져 바닥에 처박혔다. 여자는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으으….”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그 틈을 타 다른 능력자들이 미노타우로스를 일제히 공격했다. 미노타우로스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미노타우로스는 마지막 길동무로 삼으려는 듯 강우와 여자 쪽을 향해 달려왔다.
터엉-!
가벼운 끊어 치기였다.
강우는 주먹 바깥쪽으로 달려오는 미노타우로스에게 한 방 먹였다. 미노타우로스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그때 이미 미노타우로스의 숨은 끊어졌지만, 능력자들이 달려들어 미노타우로스에게 공격을 가했다.
강우의 앞으로 떨어졌던 여자는 곧바로 다른 능력자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났다. 부상이 있긴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능력자들 중 뚱뚱한 백인 남자가 강우에게 다가왔다.
“덕분에 우리 클랜원이 살았어. 고맙네! 난 스콧이라고 하네!”
스콧이 강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강우는 “아, 네. 바빠서 이만.”하고 지나치려 했다. 스콧은 강우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거, 성격 급하네. 고마워서 그래. 내가 사례를 좀 하고 싶은데 말이야.”
사례라는 말에 강우는 걸음을 멈췄다.
“사례?”
“그래, 사람이 도움을 받았으면 보답을 해야지. 일단 자리를 옮기지. 나하고 한 잔 하는 게 어떤가? 이 주변에 좋은 곳을 알고 있네.”
강우는 잠시 고민했다.
‘흠……. 어쩔까……. 사례한다는데 일단 따라 가볼까? 좋은 곳이 어떤지도 궁금하고……. 제대로 여자 냄새 맡아본지도 오래 된 거 같네. 비행기야 아무 때나 타도 되니까….’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갑시다.”
“그래! 가자고! 그리고 편하게 대하라고.”
강우는 스콧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스콧을 따라서 간 곳은 한국여자들이 접대부로 나오는 단란주점이었다. 노는 방식 또한 한국식을 그대로 차용한 곳으로 일본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스콧은 강우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는 “잘 됐군! 타지에서 고생하는데, 고향 생각도 나고 좋겠어!”라며 웃었다.
커다란 룸 안 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테이블, 벽을 따라 ‘ㄷ’자 모양으로 둘러진 소파까지.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여자들이 조별로 들어와 초이스를 기다렸고, 강우와 스콧이 여자를 고르고 나서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졌다.
강우의 옆에는 긴 생머리, 어두운 방 안의 미약한 노란 조명을 머금은 피부, 본래의 피부색이 어떤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진한 화장, 옷이라기엔 가린 부분이 너무 적은 원피스, 입가에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여자가 앉았다.
“아, 이 오빠 너무 웃긴다!”
긴 생머리 여자의 건너편에 앉은 여자가 맞장구를 쳤다.
“대박! 나 웃다가 팬티에 지린 거 같아!”
강우는 여자의 말에 피식 웃었다. 강우는 긴 생머리의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예나. 벌써 까먹었어? 이 오빠 취한 거 아니야?”
“취하긴 누가 취했다고 그래?”
강우는 고갯짓으로 예나의 건너편에 앉은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는 이름이 뭐였지?”
예나는 지강우의 온더락잔에 양주를 반쯤 따르며 말했다.
“쟤 이름은 하나.”
강우는 하나와 예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가명들도 참… ‘나’자 돌림이냐? 재미없게도 지었네. 뭐, 이름이야 아무 상관없지만….’
예나가 집게로 얼음을 집어 온더락잔에 옮기려 했지만, 강우는 그전에 잔을 집어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눈은 하나를 훑고 있었다. 하나는 펌을 한 갈색 단발머리에 입술은 새빨갛게 칠하고 있었다. 얼굴이 썩 예쁘지는 않았지만, 성형으로 D컵은 족히 되는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원피스는 깊게 파여 가슴을 절반 이상 드러내놓고 있었다. 강우는 양주를 홀짝이며 하나의 가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가슴 하나는 죽이네. 수술한 티가 좀 나긴 하지만….’
예나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오빠! 내가 옆에 있는데 하나만 쳐다보는 거야?”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무슨 쟤만 쳐다봤다고 그래?”
하나의 옆에 앉아있던 스콧이 웃음을 터트렸다. 스콧이 웃을 때마다 만삭 임산부처럼 나온 배가 요동쳤고, 길게 기른 콧수염이 들썩거렸다.
“하하하하! 나도 봤다고!”
스콧은 양손으로 하나의 두 가슴을 움켜쥐며 말을 이었다.
“자네의 두 눈이 이 가슴만 쳐다보고 있더라니까?”
하나는 부끄러운 듯 양팔을 들어 백인 남자의 양손 위를 덮었다. 강우는 홀짝이던 양주잔을 스콧을 향해 뻗었다.
“네 파트너를 건들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스콧은 미소를 한껏 머금은 얼굴로 하나의 가슴에서 양손을 뗀 뒤, 강우가 내민 잔에 잔을 부딪쳐 건배했다.
“하하하하! 네가 한국인이라 일부러 한국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왔는데, 이곳으로 오길 잘한 것 같군!”
스콧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잘 좀 부탁해.”
“뭐를?”
스콧은 손가락 두 개 굵기의 시가를 입에 물었다. 하나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지포라이터로 불을 켰다. 스콧은 엄지와 검지로 집은 시가를 하나의 손에 들린 지포라이터로 가져가 이리저리 굴려 불을 붙였다. 스콧은 시가를 한 모금 깊게 빨아 내뱉은 뒤 말했다.
“알면서 뭘 그러나?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 클랜에 들어와서 같이 활동하자는 거지. 왜 자네 같은 사람이 아무 클랜에도 소속되지 않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대우는 최고로 해주겠네! 우리 클랜에서 같이 활동하자고.”
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는 그런 거 별로 관심 없는데….”
스콧은 왼손으로 하나의 몸을 감으며 가슴을 주물렀고, 오른손에는 시가를 든 채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매일 같이 이런 젖탱이를 주무르고, 가지고 싶은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다고. 난 지난번에 삼대일로 번갈아가면서 쑤셔댔다니까? 나와 손을 잡으면 네가 생각하는 부자들이 가진 돈, 그 돈의 두 배를 벌게 해주지.”
강우는 예나가 먹여주는 사과 한 조각을 받아먹은 뒤 말했다.
“여자는 지금도 옆에 있고, 돈이야 많이 벌고 싶지만…. 나는 혼자 일하는 게 편하거든.”
“자네는 지금이야 동료들이 필요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일을 계속 하다보면 그 동료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될 거야. 나도 사선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지만, 항상 내 곁에는 동료들이 있었지. 그리고 같은 일이라도 나와 함께 하면 보수도 더 높게 받을 수 있어. 이 근방에서 우리 클랜이 제법 유명하거든.”
“그래? 클랜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알드바크(Aardvark). 줄여서 A.V.라고 하지.”
강우는 예나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몸을 뒤로 젖혀 소파에 기댔다.
‘처음 들어보는데…. 다른 AV라면 많이 들어봤지만. 많이 보기도 했고.’
스콧은 손에 들고 있던 시가를 재떨이에 걸친 뒤, 양손을 하나에게로 옮겼다. 스콧은 하나의 원피스를 내려 커다란 두 가슴을 나오게 했다. 하얀 피부의 큰 가슴, 동전 크기의 갈색유륜, 그 가운데 콩알만 한 젖꼭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나는 곤란하다는 듯 스콧의 양손을 밀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손등과 손가락까지 털로 뒤덮인 우악스런 스콧의 양손은 하나의 두 가슴을 감쌌다. 스콧은 양손의 검지를 뻗어 하나의 젖꼭지를 튕기며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잘 생각해보라고. 매일매일 이렇게 여자들을 끼고 놀 수…….”
콰앙!
스콧이 말을 끝마치기 전이었다. 굉음과 함께 스콧 등 뒤의 벽이 부서졌다. 스콧과 하나는 그대로 벽이 부서지며 생긴 파편들에 깔렸다. 강우는 손에 양주잔을 든 채 멀뚱멀뚱 앉아있었고, 놀란 예나는 강우에게 몸을 바짝 붙이고 있었다. 부서진 벽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건 '멧시가'였다.
멧시가는 삼성 하급의 몬스터로 멧돼지와 같은 얼굴에 입의 양옆으로 솟은 엄니는 시커멨다. 누르스름한 두 눈에는 눈동자가 없었다. 피부병에 걸린 듯 얼굴을 덮고 있는 검은 털이 뭉텅이로 빠져있었다. 털이 빠진 부분은 물에 불은 듯한 갈색 가죽이 드러나 있었다. 몸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의 상체와 비슷한 굵은 몸통에는 검은 털이 드문드문 나있었고, 늘어진 갈색 가죽이 드러났다.
놈의 등은 꼽추처럼 굽었고, 털이 나지 않는 양팔은 큰 몸집에 비해서도 크고 굵었다. 키는 2m를 족히 넘었고, 팔 하나의 길이는 손끝까지 재면 170cm는 될 것 같았다. 고릴라의 것과 비슷한 거대한 양팔은 손목 쪽으로 갈수록 더 굵었다. 두꺼운 가죽으로 이뤄진 검은손은 웬만한 성인남자를 움켜쥘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고, 손가락은 네 개뿐이었다. 튼튼한 두 다리는 여느 멧돼지처럼 검은 구두를 신은 듯 발굽이 달려있었다. 이 몬스터의 이름은 ‘멧시가’로 불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멧시가를 본 예나는 비명을 지르며 룸을 뛰쳐나갔다. 강우의 시선은 술잔에 고정돼있었다. 술잔에는 벽이 부서지며 튄 파편과 먼지들이 둥둥 떠다녔다. 강우는 미간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에이 씨발…. 이거 비싼 술인데….”
강우는 양주병을 집어 들어 한쪽 눈을 감고 병안을 유심이 들여다봤다.
“여기에도 들어간 건 아니겠지?”
멧시가는
“쿠훅. 쿠훅.”
기괴하고 큰 숨소리를 내며 강우를 노려봤다. 멧시가는 벽 너머에서 점프해 테이블 위로 착지했다. 멧시가의 무게에 테이블이 와지끈 무너졌다. 멧시가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당장이라도 강우를 잡아먹을 듯 침을 뚝뚝 흘렸다.
강우는 양주병을 옆에 내려놓은 뒤, 멧시가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난 너 부른 적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치면 팁 같은 거 없다?”
멧시가는 강우를 향해 뛰어올라 오른손을 뻗었다. 굵고 커다란 검은손은 강우의 안면을 향해 날아왔다.
쾅!
멧시가가 휘두른 손은 강우 머리 뒤의 벽을 꿰뚫었다. 강우는 앉은 채로 가볍게 고개를 살짝 까딱여 멧시가가 휘두른 손을 피해낸 것이다.
강우는 지루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이런 고급 개그를 이해할 리가 없지.”
멧시가는 벽을 꿰뚫었던 오른손을 거뒀다. 멧시가는 양손을 좌우로 넓게 벌린 뒤,
“쿠워어어억!”
괴성을 질렀다. 멧시가는 양손으로 박수를 치듯 강우를 향해 휘둘렀다. 멧시가의 양손이 강우에게 닿기도 전이었다.
퍼엉!
강우가 소파에 기대앉은 채 직선으로 뻗은 주먹으로 인한 파열음이었다. 강우의 주먹은 멧시가에게 채 닿지도 않았다. 주먹으로 만든 풍압(風壓)이 멧시가의 몸통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장기까지 통째로 사라진 멧시가는 그 자리에서 온몸의 뼈가 전부 부서진 듯 그대로 픽 쓰러졌다.
강우는 옆에 내려놓았던 양주병을 집어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룸의 문으로 향했다.
“아, 맞다.”
룸의 문으로 향하던 강우는 발걸음을 돌렸다. 강우가 향한 곳은 벽이 무너져 스콧과 하나가 깔린 곳이었다. 강우는 자신의 몸집보다 커다란 파편들도 휴지조각을 집어내듯 가볍게 들어 치워냈다. 파편에 깔려있던 스콧과 하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둘 모두 가느다란 숨을 내뱉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둘 다 살아있네.”
강우는 쓰러져있는 스콧을 보며 말했다.
“역시 너랑 일하는 건 무리겠다. 설마 아무 반응도 못할 줄이야… 이 정도로 병신일 줄은 생각도 못했어. 괜히 애꿎은 아가씨만 다쳤네.”
강우는 스콧과 하나의 생사만을 확인한 뒤, 그대로 내버려둔 채 몸을 돌려 룸을 빠져나갔다. 무거운 파편들을 치워줬으니 목숨을 구해줬다고 볼 수 있기도 했지만.
걸음을 옮기던 강우는 다시 몸을 돌려 룸으로 들어왔다. 강우는 스콧의 가방 안을 들여다봤다. 지갑과 능력자 전용무기 등 여러 가지 소지품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강우는 가방을 둘러메며 말했다.
“사례한다고 했었지? 이건 내가 가져간다.”
강우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들리지도 않겠지만….”
강우는 술집을 빠져나가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이번 편은 외전입니다.
대부분 기억하시겠지만, 프롤로그의 내용입니다.
오늘 일이 있어 내일 업로드가 좀 늦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연재하고 있는 마스터피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